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는 과열과 조정을 겪고 있다. 올 하반기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의 투자 전략을 짚어봤다.

[머니 토크]
(왼쪽부터)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 변정규 다이와증권코리아 FICC본부 상석본부장
(왼쪽부터)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 변정규 다이와증권코리아 FICC본부 상석본부장
코스피 상승세를 놓고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 지수는 전기전자 업종의 독주에 힘입어 세계 주요 증시를 압도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소외되면서 지수와 체감 수익률의 괴리가 커졌다.

지난 7월 8일,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 변정규 다이와증권코리아 FICC본부 상석본부장은 하반기 증시를 놓고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김 교수는 경기선행지수와 반도체 수출 모멘텀 둔화를 근거로 조정 가능성을, 이 대표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을 전제로 9월 이후 반등 가능성을 제시했다. 변 본부장은 구조적 고환율이 통화 정책과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다만 레버리지 투자를 자제하고 변동성에 대비한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 지난해 4월 이후 증시가 가파르게 올랐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총괄적으로 평가해 달라.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이하 김 교수)
“예상하지 못한 지수 흐름이었다. 지난해 코스피가 78% 가까이 올랐고, 올해 상반기에도 101% 상승했다. 상반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10.4% 상승했다. 세계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상승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지수만큼 수익을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올 상반기 코스피를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 업종은 200% 이상 올랐지만, 전기전자를 제외한 평균 업종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시장이었다. 반도체 주식을 많이 보유하신 투자자는 큰 수익을 거뒀겠지만, 자산 배분을 충실히 했던 사람은 오히려 주가지수보다 수익률이 낮았을 것이다,”
"선행지수 꺾이면 코스피도 같이 꺾인다"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이하 이 대표) “올해 상반기 초반부와 중후반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4월까지는 편차는 있었어도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업종이 고르게 올랐다.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증권주가 오르고, 전력 관련주도 강세를 보이는 등 어느 정도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났다. 하지만 5월 이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이후로는 일부 핵심 종목을 제외한 상당수 종목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시장에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예탁금이 요즘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선택과 집중이 너무 강하게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기존에 들고 있던 종목을 팔아 갈아타면서, 나머지 업종은 실적이나 향후 전망과 무관하게 소외됐다. 특히 5~7월 시장은 지수는 상승했지만 사실상 '속 빈 강정'이었다고 본다. 상승장에서 쏠림은 당연한 현상이다. 다만 1999년 닷컴 버블이나 2006~2008년에 다 겪어봤지만 그때는 쏠림이 한두 종목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수는 좋았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응하기가 매우 곤란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이었다고 본다.”
"선행지수 꺾이면 코스피도 같이 꺾인다"
변정규 다이와증권코리아 FICC본부 상석본부장(이하 변 본부장) “지난 1년을 기준으로, 원화는 달러 대비 약 14% 평가절하됐다. 같은 기간 엔화도 약 13.5% 절하됐다. 시장에서는 원화와 엔화를 '쌍둥이 통화'라고 부를 정도로 동조화 현상이 강해졌다. 과거 우리는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들여와 제조해 수출하는 구조였다. 중국이 최대 무역국이었다. 그때는 위안화와의 동조화가 강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산업 구조가 빠르게 바뀌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중심으로 수출 구조가 전환되면서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기술과 협력이 중요해졌다. 노재팬 운동이나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면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는 꾸준히 강화되는 흐름을 보여 왔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일본이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하는 관계다. 해외 투자자들도 이런 산업 구조를 반영해 두 나라를 하나의 투자군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역과 공급망,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인식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선행지수 꺾이면 코스피도 같이 꺾인다"
- 하반기 세계 경기와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

김 교수
“중요하게 봐야 할 건 경기선행지수다.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23년 4월을 저점으로 올해 5월까지 상승해 왔다. 그런데 하반기에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20개국(G20)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3월을 정점으로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지표는 우리 수출 증가율에 2~3개월 선행한다. 상관계수도 약 0.6 정도로 높다.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상당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덕분에 상반기 굉장히 높은 성장을 했지만, 하반기에는 수출 둔화와 함께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경기선행지수는 한 번 꺾이면 최소 1년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년까지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대표 “요즘 유행하는 단어가 'K자형 경제'다. 위쪽은 아주 따뜻하다. 다만 극소수다. 나머지는 정말 어렵다. 요즘 자영업자들을 많이 만나는데 실제로 많이 힘들어한다. 인구도 줄고 있는 데다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장사가 안 되는 곳이 너무 많다. 경제 자체는 이렇게 좋지 않은데 증시는 또 다른 모습이다. 지금 증시가 오르는 건 우리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AI라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어마어마한 투자가 일어나면서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이 그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 AI 수혜 기업 중심으로 오르다 보니 우리가 체감하는 일반적인 경기와는 괴리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는 계속 안 좋은데 증시가 이렇게 오르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 지금 시장의 모습이다.”

- 해외, 일본에서는 최근 한국 경제와 증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변 본부장
“다이와증권을 비롯해 일본 이코노미스트들도 대부분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한국의 기술 발전에 기인한다고 인정한다. 과거에는 일본이 훨씬 우월하다고 봤지 않나. 일본은 미국 다음가는 경제 대국이라는 인식 속에서, 특히 기술만큼은 미국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떤 면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그래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살아났다고 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한국이 상당히 높아졌다. '한국을 배워야 한다, 한국을 따라가자'는 분위기가 많다. 한국이 이만큼 성장했구나 싶어 기분 좋은 상황이다.”

- 한국의 경제적 위상은 높아졌는데, 정작 국내에서 번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민이 성과를 가져가려면 그 자금이 국내에 투자돼야 하지 않나.

김 교수
“우리는 1998년부터 구조적으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만큼 금융계정으로 거의 그대로 빠져나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제는 금융으로 국부를 늘려야 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삼성전자가 돈을 많이 벌어도 외국인 지분이 많으니 배당금이 해외로 나간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보유한 것보다 우리가 해외 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다. 국제수지를 보면 배당수지, 이자소득 같은 항목이 계속 흑자다. 그런 면에서 금융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물론 그 자금이 국내에 투자되면 좋겠지만, 저는 금융으로 국부를 늘려야 하는 시대라고 보고 있다.”

- 펀더멘털 사이클 측면에서는 둔화 가능성에 세 분 모두 공감했다. 그렇다면 하반기 증시는 어떻게 보나.

이 대표
“저는 하반기 국내 증시가 의외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상반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사실이고, 최근 시장 조정도 그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시장에는 반도체와 관련 산업에 대한 의심이 여전히 있는데, 나올 만한 얘기는 이제 다 나왔다. 이제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우였는지를 점검하는 국면이다. 만약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면, 9월 이후에는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둔화 우려가 있지만, 저는 그 우려가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하고 있는 건 생존 게임이다. 이들의 사업모델 자체가 본질적으로 독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더 뛰어난 AI 모델과 서비스를 확보해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만으로 투자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앞으로 발표될 실적에서도 투자 기조가 유지된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시장의 반도체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상반기처럼 쭉 끌어올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저점을 높여 가는, 밀고 올라가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 주목할 부분은 금리다.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보다는 동결 기조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본다. 최근 물가 부담은 유가 상승 영향이 크지만 과거 오일쇼크처럼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 둔화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금리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반도체를 빼고는 다 못 오르고 있는데, 금리 부담 때문에 힘들었던 업종 가운데 가격이 충분히 싸지고 밸류에이션이 좋은 기업들은 하반기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시장은 실적만 봤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투자를 많이 하니 반도체가 좋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성장을 보기 시작할 것이다. 'AI가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 일본도 다카이치 정부가 반도체를 앞세워 과거의 신화를 되찾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변 본부장
“일본의 최근 드라이브는 '사나에노믹스'로 대표된다. 흔히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것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추진 목표 자체가 다르다. 아베노믹스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2%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사나에노믹스는 장기적인 성장과 일본의 기초체력 증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도체·우주·AI 산업처럼 앞으로 일본의 먹거리가 될 분야에 장기 성장의 초점을 두고 있는 거다. 키옥시아나 도쿄일렉트론 같은 반도체 중심 산업을 키워 21세기 AI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원대한 구상도 있다. 시장도 여기에 반응하고 있다. 시가총액 1위였던 도요타를 제치고 키옥시아가 일본 시총 1위에 오른 상태다. 일본 시장도 정부 정책과 발을 맞춰 가고 있다고 본다.”

- 반도체 경기는 어떻게 보나.

김 교수
“반도체는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산업이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1%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수출과 경제, 증시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저는 반도체 업황의 모멘텀은 이미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을 호드릭-프레스콧(HP) 필터로 전월비 증가율을 구해보면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절대 규모는 늘어나지만 상승 탄력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과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AI 투자 과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 창출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AI 투자 과정에서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기술은 결국 세상을 바꾸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투자 거품은 큰 조정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다우지수는 고점 대비 약 90% 하락했고,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도 나스닥은 약 78% 하락했다. 기술의 가치는 살아남았지만 마지막에 유입된 자금은 큰 손실을 입었다. 저는 AI 기술이 앞으로 10년, 20년 경제와 인류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다만 늘 마지막에 들어간 자본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런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만약 BIS나 NBER의 전망대로 된다면 반도체 수요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 하반기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무엇입니까.

변 본부장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통화 정책이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2.9%에서 시작해 올해 5월에는 3.41%까지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까지 금리 인상을 억눌러 갈 수 있을 것인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두고 시장은 환율이나 물가 상승 문제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더 중요한 건 그게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7월에 올리느냐 마느냐보다, 몇 차례에 걸쳐 얼마나 오래 인상하느냐가 채권 시장 금리와 환율을 결정할 것이다.(7월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김 교수 “저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본다.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 저축률이 많이 낮아졌다. 최근 몇 달을 보면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졌다.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높은 금리로 미국 가계의 이자 부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소비 둔화가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Fed로서는 고민이 클 것이다. 물가를 보면 올려야 하는데, 실물경제를 보면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 교수
“통화 정책은 늘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9개월에서 12개월의 시차가 있다. 문제는 미래를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8월이다. 당시 물가가 5%를 넘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그런데 바로 한 달 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고, 금리를 급격히 내려야 했다. 저는 시장금리를 보면서 기준금리를 판단한다. 그런데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가 3% 수준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선반영해 버린 것 같다. 현재 기준금리는 2.5%다(7월 16일 2.75%로 인상). 그런데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3.8%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평균 0.7%포인트 정도 높았다. 지금 3.8%라는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3%대를 이미 반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든 안 하든, 시장금리는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금리 외에 하반기 증시가 고려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가.

이 대표
“지난 2년간 주식 시장을 돌아보면 위험 요인이 많았지만, 거의 90%는 트럼프 리스크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러 발언을 내놓을 텐데, 그게 반드시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경우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이미 경제 자체가 '정치경제'로 많이 변질됐다. 지금 미국의 물가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발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금리도 물론 가장 무서운 변수다. 다만 올 하반기만큼은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는 그림이라고 본다. 환율도 고민이다. 원화가 더 약세를 띠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그게 전체 물가로 연결된다. 환율은 정책 당국에 상당한 고민을 안길 수 있다.”

변 본부장 “환율은 하반기 금융 시장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다. 2022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금리와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시장금리 움직임을 보면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한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이는 장기간 이어진 고환율이 국내 물가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재의 고환율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심리적 요인도 크다. 환율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달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고, 기업과 개인 모두 과거보다 달러를 쉽게 매도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 되고, 달러가 들어오면 매도세가 나오면서 다시 환율이 내려가는 순환 구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러가 들어오지 않으니 그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원화에 대한 수요를 늘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나 조선 등 수출 거래에서 원화 결제가 확대된다면 원화 수요가 늘어나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미국과 한국의 통화 정책과 관계없이 고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는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한국이 금리 격차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면 원화의 투자 매력도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환율도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원화 결제 비중을 높이자는 제안이 나왔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무관하게, 반도체의 위상이 워낙 높으니 결제통화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뜻인데.

김 교수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건 미 달러인덱스, 한미 금리차, 경상수지 같은 요인들이다. 이런 변수들로 보면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이론적으로는 지금의 환율 수준을 저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가장 큰 단기 요인은 외국인 수급이다. 외국인이 올해 코스피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했는데, 그게 환율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원화 가치는 저평가, 코스피는 고평가. 그래서 코스피가 조정을 보이면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덜 팔게 되고, 순매도가 줄어들면서 환율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하반기 주도주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대표
“하반기에는 그동안 소외됐던 기업들이 제 가치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도 금리가 안정되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다. 그러면 현재 주도 기업들도 이전만큼의 속도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 '성장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다. 지금 미국에서는 AI로 신약을 개발하는 쪽 주가가 대단히 좋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언제 돈을 벌지 모르지만, 그걸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이미 소기의 성과를 내는 사례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동조화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곧바로 따라오지는 않겠지만, 성장 스토리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중 하나가 피지컬 AI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관련 휴머노이드가 처음으로 공장에 투입된다. 물론 처음이니 성과는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의미가 있다. 그런 모멘텀이 작용한다면 주도 기업은 조금 더 늘어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게 맞다고 본다.”

김 교수 “반도체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상승률은 상반기보다 낮을 것이다. 반도체 주가가 조정을 보인다면 필수소비재, 음식료 쪽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의 나스닥 생명공학 ETF를 보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요즘 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2차전지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주목할 분야로 보인다.”

- 하반기 투자에서 유의할 점을 조언해 달라.

김 교수
“저는 코스피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지표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그리고 일평균 수출이라고 본다. 하반기에 선행지수가 꺾인다면 코스피도 꺾일 수 있다. 자산 배분을 잘해야 한다. 선행지수가 상승할 때는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꺾일 때는 주식 비중을 낮추고 현금성 자산이나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를 보면 은행 예금 비중이 여전히 42%인 반면 채권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저는 은행 예금보다 국채가 더 좋은 시대가 오고 있다고 본다.”

변 본부장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기관투자자들까지 주식에 상당히 집중돼 있다. 개인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런 쏠림은 위험하다. 쏠림이 크면 나중에 하락 폭도 클 수 있다. 상황이 닥쳤을 때 개인투자자는 기관 트레이더보다 대처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 헤지 수단을 쓸 수 있는 여력도 제한적이다. 하반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안전자산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제적으로 낮춰보시길 권한다.”

이 대표 “올 상반기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변동성이었다. 하루하루의 변동 폭이 금융위기 때나 나올 법한 수준이었다. 사이드카라는 게 좀처럼 듣기 어려운 단어인데 수시로 등장할 정도였다. 저는 하반기에도 반도체가 괜찮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 정도 가격이 올라서도 이만큼 잡음이 나왔다. 하반기 시장도 변동성을 피할 수 없다. 그 변동성 속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려면 무리한 투자나 레버리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개인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이제부터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한상춘 위원, 정리 이현주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