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한국 증시의 상승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이익 성장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 정책 환경이 코스피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러나 이번 충돌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과거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 역시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키웠지만, 대부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융 시장이 이를 빠르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0일 만난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동 전쟁이 단기적인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요인은 아니다”라며 “전쟁 이벤트로 인한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과 반도체 산업의 이익 확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 그리고 한국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라는 세 가지 축이 여전히 코스피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금융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변수는 전쟁 자체보다 유가 상승이었습니다. 유가가 급등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대가 자극되고 금리 전망이 흔들리면서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고 원유 수출 경로가 정상화된다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과거 걸프전이나 이라크 전쟁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이벤트를 보면 코스피는 대부분 한 달 이내에 충격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전쟁의 결과와 관계없이 금융 시장이 이벤트를 비교적 빠르게 소화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현재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 자체가 크게 훼손된 상황은 아닙니다. 이번 조정은 기업 실적이나 거시 환경 변화라기보다는 전쟁에 따른 투자 심리 약화와 밸류에이션 축소가 동시에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결국 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투자 심리가 회복된다면 코스피 역시 빠르게 이전 고점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변동성 국면은 중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조정 구간에서 분할매수를 검토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고 봅니다.”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필요한 투자 전략은 무엇입니까.
“당분간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변동성 국면에서는 과도한 조정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특히 변동성이 커진 장세일수록 시장의 주도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세장에서 주도 업종은 장세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방산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와 전력기기는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직접적인 수혜 업종이라는 점에서 중동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이벤트와는 별개로 이익 성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기기 업종 역시 구조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산 업종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국제 질서를 보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시적인 이벤트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변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산 관련 투자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반도체와 방산 업종의 수익률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AI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방산주로 보완하면 분산투자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향후 전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증시 반등이 나타날 경우 증권 업종 역시 추가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피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전쟁 이벤트가 단기적으로 종료된다면 코스피는 전고점인 6300선을 넘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세장의 근거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 환경입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공급 부족 구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상당 부분 역시 반도체 업종의 실적 상향 조정이 이끌었습니다. 특히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전망이 계속 상향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전망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입니다. 두 번째는 통화 정책 환경입니다. Fed는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글로벌 유동성 환경은 달러 약세와 함께 코스피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정책 환경입니다. 상법 개정 등 투자자 친화적인 자본시장 정책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투자 확대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면 코스피는 올해 최대 7500선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기본 시나리오는 6500선 수준을 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스피 중심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상승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코스피 상승이 이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코스닥 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일정 수준 진행되면 중소형주로 투자 관심이 이동하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와 함께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기관 자금 유입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기반 역시 점차 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하반기에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키 맞추기’ 장세가 나타나면서 코스피 대비 상대적인 수익률이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 투자 흐름은 최근 다소 약화된 모습입니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가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서 차익 실현 성격의 매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중심으로 코스피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비중 조정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일부 영향을 줬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구조적인 시각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산업의 수혜 전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또한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 자본시장 정책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역시 2014년 기업 거버넌스 개혁 이후 외국인 투자 비중이 꾸준히 확대된 사례가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 환율 상승은 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단기적으로는 1500원 수준에 근접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과 유가 급등이라는 이벤트를 제외하면 원화의 펀더멘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반도체 중심의 경상수지 흑자와 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고려하면 글로벌 달러화 지수는 중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외 환경이 안정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초반에서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강세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코스피 강세를 지지하는 세 가지 축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라고 봅니다. 현재 국내 증시는 크게 보면 AI 투자 사이클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 그리고 우호적인 정책 환경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지지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흔들릴 경우 강세장의 흐름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AI 투자 사이클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을 벌이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만약 일부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투자 계획을 축소하게 된다면 전체 AI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 역시 약화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최근 금융 시장이 유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결국 유가 상승이 미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압력을 높인다면 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고, 이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정치적 불확실성입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거 국면에서는 외교나 통상 정책을 활용한 압박이 강화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 시장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세 가지 변수는 향후 코스피 강세장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변동성이 커졌다고 해서 주도 업종을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세장에서는 주도 업종이 강세장이 끝날 때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강세장의 핵심 업종은 반도체와 전력기기입니다.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산업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펀더멘털이 견조합니다. 여기에 증권주와 방산주를 추가하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주식 시장 상승은 증권 업종의 구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화된 환경에서는 방산 업종 역시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의 한 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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