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이 언뜻 보기에는 바람직한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실거주 요구는 장기적으로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부동산 정석]
글로벌 선진국의 핵심 대도시들을 보면, 자가 보유율이 국가 평균보다 현저히 낮고 임대차 시장이 거대하게 발달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투기의 결과가 아니라, 도시의 활력을 증진하고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의 국가 전체 자가 보유율은 보통 60~70% 선을 유지하지만, 경제·금융·문화의 중심지인 핵심 대도시(메가시티)의 자가 보유율은 30~40%대 이하로 뚝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뉴욕·런던·도쿄…핵심 도시, 세입자가 다수
미국 뉴욕 전체의 자가 보유율은 30%대 초반이며, 핵심인 맨해튼은 20~25% 수준에 불과하다. 거주자 4명 중 3명은 세입자다. 영국 전체의 자가 보유율은 60%가 넘지만, 런던 중심부는 30~40%대에 그친다. 특히 젊은 층과 전문직들이 모여드는 중심 업무지구일수록 임대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높다. 파리 시내 중심가의 자가 보유율은 30% 미만이다. 역사적인 건축 규제로 신축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부분의 주택이 다주택자나 임대 전문 기업을 통해 임대차로 소화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도쿄 중심부 23구의 자가 보유율은 40% 내외이며, 심지어 1인 가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은 30%대까지 떨어진다.
더군다나 선진국들은 자가 보유율을 무조건 높이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민간 다주택자나 리츠(REITs) 같은 기관투자자의 임대 공급을 장려한다. 개인이 집을 사서 직접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본을 대고 임대를 놓음으로써 도심의 주거 수요를 흡수해주는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규제가 과도하게 실거주 위주로만 짜이면 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한다.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만 비과세나 감면을 해주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정착해 버린다. 이는 시장의 매물 고갈을 낳고,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중개·인테리어·이사 등 연관 후방 산업을 즉각 위축시킨다. 부동산은 자본이 유입돼 개발, 재건축, 리모델링이 일어나야 도시가 재생되고 경제가 돌아간다.
그러나 1주택만 강제하면 민간 자본의 도심 정비 참여가 불가능해져 도시의 노후화를 촉진하게 된다. 누군가 집을 사서 임대를 놓아주어야 전월세 물량이 공급되는데, 실거주가 강제되면 임대 물량 자체가 씨가 마르게 된다. 결국 세입자들의 주거 비용이 급등하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선진 도시의 해법…임대·투자 시장 개방
글로벌 선진 도시들의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도심 핵심지일수록 ‘자가(own)’보다는 ‘이용(use)’의 개념이 강하다는 점이다.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실거주 압박보다는, 자산을 유동화하고 민간 자본이 유연하게 흘러 다닐 수 있도록 임대차 시장과 투자 시장을 열어 두는 것이 선진국형 포트폴리오라 볼 수 있다.
서울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은 최근 평가에서 매우 긍정적인 지표를 보여주며 세계적인 톱클래스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일본의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종합 경쟁력 평가’에서 서울은 세계 6위를 기록하며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5위인 싱가포르와의 점수 격차를 단 5점 차이로 좁히며 맹추격 중이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체인 타임아웃이 발표한 평가에서는 서울이 2025년 대비 33계단이나 껑충 뛰어오르며 종합 9위를 차지, 사상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이는 일본 도쿄(10위)보다 앞선 순위다.
서울은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력을 넘어,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측면까지 두루 채워 가며 글로벌 선도 도시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이러한 때 실거주를 강제하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선도 도시(뉴욕·런던·싱가포르 등)들은 금융, 자본, 인재가 자유롭게 유입되고 거래될 수 있는 유연성을 무기로 성장했다. 주택 매매 시 실거주를 엄격히 강제하면 국내외 자산가들이나 글로벌 인재들이 서울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베이스캠프를 마련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조합원 이주비 대출 규제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등이 겹치면 사업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서울 도심의 신축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도시의 물리적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늦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상생임대인 혜택 축소나 비거주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폐지 기조는 민간 임대차 물량(전세)을 감소시켜, 정작 서울에 거주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이나 전문 인력들의 주거 비용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이 언뜻 보기에는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되나 해외 글로벌 도시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정책이다. 과도한 실거주 요구로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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