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6·3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이슈]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배후 주거지로 주목받으며 6월 둘째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지나는 동탄역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국경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배후 주거지로 주목받으며 6월 둘째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지나는 동탄역 인근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국경제
‘6·3 지방선거’ 이후 수도권 집값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 직전 ‘반짝 매물’로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강남은 물론 서울 외곽, 경기 남부 할 것 없이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특히 경기도 화성시 동탄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벨트’가 과열 분위기다. 동탄 아파트 가격이 한 주 새 0.2% 가까이 오르며 2021년 이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은 선거 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 쏠려 있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다주택자와 투기적 수요 등에 대한 규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규제지역을 추가로 지정하고 대출 세금 규제를 강화하는 수요 억제책을 이어갈지, 이주비 등 일부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것인지에 따라 하반기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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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닉스 효과’…동탄 2% 급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삼전 닉스 성과급’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화성 동탄 신도시 등 반도체 벨트로 묶인 지역들에 매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지난 8일 기준) 화성 동탄의 아파트 가격이 1.98% 올랐다. 전주(0.60%)의 3배다. 202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이뤄지던 2020년 7월 세종시가 기록한 2.95%다. 반도체 경기 호황과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 계획, 비규제지역에 따른 투자 수요 등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남 분당 등 인근 지역과 달리 동탄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전세 낀 매매를 할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지나는 동탄역 인근 단지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성남 분당(0.62%)과 중원(0.48%), 안양 동안(0.4%), 성남 수정(0.38%), 수원 영통(0.34%) 등 경기 남부 지역 오름폭이 큰 데도 반도체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평택도 0.14% 올랐다. 2024년 2월 셋째 주(-0.03%) 하락 전환한 뒤 약 2년 4개월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다주택자 급매장이 끝난 서울도 상승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0.27% 상승하며 전주(0.25%)보다 오름폭이 0.02%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3월 0.03%까지 둔화한 상승률은 이후 반등해 최근 5주 동안 0.2%를 웃돌았다. 지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이후 급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저가 지역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과 한강벨트에서도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은 상승 폭이 0.3%를 넘었다. 강서(0.42%), 구로(0.40%), 도봉(0.39%), 동대문(0.39%), 성북(0.35%), 강북(0.34%) 등 주로 중저가 지역이다. 성북은 올해 들어 7.02% 올라 자치구 중 처음 7%대에 도달했다. 여기에 강남(0.25%), 서초(0.2%), 송파(0.33%) 등 강남 3구와 광진(0.32%), 영등포(0.31%), 동작(0.31%), 성동(0.21%) 등 한강벨트도 상승하면서 서울 집값을 떠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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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난이 부추기는 매매가 불안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으로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을 꼽는다. 구조적 공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와 주택담보대출 후 3개월 내 전입 등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탓이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소유자가 실입주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인기 지역의 기존 전월세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KB부동산 월간주택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누적 상승률은 14.7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은 6.77%, 월세는 8.99% 올랐다. 전세 물건이 줄면서 월세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2017년 4월 65.6%에서 올해 4월 50.2%로 15.4%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34.4%에서 49.8%로 확대됐다. 10년 전 31.3%포인트였던 전월세 비중 격차가 올해 0.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32% 올라 전주(0.29%)보다 0.03%포인트 높아졌다. 2015년 10월 넷째 주(0.33%) 이후 10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성동(0.64%), 도봉(0.55%), 송파(0.53%), 강북(0.48%), 노원(0.42%)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월세난에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매매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최근 도봉구 집값이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0.19% 올라 2년 6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최근 주택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이 매매값에 미치는 영향은 2020년 이후 강화되는 추세다. 1988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전세가격지수 변동률과 1986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매매 가격과 전셋값의 동태적 영향력 등을 분석한 결과 전셋값 변동은 매매 가격에 3~9개월의 중장기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다.

드러난 부동산 표심, 정책 변수 될까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정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6월 4일 서울시청으로 들어가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정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6월 4일 서울시청으로 들어가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준 것에 대해 부동산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향후 예정된 규제의 정도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매매가가 크게 오른 지역의 소유자들은 부동산 세금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 가격이 6000만 원을 넘은 자치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마포·양천·광진·강동구 등 9곳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이 중 성동구와 마포구를 제외한 7곳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앞섰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가 전통적 고가 아파트 지역이라면 양천·광진·강동구는 새로 6000만 원대에 올라선 한강벨트다. 강남 3구뿐 아니라 강남 밖 한강변 생활권에서도 집값과 재건축, 대출 규제에 민감한 표심이 오 후보에게 힘을 실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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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난으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커진 청년층의 불만도 표심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서울 427개 행정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동일수록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청년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행정동 가운데 광진구 화양동, 서대문구 신촌동, 성동구 사근동, 동대문구 회기동, 관악구 낙성대동, 성북구 안암동, 영등포구 영등포동 등 7곳에서 보수 후보가 우세했다.

지난 6월 3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5.3%, 30대 남성의 61.8%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 2020년대 들어 젊은 남성의 보수화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언급해 왔던 규제 방향을 유지할 것이란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부동산 투기”라며 “여러 채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갖게 하자”고 했다. 또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보유세 강화·규제지역 지정 ‘임박’

선거를 마친 정부는 미뤄 왔던 부동산 정책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을 총망라해 7월 전후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개편안에 보유세 강화,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무임대기간을 채운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고삐 풀린 동탄 집값…‘선거 끝난’ 이재명 정부의 카드는
금융당국은 투기적 목적의 전세대출을 차단하기 위한 ‘삼중 규제’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지역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현행 80%에서 70% 안팎까지 낮추고, 비거주 1주택자의 신규 전세대출의 원칙적 금지,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부 적용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전세대출이 빚을 추가로 일으키는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비거주 1주택의 규제 범위에서 어디까지 ‘예외’를 둘 것인지도 뜨거운 감자다. 비거주 1주택자와 관련한 규제를 시행하기 위해선 부모 봉양이나 직장 이동, 질병 치료,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예외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투기 수요로 분류할 경우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탄 집값이 크게 뛰면서 추가 규제지역 지정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동탄은 화성시 행정구역 개편이 적용된 올해 2월 1일 이후 6월 8일까지 누적 7.19% 상승했다. 규제지역 지정 정량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다.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1.5배 초과가 기준이다. 경기도의 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8%였다.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는 비아파트 규제를 완화하고, 유휴부지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서 발표한 공급 부지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추가 유휴지를 발굴하는 내용을 담은 공급 대책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사비, 관계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효과를 담보하기 쉽지 않다. 대규모 공급을 계획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1만 가구), 노원구 태릉골프장(6700가구) 등은 서울시와의 의견 차이부터 조율해야 한다.

이유정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