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치솟은 부동산 자산 가치가 고액자산가들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박정국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은 무리한 절세보다 합법적인 ‘정도’를 걷는 안전한 승계 전략을 최우선으로 제안한다.
[커버스토리] 2026 머니 마스터 6인의 선택박정국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
박정국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은 올해 부동산 증여와 관련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각종 규제 기조와 맞물려 자녀에게 미리 주택을 물려주는 방안을 고민하는 사례가 많은데, 요즘과 같은 때일수록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정도’를 걷는 것이 더 큰 리스크를 피하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최근 들어 부동산 증여와 관련해 공격적이고 위험한 절세 전략을 조언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고가 아파트 취득 시에 대부분 세무조사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공격적 전략을 취하면 가족 전체의 거래내역이 전방위적으로 세무조사 대상에 올라 과거 세금 이슈까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예컨대 3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자녀에게 2억7000만 원 저렴하게 양도하면 당장 증여세 이슈는 생기지 않는다. 또 매수자를 자녀 여러 명으로 설정하면 훨씬 더 낮은 가액에 양도가 가능하다. 박 센터장은 “이런 케이스가 바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략”이라며 “이 일을 계기로 지난 10년간의 다른 세금 이슈까지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를 찾는 자산가들의 가장 큰 상속 고민은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재원 마련이다. 단적으로 최근 10년 동안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약 3배 이상 상승했다. 현금자산을 충분히 보유한 경우라면 큰 문제는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과거부터 강남에 거주해 왔던 분들 중에는 현금자산 비중이 높지 않은 경우가 꽤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동산 가격이 몇십 년에 걸쳐 완만하게 상승한 게 아니라 거의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현금자산이 부동산과 비슷한 비율로 늘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죠. 30억 원 수준의 아파트를 자녀에게 이전하려면 증여세와 취득세까지 고려해 현금 27억 원(세금을 대신 납부해줄 경우)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속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재원 마련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고가 아파트를 소유했다면 적절한 시기에 부동산을 매도해 현금성 자산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박 센터장은 조언했다. 1주택자는 양도소득세 헤택을 받을 수 있어 매각을 해도 세 부담이 적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중과 세율 유예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를 찾는 자산가들도 적지 않다. 주로 다주택자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2주택 이상을 보유한다면 종부세가 어마어마하게 나올 겁니다. 현금을 낼 여력이 없다면 버틸 수가 없으니 미리 매도해야 하죠. 자녀가 무주택자라면 주택을 증여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을 매각하면 양도세가 이익의 3분의 1 수준으로 발생하고, 이후 자녀에게 현금 증여를 하면 증여세가 또 과세되기 때문에 세금이 이중으로 부담되기 때문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보유자도 자산 이전을 위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박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건물의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한다. 상속을 통해 한번에 이전하는 경우 세금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상업용 건물을 가진 분들은 미리 조금씩이라도 지분을 이전할 것을 권유한다. 또 증여세와 취득세 납부를 위한 대출은 임대사업자의 필요경비로 인정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이 최근 선호하는 자산 이전 트렌드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아파트, 상업용 건물 등 부동산 형태로 이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녀가 현금으로 증여받아 본인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강해졌다.
“아파트는 보유세 문제가 존재하고, 상업용 건물은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MZ(밀레니얼+Z) 세대 자녀들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증여받는다고 해도 관리하기가 힘들어 차라리 현금으로 증여받는 것을 선호합니다. 가상자산, 주식에 투자하거나, 사업자금으로 활용해 부동산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자산을 불리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 세대가 현금을 선호한다고 해도 부모 세대는 선뜻 현금성 자산을 일찌감치 내주는 것을 우려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박 센터장은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가족법인(승계법인)을 활용한 자산 승계가 트렌드가 됐다”며 “자녀를 대주주로 세워 법인을 설립하고 경영은 부모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금융자산투자업’ 형태로 법인 자산이 운용되는데, 승계법인이 성장할수록 대주주인 자녀의 자산 가치가 증가하는 구조다.
“고액자산가들의 걱정은 명확합니다. 절세만 논한다면 가능한 한 자산 가치가 오르기 전에 최대한 가족들에게 분산해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상속은 나중에 합산해서 상속세를 계산하고 증여는 건별로 계산하는 방식이라, 세율은 동일하지만 누진세 구조로 인해 증여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자산을 빠르게 이전하면 자녀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자산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증여를 결정하지 못하는 부모 세대도 많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신탁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증여신탁을 많이 활용하는 분위기다. 증여 자금을 은행에 맡겨놓는 개념으로, 자녀가 자금을 인출하거나 해지하려면 반드시 증여자인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금 운영에 대한 지시 권한도 부모에게 있다.
박 센터장은 “자녀에게 현금성 자산을 10억 원 증여하면 장기적으로 상속세 절세 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관리 능력이 부족한 자녀는 이 자산을 적절히 투자하기 힘들다. 또 소비벽이 심한 자녀들도 존재한다”면서 “미리 증여하면 충분한 절세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더 큰 것을 잃을 것이라는 걱정을 대부분의 부모 세대가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절세 효과와 합법적인 관리 권한을 함께 가질 수 있는 증여신탁의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하는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 센터장은 “부모의 재산을 은행에 맡겨 원하는 자녀에게 자산을 배분하는 신탁”이라며 “집행의 투명성과 신속성이 담보된다”고 말했다.
해외 이주, 실질과세 주의해야
한동안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해외 이주를 고민하는 자산가들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증여세가 없는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등에서 자녀에게 자산 이전을 시도하는 경우도 실제로 존재했다. 문제는 ‘실질과세 원칙’이다. 단기간 해외에 거주하면서 자녀에게 전 재산을 이전하고 한국으로 귀국한다면 ‘거주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한국에서 증여세를 과세받지 않으려면 부모와 자녀, 자산까지 모두 해외에 있어야 합니다.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거죠. 실질적으로 삶의 터전을 해외로 바꾸는 게 중요한데, 해외 이주를 통한 자산 이전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10년 이상의 장기 거주를 고려하고 나가야 합니다.”
박 센터장은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면서 잃을 수 있는 자산 투자의 기회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센터장은 “과연 해외에 거주하며 획득할 수 있는 투자 기회가 국내보다 더 많을 것인지 따져보는 게 좋다”며 “특히 최근에는 국내 주식 시장도 좋은 상황인 만큼,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어디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한 뒤 결정하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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