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34 - 경기도 평촌 신도시
경기의 대치, 평촌
경기의 대치, 평촌
1기 신도시 5총사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안양시 평촌·부천시 중동·군포시 산본 신도시를 꼽습니다. 초창기 신도시는 전반적인 구조가 체계적이고, 공원 같은 녹지도 넓습니다. 광역교통 접근성도 뛰어나죠. 하지만 1989년부터 1990년대 초중반에 조성됐으니 준공 30년이 넘어가는 낡은 단지가 대다수입니다. 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도 노후해져서 기능 보강이 시급합니다.

특히 경기 남부의 평촌 신도시는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평촌 학원가는 국내 3대 학원가 중 하나로 꼽히며 경기 남부 사교육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재건축 이슈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경기도 평촌 신도시 학원가
경기도 평촌 신도시 학원가
4호선 범계역 2번 출구 부근 로데오거리
4호선 범계역 2번 출구 부근 로데오거리
4호선 범계역과 연결된 롯데백화점과 맞은편의 뉴코아아울렛
4호선 범계역과 연결된 롯데백화점과 맞은편의 뉴코아아울렛
경기 남부의 핵심 상권 범계역

4호선 범계역 2번 출구로 나오니 활기 넘치는 상권이 펼쳐집니다. 평촌대로까지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 도로인 로데오거리를 중심으로 경기 남부권의 핵심 상권이 형성돼 있습니다. 로데오거리 양 옆으로 낡은 상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과거 안양 1번가가 10~20대 위주였다면, 범계역은 전 연령층을 아우릅니다. 롯데백화점은 범계역과 연결돼 있으며 맞은편에는 뉴코아아울렛도 있습니다.

특히 범계역은 평촌 신도시의 중심축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상업시설 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각종 핵심 인프라들이 밀집돼 있습니다. 안양시청과 동안구청,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등 주요 관공서가 도보권 내에 모여 있어 편리합니다. 인근에는 상급병원인 한림대 성심병원이 있으며, 행정타운 뒤편에는 평촌중앙공원이 자리 잡았습니다. 범계역에서 버스로 2~3정거장 거리에는 대규모 학원가가 있습니다.
목련마을 선경 1단지
목련마을 선경 1단지
중대형 초역세권 인기 단지

평촌 주민들이 중요하게 따지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학원가 접근성, 둘째는 4호선 범계역 접근성이에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기 단지에 먼저 왔습니다. 호계동 목련마을 선경 1단지인데, 1992년 11월에 입주해 34년 차를 맞이했고 480가구의 아담한 규모입니다. 범계역 초역세권이라 중심 상업지의 각종 인프라를 도보로 누릴 수 있는 좋은 입지입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평촌나들목(IC) 접근성도 좋습니다. 정문 앞 큰 길에는 버스들이 쉴 새 없이 다녀 평촌 학원가를 가기에도 괜찮습니다. 초등학교는 범계초로 배정됩니다.

목련선경 1차가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중대형 면적입니다. 전용면적 98·122·134·152·172㎡로 구성됐으며 가장 많은 122㎡의 시세는 17억 원 선입니다. 평촌 내 역세권 단지 중 대형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고 수요가 항상 탄탄합니다. 사실 정부의 재건축 선도지구에서는 탈락했지만 용적률 186% 등 사업성이 괜찮은 편입니다. 그래서 “평촌에서 특별법 없이도 혼자 재건축 가능한 아파트”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배후 수요 낀 국내 대표 학원가

국내 3대 학원가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양천구 목동, 안양시 평촌 신도시를 꼽습니다. 대치동이나 목동, 중계동 등은 학원들이 여러 블록에 넓게 분산돼 있는 형태입니다. 반면 평촌은 왕복 10차선의 평촌대로 양쪽 건물 전체가 학원으로 채워진 항아리 상권이라 단일 거리의 밀집도만 놓고 본다면 전국 최고 수준이죠. 학원비 결제액뿐 아니라 서점, 문구점, 음식점, 스터디카페 등 파생 상권의 매출 규모도 대치동과 함께 전국 상위권입니다. 치열한 사교육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이곳에서 촬영했거든요.

평촌 학원가가 전국 3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는 넓은 배후 수요입니다. 의왕, 군포 산본 신도시, 과천, 안산, 시흥 등 경기 남부권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공부 잘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학원가와 인접한 ‘귀·범·평(귀인중·범계중·평촌중)’이 유명하고, 호계중과 관양중도 학업성취도나 진학 성적이 괜찮습니다. 고등학교로는 평촌고와 백양고, 신성고 등이 상위권 학교로 꾸준히 언급됩니다.

자녀 교육에 관심은 많지만 서울에 진입하기엔 예산이 부족하거나, 혹은 강남권이나 경기 남부로 출퇴근하는 가정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합니다. 1기 신도시치고 아이들이 많은 편이고 전반적인 도시 분위기도 활기찹니다.
꿈마을 금호
꿈마을 금호
시동 거는 재건축…3대 교통 호재도

학원가를 둘러본 뒤 걸어서 꿈마을 단지에 왔습니다. 인기 많은 귀인학군, 귀인초와 귀인중으로 배정되는 데다 학원가도 도보로 이용 가능한 곳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에서 평촌은 3개 구역, 5460가구가 선정됐습니다. 분당(1만948가구), 일산(8912가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귀인블록의 꿈마을 금호·한신·라이프·현대(1750가구), 민백블록의 꿈마을 우성·건영5·동아·건영3(1376가구), 샘마을블록의 임광·우방·쌍용·대우·한양(2334가구)입니다.
꿈마을 귀인 한신
꿈마을 귀인 한신
꿈마을 귀인 한신아파트는 1993년 준공된 566가구 규모입니다. 면적대는 전용 96·117·173㎡ 등 중대형 위주로 구성됐는데 전용 96㎡가 16억 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용적률은 206%입니다. 나란히 붙어 있는 단지가 금호입니다. 1993년 준공된 250가구 규모의 소단지입니다. 면적은 전용 101·133㎡뿐이고, 133㎡ 시세는 16억 원대입니다. 용적률은 한신보다 더 높은 219%입니다. 두 단지 모두 연식에 비해서 관리가 잘되는 편이에요.

정비사업의 미래는 어떨까요. 평촌의 현재 평균 용적률은 204%로 분당(184%)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꽤 높죠. 이 때문에 사업성, 즉 일반분양 물량 확보 측면에서 제약이 많아 주민과 정비 업계의 셈법이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단지가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은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쳤거나 막바지 단계입니다. 신축 아파트도 귀합니다. 그래서 평촌은 선도지구와 리모델링의 ‘투트랙 전략’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3대 교통 호재도 기대감을 키우게 합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수원~양주 덕정), 월판선(월곶~판교선), 인동선(인덕원~동탄선)입니다. GTX-C를 통해 인덕원역에서 삼성역까지 15분 안에, 월판선을 타면 판교 테크노밸리까지 10분대, 인동선은 의왕, 수원, 동탄과의 연결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대적인 철도망 확충에 맞춰 인근 인덕원역 주변에 복합환승센터 등이 들어서는 도시개발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장기 사업들이긴 하지만, 평촌 신도시의 미래 가치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이예주 한국경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