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법 개정으로 상속제도와 유류분 규율이 재편되면서 자산 이전 방식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분쟁 대비 전략을 새로 마련하거나 기존 상속 구조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상속 플래닝]
이번 개정의 핵심적 변화 중 하나는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의 도입과 그 대상의 확대다. 과거에는 상속인이 패륜적 행위를 저질렀더라도 법정 상속 결격 사유에 엄격히 해당하지 않는 한 상속권을 박탈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패륜 자녀의 상속권 박탈 가능해져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혹은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에 대해 피상속인의 의사나 공동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의 선고를 거쳐 상속 자격을 소급해 박탈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동시에 민법 제1008조의 개정으로 ‘기여의 대가로 받은 증여(유증) 재산’은 유류분 반환 범위 등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이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전달한 재산이 사후에 유류분반환청구로 인해 다시 회수되는 불합리함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즉, 피상속인을 장기간 간병하거나 재산 유지 및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이 그 보상으로 받은 증여나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유류분 등을 산정할 때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증여와 기여에 대한 대가성 증여를 구분해, 실질적인 부양과 조력을 담당한 상속인이 상당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노년의 돌봄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자녀에 비해 간병 부담을 많이 져 온 자녀에 대해 그 기여를 인정하고 보상해줄 필요가 크다. 따라서 이러한 취지가 민법에 명문화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민법 개정으로 증여 및 유증 재산이 상속 분쟁의 대상에서 제외될 길이 열리고, 패륜 상속인의 상속권 박탈 가능성이 생기면서 관련 자문이 급증하고 있다. 이때 의뢰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어느 정도의 행위를 기여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속 분쟁 핵심으로 떠오른 ‘기여 판단’
민법이 최근 개정돼 아직 선례가 축적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정 전에도 법원은 형평의 원칙을 들어 상속인이 그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증여는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예를 들어, 법원은 자녀가 20년 이상 부모와 동거하며 수백 회에 달하는 병원 진료를 전담한 사안에서 이를 ‘특별한 부양’으로 인정해, 해당 자녀가 받은 증여 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서 전부 제외했다. 그 외에도 망인을 대신해 채무를 변제해주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망인을 위해 상당 부분 사용한 경우 이를 기여로 인정해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해준 사례들이 있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마다 당사자들의 의사, 개인적 유대관계, 부양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 증여 목적물의 가액과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며, 개정 민법 체제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유류분 반환이나 상속재산분할심판 등 소송에서는 기여에 대한 주장이 매우 활발해졌다. 자신이 특별한 기여를 했으므로 증여나 유증을 받은 재산이 산정 범위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논리다.
다음으로 사전 자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과거의 유언장이 단순히 ‘누구에게 무엇을 주느냐’는 나열식이었다면, 최근의 유언장은 유류분 분쟁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훨씬 복잡하고 정교해졌다. 필자가 집행해본 최근의 사례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예를 들어,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녀를 상속에서 배제하기 위해 그 사유를 유언장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증여 및 유증을 할 때 이것이 ‘대가성 보상’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식이다. 기여 상속인이 받은 재산을 유류분 계산에서 제외하기 위해서는 해당 증여가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여에 대한 보상임을 인정받아야 하기에 이를 위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 됐다.
마지막으로 달라진 풍경은 유류분 반환을 위한 현금 확보 문제다. 개정 민법 제1115조는 유류분 반환 방법을 원칙적으로 ‘가액(현금) 반환’으로 규정했다. 원물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상속인 입장에서는 거액의 현금을 즉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반환 청구 시점부터 법정 이자가 가산되기 때문에, 상속세 납부 외에도 유류분 지급을 위한 현금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개정 민법의 체감도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법에 따라 충실히 준비한 상속인은 기여에 상응하는 정당한 몫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지만, 준비하지 않은 상속인들은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증여나 유증을 결정하기 전 자신의 기여를 어떻게 법적으로 구성할지, 유류분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자산 승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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