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Marina Rheingantz, , 2026년. 오른쪽) Marina R heingantz , 2026년. 사진 제공=화이트 큐브 서울화이트 큐브 서울이 브라질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의 한국 첫 개인전 <편린: Míope>을 연다. 2024 광주비엔날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가가 상파울루 스튜디오에서 지난 1년간 공들여 작업한 신작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다. 브라질 아라라콰라의 광활한 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에게 고향의 거대한 자연은 독보적인 영감의 원천이다. 작가는 회화와 섬유 작업을 오가며 현실과 상상, 그리고 파편화된 기억의 잔상을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의 화면 속 정경과 수변 풍경은 명확히 정의되는 대신, 손에 잡힐 듯 모호하고 감각적인 형상으로 유영한다. 포르투갈어로 ‘근시(Míope)’를 뜻하는 전시 제목처럼, 이번 신작들은 추상적 표현을 통해 렌즈의 초점을 맞추듯 거시적 시점과 미시적 시점을 자유롭게 오간다. 의도적으로 여백을 남긴 형상들은 관람객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해체되고 사라졌다가 다시 피어나는 착시를 선사한다. 거창한 풍경화 대신, 기억의 미세한 ‘편린’들을 모아 브라질의 생명력을 은유하는 마리나 라인간츠. 화이트 큐브 서울을 방문해 풍경을 바라보는 감각의 스펙트럼을 넓혀보자. 기간 2026년 9월 1일~10월 24일 | 장소 화이트 큐브 서울(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일상의 ‘B컷’을 위트 있게 포착한 거리의 거장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위 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를 선보인다. 작가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선보이는 첫 작가 조명전이다. 전 관을 채운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 연작 14개 시리즈의 작품 500여 점과 출판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과거 다큐멘터리 사진이 흑백의 엄숙함과 거리감으로 거대한 사회적 사건을 기록했다면, 마틴 파는 그 관습을 과감히 깨부쉈다. 그는 1980년대 들어 비비드한 컬러 사진으로 전환, 해변의 휴가객이나 쇼핑몰의 소비자와 같은 사소한 일상 속으로 직진했다. 강렬한 플래시와 직설적인 근접 촬영, 그리고 특유의 촌철살인 해학. 〈마지막 휴양지>, 〈작은 세계〉, 〈상식〉 등 그의 대표작은 현대인의 소비 습관과 여가 문화를 거침없이 지목한다. 거대한 뉴스거리 대신 일상의 표면을 훑는 그의 렌즈는, 오늘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기록하고 드러내는 현대인들의 초상과 맞닿아 있다. 카메라 렌즈 앞에서 꾸밈없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을 방문해보자. 날카롭지만 어딘가 인간미 넘치는 마틴 파의 유머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될 것이다. 기간 2026년 10월 18일까지 | 장소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서울 도봉구 마들로13길 68)
무대 뒤 숨은 무게추가 드러날 때 <김무영: Pig〉
아트선재센터가 김무영 작가의 첫 미술관 개인전 〈피그(Pig)〉를 개최한다. 연극적 메커니즘과 관경의 역사를 탐구해 온 작가가 개념 속에 머물던 ‘극장’을 실제 전시공간으로 끌어들여 선보이는 독창적인 시도다. 전시명 ‘피그(Pig)’는 무대장치를 균형 있게 지탱하는 선철(pig iron) 무게추를 뜻하는 공연계 용어다. 무대 위 화려한 환영을 완성하지만 정작 관객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존재. 작가는 이 은폐된 장치에 주목하며 공연을 가능케 하는 물질적·역사적 조건을 파헤친다. 특히 철거와 리노베이션 공사를 앞둔 아트홀의 불확실한 상태는 이번 전시의 주요한 모티브가 됐다. 작가는 소록도에서 촬영한 신작 사진과 서대문형무소의 공사 현장을 담은 흑백 사진 연작, 신작 조각을 배치해 극장 특유의 일방적인 시선 구조를 해체한다. 관람객은 관객석과 무대, 백스테이지를 오가며 공간에 축적된 시간의 레이어를 다층적으로 감상하게 된다. 늘 조명이 비추는 무대 정면만 바라봐 왔다면, 이번엔 무대 뒤편의 고요한 무게추에 눈길을 내어주자. 은폐됐던 시스템이 드러나는 순간, 공간과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열릴 것이다. 기간 2026년 10월 4일까지 | 장소 아트선재센터(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