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승계는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을 창업한 자산가들에게 승계란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철학, 그리고 미래 성장의 방향성까지 다음 세대에 이전하는 과정이다. 최근 국내외 기업 승계 사례를 살펴보면 생전증여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속·유류분·세금 등 복잡한 법적 쟁점이 함께 존재한다.

[상속 이슈]
미국 뉴욕 시내의 파타고니아 매장 간판. 사진=연합AFP
미국 뉴욕 시내의 파타고니아 매장 간판. 사진=연합AFP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시나드 회장은 보유 중인 파타고니아 주식 98%를 기후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무려 4조2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자녀가 아닌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지난 2009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명예학위를 받은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자. 사진=연합AP
지난 2009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명예학위를 받은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자. 사진=연합AP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수조 원대 기업을 창업하고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기부천사라고 평가했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매우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기업 승계 방안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시나드 회장이 기부한 98% 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었고, 의결권 있는 주식 2%는 시나드 회장 가족이 관여하는 목적신탁에 증여됐기 때문이다.

주식 줬다가 경영권 잃는다…증여의 역설

자산 승계는 자신이 이룬 부를 다음 세대로 이전하기 위한 과정이다. 자산가들마다 부의 승계 목적은 상이하다. 특히 기업의 창업주들은 자녀들이 기업을 영속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있도록 사전에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 목적인지, 단지 자산의 귀속 주체만 자녀들로 변경하는 것이 목적인지, 자산 승계를 계기로 기업의 가치와 철학까지 승계하도록 하려는 것인지 등 다양한 목적을 갖는다. 이러한 승계 과정에서 항상 주로 논의되는 것이 보유 중인 재산을 생전에 무상으로 이전하는 증여에 의한 방법이다.

시나드 회장은 수조 원의 상속세를 부담하면서 보유하던 주식 전체를 자녀들에게 승계하기보다, 기업이 영속적으로 이어지되 후손들은 기업의 소유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지배와 경영에 관여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 98% 주식에 대한 배당을 포기하고, 2%의 지분으로 파타고니아를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시나드 회장의 이 같은 자산 승계로 인해 추후 시나드 회장에 대한 상속이 개시돼도 상속인들은 파타고니아 주식과 관련해 추가적인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향후 그의 상속인이 사망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결권 없는 98% 주식은 이미 비영리단체에 이전됐고, 의결권 있는 2% 주식은 신탁에 증여된 상태이므로 상속이 발생하더라도 추가적인 자산 이전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시나드 일가는 2% 주식에 대해 약 200억 원대의 증여세를 납부하고, 목적신탁을 통해 파타고니아의 지배구조와 경영 철학은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보유 중인 자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방법은 크게 생전증여와 상속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생전증여는 자산의 가액이 추가로 증가하기 전에 미리 자산을 이전해 과세 부담을 명확히 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순차적인 승계 계획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속보다 유리하다. 특히 기업을 승계하는 경우라면, 후계자의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와 책임경영을 위해 생전증여가 더욱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많은 창업자들이 생전에 주식을 증여하는 방법으로 승계를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증여는 일단 이행되면 즉시, 전면적으로 재산이 이전돼 회복이 쉽지 않고, 법정상속 제도 및 유류분 제도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상속 제도하에서는 추후 상속분을 조정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최대 50%의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상속 제도 및 상속세의 관점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증여로 인해 자산이 이전되면 종전에 갖던 지배권도 즉시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창업자가 후계자에게 회사의 지분을 넘겼다면 더 이상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회사는 후계자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되는데, 이 과정에서 창업자는 본인의 기대보다 빠르게 경영에서 배제되고 지배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창업자는 회사가 본인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수증자가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달리 대처할 권한이 없다.

한국콜마 분쟁 부른 생전증여의 함정
지난 2024년 4월 중소중견기업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사진=한국경제
지난 2024년 4월 중소중견기업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사진=한국경제
최근 이슈가 됐던 콜마그룹 부자 간의 갈등은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한국콜마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을 증여하면서,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를 각자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것을 보장하도록 했는데, 윤상현 부회장이 이를 위반했으므로 주식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는 일방적으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아직 이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서면에 의한 증여는 이 같은 해제의 자유가 제한되며,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임의로 해제하기 어렵다. 다만 이미 이행된 증여라도 증여에 조건이나 부담이 부가돼 쌍방이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는 구조라면, 일반 계약과 마찬가지로 해제 가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윤 회장은 자신의 증여가 윤여원 대표의 독자 경영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체결된 부담부증여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여가 부담부증여라는 사정은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주장·입증해야 하므로, 미리 준비하지 않거나 명확한 입증 자료가 없다면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이를 해소할 방법으로 신탁을 고려해볼 수 있다. 증여는 그것이 이행되면 곧바로 재산권의 소유자가 수증자로 변경되지만, 신탁은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맡긴 후 위탁자, 즉 증여자가 신탁 행위로 정한 조건이 달성될 때 수익자, 즉 수증자에게 재산이 이전되도록 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콜마 사례와 같은 상황에서도 창업자의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나아가 신탁은 재산권을 다양한 내용의 수익권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므로, 주식의결권과 주식수익권을 구분해 서로 다른 자녀들에게 귀속시키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승계 방안 수립이 가능하다.
지난 2025년 6월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경남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삼양식품 밀양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5년 6월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경남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삼양식품 밀양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담부증여로 세금 줄인 삼양식품

둘째, 생전증여는 추후 상속과 관련한 문제에서 특별수익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상속재산분할이 필요하거나 유류분 침해가 발생해 유류분 반환이 문제가 될 때, 각 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으로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보고 반영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증여재산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증여를 받은 때가 아니라 상속 개시 시기를 기준으로 평가하므로 수증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생전에 주당 10만 원에 증여받은 주식이 피상속인 사망 시 주당 1000만 원이 됐다면, 수증자는 주당 1000만 원의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해당 자산이 처분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면 수증자로서는 상속분 계산이나 유류분 반환에서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한편 증여가 있으면 수증자가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상속세에 비해 연부연납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그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담부증여를 고려할 수 있다. 부담부증여는 증여에 상응하는 부담을 더하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증여재산의 가치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일례로 최근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두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주식 증여로 김 회장의 아들 전병우 전무는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됐는데,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증여 직전에 김 회장이 주식 20만 주를 담보로 800억 원을 대출받는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한 후, 이 주식담보계약에 따른 변제 의무를 수증자인 자녀들에게 그대로 부담시키면서 주식을 증여했다는 점이다.
상속보다 유리한 생전증여…단, 설계 없이는 독 된다
만약 담보로 제공한 20만 주의 가치가 2000억 원이라면, 이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전체 주식가액에서 담보된 채무를 공제한 1200억 원만 증여받은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두 자녀는 증여세를 납부할 때 위 1200억 원을 기준으로 납부할 뿐만 아니라, 추후 상속 관련 문제에서도 2000억 원이 아니라 1200억 원만 특별수익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이전하는 자산 가치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두 번 낼 세금 한 번으로…
세대 건너뛰기 전략


셋째, 자녀가 아닌 손자녀에 대한 증여와 관련한 쟁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손자녀에 대한 증여는 두 번의 상속을 한 번으로 줄이고, 그 과정에서 오랜 기간 자산 가치가 증대돼 세액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손자녀에 대한 증여는 30% 이상 할증돼 당장 납부할 세금이 많고, 상속 문제에서도 자녀에 대한 증여로 취급될 위험이 있다.
상속보다 유리한 생전증여…단, 설계 없이는 독 된다
특별수익은 개별 상속인이 직접 취득한 것만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대법원은 “증여 또는 유증의 경우, 증여나 유증된 물건의 가치, 성질, 수증자와 관계된 상속인이 실제 받은 이익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인에게 직접 증여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등에게 이루어진 증여나 유증도 특별수익으로서 이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해, 일정한 경우 손자녀에 대한 증여를 상속인이 받은 것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속인에 대한 증여가 아니라 제3자에 대한 증여이므로 해당 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증여가 유류분을 침해할 의사로 이루어졌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유류분 반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손자녀에 대한 증여도 제대로 검토하고 활용할 경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그룹 임성기 회장이 손자·손녀들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증여한 사례, 한국타이어 오너가에서 손자·손녀 세대가 주식을 보유한 사례 등 언론을 통해 확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산 승계를 준비하는 자산가, 특히 기업 승계를 준비하는 경우 보유 중인 주식의 일부라도 생전에 증여를 통해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증여는 재산권이 즉시 이전되고, 그로 인해 지배권 상실, 상속분 조정, 유류분 반환, 증여세 부담 등 다양한 법적·세무적 문제가 뒤따를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증여를 소극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증여는 미리 준비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하면 자산 가치 상승분을 다음 세대에 귀속시키고, 후계자의 책임경영을 유도하며, 상속 개시 전에 세금과 분쟁 가능성을 예측·조정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자산 승계 방안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증여를 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언제, 누구에게, 어떤 조건과 구조로, 상속·유류분·세금 문제까지 고려해 실행할 것인지다. 충분한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생전증여는 자산 승계 플랜의 보조 수단을 넘어 핵심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