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단 한 개도 팔지 않겠다던 스트래티지가 4년 만에 보유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했다. 금액으로는 약 250만 달러, 전체 보유량 84만 개의 0.004%에 불과한 규모지만 시장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가상자산 따라잡기]
스트래티지, 비트코인 시장 자체가 되다
특히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 흐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2026년 6월 초 기준 스트래티지는 84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 총발행 한도 2100만 개의 약 4%에 해당한다. 단일 상장 기업이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4%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제 이 회사의 재무 전략은 단순한 개별 기업 이슈를 넘어 비트코인 시장 전체의 변수가 됐다.
DAT 기업들이 시장에서 각광받게 된 것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지만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우회로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고, 개인과 기관 모두 과거보다 훨씬 쉽게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투자자가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 ETF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연기금 및 일부 전통 금융기관들은 내부 규정, 수탁, 규제 해석 등의 이유로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거나 관련 ETF에 투자하기 어렵다. 한국의 국민연금 역시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하기 어렵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스트래티지 같은 DAT 기업은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형식상으로는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이지만, 경제적 실질은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 가격에 대한 익스포저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상승장에서 특히 강력하게 작동한다. 기업이 주식이나 전환사채, 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산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가치(NAV)가 상승하고 주가는 더욱 오르며 프리미엄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시가총액을 보유 자산 가치(NAV)로 나눈 값인 mNAV가 1보다 크게 유지되는데, 이렇게 되면 회사는 더 높은 주가를 기반으로 다시 자금을 조달하고, 추가로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다.
일종의 자기강화적 순환이다. 2024년 이후 상승장에서 이러한 구조가 비트코인 강세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풍조 속에 주당 비트코인 비율(Bitcoin Per Share·BPS)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그러나 하락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5년 말 이후 비트코인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DAT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20% 하락하면 순자산 대비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DAT 기업 주가는 40~60%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하여 mNAV가 1 미만으로 떨어지자 기업들은 주가 방어를 위해 보유 비트코인을 대거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더욱 하락하고, 더 많은 DAT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매도하면서 데스 스파이럴이 발생했다.
최근 시장의 심리를 가장 크게 흔든 사건은 스트래티지가 보유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했다는 공시였다. 금액으로 보면 약 250만 달러에 불과하다. 스트래티지의 전체 보유량이 84만 개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미한 규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트래티지가 단순히 비트코인을 보유한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트래티지는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기업, 결코 팔지 않는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회사가 STRC 영구우선주의 배당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팔았다는 사실은 그 신뢰에 균열을 냈다. 스트래티지의 STRC는 10%가 넘는 높은 배당을 약속하는 영구우선주 구조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전환사채, 보통주, 영구우선주 등을 조합하는 복잡한 금융공학 기업에 가까워졌다.
이 지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루나-UST 사태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스트래티지와 루나의 케이스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스트래티지는 여전히 막대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 만기도 단기적으로 집중돼 있지 않다. 또한 루나의 UST는 담보 구조가 불완전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반면 비트코인은 스트래티지가 만든 토큰이 아니다. 스트래티지가 흔들린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네트워크 안정성이나 발행 구조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더라도, 가격에는 적지 않는 영향을 줄 수 있다.
루나와 다르지만…가격 충격은 현실
이는 비트코인과 DAT의 관계가 완전히 뒤집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래라면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DAT 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이제는 DAT 기업의 지수 편입 여부, 자금조달 능력 등의 변화가 비트코인 가격을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면서 생긴 역설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자산으로 출발했지만, 그 가격은 점점 더 중앙화된 금융 구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시장은 스트래티지로 대변되는 DAT 기업들이 흔들릴 때 비트코인은 그 충격을 견딜 수 있을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향후 6개월 정도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트래티지는 현재 약 9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매년 약 17억 달러의 이자와 배당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이 추세적 반등을 보이거나, 스트래티지가 안정적으로 자본 조달을 이어가며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유지한다면 시장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한 이후 곧바로 1550개를 추가 매입하고, 현금성 준비금을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전히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며, 단기 유동성 우려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의 안정성과 희소성은 특정 기업의 재무 상태와 별개로 유지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당장 스트래티지가 루나처럼 급격히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DAT 구조가 상승장에서는 매수 압력으로 작용했던 것처럼,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매도 압력과 투자 심리 위축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비트코인 투자자라면 지금은 낙관론이나 비관론 어느 한쪽에 기대기보다, DAT가 만든 새로운 시장 구조를 차분히 점검해야 할 시기다.
박태우 스페이스바 벤처스 대표 tw@spaceba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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