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35 - 서울 여의도
서울 여의도 일대 전경
서울 여의도 일대 전경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죠. 오 시장은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신속통합기획 2.0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정비사업 투자처로 먼저 거론되는 곳은 한강벨트입니다. 이 중 ‘압여목성’이라고 하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가 주목받습니다. 특히 여의도는 압구정, 목동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노후 아파트 밀집 지역이며 재건축 시장의 대표 사업지입니다. 대부분 단지가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 준공돼 많이 노후했습니다. 15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업이 완료된다면 약 1만5000가구의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될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비계획 수립과 도시계획 검토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정비사업의 추진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더뎠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주요 단지들이 잇따라 후속 절차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후속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거든요. 시장에서는 여의도 재건축 사업 전반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향후 서울 최고급 주거지로 재편될 수 있을지, 15조 재건축 전쟁의 현장을 둘러보겠습니다.
여의도 아파트 지도
여의도 아파트 지도
교통망·편의시설 갖춘 한강변

지하철 5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너 여의나루역에 내렸습니다. 출구로 나오자마자 한강이 보이고 한강공원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건너편엔 약 23만1405㎡(7만 평) 규모의 여의도공원이 여의도 한가운데를 가로지릅니다. 근처에는 더현대서울과 IFC 서울국제금융센터, LG트윈타워, 한국거래소와 각종 금융 회사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업·금융·업무 시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종합병원인 여의도성모병원도 있습니다.

여의도는 교통의 요충지입니다. 도로망과 대중교통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울 어느 곳이나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올림픽대로 진입이 쉬워 강남권 가기에 좋고, 마포대교나 원효대교를 건너면 강변북로를 바로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출퇴근 시 상습적인 정체는 감안해야 하겠죠. 5호선과 9호선이 관통해 주요 도심 이동이 편하고, 신림선도 추가됐습니다.

여의도공원과 맞닿은 여의도환승센터는 서울 서남권과 수도권을 잇는 버스 교통의 허브입니다. 게다가 안산·시흥과 연결되는 신안산선, 인천 송도와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등이 추가로 개통될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여의도가 한강변 입지와 금융 중심지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갖춰 ‘한국의 맨해튼’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여의도 재건축 15조 전쟁
여의도공원
여의도공원
재건축 흐름 주도하는 단지들

여의나루역에서 나와 가장 먼저 온 곳은 삼부아파트입니다. 1975년 준공된 15층 높이의 866가구 규모이고, 면적대는 전용 77·92·106·135·146·175㎡ 등 중대형 평형의 비율이 높습니다. 106㎡ 저층부가 38억 원에 거래됐고, 가장 많은 전용 92㎡가 최근 28억 원 선에서 손바뀜이 됐습니다. 삼부는 여의도 내에서도 손꼽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의나루역 초역세권인 데다 더현대서울과 마주보고 한강과 여의도공원도 가깝습니다. 가구 구성도 중대형 위주여서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요.
삼부아파트
삼부아파트
사실 그동안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 중 후발주자로 꼽혀왔는데요. 최근 정비사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조합설립 총회를 열었고, 정비계획 지정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고 높이 200m 이하, 상한 용적률 559.86%를 적용받아 1735가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가구 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거죠. 전용 60~85㎡ 이하 중형이 742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85㎡ 초과 대형이 687가구, 60㎡ 이하 소형이 306가구로 구성되며 공공임대 239가구도 포함됐습니다.
한양아파트
한양아파트
일부 단지들은 빠른 속도로 여의도 재건축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양아파트가 대표적인데, 1975년 준공한 588가구입니다. 면적은 전용 105·149·192㎡ 등 중대형으로 구성됐으며 가장 많은 149㎡가 최근 39억8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올해 말 이주 계획입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최고 56층, 992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입니다.

바로 옆의 대교아파트는 여의도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단계를 밟고 있거든요. 대교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과 정비계획 수립을 동시에 진행한 ‘패스트트랙 1호 사업장’입니다. 한양과 마찬가지로 올해 말 이주하는데,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래미안 와이츠로 변신합니다. 총연면적 22만2000㎡, 최고 49층·4개 동, 912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입니다. 대교는 1975년 준공한 576가구 규모입니다. 전용 95·133·151㎡로 구성됐으며 최근 95㎡가 30억 원 선에서 손바뀜이 됐습니다.

시범아파트에 집중되는 시선

삼익·은하아파트는 통합심의를 준비하고 있어요. 공작아파트는 통합심의를 통과했고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화아파트도 얼마 전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진주·수정·미성아파트도 조합 설립 절차를 밟고 있으며, 광장아파트 38-1번지는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입니다.
시범아파트
시범아파트
여의도 재건축 사업지 가운데 가장 상징성이 크고 시장의 주목을 받는 시범아파트에 왔습니다. 1971년 준공한 1584가구 대단지입니다. 전용 60·79·118·156㎡으로 구성됐으며 최근 118㎡가 35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시범은 국내 최초의 단지형 고층 아파트입니다. 여의도 동쪽 한강변에 넓게 자리 잡아 한강 조망권이 우수한 데다 옆엔 63빌딩과 여의도성모병원이 있습니다. 초중고가 도보권이어서 여의도 내에서도 선호도가 뛰어난 좋은 입지입니다.

시범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 1호이기도 한데,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섰습니다.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이 진행한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금호건설, 제일건설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했습니다. 재건축은 10만9307㎡ 부지에 지하 6층~지상 59층, 21개 동, 총 2491가구 규모의 단지를 조성하며, 총사업비는 약 1조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연일 신고가 거래가 나오면서 재건축 속도를 내는 아파트들 위주로 호가가 많이 올랐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가 강남권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은 여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의도 재건축의 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이재형 한국경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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