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이 주도하던 시장은 지정학적 충돌과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으로 새로운 변곡점에 섰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올해 자산시장을 좌우할 구조적 리스크를 점검해야 할 때다. 지난 3월 9일, 경제 전문가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과 함께 2026년을 관통할 핵심 변수들을 꼼꼼히 짚어봤다.

[커버스토리] 2026 머니 마스터의 선택 -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진짜 변수는 전쟁 아닌 ‘인플레이션 고착화’”
“글로벌 경제의 진짜 변수는 전쟁이 아닌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다”

중동발 리스크가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하는 가운데,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단기 충격보다 물가와 금리가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오 단장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과거 지정학 이벤트에서 본 ‘학습 효과’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2024년 이란·이스라엘 교전, 2025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에도 글로벌 주식 시장은 대체로 견조했다. 단기 충격으로 유가가 잠시 급등해도 곧 안정세를 회복했다.

Fed와 재무부의 엇갈린 시그널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초기에는 단기 충격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그 해 글로벌 자산 시장은 큰 조정을 겪었다. 나스닥은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다. “전쟁의 지속 여부가 올해 자산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국제 유가를 일정 수준 이상 자극하면, 이는 곧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오 단장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재무부의 정책 온도 차를 짚었다. Fed는 물가와 금융 안정에 집중하고, 재무부는 성장과 재정 운용을 강조하며 정책 메시지가 혼재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Fed는 최근 수년간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물가 자극 요인이 등장할 경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무부는 관세나 외부 충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용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저물가·고성장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더하고 있다.

중동발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는 상황은 Fed에 강한 물가 억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물가 상승 국면에서의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단장은 “전쟁으로 유가가 계속 오르면, Fed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기는 어렵다”며 “이란 전쟁은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이슈”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를 읽는 5가지 키워드

전쟁 이슈가 일단락되면, 시장의 관심은 다시 구조적 변수로 이동하게 된다. 오 단장은 2026년 글로벌 경제를 읽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어포더빌리티(구매력)’를 핵심으로 꼽았다. 가계가 실제 물가와 주거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뜻한다.

유가 논쟁은 결국 미국 내 구매력 문제로 수렴된다. 오 단장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특히 저소득층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부가 양극화된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은 저소득층이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경우 정책 당국은 통화 완화에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오 단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물가를 외면하고 금리 인하만을 외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물가와 서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구조적 변화도 살펴볼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경제 경찰 역할을 내려놓고 미국 본토 근처인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방위에 집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를 “경찰이 사라진 거리에서 자잘한 범죄가 빈발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쿠바 등 인접국 통제에 힘을 쏟는 사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중동 등지에서는 교전이 상시화되고 있다.

심지어 유로존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갈등까지 불거지며 리스크는 더욱 파편화되는 양상이다. 오 단장은 “지정학적 불안은 이제 돌발 악재가 아닌 상수”라며, 공급망과 유가를 언제든 뒤흔들 수 있는 ‘지정학 리스크의 상시화’ 시대를 투자자들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 내부의 '시빌 워' 가능성

세 번째 변수는 Fed의 리더십 교체와 독립성 문제다. 오는 5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체제가 출범하면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 단장은 “케빈 워시 지명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는 완화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치적 압력에 의한 조기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다. 오 단장은 이를 두고 “Fed 내부에서 갈등이 커지는 ‘시빌 워’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은 시장에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주고, Fed의 독립성 훼손 논란과 함께 통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오 단장은 “2026년 하반기는 금리의 방향성만큼이나 ‘Fed의 신뢰 유지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단장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검증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해까지는 “투자를 늘린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장이 환호했지만, 이제는 실제 수익 창출 가능성을 묻는 의구심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오 단장은 “최근 AI 기업들이 사모 신용을 통해 막대한 부채를 동원해 설비투자를 늘렸다”며 “산업 성장이 정체되거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면, 이 부채가 금융 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건드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I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물가 상승 없는 강한 성장’ 시나리오의 핵심 축이다. AI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만 고관세와 저금리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으며 성장을 구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단장은 “AI 산업이 흔들리거나 관련 부채 리스크가 불거지면 단순히 주가가 빠지는 수준을 넘어 트럼프표 경제 모델 자체가 ‘스크래치’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의 방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올해 들어 양국 정상 간 회담이 잇따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긴장 완화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4월 말로 연기된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주요 국제 무대에서 추가 회동 가능성도 언급된다. 오 단장은 미국·중국(G2) 간 긴장이 완화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지정학적 갈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양국이 일부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글로벌 경제를 짓눌러 온 불확실성의 일부가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중 갈등이 완화 국면에 진입한다면 이는 글로벌 자산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 정상외교의 흐름을 전략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방향성 베팅은 경계해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오 단장은 “최근의 상승을 단순한 원화 약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 유동성 확보 움직임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달러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면 수입 물가가 뛰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통화 정책에도 제약이 생긴다. 오 단장은 “물가가 우선순위인 만큼 금리 인하 속도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환율 방향은 유가와 Fed의 통화 정책에 달려 있다고 봤다. 유가가 장기 상승하면 무역수지 부담과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느리면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 그는 “결국 대외 변수에 따라 환율의 방향성이 결정된다”며 단기 변동성은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미국 경제는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용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오 단장은 “최근 고용 지표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란 사태라는 대형 변수에 가려 시장의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며 “평소라면 금리 인하 요인이 될 고용 부진이 전쟁 이슈로 인한 국채 금리 변동에 묻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재정 적자 상황에서 금리 수준이 높게 유지될 경우 국채 이자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통화 정책 기대 역시 빠르게 조정되고 있다. 오 단장은 “9일 기준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당초 2회에서 1회 수준으로 줄었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Fed의 정책 여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미국 경제 경로는 전쟁 전개와 유가 흐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단장은 전쟁 이슈를 단기적인 시장 변수로만 보지 말고, 긴 호흡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도한 방향성 베팅은 경계해야 한다”며 “단기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돌발 리스크에 대비해 자산 구조가 견고한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짜 변수는 전쟁 아닌 ‘인플레이션 고착화’”
“진짜 변수는 전쟁 아닌 ‘인플레이션 고착화’”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