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티샷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라운드를 마친 뒤 사우나에서 피로를 푸는 시간까지. 오크밸리CC의 변화는 코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리뉴얼을 마친 오크밸리CC에서 보낸 하루를 기록했다.

[골프]

골프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골프 치는 시간도 좋아하지만 그 하루를 구성하는 모든 순간을 좋아한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클럽 하우스에 도착하고, 첫 티샷을 준비하고, 일행과 식사를 하고, 라운드를 마친 뒤 사우나에서 몸을 푸는 시간까지. 그래서인지 최근 대대적 리뉴얼을 마친 ‘오크밸리CC’가 유독 궁금했다.
오크밸리CC 코스 전경(사진 제공=HDC 리조트)
오크밸리CC 코스 전경(사진 제공=HDC 리조트)
‘골프장 하나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직접 오크밸리CC를 찾았다. 라운드 자체도 기대됐지만, 솔직히 이번에는 골프보다 공간이 더 궁금했다. 오크밸리CC가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일행과 한 약속 시간보다 한참 먼저 도착한 나는 곧장 드라이빙레인지로 향했다. 오크밸리CC 예약 고객은 드라이빙레인지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넓게 펼쳐진 연습장 끝으로 시선을 보내니 맞은편에서도 누군가 열심히 스윙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잠깐 궁금했지만, 금세 공에 집중했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드라이버 샷을 몇 차례 확인한 뒤 클럽 하우스로 향했다.
공간 미학의 정수를 담은 클럽 하우스 전경(사진 제공=HDC 리조트)
공간 미학의 정수를 담은 클럽 하우스 전경(사진 제공=HDC 리조트)
오크밸리CC의 클럽 하우스는 첫 대면부터 꽤 인상적이었다. 우드와 스톤 등 자연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지만, 결코 과장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절제된 디자인 덕분에 공간이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화려함보다는 품격에 가까웠다. 라운드 전 식사를 하기 위해 새롭게 문을 연 레스토랑 ‘운치(Woonchi)’를 찾았다. 파크 하얏트 셰프 진의 큐레이션 아래 운영되는 이곳은 흔히 떠올리는 골프장 식당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창밖으로 펼쳐진 코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자니, 오늘 하루가 조금 특별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8도 미식을 선보이는 클럽 레스토랑 '운치'(사진 제공=HDC 리조트)
8도 미식을 선보이는 클럽 레스토랑 '운치'(사진 제공=HDC 리조트)
클럽 하우스를 나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새롭게 조성된 ‘더 밸리 가든(The Valley Garden)’. 숲의 원형을 살려 조성한 이 공간은 단순한 조경 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이었다. 스타트 광장으로 걸어가는 짧은 시간조차 즐겁게 만들어주는 공간. 문득 골프보다 풍경을 더 오래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스타트 광장에 도착하자 드라이빙레인지 맞은편에서 연습하던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티오프 직전 마지막 샷 점검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연습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 역시 공 한 바구니를 받아 몇 번 더 스윙을 해봤다. 첫 홀 티샷이 유독 부담스러운 골퍼라면 분명 반가워할 공간이다. 본격적인 라운드가 시작됐다. 구력은 제법 됐지만, 여전히 코스에 서면 정신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가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전 홀 벙커에 적용된 최고급 규사였다. 실제로 벙커 샷을 해보니 모래의 입자감과 컨디션이 확연히 달랐다. 배수 성능을 높이고 일관된 플레이 환경을 만들기 위한 투자라는데, 단순한 설명보다 직접 경험하는 편이 더 빠르다.
파인-체리 코스에 신설된 '하프웨이 하우스'(사진 제공=HDC리조트)
파인-체리 코스에 신설된 '하프웨이 하우스'(사진 제공=HDC리조트)
체리 코스 1번 홀에 새롭게 들어선 ‘하프웨이 하우스’도 인상적이었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휴식 공간이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장소를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라운드를 이어가면서 조금씩 깨달았다. 이번 오크밸리CC 리뉴얼의 핵심은 시설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었다. 자연과 공간, 미식과 서비스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분명 골프를 치러 왔는데, 어느 순간 골프보다는 공간 전체를 즐기고 있었다. 라운드를 마친 뒤 찾은 프라이빗 천연 온천수 사우나가 그 경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몸의 피로는 풀리고, 하루의 기억은 더 선명해졌다.

골프장은 많다. 좋은 코스도 많다. 하지만 하루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완성해주는 골프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번 오크밸리CC 라운드를 마치며 든 생각은 단순했다.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는 골프만 치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경 Prestige | 글 성범수 <베터골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