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인 정원오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공급 확대를 공통 기조로 내세우면서도 방법론과 우선순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향후 5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방향과 안정화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이슈]
서울시장 5년, 부동산 지형을 바꾼다
오는 6월 3일 서울시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부동산 문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우위 구도로 점쳐지는 판세지만 서울시장 결과만큼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5선(3연임)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간 정책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강조한다. 다만 정 후보는 공공과 민간의 조화를, 오 후보는 민간 정비사업 지원을 강조하는 등 방법론과 우선순위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누가 서울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과 안정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시장 5년, 부동산 지형을 바꾼다
鄭 “정비사업 기간 15년→10년”

3선 성동구청장 출신인 정 후보는 검증된 행정력을 바탕으로 토지 활용도를 높이는 ‘착착개발’을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발표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지원했다면, 자신은 정비사업 시작부터 입주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해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15년 안팎인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대폭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정비계획 변경과 관리처분을 한 번의 총회와 인가로 처리하는 ‘동시신청제도’ 도입을 통해서다. 정 후보는 착착개발 공약을 오 후보의 부동산 정책인 ‘신속통합기획’과 비교하며 “더 안전하고 더 빠른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용적률 특례 적용 지역을 준공업지역으로 확대하고, 임대주택 가격 산정 기준을 높여 조합의 손실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기부채납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국공유지 무상 귀속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500가구 미만 소규모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자치구로 이양해 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병목을 줄일 계획이다.
서울시장 5년, 부동산 지형을 바꾼다
공공 차원의 ‘실속주택’ 공급도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급 대책에 포함된 서울 도심 내 3만2000가구 공급 사업을 조기에 착공시키고 민간정비사업의 공공기여분을 활용, 지분적립형, 이익공유형, 토지임대부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주택 공급도 추진한다. 도심 내 빌라·오피스텔을 공급을 늘려 소형주택 건축 시장을 활성화하고, 서울시의 매입임대 공급 물량도 매년 7000∼9000가구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정 후보는 “오 시장과 윤석열 정부 시기 서울의 아파트·빌라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 2022∼2024년 기준 인허가 건수가 직전 10년 대비 62%에 불과하다”며 “무주택 중산층과 서민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부담할 수 있는 분양가와 임대료의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하며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하며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吳 “5년 내 한강벨트 19.8만 가구”

3연임에 도전하는 오 후보 역시 정비사업 지원과 아파트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민간 주도 공급을 상대적으로 강조한다는 데서 정 후보와 차이가 있다.

오 후보는 기존에 추진했던 신통기획 2.0을 통해 2031년까지 한강벨트 19만8000가구를 포함 31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른바 ‘닥공’, 즉 ‘닥치고 공급’을 강조한다. 지난 5월 7일 “착공 목표 31만 가구 가운데 순증 물량은 8만7000가구”라며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착공하겠다던 3만2000가구의 2배가 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신통기획은 기존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사업지에 종 상향, 높이 제한 폐지 등으로 사업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공공이 지원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우선 3년 내 착공 가능한 85개 구역의 8만5000가구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한 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동시에 처리하는 ‘쾌속통합’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전월세와 관련해서는 청년 주거 지원 공약을 내놨다. 청년 월세 보증금에 대한 지원 인원과 기간을 각각 4만2000명, 12개월로 확대하고,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청년 가구를 위한 장기 전세 주택 ‘미리내집’을 매년 4000가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신입생 대상 ‘서울형 새싹원룸’(1만 실), ‘디딤돌 청년주택’(2000가구), 코리빙 하우스(5000가구) 등도 주거 복지 정책으로 내놨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후보 재임 기간(2021~ 2025년) 연평균 재개발·재건축 구역 지정 수는 4만8800가구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 연평균 지정 수(1만3400가구) 대비 3.6배 많았다. 일각에서는 인허가·착공 실적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연구원이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오 후보가 취임한 2021년 8월을 기준으로 취임 전 52개월 24만3000건에서 취임 후 52개월 20만900건으로 13.9% 줄었다. 착공은 같은 기간 36% 감소했다.

서울시장이 향후 5년 서울 집값 결정

서울 주택 공급의 약 90%는 민간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다. 정비사업의 속도와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장이 부동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다. 과거 아파트 높이 ‘35층 제한’처럼 아파트를 얼마나 높고 빽빽하게 지을 수 있는지 결정하는 도시계획 조례 수정 권한도 시장에게 있다. 이는 사업성에 직결돼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2011~2020년) 진행된 ‘뉴타운 해제’가 대표적이다. ‘철거’에서 ‘재생’으로의 정책 방향이 변하면서 아직까지도 서울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의 정책 변화는 향후 서울의 주택 공급 물량과 부동산 시장 방향을 가늠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책의 민감도가 높다 보니 서로에 대한 책임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정 후보는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기간을 겨냥해 “10년의 무능을 심판하겠다”며 현직 시장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오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세제 정책을 비판하며 “민주당 서울시장이 되면 부동산 지옥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표심 흔들기에 나섰다.

지난 4월 29일에는 오 후보가 정 후보의 ‘착착개발’ 공약과 관련해 “(민주당 박원순 시장 시절) 무려 389군데 42만 가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해제한 것부터 반성해야 하는데 난데없이 ‘착착개발’을 들고 왔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선거 때마다 세금 문제를 꺼내 불안을 자극하고 부동산 갈등을 키운다”며 “서울의 토지거래허가제를 즉흥적으로 풀었다가 35일 만에 번복하며 시장 혼란을 키운 장본인”이라고 직격했다.

한강벨트 핵심 지역인 용산 개발을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 오 후보는 지난 5월 8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주택 1만 가구 공급도 가능하다는 정 후보의 구상이 “닭장 아파트 강요”라고 일축했다. 그는 당초 “국토부와 심혈을 기울여 논의한 최적 주택 공급량은 6000가구”라며 정 후보의 공약이 실효성 없는 공약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에 정 후보는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네 번 할 동안 이 땅을 왜 이렇게 내버려 뒀는가”라며 “오세훈식으로 가면 안 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과거처럼 또다시 좌초한다”고 맞불을 놨다.

정부 협치 등 현실성이 '관건'

전세 대책을 놓고도 문제 인식과 처방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오 후보는 전월세 불안의 원인을 정부의 대출 규제, 세금 압박, 공급 차단에서 찾는다. 서울 전역 규제와 다주택자 압박이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있어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대규모 아파트 공급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후보는 현직 시장의 관리 책임과 단기 공급 대책 부재를 문제 삼는다. 재개발·재건축은 10∼15년이 걸리는 만큼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매입임대 등 2∼3년 안에 공급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해법이다. 정 후보는 “오 전 시장과 윤석열 정부 시기 서울의 아파트·빌라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 2022∼2024년 기준 인허가 건수가 직전 10년 대비 62%에 불과하다”며 “무주택 중산층과 서민들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부담할 수 있는 분양가와 임대료의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5년, 부동산 지형을 바꾼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 내용 자체보다는 실현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출 세금 등 수요억제책에 집중하고 있는 현 정부와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정비사업지의 이주비 대출을 막으면서 서울 내 공급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 시장이 정부와의 협치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여당 시장 역시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어렵다는 게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결국 유권자들은 ‘정권 견제론’과 ‘원팀 협치론’ 사이에서 누가 서울의 집값과 주거 문제를 더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따져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