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해 대출과 세금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가 1주택자에 대한 핀셋 규제가 실행되면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중산층 전체의 자산 형성 의지를 꺾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정석]
현재 논의 중인 '비율공제'에서 생애 1회, 최대 2억 원 정액 세액공제로의 전환은 고가주택 장기보유자에게 치명적이다. 기존의 80%를 공제받던 서울 주요 단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이 개편안 적용 시 기존 대비 몇 배나 급증할 수 있다. 거주에 따른 혜택만 보장하고, 보유에 따른 혜택을 완전히 삭제하려는 법안도 발의됐다.
하지만 1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허상일 수밖에 없다. 1주택자 규제는 매물 유도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집을 파는 행위는 동시에 '새로운 집을 사야 하는 수요'를 창출한다. 즉, 시장 전체의 순공급은 0에 수렴한다. 따라서 1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시장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장특공 혜택을 50%로 줄이려는 법제화가 무산된 바 있다. 특히 장특공 혜택 축소와 고가주택 기준 강화는 오히려 1주택자의 버티기를 유도해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년 전 대비 약 50% 감소한 1만5000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는 다양한 규제로 인해 임대차 시장의 전세 공급은 증발 수준으로 줄었다. 평균 전세 가격 또한 폭등하는 중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이 6억8000만 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규제의 부작용이 심각한 상태에서 1주택자의 매물마저 잠긴다면 서울 임대차 시장은 폭발 직전으로 가게 된다.
직장, 교육, 해외 파견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를 '비거주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행정력을 가지고 불가피한 비거주 1주택자를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주택 시장의 안정은 장기 실거주자와 보유자들에 의해 유지된다. 이들에 대한 혜택(장특공제 등)을 줄이는 것은 국민들에게 '집을 오래 가지고 있어도 소용없구나'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자산가들에 대한 세금 폭탄보다, 평범한 1주택자가 느끼는 '예상치 못한 세 부담'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더 큰 파괴력을 가진다.
대기업 해외 주재원으로 5년간 파견을 갔다 온 A씨는 귀국 후 집을 팔려고 보니, '실거주 미비'로 인해 수억 원의 양도세 폭탄을 맞게 됐다. 정부는 이를 투기라 부르지만, A씨 입장에선 주거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한 셈이다. 부모님 병간호를 위해 일시적으로 거소를 옮겼거나, 자녀 학교 문제로 전세를 살며 본인 집을 임대로 준 1주택자에게 실거주라는 경직적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 누가 이들을 투기했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해외 선진국들도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 투기는 엄격히 규제하되, 장기 보유에 대해서는 확실한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독일은 실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장기보유를 장려하는 강력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거주하지 않는 집이라도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가 100% 면제된다. 일본도 보유 기간 5년을 기준으로 세율이 크게 달라지며 10년을 넘기면 혜택이 더 커진다.
미국도 중산층의 주거 이동과 자산 형성을 방해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춘다.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에 대해서는 일반 소득세율보다 훨씬 낮은 장기 자본이득세율을 적용한다. 1주택자가 더 나은 주거지로 이동할 때 세금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설계돼 있다.
자녀가 커 가면서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는 3040세대에게 장특공 혜택을 줄이거나 폐지하려는 정부의 규제는 성장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격이다. 장특공 혜택이 줄어들게 되기만 해도 국민들은 이사를 포기하고 낡은 집에 주저앉게 된다.
고가 1주택자에 대한 핀셋 규제가 결국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중산층 전체의 자산 형성 의지를 꺾고, 주거 하향 이동만을 강요하게 된다. 규제의 칼날이 투기꾼이 아닌 ‘선의의 1주택’의 퇴로를 겨눌 때, 시장은 안정이 아닌 왜곡으로 응답할 수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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