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지키고 다음 세대로 넘기는 '패밀리오피스'가 금융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법조계와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패밀리오피스의 현주소와 주요 쟁점을 짚었다.

[머니 토크]
(왼쪽부터) 오태동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 김용대 김앤장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장, 박상현 하나증권 패밀리오피스본부장
(왼쪽부터) 오태동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 김용대 김앤장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장, 박상현 하나증권 패밀리오피스본부장
주식 시장의 가파른 상승과 맞물려 ‘패밀리오피스’가 금융권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액자산가들(UHNW)을 대상으로 자산 운용은 물론 세무·법률·승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패밀리오피스는 프라이빗뱅킹(PB)을 넘어선 새로운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열린 좌담회에서는 자산관리·법조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패밀리오피스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자산 승계를 둘러싼 세제 문제를 폭넓게 논의했다. 법조계에서는 김용대 김앤장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장이, 증권 업계에서는 오태동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과 박상현 하나증권 패밀리오피스본부장이 참석해 각자의 시각을 솔직하게 나눴다.

참석자들은 “패밀리오피스의 본질은 가문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다음 세대로 승계하는 데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패밀리오피스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사 패밀리오피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박상현 하나증권 패밀리오피스본부장(이하 박 본부장) “최근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머니 무브’다. 주식 시장 호조와 함께 은행 예금 등 전통적인 금융자산이 증권 시장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고액자산가 고객 유입도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증권사들도 패밀리오피스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기존 강남권 대형 점포를 패밀리오피스 체제로 전환하고, 강남권은 물론 주요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종착점은 승계…지금 준비 안 하면 분쟁 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이하 오 본부장) “현재 금융 시장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심리도 긍정적인 편이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상장이나 투자 등을 통해 새롭게 부를 축적한 신흥 자산가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 승계, 해외 이전, 2·3세 네트워킹 등으로 서비스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종착점은 승계…지금 준비 안 하면 분쟁 난다”
김용대 김앤장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장(이하 김 센터장)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의 주된 관심사는 분쟁의 최소화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클수록, 자녀가 여러 명일수록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속 문제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전에 다양한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지 미리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유언장을 사전에 작성해 두거나, 피상속인의 인지 능력이 저하되기 이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 함께 절세를 비롯한 세금 문제 등 상속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안을 종합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종착점은 승계…지금 준비 안 하면 분쟁 난다”
최근 주가 상승이 기업 승계 측면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김 센터장 “최근의 주가 상승이 반가운 일이지만, 상속이나 승계를 염두에 둔 상장사 최대주주 입장에선 고민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경우 주가가 오를수록 상속 및 증여 대상 자산의 가치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은 최고 50%에 달하며,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하면 60%에 이른다. 문제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할 만큼 충분한 현금성 자산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다. 기업 지분 가치가 크게 올랐더라도 실제로는 현금이 부족해 세금 납부를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거나, 경우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패밀리오피스의 개념을 정리해보자. 국내에서는 아직도 정의가 제각각인데.

박 본부장 “국내에서 패밀리오피스의 역사는 길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는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고,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싱글 패밀리오피스 개념이 처음 생겼다. 이후 2010년 이후 멀티 패밀리오피스, 즉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주요 금융기관들이 모두 패밀리오피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가 사용하는 개념도 조금씩 다르다. 다만 공통점은 있다. 첫 번째는 가문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상장사 대표 및 초고액자산가뿐 아니라 배우자·자녀·손주 세대까지를 아우르는 종합 관리를 제공한다. 두 번째는 PB와 기업금융(IB) 기능이 결합된 PIB 서비스로, 기업의 창업 단계부터 기업공개(IPO), 세무, 법률, 해외 투자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김 센터장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의가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 금융 회사마다 서비스 범위와 운영 방식도 다르고, 고객들이 이해하는 개념 역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만 해외에서 발전한 패밀리오피스는 가문의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것은 물론, 이를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이전하는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와 자산 운용뿐 아니라 세무, 법률, 기업 승계, 교육, 네트워크 형성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서비스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패밀리오피스의 종착점은 ‘승계’라고 볼 수 있다. 자산을 어떻게 불리고 관리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자산과 기업을 다음 세대에 어떤 방식으로 넘길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다. 실제 승계 과정에서는 자녀들의 경영 참여 의사, 상속재산의 배분 방식, 유류분 문제, 상속세 재원 마련, 유언의 효력, 가족 간 분쟁 가능성 등 수많은 법률적·세무적 쟁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승계는 상속이 임박한 시점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문제다. 많은 분들이 가족 간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본부장 “최근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해외 패밀리오피스와의 협력 확대다.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허브는 물론 미국·유럽의 패밀리오피스와 업무협약(MOU) 및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세제 환경의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 수준으로 국내 대비 낮고, 상속·증여세가 없다. 미국 역시 약 200억 원 미만 자산에 대해서는 연방 상속세가 공제된다. 이러한 이유로 고액자산가들의 자녀 세대를 중심으로 뉴욕, 싱가포르, 홍콩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금융기관들은 현지 투자처 탐방부터 계약 체결, 세제 컨설팅까지 일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자산 운용 성향이 최근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오 본부장 “고액자산가들 대부분은 본인의 자산이 감소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자산 운용 측면에서도 과거에는 ‘지키는 것’에 방점이 찍혀 변동성을 피하고,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특히 지난해부터 채권 수익률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 상승을 계기로, 국내 주식에 대한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투자 방식에 있어서는 PB가 개별 종목을 직접 추천하는 방식보다 전문 펀드매니저에게 운용을 위임하는 펀드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박 본부장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고위험·고수익 전략보다 방어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선호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이 최근 2~3년 사이 많이 바뀌었다. 그 배경에는 신흥 자산가 계층의 부상이 있다. 서초·반포·한남동 등 고가 주거지역 거주자의 약 30%가 30~40대인데, 이들 상당수가 벤처캐피털(VC)이나 가상자산을 통해 부를 축적한 세대다. 예전에는 부동산이나 제조업, 사업을 통해 돈을 번 이들이 주를 이뤘다. 또한 기존 고액자산가의 자녀 세대, 지금 30~40대는 투자하는 속도나 돈을 버는 속도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다 보니 자산관리에 있어서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가 패밀리오피스들의 고민이다.”

자산가들의 투자 중심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세제와 법제도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김 센터장 “금융소득종합과세나 대주주 양도소득세 등의 제도는 이미 기본 틀이 갖춰져 있는 상태다. 이를 어떻게 변형해 나갈 것인지는 국민 여론과 이를 반영한 정부 정책, 그리고 입법 과정에서 결정될 사안이다. 다만 현재의 세금 체계를 보면 자산 규모가 큰 투자자들에게는 개별 세목의 변화보다 최종적으로 적용되는 종합 과세 체계가 더 중요하다. 어떤 세목이 조정되더라도, 결국 종합소득세 체계 안에서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현재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은 45%이며, 여기에 지방세 4.5%를 합산하면 실질적인 최고 세 부담률은 약 49.5%에 달한다. 따라서 고액 주식 배당을 받는 초고액자산가 입장에서는 개별 세목의 변화 자체보다 최종적인 세 부담 수준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또한 최근 상장주식에 대해 대주주가 상속·증여세 절감을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누른다고 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PBR이 0.8 미만인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순자산가액의 80%로 주식 가치를 평가하고, 대신 최대주주의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할증을 배제하고 상속세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소위 주가누르기방지법)이 발의됐다. 주가누르기방지법이 도입되면 이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박 본부장 “금융 관련 세금 이슈는 상당히 예민한 영역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슈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크다 보니, 세금 이슈가 명확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로 해외에서 한국에 직접 투자하고 싶다는 수요가 커졌다. 예전에는 기관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서만 투자가 가능했다면, 이제 외국인 개인들이 한국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외국의 패밀리오피스나 개인 자금이 들어오려면 세제 체계가 명확하고 간결해야 한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올 때 가장 중요한 게 세무 이슈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오르는 이유 무엇일까. 또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투자 확대 배경은.

오 본부장 “수출 기업도 달러를 벌어 들여와서 국내로 송환하지 않고 현지 법인에 남겨 두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현재 해외 주식평가액이 빠르게 확대됐다. 고객들과 상담을 해보면 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 속에서 꾸준히 원화 약세를 체감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현금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과거에는 국내 예금에 넣었다면, 이제 2~3%짜리 예금으로는 가치 보존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고수익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우량한 기업들이 모여 있는 미국 주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나치게 원화 자산에만 노출돼 있는 포트폴리오가 불안하기 때문에, 분산투자 관점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논리와 같다.”

박 본부장 “최근에는 해외보다 오히려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 증시가 오랜 기간 저평가돼 있었고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자산 이전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센터장 “일부 자산가들은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거주지를 아예 옮기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해외의 경우 신탁을 활용해 상속·증여세 절감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 보니 이러한 고민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유언신탁,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등 다양한 신탁 제도가 있지만, 해외와 달리 이러한 신탁들에 대한 상속·증여세 세제 혜택이 없다 보니 신탁 제도가 널리 활용되기에도 다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본부장 “자녀가 싱가포르나 미국의 영주권을 갖고 있을 때 세제상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 자산을 정리하고 영주권을 보유한 자녀에게 이전하면 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이유로 싱가포르 이주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패밀리오피스가 초부유층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인들과 거리가 있는 만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오 본부장 “패밀리오피스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어블루 본부를 맡은 후 초부유층 고객들을 만나면서 느낀 바는 그분들이 만든 자산이 상당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가업승계든 자수성가든 대부분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도 관심이 많다.”

박 본부장 “머니 무브가 본격화되면서 자금 유입이 늘고 있지만,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개인 고객 자산에 손실을 끼치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도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자산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오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스닥이나 홍콩, 일본 니케이 지수 대비 우리나라 증시가 많이 소외됐었다고 생각한다. 저평가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고 본다.”

김 센터장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개인 자산이 증가하고 자산 계층도 다변화돼 패밀리오피스 산업은 더 이상 일부 초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산 승계와 부의 이전이 폭넓은 계층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의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과 갈등을 줄이고, 공익적 기능을 함께 갖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

사회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