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소액으로 해외 리츠를 매수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임대주택 시장과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 수요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 부동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항공 사진. 사진=연합AFP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항공 사진. 사진=연합AFP
과거 해외 부동산 투자는 소수 자산가나 해외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만의 영역이었다. 미국의 단독주택 한 채를 매입하거나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수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했고, 관련 시장에 대한 정보나 전문가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증권 계좌만 있으면 수십만 원 수준의 자금으로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리츠(REITs)와 상장지수펀드(ETF)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미국 임대주택 리츠를 비롯해 오피스 리츠, 호텔 리츠 등 다양한 부동산 유형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특정 건물 한 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의 자산에 분산해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산투자에 유동성까지 갖춘 리츠

무엇보다 유동성이 높다. 부동산의 단점 중 하나는 원하는 시점에 쉽게 사고팔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면 상장 리츠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어 실물 부동산 투자와는 전혀 다른 투자 경험을 제공한다.

리츠 시장의 변천사를 잠시 살펴보자면, 미국은 1960년에 세계 최초로 리츠 제도를 도입했고, 한국은 2001년 아시아 국가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비상장·사모형 리츠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필자가 <해외부동산 투자, 나는 말레이시아로 간다>를 쓰던 2018년 당시 국내 상장 리츠는 6개에 불과했고, 시가총액 1조 원을 넘는 대형 상장 리츠도 없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늦은 2005년에 리츠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2018년 당시 18개의 상장 리츠를 보유하고 있었고, 조 단위 시가총액을 가진 대형 리츠도 다수 존재했다.

이러했던 국내 리츠 시장의 모습이 2018년 신한알파리츠 상장을 계기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롯데, SK, KB 등 국내 대표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상장 리츠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투자 대상 역시 오피스 중심에서 리테일, 물류센터, 인프라, 해외 부동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수억 원 이상의 자금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었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이제는 개인투자자들도 국내 증권 계좌를 통해 수십만 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부동산 펀드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투자 상품이었다. 미국 오피스 빌딩과 유럽 호텔, 독일 업무시설 등에 투자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됐고, 국내 금융기관들은 앞다투어 해외 우량 부동산 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상과 재택근무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오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건물 사는 시대에서 산업에 투자하는 시대로

특히 미국과 유럽 오피스 시장은 팬데믹 이후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면서 공실률이 상승했고,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부 해외 부동산 펀드는 평가 손실과 만기 연장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러한 사례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단순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해외 부동산이라도 어떤 자산을, 어떤 시점에 담고 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투자자는 운용사의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자산의 본질과 시장의 흐름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투자 기회를 만든다고 말한다. 해외 부동산은 이러한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투자 영역 중 하나다. 정보의 부족과 전문가의 부재는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부동산은 주식과 다르다. 주식은 다수의 참여자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지만, 부동산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협상과 조율을 통해 가격이 형성된다. 특히 해외 투자자는 언어와 법률, 세금, 문화적 차이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동화 금융 기법의 발전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어 놓았다.

과거 해외 부동산 투자는 비행기를 타고 현장을 방문해 직접 건물을 매입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해외 부동산 투자는 하나의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맨해튼의 오피스 빌딩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가 반드시 건물을 직접 매입할 필요는 없다. 미국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할 필요도 없다.

이제 투자자는 리츠나 ETF를 통해 해당 자산이 창출하는 임대수익과 산업의 성장에 참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건물을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과 그 배후에 있는 산업의 성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100만 원으로 매수한다…리츠가 바꾼 해외 부동산 투자
글로벌 리츠로 읽는 부동산의 미래

이제 해외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부동산’만의 영역이 아니다. 자본시장과 부동산이 결합한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디지털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그 의미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블랙스톤과 같은 글로벌 투자자들도 단순히 빌딩 한 채를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특정 산업과 운영 플랫폼에 투자하며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과거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건물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해외 부동산 투자는 부동산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더 가깝다. 이제 투자자는 어느 나라의 건물을 살 것인가보다, 어떤 부동산 유형이 앞으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게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상장 리츠를 통해서도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글로벌 자본이 어떤 자산군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어떤 자산군을 미래 성장의 테마로 주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몇몇 대표적인 리츠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이는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사례임을 미리 밝혀 둔다.

먼저 미국의 임대주택 리츠인 ‘에퀴티 레지덴셜(Equity Residential)’과 ‘아발론베이 커뮤니티(AvalonBay Communities)’는 미국 주택 시장이 얼마나 운영 중심의 플랫폼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주택 시장이 여전히 분양과 매매차익 중심이라면, 미국 주택 시장은 대규모 상장 리츠가 수만 세대의 임대주택을 보유·운영하며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성장해 왔다.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매너 뱅크 기숙사. 글로벌 학생주택 전문 운영사인 유나이트 스튜던츠(Unite Students)가 관리하는 이 시설은 캠퍼스 인근의 입지 조건과 '침대 단위' 임대 계약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매너 뱅크 기숙사. 글로벌 학생주택 전문 운영사인 유나이트 스튜던츠(Unite Students)가 관리하는 이 시설은 캠퍼스 인근의 입지 조건과 '침대 단위' 임대 계약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주거 리츠의 시대

최근 미국 임대주택 시장에서는 대형 리츠 간 통합과 재편 움직임이 이어지며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산 규모를 키우기 위한 경쟁이라기보다 AI 기반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 활용, 자본조달 효율성 등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결국 미국 임대주택 시장은 개별 건물을 보유하는 사업에서 데이터와 운영 역량을 갖춘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주택과 함께 학생주택(student housing), 즉 학생전용임대주택(Purpose-Built Student Accommodation·PBSA) 역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유학국에서는 글로벌 상위권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지만 학생주택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임대수요가 장기간 유지되는 만큼 글로벌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도 학생주택을 새로운 주거 인프라로 인식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연기금과 대형 투자기관들이 학생주택 전문 운영사에 투자하거나 학생주택 리츠를 편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6월 국내 연기금인 행정공제회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스페인 소재 PBSA에 투자하기 위해 리츠를 설립하고 약 1억5000만 유로(약 2400억 원)를 출자했다. 과거 개인 집주인이 공급하던 학생주택 시장은 이제 수십만 세대를 운영하는 전문 운영사와 대규모 자본을 갖춘 기관투자자가 주도하는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6년 7월 캘리포니아주 버논에서 건설 중인 49.5메가와트(MW) 규모의 3층 구조 데이터 센터. 사진=연합AFP
2026년 7월 캘리포니아주 버논에서 건설 중인 49.5메가와트(MW) 규모의 3층 구조 데이터 센터. 사진=연합AFP
플랫폼이 된 부동산

두 번째 사례는 데이터센터 리츠다. 과거 기업 활동의 핵심 인프라가 오피스 빌딩이었다면, AI와 클라우드 시대에는 서버와 데이터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디지털 리얼티 트러스트(Digital Realty Trust)는 데이터센터가 더이상 특수 목적의 시설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부동산의 핵심 입지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이었다면, AI 시대의 핵심 입지는 전력과 통신망, 냉각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데이터 거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데이터센터 리츠 역시 금리, 전력 확보, 신규 공급, 기술 변화 등에 따른 리스크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부동산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기반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구조적 변화다.

개인투자자가 이처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직접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리츠는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도 AI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셀프스토리지 기업 퍼블릭 스토리지의 캐나다 온타리오주 캠브리지 지점. 사진=퍼블릭 스토리지 홈페이지
셀프스토리지 기업 퍼블릭 스토리지의 캐나다 온타리오주 캠브리지 지점. 사진=퍼블릭 스토리지 홈페이지
세 번째 사례는 셀프스토리지 리츠인 퍼블릭 스토리지(Public Storage)다. 셀프스토리지는 한때 틈새 부동산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전후로 주거 공간의 소형화와 재택근무 확산, 전자상거래 성장 등이 맞물리며 생활 인프라형 자산으로 부상했다. 현재 세계 최대 셀프스토리지 리츠인 퍼블릭 스토리지는 3300개가 넘는 시설을 운영하며 수백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 거대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과거 개인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던 소규모 창고 산업은 이제 데이터와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수천 개 시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례는 부동산 유형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건물을 사고파는 데서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운영을 통해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임대주택과 학생주택 리츠는 거주 수요를, 데이터센터 리츠는 디지털 인프라 수요를, 셀프스토리지 리츠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보관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결국 간접투자 방식에서는 단순히 배당률이 높은 종목을 찾는 것보다 사회 변화가 어떤 공간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안목이 중요하다. 리츠를 분석한다는 것은 부동산을 분석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구구조와 기술 변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읽는 과정이기도 하다.
100만 원으로 매수한다…리츠가 바꾼 해외 부동산 투자
결국 중요한 건 산업을 읽는 눈

따라서 해외 부동산 리츠나 ETF에 투자할 때도 운용사의 브랜드나 과거 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산이 어떤 산업과 연결돼 있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피스 리츠인지, 주거형 리츠인지, 데이터센터 리츠인지, 물류창고 리츠인지에 따라 위험 요인과 성장 동력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해외 부동산이라도 어떤 자산은 경기와 금리에 민감하고, 어떤 자산은 인구구조나 기술 변화라는 장기적인 흐름에 의해 성장하기도 한다.

간접투자 방식의 특성상 운용사의 경험과 역량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단순히 건물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사회와 산업의 변화를 담아내는 인프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100만 원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액으로 해외 리츠를 매수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의 임대주택 시장에, AI 시대의 데이터 인프라에, 그리고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 수요에 함께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상장 리츠 역시 금융 상품인 만큼 가격 변동성과 환율, 금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투자자는 특정 종목의 이름이나 운용사의 브랜드보다 그 자산이 담고 있는 구조적인 수요와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먼저 살펴야 한다. 과거 해외 부동산 투자가 ‘어느 나라의 건물을 소유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투자였다면, 앞으로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어떤 산업이 미래의 공간 수요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읽어내는 안목에서 결정될 것이다.

유현선 로완 대표·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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