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주가 비반도체 업종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성과급 인상과 증시 상승으로 중산층 이상의 소비 여력이 커진 데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이 면세점에서 백화점으로 옮겨오면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마켓 트렌드]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백화점주가 뜨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서 비반도체 산업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을 정도다. 금융투자 업계는 백화점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3대 백화점주 중 신세계는 올 들어 지난 7월 중순까지 주가가 약 173% 올랐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등을 산하에 둔 롯데쇼핑은 약 127%, 현대백화점은 약 97% 올랐다. 모두 이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약 74%)을 훌쩍 웃돈다.


‘성과급 줄인상’ 수혜…백화점서 돈 쓴다

이들 백화점주는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내국인 소비와 외국인 소비가 함께 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한 축은 내국인 소비다. 주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4월 21.7%를 기록했다. 올 1~4월 평균 증가율은 18.9%에 달했다. 할인점이나 슈퍼마켓, 온라인 채널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도체 다음은 백화점… 성과급·관광객·저출산 반등 ‘3중 호재’
금융투자 업계는 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성과급 인상과 주식 시장 상승세가 맞물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향후 소득 기대가 커지자 상대적으로 고가 수요를 담당하는 백화점이 주로 수혜를 본다는 얘기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최근엔 명품을 비롯해 백화점의 고마진 품목인 국내 패션의류 매출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올 2분기 백화점 가전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확 늘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7월 초까지 삼성전자가 ‘국민과 함께,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 할인·환급행사를 대규모로 열어서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과급 등이 연말에 주로 지급된다는 걸 고려하면 최근 백화점 소비 증가세가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한국경제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한국경제
외국인도 면세점보다 백화점

또 다른 성장 축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 관광총소비는 10조3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급증했다. 외국인 소비의 상당 부분은 쇼핑으로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5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7조7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쇼핑 지출이 전체 소비액의 45%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다.

백화점을 소비처로 택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그간 외국인 관광객은 주로 패키지여행과 면세점 중심 쇼핑을 하는 게 특징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개별여행 추세가 뚜렷하고, 소비도 백화점과 명품 중심으로 옮겨 가고 있다.
1~5월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110% 급증했다. 더현대서울은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이 129% 늘었다. 한국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19년만 해도 1~3%에 불과했다. 증권가는 현재 비중을 약 5~7%로 추정한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백화점은 상품 구성이 다양하다. 명품처럼 구매할 제품을 미리 정해 두는 ‘목적 구매’와 K-뷰티·K-패션 상품을 둘러보다 구매하는 ‘탐색 소비’를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요 백화점들이 매장을 식음료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체류형 공간으로 바꾼 것도 이 같은 특징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 기후도 백화점에 유리하다. 여름과 겨울에는 장기간 야외 관광을 즐기기 어려우니 관광객이 실내 대형 복합시설로 몰려서다.

日 백화점주처럼 재평가받을까

원화 약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달러와 원·위안 환율이 오르자 외국인들의 구매력이 높아졌다. 외국인이 자국 통화로 한국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환율 효과와 세금 환급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반면 면세점은 달러 결제가 기본이라 외국인이 원화 약세의 수혜를 직접 누리기 어렵다. 면세점에 집중됐던 외국인 쇼핑이 백화점과 아울렛으로 넓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가는 최근 국내 백화점의 성장 흐름이 2023~2024년 일본 백화점 업계와 닮았다고 평가한다. 이 시기 일본도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었고, 자국 통화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백화점 소비가 증가했다.

당시 일본 백화점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고, 이에 따라 이세탄미쓰코시, 다카시마야 등의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어졌다. 급격한 원화 절상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증권가가 국내 백화점주에 대해 일본 사례와 비슷한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을 기대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최근 반등하는 출산율도 장기적으로 백화점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세 미만 영유아를 동반한 가구는 외출할 때 백화점과 아울렛 등 대형 복합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생아 수 증가에 따라 소비자의 백화점 방문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유아용품을 비롯해 여성복과 식음료(F&B), 생활용품 등 연계 소비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목 투자 포인트는

주요 백화점 종목 중 신세계는 산하 백화점과 주요 자회사가 외국인 증가의 수혜를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올 1분기 28.4%로 전년 18.4%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점포의 외국인 비중도 6.9%로 3%포인트 상승했다.

면세점 자회사 신세계DF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개별 관광객 매출이 늘어나는 한편 영업손실 비중이 컸던 면세점 DF2 구역 운영을 중단해서다. 국내 패션 소비 회복에 힘입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라이브쇼핑의 실적이 반등하는 점도 긍정적이란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사업부가 고성장하는 와중 인천국제공항 내 최대 면세사업자로 올라섰다. 면세점 DF2 구역 사업권을 낮은 임대료로 확보해서다. 다만 자회사 지누스의 부진이 뚜렷한 게 실적 관건이다. 가구·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는 2025년 3분기부터 실적 부진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미국 조지아 공장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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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은 할인점과 슈퍼 등 내국인 중심 사업 비중이 높아 외국인 증가에 따른 수혜가 상대적으로 작다. 다만 명동과 잠실, 부산 주요 백화점 점포의 외국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롯데쇼핑의 전사 영업이익 대부분은 백화점 부문이 차지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백화점 채널은 현대백화점보다 외국인 매출 증가율이 높다”며 “반면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의 영업손실로 백화점주 중 가장 저평가 상태이고, 2분기부터 외국인 매출이 급증해 경쟁사와의 성장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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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