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선 돌파와 '1만 시대'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월초 조정을 단기 차익 실현 과정으로 진단하며, 유가 안정과 AI 투자 사이클 지속을 전제로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8000~1만1000포인트로 제시했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 6월 11일 만난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정을 구조적인 약세장의 시작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최근 하락은 급등 이후 나타난 단기 조정 성격이 강하다”며 “AI·반도체 투자 사이클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하반기에도 관련 업종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조달 확대가 미국 증시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 목적이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 반도체와 AI 밸류체인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는 오히려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도 저평가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글로벌 최고 수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유사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미국과 대만 증시에 비해 낮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낙관론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윤 센터장은 미국 장기 금리와 국제 유가, 지정학 리스크를 하반기 시장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특히 높은 장기 금리가 지속될 경우 부채를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가 상당히 오른 뒤 레버리지 ETF를 매수하는 실수를 경계해야 한다”며 “하루 이틀 수익률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6월 초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국내 증시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이번 하락은 4~5월 급등 이후 나타난 단기 조정으로 보입니다. 코스피는 4월에 31%, 5월에 28% 급등했고, 같은 기간 S&P500도 각각 10%, 5% 상승했습니다. 짧은 기간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앞으로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지표는 미국 장기 금리입니다.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면 부채를 통해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AI 투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투자 확대가 계속되려면 자금조달 비용이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흐름은 하반기 증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번 조정의 핵심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I 투자 사이클 둔화 우려, 반도체 업황 변화, 밸류에이션 부담 중 어떤 요인이 가장 컸습니까.
“단기 급등 이후의 조정이라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차익 실현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AI 기업들의 자본 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경계감을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AI 인프라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를 위해 기업들이 부채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 과정에서 투자 부담과 수익화 속도를 함께 따져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런 우려는 지속될 수 있습니다. 6월 10일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55%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 금리가 이어지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과도하게 우려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가 급등을 야기했던 이란 전쟁 리스크가 잘 마무리된다면 물가 부담이 완화되고 증시 랠리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AI·반도체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십니까.
“AI와 반도체 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판단합니다. 하반기에도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부채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 증시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자금조달의 목적입니다. 결국 투자를 늘리기 위한 자금조달이라는 점에서 반도체와 AI 인프라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금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부담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S&P500 비금융 기업의 12개월 예상 순이익률은 16.1%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순부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순부채 비율은 26.9%로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이익 체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AI 투자 사이클은 아직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코스피 1만 시대’ 가능성과 고점 논란이 동시에 나옵니다. 현재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 수준이고 재평가 여지가 많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ROE는 22.8%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S&P500의 22.9%와 거의 유사합니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한국 증시가 글로벌 주요 시장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낮습니다. 코스피 8000포인트 기준으로 12개월 예상 PBR은 약 2배 수준입니다. S&P500의 PBR은 4.8배이고, 대만 가권지수도 ROE가 20.9%로 코스피보다 낮지만 PBR은 4.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는 높은 ROE를 기록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PBR을 받고 있습니다. 이 격차가 줄어드는 과정이 국내 증시 재평가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는 어느 수준으로 보십니까.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8000~1만1000 포인트가량으로 예상합니다. 상단은 지속 가능한 ROE로 추정되는 16.4%에 적정 PBR 2.75배를 적용해 산출했습니다. 하단은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 9배를 적용했습니다. 가장 큰 상승 변수는 유가 안정입니다. 유가가 안정되면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될 수 있고, 이는 금리 부담 완화와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 증시의 이익 체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글로벌 물가 부담이 완화된다면 코스피는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락 변수는 지정학 리스크입니다. 특히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새로운 지정학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기업 실적뿐 아니라 유가, 금리, 지정학 이벤트를 함께 봐야 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는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12월과 내년 3월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제 유가가 점진적이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와 유가 급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약 70bp, 30bp 내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완화된다면 늦어도 내년 3월에는 금리 인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국 금리 인하의 핵심은 물가입니다. 유가가 안정되고 근원 물가의 하락 흐름이 유지된다면 Fed도 금리 인하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재 한국 증시의 등락은 외국인보다 내국인, 특히 개인 자금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한국 증시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비중 조절 과정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구조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반기에 한국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지속되고 주가 변동성이 낮아진다면 외국인도 매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국 외국인 수급의 핵심은 이익 전망과 변동성입니다. 이익이 유지되고 시장이 안정되면 외국인 자금은 다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은 국내 증시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밸류업 정책은 국내 증시 재평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금융 업종과 지주 업종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이들 업종은 배당, 자사주 매입, 자본 효율성 개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밸류업 정책이 기업의 주주 환원 확대와 자본 효율성 제고로 이어진다면 저평가 업종의 재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 증시는 그동안 높은 이익 체력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아 왔습니다. 정책이 시장의 할인 요인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금융과 지주뿐 아니라 국내 증시 전반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섹터는 어디입니까.
“IT, 특히 반도체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상향 조정으로 AI 사이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비중이 높습니다. 글로벌 AI 투자가 이어지는 한 한국 증시는 구조적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증권 업종입니다. 한국 자산 시장에서 머니 무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주식 시장 상승이 이어지고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확대되면 증권 업종은 거래대금 증가와 자산관리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유통, 특히 백화점 업종입니다. 부의 효과와 기업 이익 증가가 소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업 이익 증가로 정부 세수가 확대되면 내수 관련 업종에도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AI 밸류체인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되 내수 관련 업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주가가 상당히 상승한 뒤 레버리지 ETF를 매수하는 것입니다. AI로 인해 생산성이 개선되는 시대에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는 다릅니다. 보유하는 동안 주가가 횡보하면 위험 대비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다가 반등을 시작하는 시점에 매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뒤 뒤늦게 진입하면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상승장 후반부에는 조급함이 가장 큰 위험이 됩니다. 시장이 오른다고 해서 무리하게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투자 원칙은 무엇입니까.
“단기적인 변동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하반기에 우상향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하루 이틀 수익률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큰 방향성입니다. AI 관련 밸류체인 비중 확대 전략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하반기에는 내수 관련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AI와 반도체가 주도주 역할을 이어가더라도 유동성, 정책, 소비 회복, 자산 시장 머니 무브에 따라 다른 업종으로도 기회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는 단기 변동성보다 기업 이익과 구조적 성장성을 봐야 합니다. 한국 증시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면, 조정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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