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의 아이코닉 컬렉션 중 하나인 ‘스피드마스터’는 우주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한다.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처음 달을 밟았을 때 현장에 있던 시계 역시 스피드마스터였다. 또 다양한 우주탐사의 순간마다 우주비행사의 곁을 지키며 인류의 극적인 여정을 함께해왔다. 덕분에 스피드마스터는 ‘문 워치’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우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계로 자리 잡았다.
[워치더와치스]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호환 무브먼트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단일 브랜드 공식 타임키퍼, 세계 최초의 전문 다이버 워치 등 오메가가 전 세계 시계 역사에 새긴 족적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는 시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전설을 지녔다. 바로 인류의 달 착륙을 함께한 최초의 시계라는 기록이 그것이다.
1957년 처음 출시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다이얼이 아닌 베젤에 새긴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워치였다. 지금은 우주비행사들이 애용하는 시계로 명성을 누리지만, 사실 그 출발은 트랙 위 레이싱 드라이버를 위한 시계였다. 당시 대부분의 시계가 화이트 또는 실버 다이얼을 사용하던 것과 달리 매트 블랙 다이얼은 그 자체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충격에도 파손되지 않는 헤잘라이트 크리스털과 고속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가독성을 확보한 넓은 화살표형 핸즈, 6기압까지 밀폐된 케이스 등 이 모든 요소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스피드마스터의 실루엣을 완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스피드마스터가 우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인류가 달에 도달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1962년 10월, 우주비행사 월리 시라(Wally Schirra)는 개인 소유의 스피드마스터(CK 2998)를 착용하고 ‘머큐리-아틀라스 8호’ 우주선에 올랐다. 우주에서 착용된 최초의 오메가 시계였다. 결정적 계기는 그로부터 2년 뒤에 찾아왔다. 196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미션에 사용할 수 있는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우주선 내부의 디지털 타이머가 기능을 상실했을 때 우주비행사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백업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 NASA는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글로벌 시계 매뉴팩처에 요청했고, 오메가를 포함한 여러 브랜드가 시계를 제출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3개 브랜드의 시계였다. 엔지니어 제임스 레이건은 3개의 시계에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거의 우주선 테스트에 필적할 만한 ‘실험’이었다. 70℃에서 93℃를 넘나드는 열 진공 상태, -18℃의 극한 저온, 그리고 우주선 발사 시 충격을 재현한 40G의 내충격성 테스트까지 총 11가지의 극단적인 실험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브랜드의 시계는 초침이 휘거나 크리스털이 케이스에서 떨어져나가기 일쑤였다.
결국 이 가혹한 ‘시련’을 모두 통과하고 살아남은 것은 단 하나,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ST 105.003)뿐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 시계가 우주 임무를 위해 특수 제작한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당시 오메가 매장에서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던 모델과 동일한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이뿐 아니라 마지막 관문이던 우주비행사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정확성과 신뢰성, 가독성과 조작 편의성을 이유로 만장일치로 선택받으며 1965년 3월 NASA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모든 유인 탐사선에 적합한 타임피스’로 공식 선언했다.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오메가는 NASA의 공식 비행 자격 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시계 브랜드로, 오늘날까지 그 역할에 충실하다. 특히 스피드마스터는 반세기가 훌쩍 지난 현재까지 오리지널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이어지며 오메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코닉 컬렉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무브먼트가 진화하는 등의 변화는 있었지만, 원형 그대로 가치나 미적인 완성도, 상징적인 매력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중에서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 워치 프로페셔널’은 1969년 달에 착륙한 오리지널 모델의 디자인 감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스피드마스터 컬렉션의 핵심 모델이다.
한경 Prestige |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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