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가 정답'이라는 투자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AI 산업의 승자독식 구조가 심화되면서 핵심 기업만 압축적으로 담는 '초압축 ETF'가 글로벌 ETF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많은 종목을 담기보다 가장 강한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ETF 심층해부]
초집중형 ETF는 반도체나 2차전지, 로보틱스, 빅테크와 같은 테마에서 핵심 테마 내 후발주자를 과감히 배제하고 1~2등 대장주에 높은 펀드 비중을 몰아주는 상품이다.
IBIT 기록 깬 DRAM…
승자독식이 낳은 ETF
실제로 지난 4월 미국에 상장한 DRAM ETF(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테마 ETF)는 상장 직후 테마형 ETF로는 유례없는 속도로 펀드의 규모를 키웠다. DRA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톱3의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형태의 테마 ETF다.
과거 미국 ETF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펀드 규모를 높였다고 평가받은 블랙록의 현물 비트코인 ETF(IBIT)의 속도를 뛰어넘은 수치다. 미국 내에서도 투자자의 압축형 ETF에 대한 수요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례가 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 S&P500 전체 수익률의 60% 이상이 상위 20개 종목에서 창출됐다. 즉, 전통적인 분산투자가 오히려 포트폴리오 성과의 희석을 초래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대부분 빅테크 중심의 성과 창출인데, 과거 정보기술(IT) 부흥기와 다르게 현재 인공지능(AI) 생태계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빅테크 기업만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한 구조다. 이에 따라 주도주가 아닌 경우 오히려 주가 측면에서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집중형 ETF 자체의 인기에 힘입어 각 집중형 ETF의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ETF, 옵션 전략을 결합한 액티브 커버드콜 ETF 등이 함께 상장돼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DRAM 역시 초기 인기에 힘입어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가 나오며 미국 레버리지 ETF 사상 상장일 최대 거래대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초집중형 ETF에 담긴 포트폴리오가 하나의 신규 지수처럼 작동되는 것이다.
패시브 명가 블랙록도 압축형에 올라탔다
한국 시장 역시 기존 광의형 테마 상품에 대적하며 펀드명에 톱2, 톱3를 명시한 초집중형 ETF가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약 24개의 초집중형 테마 ETF가 상장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 간 주식 성과 분화가 극심해진 영향이다.
초압축 ETF의 장점은 다음 네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원하는 테마나 타깃의 주도주에만 정확히 투자하는 밀도 높은 투자(pure-play)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분산된 테마형에서 보유하고 있는 구형 테마나 정체된 업종을 제외하고 원하는 타깃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사이클에 따라 주도주 중심의 자산 배분이 가능해진다.
둘째, 집중돼 있음에도 단일 종목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일부 분산할 수 있다. 실적 실망이나 오너 리스크 등 단일 종목 투자 시 발생하는 개별 위험 가능성을 낮춘다. 대장주 모멘텀을 누리면서도 최소한의 바스킷을 통한 분산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셋째, 리밸런싱 비용의 절감이다. 투자자가 직접 3~10개의 여러 개별 종목을 매매하고 비중을 조절할 때는 품과 비용이 든다. ETF로 투자할 경우 운용사가 매매하고, 적절하게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넷째, 전술적 트레이딩 도구로의 활용이다. 시장에 투자하는 베타 투자가 아닌 명확한 테마 및 주도주 중심의 알파 투자이므로 단순히 자산 배분으로의 역할을 넘어 단기 모멘텀으로 활용하거나 테마 로테이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초압축 ETF 3가지 쓰임새
예를 들어, AI 투자 테마 내에서 빅테크나 M7과 같은 기업의 주가 밸류에이션이나 실적 우려가 커지고 메모리 반도체가 각광받는 시점에는 MAGS ETF에서 DRAM ETF로 빠르게 자금을 이동시켜 선택적인 테마 트레이딩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연금 계좌 내 투자 활용이다. 연금 내 위험자산 비중으로 편입해 직접투자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채권과 혼합해 구성돼 있는 초압축 ETF의 경우 연금 계좌에 편입 시 공격형 자산 비중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임은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ETF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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