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이 화장품과 가정용 피부관리 기기를 함께 키우는 전략으로 1분기 매출이 123% 늘었다. 그중 89%가 해외에서 나왔다. 올해는 미국 오프라인 유통망을 1500여 개에서 9300여 개로 확대하며 성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화제의 주식]
 메디큐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광고. 사진=메디큐브 제공
메디큐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광고. 사진=메디큐브 제공
그간 투자 포트폴리오가 ‘반도체 일변도’였다면 이젠 다른 섹터의 수출형 성장주도 눈여겨볼 만하다. 넓은 해외 시장을 바탕으로 실적을 키울 가능성이 커서다. 에이피알은 이런 이유로 증권가가 주목하는 종목 중 하나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가정용 피부관리 기기(디바이스)를 개발·제조·판매하는 업체다. 화장품 브랜드로는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포맨트’가 있다. 피부 관리기기 브랜드로는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운영한다.


화장품·디바이스 ‘쌍끌이’

화장품은 토너 패드의 일종인 ‘제로모공패드’와 콜라겐 젤크림, PDRN 앰플 등이 대표 제품이다. 디바이스는 ‘부스터프로’ 시리즈가 주력이다. 패션 브랜드 NDY와 즉석 사진 부스 브랜드 포토그레이도 운영하고 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올 1분기 매출의 76.3%는 화장품·뷰티 부문에서, 22.4%는 뷰티 디바이스 부문에서 나왔다.

화장품과 디바이스 부문 전략이 각각 다르다. 화장품은 자체 생산설비를 두지 않고 모든 제품을 외주 가공 형태로 생산한다. 코스맥스, 노디너리, 한국화장품제조 등이 화장품을 생산하고, 에이피알은 기획과 마케팅을 맡는 식이다. 글로벌 유통은 화장품 벤더사 실리콘투를 통해 하고 있다.

반면 피부 관리기기는 연구개발(R&D)과 생산, 판매까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내재화한 구조다. 사내에 피부 관리기기 개발 센터를 두고, 100% 자회사인 에이피알팩토리에서 기기를 생산한다. 진입장벽과 제품 단가가 낮은 화장품 분야에선 기획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디바이스는 직접 키워 마진에 ‘기술 프리미엄’을 붙인다는 얘기다.

화장품과 피부 관리기기 사업을 같이 벌여 내는 시너지 효과도 있다. 각각 자사 제품을 내세우며 ‘이 디바이스를 쓸 때 이 에센스를 같이 쓰면 좋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어서다. 가정용 피부 관리기기는 사 놓고 일정 기간 이상 계속 쓰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화장품을 같이 쓰도록 마케팅하면 반복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SNS ‘히트’…매출 89%가 해외서

실적을 뜯어보면 ‘수출형 기업’ 구조가 뚜렷하다. 지난 1분기 연결 매출이 5934억 원, 영업이익은 15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74% 성장했다. 분기 기준 최대치다. 이 중 해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매출 89%가 미국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국가별 매출 규모는 미국 매출이 250%, 일본은 101%, 유럽 포함 기타 국가는 216% 뛰었다.

마진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올 1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25.7%로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높다. 에이피알에 비해 사업부문이 훨씬 다양하긴 하지만, 화장품 업계 ‘큰형님’ 격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률은 11.2% 수준이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률도 6.8%에 그친다.


증권가는 에이피알이 공격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입소문 내는 방식으로 광고비 대비 매출 효율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에이피알은 초기부터 틱톡 등 숏폼 콘텐츠를 적극 활용했다. 온라인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인플루언서 리뷰 영상을 보고 제품을 구매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런 전략은 올 상반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대형 할인 행사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도 통한 분위기다. 정동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은 아마존 프라임데이 피부관리 부문 상위 100개 명단에 포함된 제품 수가 전년 대비 늘었다”며 “특정 품목만 유행을 타는 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소비도 점점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연간 가이던스 상향 가능성을 언급하며 매출 2조 원 후반대 달성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올 1분기 가이던스는 전년 대비 매출 40% 증가, 영업이익률 25%였다. K-문화 인기에 힘입어 늘어난 한국 화장품 수요의 수혜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최대 음악축제인 코첼라 메디큐브 부스 현장. 사진=에이피알 제공
미국 최대 음악축제인 코첼라 메디큐브 부스 현장. 사진=에이피알 제공
미국선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6억3000만 달러였던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 6월 11억100만 달러로 약 74.8% 급증했다.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증가한 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증권가가 기대하는 대표적인 올해 실적 포인트는 미국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이다. 에이피알은 기존엔 미국 매출 대부분을 아마존을 통해 냈다. 이 기업의 그간 미국 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약 10%에 그친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들어선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다. 올 초까진 미국 얼타와 맺은 독점 유통 계약에 따라 얼타뷰티 매장에만 입점했지만, 지난 4월 독점 계약이 끝나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 4월 타겟 1995개 매장에 입점을 완료했다. 지난 6월에는 월마트 5200여 개 매장에 들어갔다. 오는 9월에는 코스트코 600여 개 매장에 제품을 진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1500여 개였던 미국 내 유통망은 연내 9300여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화장품·뷰티 업계에서 오프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통상 온라인보다 수익성도 높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뷰티 시장에서 아마존 채널의 점유율은 15~20% 수준”이라며 “아마존 외 채널로 판매망을 넓히는 전략이 추가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벤더사인 실리콘투는 올 하반기 멕시코 법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에이피알이 이를 통해 중남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비용은 부담…"시장 확대 과정"

에이피알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등 대규모 세일 행사로 마케팅비가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지정학적 요인으로 운임비도 상승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비용 부담에 가깝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지난 7월 1~13일 에이피알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10곳 가운데 4곳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엔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률이 1분기보다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비용이 늘어난 주요 요인은 미국과 이란 전쟁, 아마존 프라임데이, 유럽 시장의 가파른 성장 등인 만큼 구조적인 비용 증가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마케팅비와 운임비 등 성장 투자가 늘면서 이익률이 조정될 수 있다”면서도 “비용 부담보다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외형 성장 속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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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