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성장을 해야 회사도 성장하고 그 비즈니스가 성장합니다.” 조성호 교보증권 자산관리부문장(상무)은 ‘고객의 성공이 회사의 성공’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WM 비즈니스를 펼칠 계획이다. 지난 3월 10일 조 부문장과 만나 교보증권이 제시할 WM 시장에서의 새로운 가치에 대해 물었다.
[WM 리더] 조성호 교보증권 자산관리부문장
조성호 교보증권 자산관리부문장(상무)은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WM 부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교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좋은 자산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변화를 도모하게 됐다”며 “지난해 중반부터 체질 개선을 위한 엔진을 본격적으로 가동했고, WM 시장에서 벌어져 있는 격차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WM 시장에 대한 시각이 궁금합니다.
“과거에 비해 시장 자체가 많이 커지고 금융사 간 양극화도 확대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시장에 진입한 금융사들은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 중이고, 다소 늦게 진입한 회사는 그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벅찬 상황이 됐죠. 대형사는 이미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의 수준으로 넘어가고 있고, 그 외의 중소형사는 마켓셰어를 조금이라도 가져가기 위해 발 빠르게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자산관리를 둘러싼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 또한 금융사별로 격차가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교보증권도 최근 WM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보증권이 리테일 부문에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결국은 투자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증권사라고 하면 브로커리지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객의 자산 퀄리티는 둘째로 여기고 수수료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물량 공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는 힘든 시장이 됐습니다. 결국은 고객이 성장을 해야 회사도 성장하고 그 비즈니스가 성장합니다. 질적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익을 넘어선 ‘업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교보증권도 마찬가지로 브로커리지 중심의 회사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물론 세일즈앤트레이딩(S&T)과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꽤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됐지만, WM 분야에서는 큰 변화를 도모하지 못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증권업의 3대 축 가운데 WM의 경쟁력이 약했던 거죠.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WM 부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교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좋은 자산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변화를 도모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중반부터 체질 개선을 위한 엔진을 본격적으로 가동했고, WM 시장에서 벌어져 있는 격차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추진했나요.
“고객이 방문하는 공간의 변화, 그리고 직원들의 인식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사실 고객을 대하는 것 자체는 누구든 할 수 있지만, 담당 인력이 가진 역량의 질이 중요하거든요. 이런 요소들이 잘 접목됐을 때 좋은 퀄리티의 WM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꺼번에 변화를 추진하다 보니 조금의 어려움은 있지만 이미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 ‘프리미어골드 대치센터’를 오픈했습니다. 고액자산가 고객을 위한 VIP 특화 점포인데요. 실질적으로는 대중부유층(mass affluent)을 핵심 고객층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WM 시장의 양극화가 굉장히 심화된 상태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최상위 서비스를 따라가기엔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후발주자 입장에서 무리하게 따라가려다가 오히려 굉장한 실패를 맛볼 수도 있고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프리미어골드 대치센터의 공간과 서비스는 VVIP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오랜 시간 지점 영업을 하면서 충분한 역량을 축적한 전문 인력 15명을 선발해 배치했고요. 3억~5억 원 정도의 자산 규모만 갖고 있어도 하이엔드 퀄리티 서비스를 맛볼 수 있는 점포를 지향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프리미어골드 대치센터의 공간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오감을 중시했습니다. 공간에 들어서자 마자 느껴지는 시그니처 향기, 내부를 걸으며 느낄 수 있는 카페트의 촉감, 지나치게 밝지 않은 따뜻하고 안정적인 조명, 미각을 충족시키는 질 좋은 음료, 카페를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배경음악을 준비했죠. 점포의 목적이 말 그대로 상품을 팔아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구성을 강조했습니다.”
올해 추가로 VIP 특화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 있나요.
“추가 개설 계획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형사처럼 공격적으로 센터를 확장하기에는 아직 교보증권이 WM 비즈니스에서 변화를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우선은 광화문, 여의도와 같은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연내 2곳 정도는 추가로 개설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교보증권의 경우 기존에는 프라이빗뱅커(PB) 직군이 따로 없었습니다. PB 직군 신설을 검토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아직은 공식적으로 PB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PB라는 명칭을 쓰려면 그에 걸맞은 서비스의 수준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명칭만 PB라고 부르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형식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선 직원들의 역량을 개선한 이후에 명칭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VIP 특화 점포를 신설한 만큼, 직군에 대한 재정립도 점진적으로 고려할 예정입니다. 아마 올해 안에는 방향성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인식을 전환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질적 역량을 개선해야 합니다. 결국은 실력과 전문성이 없으면 이 시장에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증권업에서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 자산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접점을 가진 전문 인력의 활동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하죠. 과거와 같이 단순 위탁매매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는 결국 직원들이 종목 추천에만 관심을 갖게 됩니다. 물론 증권 회사 직원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부분이지만, 지나치게 쏠림이 심화되면 결과적으로 시황산업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따라서 단일 종목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추구하고, 고객의 안정적인 성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변화해야 합니다. 다만 급격한 변화는 조직 내에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인 변화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신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프런티어 센터를 만들어, 방향성을 제시해주려 하죠.”
“조직 문화라는 게 무엇인지를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사실상 ‘위로부터의 변화’입니다. 리더인 제가 먼저 바른 기준을 가지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결과 중심의 조직은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늘 강조하는 부분은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정보다 결과를 더 우선시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합리적인 과정이 배제가 된다거나,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간다면 단기적으로는 결과물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그렇다 보니 과정을 중시하는 습관과 마인드가 오랜 기간 내재화됐습니다. 직원들에게도 합리적인 과정이 있어야 반복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당장은 결과가 조금 아쉽다고 하더라도 ‘좋은 과정’이 결국은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직원에게도 ‘저 리더는 과정이 선명하면 결과가 조금 아쉽더라도 밸류를 인정해준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조직 전체에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봅니다.”
WM 시장에서 차별점을 만들 만한 교보증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보’라는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감, 따뜻함 같은 것들이죠. 특히 제가 생각했던 것은 ‘문화’와 접목할 수 있는 교보 브랜드의 가치입니다. 투자와 컬처가 컬래버레이션 돼 있는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만의 차별화 지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보문고는 교보의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죠. 교보문고에서 교보증권 고객이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북콘서트를 연다면, 다른 금융사가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 투자나 수익률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끝단에 존재하는 상당히 자극적인 말들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만 접하다 보면 심한 피로감과 상실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고객의 그런 어려운 부분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역할을 교보증권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투자자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면요.
“올해는 산업별로 확장하거나 위축되는 양상이 혼재돼 있어, 단편적으로 어느 한 방향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시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아, 변동성이 굉장히 높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자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우상향할 만한 요인이 많은데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산업은 확연한 성장세가 예측되기 때문에 희망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변동성이 높은 지금과 같은 시기를 자산 증식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텐데요. 단기적인 투자에 집중해 좋은 수익률을 거두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수익률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수익률에는 항상 리스크라는 이면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투자를 할 때는 잃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산이 성장할 수 있거든요. 제가 상품을 만들 때 많이 이야기했던 게 이 부분입니다. 100에서 50으로 떨어지는 건 50%가 빠지는 셈이지만, 50에서 100으로 가는 것은 2배, 즉 100%가 돼야 하기 때문에 떨어지는 폭을 최대한 제어해야 합니다. 본인이 갖고 있는 기대수익이 높다면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살펴봐야겠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결국 우리의 방향성은 ‘고객의 성공이 회사의 성공’이라는 인식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것입니다. 이런 교보증권의 지향점이 잘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다만 결과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면 교보증권의 좋은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가면서도 균형을 지키며 WM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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