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투자로 성공하려면 학습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찰리 멍거의 말에서 필명을 따온 머신러너. 그는 '할 수 있다 AI 주식 투자'를 통해 '1인 투자하우스'가 되는 법을 역설했다.

[커버스토리] 베스트셀러의 통찰 - 머신러너·<할 수 있다! AI 주식 투자> 저자
"1인 투자 하우스, AI와 함께라면 가능하죠"
매일 아침 6시. 그의 PC에서는 인공지능(AI)이 먼저 깨어난다. 증권 계좌에 접속해 보유 종목을 확인하고, 밤사이 올라온 공시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수집한다. 내용을 요약해 노션 문서에 정리한 뒤 알림을 보낸다. 그 사이 그는 에버노트를 연다. 시장을 복기하고, 투자 아이디어를 적고, 실수와 깨달음을 기록한다. 그렇게 쌓인 메모만 3000개가 넘는다.

이 풍경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헤지펀드 운용실도 아니다. 자동차 분야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 이기복 씨의 일상이다. 필명은 ‘머신러너(Machine Learner)’. 찰리 멍거가 남긴 “일반인이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학습기계가 돼야 한다”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는 올해 <할 수 있다! AI 주식 투자>(에프엔미디어)를 출간했다. AI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현재 5쇄를 찍었다. 책의 부제는 ‘4대 AI로 만드는 막강 1인 투자 하우스’다. 이 씨는 “AI 시대에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자신만의 투자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AI 투자는 ‘종목 추천’이 아니다

이 씨는 AI 주식 투자를 ‘AI 주식 추천’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AI가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AI를 활용한 투자가 본격화된 지 3년 남짓에 불과한 만큼 성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 씨가 강조하는 것은 투자 결과보다 ‘의사결정 과정’이다. 그는 투자를 운과 실력이 함께 작용하는 영역으로 규정하며, “결국 투자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의사결정 과정뿐”이라고 말했다. AI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반복적인 정보 수집과 공시 분석, 자료 정리 등을 맡겨 투자자가 기업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돕는 것이다.
"1인 투자 하우스, AI와 함께라면 가능하죠"
“제가 생각하는 AI 주식 투자는 개인투자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는 데 헌신하는 AI 투자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그는 매주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여러 AI에게 종목을 추천받아 성과를 공개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이 실험의 목적은 AI의 단순한 종목 추천만으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이 대목에서 ‘축적’의 힘을 언급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AI를 검색 도구처럼 그때그때 단발성으로 쓰는데, 투자 아이디어와 메모, 책에서 얻은 지식, 콘퍼런스에서 들은 이야기 등을 계속 저장하고 연결하다 보면 더 나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위대한 투자자 가운데 기록하지 않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노트가 수백, 수천 개 쌓이는 순간부터는 지식이 서로 연결되며 스노볼처럼 불어납니다.”

그가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론의 중심에는 AI-WRAP이 있다. 투자 지평을 넓히고(W), 투자 시나리오를 검증하고(R), 심리적 거리를 두고(A), 틀릴 때를 대비하는(P) 네 가지다. AI는 이 네 가지 과정 전반을 돕는 도구로 쓰인다.

반 토막 난 계좌 되살린 힘,
AI 투자 에이전트


이 씨의 투자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회사에서 성과급으로 받은 자사주 10주가 투자의 시작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종잣돈은 조금씩 불어났고, 빅데이터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파이썬을 독학하며 퀀트 투자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큰 전환점이 됐다. 투자 계좌는 반 토막이 났다. 이후 그는 나심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 마라>를 읽으며 투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세웠다. 동시에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 국내 가치투자자들의 책을 탐독하며 기업을 이해하는 투자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1인 투자 하우스, AI와 함께라면 가능하죠"
2022년 11월 챗GPT 3.5가 등장하자 그는 곧바로 이를 투자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연평균 복리수익률은 약 20% 수준이다. 그 전환점에서 그가 만든 것이 지금의 AI 투자 시스템이다.

이 씨가 운용하는 시스템의 핵심은 ‘AI 투자 에이전트’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친다면, 에이전트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도구를 통해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스스로 작업을 한다.
그가 연결해 둔 도구는 증권 계좌와 DART, 야후 파이낸스 등이다. AI는 보유 종목을 확인하고 공시와 시장 데이터를 수집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리한다. 일종의 ‘투자 비서’에 가깝다.

그는 현재 세 가지 에이전트를 운용한다.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탐험가’ 에이전트, 주 단위로 개별 기업을 점검하는 ‘투자 전략가’ 에이전트, 월 단위로 포트폴리오 원칙과 자산 배분을 관리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 에이전트다. 탐험가가 발굴한 아이디어는 투자 전략가의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CIO 에이전트에서 포트폴리오 차원의 판단을 받는다.

주식 투자는 수학 아닌 국어

매주 토요일이면 투자 전략가 에이전트가 보유 종목 전체를 점검한다. 각 종목에는 미리 설정해 둔 매도 시그널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라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가 2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지, 영업이익률이 유지되는지, D램 가격이 2개 분기 이상 하락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세 가지 가운데 두 개 이상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매도를 검토한다.

“살 때부터 매도 기준을 미리 정해 놓습니다. 그러면 매일 주가에 흔들리지 않고 분기 단위로 판단하게 돼요. 투자 시계열도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월간으로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점검한다. CIO 에이전트를 통해서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4-4-1-1 포메이션’으로 관리한다. 축구 전술에서 착안해 주가수익비율(PER) 10 이하 종목 40%, PER 10~30 종목 40%, PER 30~50 종목 10%, 고PER 성장주 10%로 구성한 것이다. 그는 포트폴리오의 가중평균 PER이 11 이하이면 현금 10%, 11~15면 20%, 15 이상이면 30%를 유지한다. PER 11은 코스피 장기 평균에서, 15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기준에서 힌트를 얻었다.

“중요한 건 완벽한 기준이 아니라 왜 그 기준을 세웠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세운 원칙은 AI에 등록해 두면 포트폴리오의 가중평균 PER을 계산하고 목표 비중에 맞는 리밸런싱안까지 자동으로 제안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려면 직접 코드를 짜야 했지만, 지금은 일상적인 언어로 지시해도 대부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단계적으로

원칙을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떤 종목을 담을 것인가다. ‘탐험가 에이전트’는 ‘발굴’의 과정이다.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는 일상의 관찰에서 시작된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느끼는 변화가 모두 투자의 단서가 된다.

“주식 투자는 국어입니다. 수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읽고 듣고 쓰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탐험가 에이전트가 기업의 핵심 지표를 정리하고, 투자전략가 에이전트가 투자 근거와 리스크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CIO 에이전트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매수 여부를 판단한다.

그는 초보자라면 거창한 시스템보다 “보유 종목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보유 종목과 매수 이유, 비중, 목표 등을 AI와 꾸준히 대화하며 투자 맥락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첫걸음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AI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먼저 묻는 ‘메타 프롬프팅’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했다. 투자 영상을 볼 때는 유튜브와 제미나이를 함께 활용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제미나이는 유튜브 URL을 직접 읽을 수 있어 긴 영상을 빠르게 요약하거나 핵심 내용을 검증하는 데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AI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답을 묻기보다 사고 과정을 묻는 질문을 권했다. “반도체 다음 주도주는 무엇인가”보다 “향후 1년간 반도체 강세가 이어질까. 그렇다면 어떤 지표를 봐야 할까”, “반대로 주도 산업이 바뀐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처럼 질문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강세장이다

투자를 결정한 뒤에는 밸류에이션도 반드시 점검한다. 그는 PER의 역수인 이익수익률을 10년물 국채금리와 비교해 위험 대비 보상이 충분한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를 자신의 생각을 확인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반론을 제기하는 토론 상대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가치투자자, 성장투자자,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등 서로 다른 투자자의 관점을 AI에 부여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허점과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시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강세장”이라고 답했다.

“여러 거시경제 변수 때문에 변동성은 계속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AI 혁신이 이끄는 산업 변화와 실적 장세의 초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틀에서는 여전히 우상향하는 강세장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강세장이라고 믿는다면 기다리는 것이 전부”라며 “기록해 둔 시그널에서 신호가 올 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씨에게 투자의 목표를 묻자 ‘생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 목표는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입니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주식 시장은 장기적으로 그 어떤 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안겨줬습니다.”

그는 특히 직장인 투자자가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매달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직장인의 약점이었다면, 지금은 AI가 정보 수집과 분석을 대신하면서 그 약점마저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1인 투자 하우스, AI와 함께라면 가능하죠"
AI는 세 번째 두뇌

이 씨는 AI를 ‘세 번째 두뇌’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두뇌는 사람의 사고, 두 번째는 에버노트 등에 축적한 기록, 그리고 세 번째가 그 기록과 맥락을 이해하며 함께 사고하는 AI라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도 직장과 투자를 병행하며 글을 쓰는 삶을 이어갈 계획이다. 투자 경험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투자자들이 가장 과소평가하는 위험으로 ‘AI를 활용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AI는 이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을 바꾸는 기술 혁명의 초입에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투자자의 기준도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될 것입니다”
"1인 투자 하우스, AI와 함께라면 가능하죠"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