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NH투자증권 리테일어드바이저리본부장은 ‘수익보다 방어’를 강조하며 포트폴리오 점검과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장기·분산 투자와 ‘시간의 힘’이 자산을 만드는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커버스토리] 2026 머니 마스터 6인의 선택김지훈 NH투자증권 리테일어드바이저리본부장
김 본부장은 올해 초까지의 시장 분위기를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정의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주도주 중심의 상승세가 시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시장은 빠르게 변동성 국면으로 전환됐고, 투자자들의 시선도 ‘수익 확대’에서 ‘위험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리스크 점검’의 시간
그는 현시점을 ‘포트폴리오의 견고함을 점검하는 시기’로 규정했다. 특정 자산이나 종목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보다 자산 간 균형과 방어력을 점검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장기적 관점 유지를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를 피할 수 없지만, 과거 사례로 보면 지정학적 충돌로 인한 단기 조정 이후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조정 국면은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응 전략으로는 ‘분할매수’를 제시했다. 가격 조정 구간에서 단계적으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위험을 관리하며 수익 기회를 확보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심리적 공포에 따른 투매, 단기적 관점의 성급한 매매, 부채를 활용한 ‘빚투(빚내서 투자)’를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그는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금과 달러자산, 지정학적 충돌 수혜주 등 헤지 자산 비중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유효한 대안이다. 이를 활용하면 개별 종목 대비 분산 효과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면서 성장 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올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물가와 정치 이벤트를 꼽았다. 특히 국제 유가 흐름이 핵심 변수다. 유가 수준에 따라 금리 경로와 금융 시장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가 80달러 수준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90달러 이상이 이어지면 통화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100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상반기 국내·하반기 미국에 주목하라
정치 일정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 논의 등 정책 모멘텀이 주식 시장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런 흐름 속에서 6월 3일 지방선거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핵심 변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율 변화가 향후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상반기와 하반기 시장 주도권이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상반기에는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시장의 우위를 전망했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은 경제 및 기업 실적 개선, 그리고 유동성 효과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채권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유지했다. 한국 채권의 경우 금리 상승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추가적인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고, 미국 국채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조기에 해소될 경우 최근 급등한 금리가 안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봤다.
대안으로는 브라질 채권을 제시했다. 그는 “비교적 높은 표면금리를 제공하는 데다 일정 조건에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등 세제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 주식 비중 늘린다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는 주식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고액자산가일수록 분산도가 높다. 올해 2월 말 기준 NH투자증권 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의 포트폴리오는 대략 국내 주식 57%, 해외 주식 9%, 금융 상품 21%, 현금성 자산 13%로 구성돼 있다. 김 본부장은 “수익 추구와 유동성 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균형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자산 배분 모델을 제시한다. 적극투자형은 연간 목표 수익률을 6~7% 수준으로 설정하고, 투자 기간은 통상 1년을 기준으로 잡는다. 자산 배분은 주식형 자산 70%, 채권 20%, 대체자산 10% 수준이다. 대체자산에는 원자재나 리츠 등이 포함된다. 지난 20년간 각 자산군의 수익률과 변동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한 결과다.
반면 안정추구형 투자자의 목표 수익률은 연 4% 수준으로, 주식형 자산 30%, 채권 70% 비중으로 보수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한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모델 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에게 ‘기준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향후 5년의 핵심 투자 축으로 AI와 헬스케어를 꼽았다. ‘기술 혁신’과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두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향후 5년 핵심 투자 축은 AI와 헬스케어
“고령화 사회에서 인간을 보조하고 대체하는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장기 흐름 속에서 올해 유망 산업으로는 ‘AI 칩(반도체)’, ‘방산’, ‘로봇’, ‘전력설비’, ‘헬스케어’를 꼽았다. 또한 정책 모멘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코스닥 지수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자산 배분의 출발점은 ‘올인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 배분의 원칙은 다양한 자산을 경기 국면에 맞춰 배분하고, ‘시간의 힘으로 이기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자산을 장기적으로 키워가는 전략입니다.”
변동성 대응 전략으로는 ‘사계절 투자법(all weather)’도 제시했다. 이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어츠 설립자가 제시한 것으로, 다양한 경기 국면에서 강점을 지닌 자산을 혼합해 포트폴리오 전체 변동성을 낮추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월배당형, 커버드콜 ETF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다만 지수가 크게 하락할 경우 분배금을 받더라도 기초 자산 가격 하락으로 투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수가 횡보하거나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이는 시장 환경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절세 계좌의 스마트한 활용도 강조했다. 계좌의 성격에 맞는 스마트 배분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다.
성공한 투자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연금저축과 IRP는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효과가 큰 만큼 장기 투자에 적합한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대표 지수·고배당·장기채 ETF 등이 대표적입니다.”
ISA는 중기 투자와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지수, 성장 산업 관련, 커버드콜 ETF 등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운용의 핵심은 장기, 분산, 일관성이다. 시장 변동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의 은퇴 시점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운용이 어렵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 디폴트옵션, 로보어드바이저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주식형 자산의 변동성을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에게는 “하방 리스크를 일정 수준 통제하면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퇴직연금 주가연계증권(ELS)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퇴직연금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은퇴 이후를 위한 자산입니다. 지속 가능하고 흔들리지 않는 전략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 본부장은 오랜 기간 수많은 자산가들을 만나며 느낀 바도 이와 같다. 그는 큰 자산을 형성한 투자자들의 공통적으로 ‘시장의 단기 움직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꼽았다.
“경제 사이클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시간의 힘을 믿고 확실한 자산 배분을 통해 자산을 쌓아 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면, 포모(FOMO) 현상도 없습니다. 저의 처방전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자산 배분과 시간의 힘으로 자산을 증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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