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산업과 자본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김학주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는 AI를 인류의 생산성 한계를 뛰어넘게 할 핵심 기술로 평가하며, 앞으로 반도체·전력·휴머노이드·양자컴퓨터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거대한 변화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커버스토리] 베스트셀러의 통찰 - 김학주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텐배거 포트폴리오> 저자
“종목보다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주가 국내 증시를 이끌면서 투자자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반도체 이후’로 향하고 있다. AI 투자 열풍은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으며, AI 경쟁은 국가 경쟁력과 산업 질서, 나아가 경제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의도 전설이 찾은 해답 ‘고령화’

김학주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해답을 개별 종목이 아닌 시대적 흐름에서 찾는다. 김 교수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하며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를 두루 경험한 투자 전문가다. 2001~2007년 7년 연속 자동차 산업 베스트 애널리스트, 2006~2008년 3년 연속 홍콩 경제지 아시아머니 선정 한국 최우수 애널리스트에 오르는 등 여의도를 대표하는 리서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2015년 한동대 교수로 변신한 그는 기술과 투자를 함께 연구해 왔으며, 올해 초 펴낸 저서 <텐배거 포트폴리오>(페이지2북스)를 통해 반도체와 광통신, 전력 인프라, 소형모듈원전(SMR),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 미래 산업의 큰 지도를 그려낸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AI를 이야기하면서도 기술보다 먼저 인구구조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AI 혁명의 출발점을 챗GPT나 엔비디아에서 찾지만, 김 교수의 시선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에 닿아 있다. 그가 꼽는 세계 경제의 가장 거대한 흐름은 바로 고령화다.

의학 기술의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사람들은 더 오래 살게 됐다. 개인에게는 축복이지만 국가 경제에는 새로운 과제를 안긴다. 연금과 의료비 부담은 커지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까지 확산되며 세계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저는 원래 종목보다 시대를 먼저 보는 편입니다. 지금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라고 생각합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연금을 더 오래 지급해야 하고 의료비 부담도 커집니다. 연기금 역시 미래에 지급해야 할 규모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결국,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기반은 약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변화가 결국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복지 수요는 확대되는데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면서 정부 재정은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 단계다.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체의 자산 가치와 생산성이 함께 증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스템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잃게 된다. “부채가 늘어나는데 자산이 늘어나지 않으면 시스템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AI 버블보다 무서운 생산성 정체

김 교수는 여기서 AI 투자 열풍의 배경을 읽는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결국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게 되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미래 산업으로 자금을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AI 붐 역시 단순한 기술 트렌드라기보다 인구구조 변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흐름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AI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이 요구하는 생산성 혁신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에 풀린 돈은 결국 미래 성장 산업을 향하게 됩니다. 제가 AI를 주목하는 이유도 단순히 성장 산업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생산성 혁신 때문입니다. 그동안 경제는 얼마나 많이 생산할 것인가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같은 자원과 같은 노동력으로 얼마나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즉, 미래 경제는 효율성 경쟁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풋보다 훨씬 큰 아웃풋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생산성 혁신을 이끌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AI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AI 열풍을 두고 닷컴 버블을 떠올리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AI를 단순히 ‘버블’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주가의 등락이 아니라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신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그 이면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난 부채가 존재한다. 그는 이를 인류가 생각보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성장해 온 결과라고 진단한다. 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랐고, 경제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미래의 부담을 계속 앞당겨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누적된 비효율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AI는 새로운 산업 하나가 아닙니다. 앞으로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AI가 일부 빅테크 기업만 돈을 버는 기술이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AI가 진짜 혁명이 되려면 일반 대중도 생산성을 높이고 돈을 벌 수 있어야 합니다. AI는 단순한 비용 절감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 돼야 합니다.”

그는 1929년 대공황 사례를 언급하며 생산성과 소비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결국 대공황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기업만 이익을 독점하는 기술에 머문다면 지속 가능한 혁명이 될 수 없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구글·MS·아마존·메타의 공통 목표
“종목보다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김 교수는 AI 시대 최대 수혜국으로 미국을 꼽는다. 단순히 기술력이 앞서 있어서가 아니다. AI 산업을 바라보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는 각각 검색과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들 기업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바로 인간의 일상 전반을 관리하는 범용 AI 플랫폼 구축이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향점은 같습니다. 결국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내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원스톱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혈액 데이터를 보여주면 현재 건강 상태를 분석해주고 앞으로 어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까지 제안하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AI가 매우 편리하면서도 강한 록인(lock-in) 효과를 가진 서비스가 됩니다. 사용자는 가장 똑똑하고 성능이 뛰어난 AI 플랫폼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현재의 AI가 생각보다 비효율적인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고가의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이유로 AI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더 똑똑한 AI를 확보하는 것이 시장 주도권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받고 있지만, 단순히 반도체를 많이 파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익을 미래 산업에 어떻게 재투자하느냐입니다.”
“종목보다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그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찾는다.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투자해 왔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M&A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평가한다. 김 교수의 시선은 이미 ‘포스트 반도체’ 시대로 향해 있다. AI 산업이 성숙할수록 핵심 과제는 더 많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CXL(Compute eXpress Link)과 광통신 기술이다. 김 교수는 현재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이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는 최대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설비를 구축하기 때문에 상당수 장비가 평상시에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그래픽처리장치(GPU) 활용 방식의 변화로 설명한다.
“종목보다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가 가장 바쁜 시간에 GPU 10개가 필요하다면 지금은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10개를 모두 보유해야 합니다. 하지만 레이저 광통신 기술이 발전하면 다른 지역에 있는 GPU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항상 10개를 갖춰 둘 필요가 없어집니다. 자연스럽게 비용은 줄고 자원 활용 효율은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반도체 이후의 승자가 누구인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AI 산업의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기술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다음 경쟁은 반도체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확보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은 로봇이 아니라 학습

김 교수는 AI 산업의 다음 무대로 휴머노이드를 꼽았다. 지금까지 AI가 데이터센터와 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노동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공장에서 일하고 물류창고를 관리하며 위험한 작업까지 대신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는 지금까지 컴퓨터 안에서만 존재했습니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인간 사회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실제 일을 대신할 수 있는 AI입니다. 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옮기고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AI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휴머노이드는 새로운 로봇이 아니라 AI가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 역시 로봇 하드웨어 자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실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학습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휴머노이드의 핵심은 로봇이 아니라 학습입니다. 사람도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배우고 숙련됩니다.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조선소에서는 어떤 작업 순서가 가장 효율적인지, 반도체 공정에서는 어떤 실수가 반복되는지 끊임없이 학습해야 합니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로봇을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켰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 제조업이 휴머노이드 시대에 중요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AI 시대에는 단순한 수요자가 아니라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기업들이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한국 기업들은 그 두뇌가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경험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 제조업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 중국에 자동차 공장을 지을 때 제너럴모터스(GM)는 4년이 걸렸지만 현대자동차는 1년 반 만에 완공했습니다. 이 말은 생산 공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동차 공정은 현대차가 가장 잘 압니다. 반도체 공정은 삼성전자가 가장 잘 압니다. 조선 공정은 HD현대나 한화오션이 가장 잘 압니다. 결국 AI 기업들이 뇌를 만든다면 한국 기업들은 그 뇌가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경험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결국 한국 제조업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목보다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반도체 이후 병목…전력 전쟁 시작

김 교수는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새로운 병목현상이 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결국 AI 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전력이라는 설명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를 짓는 속도에 비해 전력망 확충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까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AI 산업을 이야기할 때 반도체와 GPU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국 그 장비들을 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소비합니다. 앞으로 AI 모델이 고도화되고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전력 문제는 더 이상 부수적인 이슈가 아니라 산업 성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전기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필요한 곳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전 설비가 늘어나더라도 송전망 구축이 뒤따르지 못하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는 배경도 이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 주요 기업들은 원전 및 차세대 원전 기술 관련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는 SMR에 주목했다.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규모가 작고 설치가 유연해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는 SMR이 상당히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는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게 될 텐데, 그때마다 장거리 송전망을 새로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직접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SMR의 필요성과 경제성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생각보다 빨리 온다
“종목보다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AI 이후의 차세대 기술로 양자컴퓨터를 주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자컴퓨터는 상용화까지 수십 년이 남은 미래 기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AI의 발전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계산을 압도적인 속도로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외부 환경에 민감해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 오랫동안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김 교수는 바로 이 문제를 AI가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AI와 양자컴퓨터를 각각 별개의 기술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로를 발전시키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문제는 오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이느냐인데, AI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AI를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AI가 양자컴퓨터를 발전시키고, 양자컴퓨터는 다시 AI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오해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대다수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각과 다른 관점에서 본질을 바라볼 때 비로소 큰 투자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엔비디아를 꼽았다. 오늘날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장은 엔비디아를 단순한 GPU 제조 업체 정도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당시 시장은 엔비디아를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회사 정도로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진짜 가치는 GPU가 아니라 AI 생태계에 있다고 봤습니다. 단순히 반도체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개발자와 기업들이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이 보지 못한 본질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반도체 성능만이 아니라 쿠다(CUDA)를 중심으로 구축된 개발 생태계에서 나왔다. 개발자들이 한번 엔비디아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지고,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김 교수는 시장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시기에 엔비디아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종목보다 먼저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남겼다.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에 집착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목보다 먼저 흐름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돈의 물길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됩니다. 그리고 한 번 형성된 거대한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매일 주가를 예측하려고 하기보다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결국 좋은 투자는 종목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읽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