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한국 증시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지만, 일각에서는 주가 상승 속도가 기업 가치보다 너무 빠르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추격 매수보다 ‘성장하는 저평가 기업’을 선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김성노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쏠림의 시대…역발상에 답이 있습니다”
코스피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포모(FOMO·상승 소외 공포) 심리도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성노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을 무조건 낙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경고한다. 그는 “인공지능(AI) 사이클이 과거보다 길어진 것은 맞지만, 현재 반도체 밸류에이션은 이미 정보기술(IT) 버블 당시를 넘어선 수준”이라며 “지금은 무작정 주도주를 추격하기보다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저평가 종목을 선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극단적인 수급 쏠림’을 꼽았다. 반도체와 로봇 관련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인터넷, 게임, 바이오, 자동차부품 등 다른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지금은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저주가수익비율(PER) 기업들이 향후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금리·물가 변수, 글로벌 유동성 변화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스피와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강한데,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일단 지금 시장 흐름은 단순한 유동성 장세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좋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적을 기반으로 한 유동성 랠리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일부 로봇 관련주나 자동차주의 흐름을 보면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만 봐도 자동차 본업 실적보다는 로봇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강하죠. 지금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비싼 수준입니다. 과거 도요타가 글로벌 1등이었을 때도 PER 10배 수준이었는데, 한국 자동차 업종은 과거 평균 대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결국 시장은 미래 성장성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는 실적 장세지만, 일부 업종은 유동성이 과도하게 밀어 올리는 구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장은 역시 반도체가 핵심이라는 의미인가요.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반도체 실적입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지금 수준의 실적이 유지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죠. 만약 지속 가능하다면 한국 증시 체질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판단하기 이릅니다. AI 사이클이 본격화된 지가 이제 3년 정도 됐습니다. 2023년 5월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시작됐죠. 과거 반도체 업황 사이클은 보통 가장 길어야 2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이클은 이미 12분기 수준까지 길어졌습니다. 분명 이전보다 길어진 건 맞습니다. 하지만 과거 IT 버블 때도 시장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이클이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기대했지만 결국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죠. 지금도 비슷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AI 투자가 과도하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규모는 상당히 큽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과거 순현금 기업이던 회사들이 이제는 채권까지 발행하면서 투자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구글 같은 기업도 초장기 채권 발행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결국 프리캐시플로를 넘어서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AI 투자를 좀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비 투자와 소프트웨어 투자로 구분해야 하거든요. 장비 투자는 어느 정도 피크아웃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보다는 증가율이 둔화됐습니다. 반면 소프트웨어 쪽은 여전히 성장 국면입니다. 다시 말해, 시장은 AI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매수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많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는데, 배경이 뭔가요.
“고점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현재 한국 반도체 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이 5.6배 정도인데, IT 버블 당시 최고점이 3.1배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비슷합니다. 현재 PBR이 9배 수준인데 역사적 평균은 4배대 중반입니다. 결국, 미국과 한국 모두 역사적 평균 대비 거의 2배 수준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기 투자자라면 조금씩 비중을 줄여 나가는 전략이 맞다고 조언합니다. 단기 트레이딩은 개인 판단의 영역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과열 신호가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의견을 일부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 D램 스폿 가격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AI 투자 확대로 가격이 급등했지만, 결국 가격 상승이 지나치게 빠르면 투자 부담도 커집니다. 지금은 D램만 오르는 게 아니라 주변 메모리 가격도 다 같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투자 수요가 일부 둔화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시장 전체가 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론 현재 주가가 800달러 수준인데 글로벌 평균 목표주가는 600달러 수준입니다. 그만큼 시장도 현재 주가 수준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지금은 D램 업황 하나로 모든 자금이 쏠리는 구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냉정하게 밸류에이션을 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PER 기준으론 아직 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도체는 원래 업황 정점에서 PER이 낮게 보입니다. 그게 함정입니다.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에는 PER이 급격히 낮아지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PER만 보면 항상 싸 보입니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70%를 넘었습니다. 어떤 달은 80% 가까이 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영업이익률 70~80%라는 건 사실상 제약·바이오 수준입니다. 그것도 매출총이익률이 아니라 영업이익률이요. 그런데 이게 영구적으로 지속될 거라고 보는 건 무리입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 특성상 좋을 때는 강한 이익 성장을 보이지만, 업황이 둔화되면 실적이 빠르게 조정되기도 합니다.”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와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십니까.
“가장 큰 차이는 AI 투자와 반도체 설비투자 사이에 약 5분기 정도의 시차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갭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AI 수요가 폭증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실상 ‘특수 산업’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기가 좋아지면 출하가 늘고 기업들이 재고를 축적하면서 가격 상승이 제한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재고는 바닥 수준인데 공급이 충분히 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겁니다. 반도체 재고순환 지표를 봐도 여전히 재고는 낮고 출하는 제한적인 상태입니다. 향후 출하 증가와 재고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때는 경계해야 합니다.”
“쏠림의 시대…역발상에 답이 있습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은 어떻게 보시나요.
“오히려 소부장 쪽은 아직 후행 수혜 구간이라고 봅니다. 반도체 업체들의 본격적인 투자 확대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됐거든요. 결국 소부장 업체들은 이제부터 베네핏을 누리는 구간에 진입하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메모리 업체들과 동시에 움직였는데 지금은 투자 시차 때문에 오히려 소부장이 후반부 수혜를 받는 구조입니다. 현재 IT 업종 내에서는 소부장을 더 좋게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실 매크로는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럽이 문제입니다. 미국은 에너지 자급이 가능하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거든요. 천연가스 가격 충격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지금 유럽 경제 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거의 유사한 흐름입니다. 특히 산업재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유가가 내려간다고 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은 아닙니다. 결국 유럽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환경입니다.”

미국 금리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현재 미국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테일러 준칙 기준으로 봐도 적정금리가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대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금리 인상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금리 인하 역시 현실성이 낮습니다. 결국 미국은 동결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변수는 유럽입니다. 경기 둔화에도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 방산, 전력기기 같은 산업재 강세는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지금 조선, 방산, 원전 같은 업종은 수주잔고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큽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수주 기대만으로 지나치게 올라간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2011년 삼성엔지니어링입니다. 당시 수주잔고 기대감으로 PBR이 10배 이상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후 급락했죠. 지금 전력기기 업종도 상당히 비쌉니다. 물론 과거와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분명 존재합니다. 따라가기는 리스크가 큰 구간입니다.”

오히려 지금 소외된 업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지금 시장은 수급이 극단적으로 쏠려 있습니다. 반도체와 로봇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인터넷, 게임, 바이오, 자동차부품 같은 업종은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게임 업종은 실적이 잘 나와도 수급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과거 IT 버블 때도 TMT(기술·미디어·통신)만 올라가고 전통 산업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 결국 가치주가 올라갑니다. 지금은 오히려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어떤 업종을 눈여겨보십니까.
“성장성과 저평가를 동시에 갖춘 기업들입니다. 저는 ‘성장 가치주’가 가장 좋다고 봅니다.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도 낮은 멀티플을 받는 기업들이죠. 바이오 쪽에서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괜찮다고 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들입니다. CDMO는 일반 제약사와 달리 마케팅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성이 좋아집니다. 또 인터넷·게임 업종도 지나치게 소외돼 있습니다. 자동차부품주 가운데 PER 2~4배 수준인 기업들도 많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결국 장기적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코스닥은 상당 부분 클린업이 필요합니다. 주요 기업 기준 PER은 20배 후반 정도인데, 전체 시장 기준으로는 100배를 훌쩍 넘습니다. 적자 기업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겁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수급 구조가 강해졌기 때문에 정책 기대감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되는 시장이 됐습니다. 코스닥도 실적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달러 환율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1500원 정도면 사실상 상단 영역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굉장히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래라면 환율이 내려가야 하는 구조죠. 그런데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차익 실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 상승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계속 매도 물량이 나오는 겁니다. 결국 지금 한국 증시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코스피 전체 이익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워낙 커졌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의 FOMO 현상이 상당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이럴 때일수록 기업 가치를 봐야 합니다. 실적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들고 가야 합니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조급함입니다. 안 오른 종목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미 급등한 종목만 따라다니다 보면 결국 가장 비싼 가격에 사게 됩니다. 시장은 결국 돌고 돕니다. 테마도 돌고 수급도 돌죠.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자기만의 기준과 철학이 중요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