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의 악재도, 항공편 무더기 결항도 전 세계 시계 덕후들의 집요한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막을 내린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eva)’는 파인 워치메이킹이 얼마나 대담하고 유쾌해질 수 있는지 증명하는 완벽한 문화적 심장부였다.
[스페셜 리포트 PART 1.]
지난 4월 14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WG는 단지 신작을 늘어놓는 ‘전시의 장’을 넘어 경험과 감동을 공유하는 진정한 ‘문화의 장’으로 고동쳤다. 약 6만 명의 방문객(전년 대비 +9%)이 행사장인 팔레스포(Palexpo)를 가득 메웠고, 주말 퍼블릭 티켓 2만5000장은 빛의 속도로 완판(+9%)됐다. 특히 젊은 세대의 유입이 두드러진 가운데, 로저 페더러, 패트릭 뎀프시, 어셔, 조지 러셀 등 글로벌 톱 셀러브리티들이 출석 도장을 찍으며 축제의 온도를 높였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상에서 해시태그 #watchesandwonders2026의 도달 수는 무려 9억 회를 돌파하며 10억 명(+29%)에 육박하는 대중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번 WWG는 박람회장 문을 열고 나와 제네바 시내 중심가 전체를 통째로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올해 처음 선보인 ‘몽트뢰 재즈 클럽’ 프로그램은 매일 저녁 매진 행진을 이어갔고, 라이브 콘서트에 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환호했다. 목요일 밤의 ‘나이트 오프닝’에는 역대 최다 인파가 운집하며 도시 전체가 시계의 리듬에 맞춰 밤새 들썩였다.
완전히 더하거나, 완전히 덜어내거나
올해 제네바에서 목격한 메종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디자인은 덜어내고, 메커니즘은 극한으로 더했다는 것.
우선 ‘이건 남성용, 저건 여성용’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는 완전히 지워졌다. 경계를 허문 중립적인 디자인 위에, 하우스의 정체성을 가르는 강력한 한 끗으로 ‘컬러’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특히 클래식한 블루에 이어 깊고 이색적인 그린 다이얼의 다채로운 변주가 눈부시다. 사이즈 역시 방패만 한 지름 40mm 이상 오버사이즈 시대도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손목 위 안정된 균형감을 주는 지름 36~39mm의 ‘스위트 스폿’ 사이즈가 완전히 안착했다. 여기에 인공적인 다이얼에 싫증을 느낀 메종들은 자연적인 천연석 고유의 결에 눈을 돌렸다. 다이얼을 넘어 브레이슬릿과 버클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예술품처럼 입체적인 질감을 부여해, 손목 위에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경이로움을 박제한 듯한 미학을 선사한다.
메커니즘 측면에서는 얼마나 복잡한 기능을, 얼마나 극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듯했다. 중력을 비웃는 ‘투르비용’, 시간의 흐름을 쪼개는 ‘크로노그래프’,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각각만으로도 까다로운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한 몸에 얹어낸 마스터피스들이 즐비했다. 뼈대를 훤히 드러낸 스켈레톤과 오픈워크 무브먼트의 강세 역시 여전하다. 복잡한 기계식 뇌 구조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면서, 브랜드 고유의 위트와 정체성을 얹는 대담한 시도가 이어졌다. 여기에 인간의 손길 끝에서 피어난 예술 장인 공법,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의 희소성까지 결합하며 파인 워치메이킹은 올해도 경이로운 진화를 이뤄냈다.
그럼 이제, 제네바를 뒤흔들고 당신의 손목을 저격하러 온 위대한 마스터피스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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