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자금이 몰리며 급등한 증권주가 여전히 상승 여력을 가질지 관심이 쏠린다. 거래대금 증가와 퇴직연금·ETF 시장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에는 업황보다는 자본력과 사업 구조에 따른 종목별 선별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마켓 트렌드]
여의도 증권가. 사진=한국경제
여의도 증권가. 사진=한국경제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 때 어떤 투자자는 돈을 벌고, 다른 투자자는 잃는다. 하지만 항상 돈을 버는 쪽이 있다.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다. 증시에 돈이 돌 때 투자자들이 증권주로 향하는 이유다.

국내 11개 증권사와 증권사 모회사 등을 묶은 KRX증권 지수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 중순까지 1년 4개월여간 약 288% 급등했다. 이 기간 반도체 호황과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급등한 코스피 지수 상승률(약 154%)을 훌쩍 웃돈다. 그렇다면 올해 남은 기간 증권주의 상승 여력은 얼마나 될까.

증시에 돈 오갈수록 ‘이득’

상승 여력을 따지려면 일단 증권사가 돈 버는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증권사는 사람들이 주식 거래를 많이 하고, 투자용 자금을 많이 맡기거나 빌릴수록 돈을 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할 때, 매도할 때 각각 브로커리지(거래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투자 업계는 주요 증권사들의 순영업수익 내 브로커리지 수수료 비중을 20%대로 보고 있다.

투자자가 당장 주식을 매수·매도하지 않고 돈을 맡기기만 해도 증권사엔 운용 수익원이 생긴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예탁금을 공식 예치기관인 한국증권금융에 다시 맡기고, 이를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하는 구조라서다.

‘빚투(빚내서 투자하기)’도 증권사엔 쏠쏠한 매출원이다. 투자자에게 주식 거래 자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올 4월 중순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28곳의 평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단기(1~7일) 기준으로 연 5.5%, 장기(121~150일)로는 연 9.1%로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증권사는 여기에다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자기매매(프랍 트레이딩), 대체투자 등을 더해 이익을 낸다. WM 서비스는 개인투자자용 일임형 랩 계좌 운용이나 고액자산가 투자 자문 등이 주요 업무로 통상 증시가 활황일수록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IB 부문도 비슷하다. 주식·채권 발행, 인수합병(M&A), 구조화금융 등 자본시장 거래는 시장이 활발할 때 더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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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거래대금은 역대 최대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엔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반도체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진 와중에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더해진 영향이다. 정부는 국내 가계 자산이 부동산 대신 기업 투자에 쓰일 수 있도록 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여럿 추진해 왔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증시에서 오간 거래대금 규모는 하루 평균 66조6000억 원에 달했다. 한국거래소(43조8000억 원)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22조8000억 원)를 합한 규모다. 역대 최대치이고, 지난해 4분기 대비로는 80.6%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일평균 규모(26조2000억 원)와 비교하면 2.5배가 넘는 수준이다.

증권사 투자자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늘었다. 올 1분기 투자자 예탁금은 전 분기 대비 30.9% 늘어난 106조6000억 원,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3% 증가한 31조 원이었다.

퇴직연금도 은행 대신 증권사로

부동산이나 예·적금 대신 증시를 통해 자산을 불리려는 이들이 늘면서 수익원도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퇴직연금 목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경향이 뚜렷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시장에서 증권사 점유율은 2020년 18%에서 2025년 32%로 늘었다. 지난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26.5%로 은행(15.4%)과 보험(7.4%)을 크게 웃돈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유입액의 절반가량인 47.8%가 증권사로 향했다.

퇴직연금은 현재 인구구조상 시장 성장세가 빠르다. 여기에다 자금이 적어도 수년간, 길면 수십 년간 유지되는 구조다. 증권사 입장에선 증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원이 된다.

ETF 시장이 순자산총액(NAV) 기준 400조 원 이상으로 커진 것도 증권사엔 호재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ETF를 거래할 때 수수료를 받고, ETF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면서도 수익을 낸다.

이런 분위기에 증권사 실적도 오르고 있다. 국내 10대 증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조1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1% 급증했다.

업황 호조 이어질까

여기까지만 보면 증권사엔 우호적인 환경이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관건은 ‘여전히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가’다. 증권가는 이제 증권업 전반의 주가 수혜보다는 종목을 선별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미 업종 전반의 주가가 확 오른 만큼 이젠 실적이 더 클 수 있는 증권사와 아닌 증권사를 구분해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실적과 관련이 깊은 거래대금 변수도 연간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DB증권은 올해 연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46조6000억 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대비 77.6% 급증한 수치지만, 올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66조6000억 원)을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거래대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각 증권사의 추가적인 멀티플 상향 요인이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거래대금이 단기간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그다음부터는 증가 폭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체력·운용성과 따져 골라야

전문가들은 자본 규모가 충분해 신규 수익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증권사들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을 비롯한 기업금융 관련 신사업은 아예 자기자본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만 진입할 수 있다. 자본여력이 충분하면 배당 등 주주 환원을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일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각 사의 기초체력과 운용 성과가 증권사 주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증권업 내에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자본 규모 차이에 따라 점점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증시 호조로 실적 수혜를 크게 본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증시 흐름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는 것”이라며 “이젠 증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은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을 눈여겨볼 만 하다”고 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IB 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낮은 만큼 이 회사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를 유망 종목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증시 활황의 최대 수혜주… 증권주, 더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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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