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6·3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이슈]
시장의 관심은 선거 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 쏠려 있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다주택자와 투기적 수요 등에 대한 규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규제지역을 추가로 지정하고 대출 세금 규제를 강화하는 수요 억제책을 이어갈지, 이주비 등 일부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것인지에 따라 하반기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삼전 닉스 성과급’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화성 동탄 신도시 등 반도체 벨트로 묶인 지역들에 매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지난 8일 기준) 화성 동탄의 아파트 가격이 1.98% 올랐다. 전주(0.60%)의 3배다. 202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이뤄지던 2020년 7월 세종시가 기록한 2.95%다. 반도체 경기 호황과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 계획, 비규제지역에 따른 투자 수요 등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남 분당 등 인근 지역과 달리 동탄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전세 낀 매매를 할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지나는 동탄역 인근 단지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성남 분당(0.62%)과 중원(0.48%), 안양 동안(0.4%), 성남 수정(0.38%), 수원 영통(0.34%) 등 경기 남부 지역 오름폭이 큰 데도 반도체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평택도 0.14% 올랐다. 2024년 2월 셋째 주(-0.03%) 하락 전환한 뒤 약 2년 4개월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다주택자 급매장이 끝난 서울도 상승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0.27% 상승하며 전주(0.25%)보다 오름폭이 0.02%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3월 0.03%까지 둔화한 상승률은 이후 반등해 최근 5주 동안 0.2%를 웃돌았다. 지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이후 급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저가 지역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과 한강벨트에서도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은 상승 폭이 0.3%를 넘었다. 강서(0.42%), 구로(0.40%), 도봉(0.39%), 동대문(0.39%), 성북(0.35%), 강북(0.34%) 등 주로 중저가 지역이다. 성북은 올해 들어 7.02% 올라 자치구 중 처음 7%대에 도달했다. 여기에 강남(0.25%), 서초(0.2%), 송파(0.33%) 등 강남 3구와 광진(0.32%), 영등포(0.31%), 동작(0.31%), 성동(0.21%) 등 한강벨트도 상승하면서 서울 집값을 떠받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으로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을 꼽는다. 구조적 공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와 주택담보대출 후 3개월 내 전입 등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탓이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소유자가 실입주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인기 지역의 기존 전월세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KB부동산 월간주택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누적 상승률은 14.7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은 6.77%, 월세는 8.99% 올랐다. 전세 물건이 줄면서 월세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2017년 4월 65.6%에서 올해 4월 50.2%로 15.4%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34.4%에서 49.8%로 확대됐다. 10년 전 31.3%포인트였던 전월세 비중 격차가 올해 0.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32% 올라 전주(0.29%)보다 0.03%포인트 높아졌다. 2015년 10월 넷째 주(0.33%) 이후 10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성동(0.64%), 도봉(0.55%), 송파(0.53%), 강북(0.48%), 노원(0.42%)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월세난에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매매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최근 도봉구 집값이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0.19% 올라 2년 6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최근 주택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이 매매값에 미치는 영향은 2020년 이후 강화되는 추세다. 1988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전세가격지수 변동률과 1986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매매 가격과 전셋값의 동태적 영향력 등을 분석한 결과 전셋값 변동은 매매 가격에 3~9개월의 중장기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다.
드러난 부동산 표심, 정책 변수 될까
매매가가 크게 오른 지역의 소유자들은 부동산 세금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 가격이 6000만 원을 넘은 자치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마포·양천·광진·강동구 등 9곳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이 중 성동구와 마포구를 제외한 7곳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앞섰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가 전통적 고가 아파트 지역이라면 양천·광진·강동구는 새로 6000만 원대에 올라선 한강벨트다. 강남 3구뿐 아니라 강남 밖 한강변 생활권에서도 집값과 재건축, 대출 규제에 민감한 표심이 오 후보에게 힘을 실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3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5.3%, 30대 남성의 61.8%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 2020년대 들어 젊은 남성의 보수화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언급해 왔던 규제 방향을 유지할 것이란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부동산 투기”라며 “여러 채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갖게 하자”고 했다. 또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보유세 강화·규제지역 지정 ‘임박’
선거를 마친 정부는 미뤄 왔던 부동산 정책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을 총망라해 7월 전후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개편안에 보유세 강화,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무임대기간을 채운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탄 집값이 크게 뛰면서 추가 규제지역 지정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동탄은 화성시 행정구역 개편이 적용된 올해 2월 1일 이후 6월 8일까지 누적 7.19% 상승했다. 규제지역 지정 정량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다.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1.5배 초과가 기준이다. 경기도의 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8%였다.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는 비아파트 규제를 완화하고, 유휴부지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서 발표한 공급 부지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추가 유휴지를 발굴하는 내용을 담은 공급 대책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사비, 관계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효과를 담보하기 쉽지 않다. 대규모 공급을 계획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1만 가구), 노원구 태릉골프장(6700가구) 등은 서울시와의 의견 차이부터 조율해야 한다.
이유정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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