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IFRS18) 도입으로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 기준이 15년 만에 바뀐다. 내년부터는 투자·재무활동을 제외한 대부분 손익이 영업이익에 포함되면서 일회성 자산 매각이나 손상차손까지 반영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마켓 트렌드]
시장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트레이더들. 사진=한국경제
시장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트레이더들. 사진=한국경제
주식 투자자들이 기업의 펀더멘털을 판단하는 양대 지표로는 단연 매출과 영업이익이 꼽힌다. 이 중 영업이익 항목 기준이 내년부터 크게 달라진다. 기업 실적을 바라보는 핵심 가늠자가 달라지는 만큼 새로 도입되는 기준을 꼼꼼히 따져볼 때다. 지주사, 방산 기업, 전자 기업 등을 눈여겨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특히 그렇다.

국내 상장사의 손익계산서가 15년 만에 바뀐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이 바뀌어서다. 회계기준이라니 재미없는 얘기 같지만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영업이익은 실적 시즌마다 주가 움직임의 핵심 변수라서다. 내년부터 기준이 달라지면 기업의 성과 추이가 기존과 비슷한데도 영업이익 숫자가 확 늘거나 쪼그라드는 ‘착시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영업이익 기준 바뀐다…실적 착시 주의보
확 튀는 실적, 꼼꼼히 봐야

IFRS18은 세계 180여 개국이 의무 도입할 국제 기준이다. 기존 IFRS에는 없던 영업손익 개념을 새로 넣었다. 대부분 국가는 새 개념을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

문제는 한국에선 한참 전부터 영업손익 개념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 기업은 매출에서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차감해 영업손익을 표시해 왔다. 주요 지표의 의미가 확 바뀌는 과정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제도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한다. 한국은 상장사의 약 93%가 12월 결산기업인 만큼 반년 뒤인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셈이다.

새 회계기준의 원칙 자체는 간단하다. ‘기업이 투자·재무 활동을 제외한 활동에서 얻은 모든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처분손익, 자산 손상차손, 일회성 충당부채 설정·환입, 기부금 등 기존엔 국내에서 영업외손익으로 구분했던 각종 항목이 영업손익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현재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이고, 기타손익 중 유무형자산 손상차손 100억 원이 발생한 기업은 새 기준을 도입할 경우 영업이익이 900억 원이 된다는 얘기다. 숫자상으로는 100억 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실적 착시’가 더 자주 나올 것이란 게 금융투자 업계의 전망이다. 제조 기업이 공장을 매각해 돈을 번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엔 매각대금을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했지만, 앞으로는 이게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기존 기준만 생각하고 숫자를 보면 공장 매각이라는 일회성 효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기업 펀더멘털을 착각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주사·방산·전자 기업 등 영향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주가 급등락과 ‘가짜 어닝 서프라이즈’ 논란이 그런 사례다. 당시 한화솔루션은 부동산 개발 사업부의 토지 매각 이익 967억 원을 IFRS18 방식으로 회계 처리했다. 도시개발 사업도 하고 있고, 관련 부서를 두고 있어 부지 매각 이익을 영업이익 항목에 넣은 것이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이 IFRS18 기준에 따라 토지 매각 이익을 영업이익에 포함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사진은 한화솔루션 본사가 있는 한화빌딩 모습. 사진=한국경제
지난해 한화솔루션이 IFRS18 기준에 따라 토지 매각 이익을 영업이익에 포함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사진은 한화솔루션 본사가 있는 한화빌딩 모습. 사진=한국경제
규정에 어긋난 바는 없지만 이 때문에 주가는 급히 출렁였다. 공시 당일 투자자들이 영업이익이 급증한 줄로 알고 몰려들었지만, 다음 날 그 영업이익의 90%가 주요 사업이 아니라 토지 매각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투자자들은 급히 매도에 나서며 전날 상승분을 거의 전부 반납했다.

금융투자 업계와 회계 업계 등은 이 기준 변화가 국내 상장사 실적 지표에 전방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연구원은 조사한 17개 업종 중 16개 업종에서 IFRS18 도입 후 영업이익률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연구원이 유효 신용등급 기업 217개 사의 최근 5개년간 손익계산서에 새 기준을 적용해본 결과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코스피 상장사 846개 사의 2024년 재무제표에 IFRS18을 적용해보자 31%에 달하는 263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20% 이상 달라졌다. 100% 이상 바뀐 기업도 63개에 달했다.

한국신용평가연구원은 호텔 및 면세, 항공운송, 철강, 전자, 1차전지, 방위산업, 석유화학 등은 IFRS18 고영향 업종으로 분류됐다. 글로벌 수급 등 경기·환율 민감도가 높아 유·무형 및 리스자산 손상·외화 관련 손실 인식, 충당부채 인식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종군으로 영업이익 흑자에서 한순간에 영업손실 기업으로 변할 위험이 높다.

환율 민감도가 높은 기업들도 실적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외환 손익을 비롯한 일회성 비용도 영업이익에 포함되서다. 환율이 급변동하는 시기라면 영업손익이 기존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들쭉날쭉해진다.

‘본업’ 따라 기준 달라…유의 필요

지주사도 영향이 클 것이라는 게 회계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지주사 여럿은 지분법손익을 영업손익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규정상 지주회사의 사업 목적은 ‘관계기업 등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인 만큼 지분손익도 영업활동에 따른 결과라는 판단에서다.
IFRS 하에서 금융상품 회계처리와 주석공시 세미나가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자산평가 주최로 5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사진=한국경제
IFRS 하에서 금융상품 회계처리와 주석공시 세미나가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자산평가 주최로 5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사진=한국경제
SK하이닉스를 산하에 둔 SK스퀘어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지분율 20.07%) 지분법 손익을 영업손익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IFRS18을 도입하면 지분법손익을 영업손익이 아니라 투자손익으로 봐야 할 수 있다. 지주사들은 IFRS18 도입 직후 재무제표상 영업이익 숫자가 급감하는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IFRS는 지주사가 '관계·공동·종속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주된 사업활동으로 규정할 경우 기업이 분류 방법을 선택하게 할 전망이다.

같은 거래로 발생한 이익을 기업마다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할 거리다. IFRS18에 따르면 회사가 어떤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볼지 기준은 ‘이익을 낸 활동이 회사의 주된 사업 영역에서 발생했는가’다.

즉, 은행이나 투자전문사 등 투자·재무 활동을 주로 하는 기업은 투자·이자수익 등을 영업이익으로 잡아야 한다. 반면 제조사가 본업이 아닌 투자로 이익을 냈다면 이는 투자이익으로 잡힌다. 반대로 제조 기업이 부지를 임대해 수익을 냈다면 이 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그룹 내 기업이 한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주된 사업 내용’이 구분 기준인 만큼, 자회사에서 영업이익으로 분류된 항목이라도 연결재무제표에서는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룹 전체 관점에서 주된 사업 활동을 구분해서다.

기업 소식도 꾸준히 확인해야

모회사가 제조 기업이고, 자회사가 보험·캐피털사 등 금융 기업일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자회사가 이자·리스 수익을 영엽이익으로 잡겠지만, 제조사인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선 이 수익이 비영업수익 투자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기존과의 실적 추이를 비교하고 싶다면 일단은 주석을 보면 된다. 정부는 새 제도 연착륙을 위해 내년부터 3년간은 현행 영업손익을 주석으로 공시하게 할 방침이다. 기존 기준과 새 기준에 따라 영업손익이 각각 얼마로 집계됐는지, 산출된 금액 간 차이는 왜 일어났는지도 주석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다만 주석은 정기결산 때만 작성하게 돼 있다. 투자자가 주석을 확인할 수 없는 잠정실적 공시 등의 경우엔 기존 영업이익 항목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투자 기업의 소식을 꾸준히 확인하며 일회성 거래 등을 파악해야 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기준 바뀐다…실적 착시 주의보
영업이익 기준 바뀐다…실적 착시 주의보
영업이익 기준 바뀐다…실적 착시 주의보
영업이익 기준 바뀐다…실적 착시 주의보
선한결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