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반도체 열풍이 시장을 달구는 동안에도 박곰희TV를 운영하는 박동호 당연투자자문 대표가 강조한 것은 결국 연금과 자산배분이었다. 남들보다 먼저 유망 종목을 찾는 것보다 오랫동안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출간 이후 그가 꾸준히 전해온 메시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커버스토리] 베스트셀러의 통찰 - 박동호 당연투자자문 대표·<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저자
“투자는 순서가 전부…절세 계좌부터 만드세요”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늘 비슷한 주제들이 이름을 올린다. 부동산, 주식, 돈 버는 법, 부자들의 습관 같은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유독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 노후 준비와 직결되지만 정작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은 주제, 바로 연금이다. 투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당장 수익을 낼 종목과 유망 산업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20년 뒤와 30년 뒤를 위한 연금 이야기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런 의미에서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인플루엔셜)의 성공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출간 직후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현재까지 25만 부 이상 판매되며 보기 드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연금이라는 점이다. 화제성 높은 투자 전략도 아니고, 단기간 수익을 노리는 종목 분석도 아니다. 투자자 대부분이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쉽게 관심을 두지 않는 연금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연금 베스트셀러

정작 저자인 박동호 당연투자자문 대표 역시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박곰희는 박 대표의 필명이자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명(박곰희TV)이다. 그는 연금이 투자 업계에서 대표적인 비인기 주제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도 제목에 ‘연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조회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고, 출판 시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준비하던 당시에도 흥행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다. 되레 주변에서는 연금을 제목으로 내세운 책이 과연 얼마나 팔릴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책 제목에서 ‘연금’이라는 단어를 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단순히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실제로 연금 투자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 사람의 노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다. 박 대표에게 연금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미래의 삶을 바꾸는 도구다. 그래서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라도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안 팔리더라도 의미 있는 책을 만들자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연금 투자를 시작한다면 그 사람의 노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같은 철학은 집필 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금융권 출신인 만큼 전문적인 투자 이론과 복잡한 금융 지식을 얼마든지 담아낼 수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읽을 수 있어야 했고, 금융 용어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책을 쓰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역시 “우리 어머니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까”, “금융을 전혀 모르는 사촌동생도 이 책을 보고 시작할 수 있을까”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식보다 실행이다. 경제 콘텐츠 시장에는 금리 전망과 미국 경제, 글로벌 시장 분석처럼 거대한 담론이 넘쳐난다. 물론 이러한 정보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수많은 경제 콘텐츠를 보고 난 뒤에도 사람들은 결국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까지 공개한 이유

그 질문에 답하고 싶었던 그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실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도 공개했다.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독자가 책을 읽고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투자는 순서가 전부…절세 계좌부터 만드세요”
그 선택은 예상보다 큰 반응으로 돌아왔다. 강연장과 북토크, 행사장에서 독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는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책을 읽고 처음 연금 투자를 시작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이대로 가면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첫 직장을 얻은 젊은 직장인들이 계좌를 보여주며 “대단한 주식 투자는 자신 없지만 이것만큼은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적어도 절반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박 대표가 강조하는 투자 방식이 결코 화려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투자 초보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어떤 산업이 앞으로 성장할 것인지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늘 의외로 단순하다. 종목보다 먼저 계좌부터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투자의 출발점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 세 가지 계좌를 꼽는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결국 이 세 계좌를 모두 사용하게 되며, 최근에는 증권사에서 여러 계좌를 한번에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ISA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9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ISA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실상 필수 계좌에 가까워지고 있다. CMA는 현금 관리에 유리하고, 연금저축은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연금저축을 노후 준비 수단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절세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회사, 비슷한 연봉을 받는데도 연말정산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결국 그 차이가 세테크와 연금 활용 여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직장인이 반드시 가져야 할 3계좌

무엇보다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그는 상장지수펀드(ETF)부터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ETF 자체를 투자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방향이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를 정말 안 해보셨던 분들이 지금 반도체 ETF부터 사면 아마 잠을 못 주무실 겁니다. 안 맞아요. 너무 변동성이 크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순서를 말씀드립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걸 하지 말고 가장 쉽고 안전한 것부터 경험해보라고요.”
그래서 그가 가장 먼저 추천하는 상품은 머니마켓펀드(MMF)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현금처럼 여겨지는 상품이지만,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조차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투자는 순서가 전부…절세 계좌부터 만드세요”
“처음 하시는 분들은 MMF도 무서워하세요. 이름에 펀드가 들어가 있으니까 뭔가 위험한 투자 같고 본격적인 금융 상품 같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수익률 그래프가 거의 일직선에 가깝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수익이 쌓이는 걸 보면서 ‘아, 투자라는 게 이런 것도 있구나’를 경험하는 단계인 거죠. 저는 이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MF를 통해 투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넘었다면 그다음 단계는 타깃데이트펀드(TDF)다. 박 대표는 TDF를 설명할 때마다 이를 “인류의 발전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표현한다.

“TDF는 사실 엄청난 과분산 상품입니다. 수천 개의 자산이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특정 기업 하나가 잘못된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저는 TDF를 하면 인류의 발전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특정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자본주 전체의 성장에 투자하는 거거든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일하면서 세상을 발전시키고 있잖아요. 그 성장의 과실을 가장 넓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TDF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경험이 쌓이면 이후에는 직접 자산 배분 단계로 넘어간다. 주식 60%, 채권 40%의 이른바 6대4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 코스피200 같은 대표 지수를 활용해 자산 배분의 원리를 체득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나서야 반도체, 인공지능(AI), 조선, 자동차, 방산과 같은 섹터 ETF에 관심을 가져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순서를 위험도가 점점 높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건 위험의 순서가 아니라 투자의 깊이에 따른 순서입니다. 경험 없이 바로 섹터 ETF나 테마 ETF로 가시면 정말 고생할 가능성이 높아요.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먼저 유망 종목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오랫동안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노후 준비도, 투자도 특별한 비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습관에서 출발합니다.”

돈에는 모두 꼬리표가 있다

올해 국내 투자 시장을 지배한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일 것이다. 특히 AI와 반도체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투자자들 상당수가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다. 주변 사람들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고, 지금이라도 뛰어들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다. 실제로 시장은 그런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부 종목은 몇 달 만에 두세 배씩 오르기도 했고, AI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불어났다. 투자 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 대개 전문가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냉정함을 유지하라고 조언하지만, 그는 먼저 인간의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조급함 자체를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금융권에서 오래 일했지만 지금 같은 규모의 흐름은 처음 봅니다. 30년 경력 투자자들도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그는 FOMO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돈의 성격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강연장에서 늘 같은 표현을 반복한다. 모든 돈에는 저마다의 꼬리표가 있다는 말이다. 주식을 해도 되는 돈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돈이 있다. 노후 자금과 생활비, 퇴직금은 같은 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목적이 전혀 다른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퇴직금이 대표적이다.

퇴직금으로 반도체 ETF를 산다?

“투자 경험이 많은 분들도 퇴직금으로 덜컥 반도체 ETF를 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돈은 지켜야 하는 돈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에는 금융 현장에서 쌓아 온 오랜 경험이 녹아 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시절부터 수많은 고객을 만나면서 그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투자 실력 부족이 아니라 돈의 목적을 혼동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 교육비를 공격적으로 투자하거나 은퇴 자금을 유행하는 테마주에 넣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투자는 순서가 전부…절세 계좌부터 만드세요”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흔들릴 때 투자 원칙보다 불안감이 먼저 작동하게 된다. 반면 노후 자금은 노후 자금대로, 투자 자금은 투자 자금대로 분리해 관리한 사람들은 훨씬 안정적인 선택을 한다. 그래서 그는 연금 계좌와 절세 계좌는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운용하고, 별도의 투자 자금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주식을 해도 되는 돈이라면 반도체를 사는 것도 문제없습니다. 지금 시장은 그 정도로 강한 흐름입니다. 다만 노후 자금까지 끌어다가 투자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연금은 연금대로 가야 하고, 절세 계좌는 절세 계좌대로 가야 합니다.”

결국, 그가 말하는 핵심은 액티브 투자와 패시브 투자를 구분하는 지혜다. 공격적인 투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산과 현재의 투자 자금을 섞어 버리는 순간 위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그가 공개한 연금 포트폴리오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책 출간 이후 시장 환경은 크게 바뀌었지만, 그는 지금도 당시의 포트폴리오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의아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장 흐름이 달라졌는데 왜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애초에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만든 포트폴리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보다 깨지지 않는 구조

“사실 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수십 년 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도 잘 알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투자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수익률부터 떠올린다. 어떻게 하면 더 벌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올해 시장을 이길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연금 투자는 질문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투자라고 하면 얼마나 더 벌 수 있는지부터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금 투자는 관점이 달라야 합니다. 연금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가 이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 역시 특별하지 않다. 그동안 너무 많은 계좌를 봐 왔기 때문이다. 증권사 PB 시절 고객들의 계좌를 분석했고, 퇴사 이후에는 수강생들의 계좌를 살펴봤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수많은 구독자의 투자 사례를 접했고, 자신의 계좌 역시 수십 년 동안 직접 운용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분명했다. 올해 20% 수익을 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 투자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면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는 계좌들도 있다. 연 5~7%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하는 계좌들이다. 박 대표는 오히려 그런 계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연금 투자를 설명할 때마다 ‘무관심 속에서 성장하는 구조’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매일 경제 뉴스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매일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자동이체만 꾸준히 유지하면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가령, 국민연금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국민연금도 매년 엄청난 수익률을 올려서 지금 규모가 된 것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꾸준히 만들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규모가 된 것입니다.”
“투자는 순서가 전부…절세 계좌부터 만드세요”
모두가 자본주의 성장 누리게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공개한 포트폴리오 역시 최고의 수익률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30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누군가는 그대로 따라 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노후 자금을 이 방식으로 준비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독자들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존경하는 투자자를 이야기할 때도 이러한 철학이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가 꼽는 대표적인 인물은 ‘인덱스펀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보글이다.

“존 보글은 결국 투자를 공부할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까지 자본주의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남겼습니다. 지금은 ETF가 너무 당연한 금융 상품이 됐지만, 그 시작에는 ‘투자는 전문가들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죠. 저는 성공한 액티브 투자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 자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요. 보글이 그랬던 것처럼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알리고, 누군가는 그 방법으로 오랜 시간 부를 쌓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보글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특정한 투자 기법이나 수익률이 아니었다. 투자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본주의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책 출간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투자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성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그가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다. 그래서 자신의 꿈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퇴직연금 수익률을 평균 3% 올리는 것.’

그는 대한민국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이 단 3%만 높아져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후가 달라지고, 사회 전체의 모습 역시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이야기하는 투자의 목적은 시장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30년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3% 올리기
“투자는 순서가 전부…절세 계좌부터 만드세요”
“제 꿈은 전 국민 퇴직연금 수익률을 3% 올리는 겁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3%만 높아져도 대한민국은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수익률 10%를 내는 사람을 20%로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도 퇴직연금을 예금으로만 굴리는 사람들이 투자라는 것을 이해하고, ETF를 통해 자본주의의 성장을 함께 누리게 만드는 것.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박 대표는 늘 거창한 투자 기술보다 작은 행동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누구도 하루아침에 투자 고수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연금 계좌 하나를 만들고, ETF 하나를 이해하고, 자동이체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30년 뒤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지금의 그가 성장해 온 과정과도 닮아 있다. 사람들은 현재의 박 대표를 성공한 금융 유튜버로 기억한다. 124만 명이 넘는 구독자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 전국을 다니며 열리는 강연과 북토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지금의 결과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분들이 지금 제 모습을 보고 갑자기 성공했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돌아보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바이럴 영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정 종목을 맞혀 화제가 된 적도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웠다. 한 명씩, 아주 천천히 구독자가 늘어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 긴 시간 동안 그가 해 온 이야기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도 반복하는 이 메시지들은 사실 채널 초기부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하지만 바로 그 반복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초기 시절 그의 강연장에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많아야 20명, 30명 수준이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와 작은 모임도 찾아갔다. 규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지금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 강연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강연 듣고 연금저축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포트폴리오를 따라 해서 지금까지 투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처음으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실행의 공백을 메우다

그는 그럴 때마다 좋은 투자 습관은 광고나 유행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고 말한다. 최근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 역시 이런 경험과 맞닿아 있다. 오랫동안 책과 유튜브, 강연을 통해 금융 교육을 해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투자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부도 충분히 했지만, 정작 실행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 유튜브를 보고도 계좌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 방법은 알지만 시간이 없어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부모의 노후 준비를 대신 챙겨야 하는 자녀 세대의 고민을 자주 접하면서 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는 단순히 금융 교육의 부족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 이후에도 또 하나의 큰 장벽이 존재했다.

박 대표는 이를 ‘실행의 공백’이라고 부른다. 최근 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 역시 투자자문사다. 다만 그가 생각하는 자문사의 역할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개념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수익률 경쟁이나 종목 추천이 목적이 아니라, 투자의 필요성을 이해한 사람들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투자 교육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조직에 가깝다.

실제로 연금과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계좌를 개설하고 자산을 배분하며 꾸준히 투자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책과 강연, 유튜브가 인식의 변화를 만드는 역할이라면, 자문은 그 변화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그의 관심이 결국 ‘교육’으로 향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에만 200편이 넘는 영상을 제작하고 6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양보다 깊이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채권, ETF, 주식, 연금 등 개별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금융 교재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다.

유튜브는 사라져도 책은 남는다

“유튜브는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남습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출판사까지 설립했다. 당장의 흥행보다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유튜버라는 직업 역시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I를 비롯한 기술 변화 속에서 플랫폼과 직업은 바뀔 수 있지만, 제대로 정리된 지식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 역시 개인의 성공과는 조금 다르다. 만약 지금 20대 과거와 65세의 미래 중 하나를 볼 수 있다면, 그는 주저 없이 미래를 택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연금 계좌의 잔고가 아니다.

박 대표는 강연을 마칠 때마다 청중에게 “30년 뒤에도 제가 활동하고 있다면 댓글 하나 남겨달라”고 말한다. 댓글의 내용은 단 하나다. “그때 시작하길 잘했다.”
그가 보고 싶은 미래는 자산 규모가 아니라 그 댓글의 숫자다. 65세의 자신이 됐을 때, “그때 시작하길 잘했다”는 한마디가 얼마나 많이 달려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가 꿈꾸는 것은 미국의 401(k)처럼 누구나 자연스럽게 노후를 준비하는 사회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불안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삶의 후반전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박 대표는 오늘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좋은 투자란 시장을 이기는 비법이 아니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습관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수많은 사람들이 “그때 시작하길 잘했다”고 말하는 순간이야말로, 그가 생각하는 가장 큰 투자 수익일지 모른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