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전통적 안전자산조차 흔들리는 지금, 배당주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통해 시장의 소음을 차단하는 탁월한 포트폴리오 '노이즈 캔슬링' 자산이다.
[마켓 인사이트]
의심받는 전통적 안전 자산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와 미국 국채는 정부의 재무 건전성 우려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가변성으로 인해 안전 자산 역할을 의심받고 있다. 금 역시 최근 2년간 투기적 자금의 유입이 이뤄지면서 과거와 비교해 가격 변동성이 높아졌다. 전통적 안전 자산의 대체재로 여겨졌던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 시장과 동조화 흐름이 짙어지며 자산 배분 효과가 감소했다.
기존 안전 자산에서 대안을 찾기 어렵다면, 역설적으로 주식 안에서 방향성을 달리하는 업종 혹은 스타일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매크로 및 주식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배당주는 이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안이다.
기본적으로 배당주는 성장주 대비 주가 등락이 안정적이고, 증시 하락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하방 경직성을 보인다. 기술적으로 주가 하락은 배당수익률의 상승을 의미하며, 높아진 배당수익에 대한 수요가 안전 마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이후 글로벌 고배당 지수의 최대 하락 폭과 변동성은 모두 주요 스타일 지수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방어력을 입증했다.
올해 매크로 환경은 이러한 배당주의 투자 매력을 뒷받침한다. 앞서 언급했듯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충돌이 나타나고 있고, 유럽의 전쟁도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미국의 중간선거도 투자심리 불안을 자극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확실성 높은 시장 환경에서는 당장의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이익 확보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하반기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도 배당주에 긍정적 동인이 될 것으로 본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현금성 자산과 채권 이자수익은 감소하게 되고, 배당수익률의 상대 매력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 여건이 조성될 경우에도 배당주의 방어력이 돋보이게 된다.
오랜 기간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기업들은 매출과 이익의 안정적인 증가, 높은 수익성, 낮은 부채 비율 등의 공통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고물가·고금리로 높아진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가격 결정력의 원천이 된다. 실제로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기, Fed의 금리 인상이 동시에 닥쳤던 2022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9.9% 하락하는 동안 S&P배당귀족지수는 +9.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양호한 방어력을 보였다.
배당주로 분산 효과 극대화
금리가 낮아지는 환경에서는 이자수익을 높이는 고배당 테마로,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이익의 가시성을 담보하는 방어주 테마로 작용하는 것이다. 즉, 어느 시기든 배당주는 주식 내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안정적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꾸준히 배당 레코드를 쌓아 온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에너지의 비중이 높은데, 이들 업종은 최근 3년간 기술주 주도의 강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점에서 가격 부담도 적다. 에너지 업종의 경우 고유가의 수혜를,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는 경기방어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매크로 변화에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다.
한국 배당주의 경우 정부의 주주 환원 강화 정책에 따라 수혜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은 약 20% 수준으로 미국(32.8%), 유럽(56.1%)은 물론 대만(46.1%), 중국(29.1%)보다도 낮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향후 상승 여력이 가장 크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포함한 세 차례의 상법 개정안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배당 증액 및 자사주 소각은 더욱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의 소음이 가득할수록 집중해야 할 것은 내일의 주가가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자산의 펀더멘털과 내재 가치다. 시장의 소음을 차단하고 수익의 본질에만 집중하게 하는 포트폴리오의 ‘노이즈 캔슬링'으로 배당주를 활용해보자.
김종국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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