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 중구 신당동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36 - 서울 중구 신당동
그런데 남산 동쪽에 18층 높이의 아파트가 산 위로 솟아 있다는 거 아세요? 서울에서 유일한 남산 숲세권 단지인 중구 신당동의 남산타운 아파트입니다. 42개 동 5152가구(임대 2036가구) 규모의 대단지예요. 남산타운은 신당3구역 재개발을 통해 조성됐는데,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시가 임대주택 최대 비율인 60%를 임대로 요구할 수 있었거든요. 당시 간신히 줄였던 게 약 40% 수준인 2000가구였던 겁니다. 서울 강북에서 임대까지 포함했을 경우 남산타운은 가구 규모가 가장 큰 단지이고 부지도 꽤 넓습니다.
남산타운 같은 도심 속 숲세권 단지는 흔치 않아요. 남산타운은 동서남쪽이 녹지인데, 남산의 연장선인 매봉산이 남쪽에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단지 안에 자리 잡은 쌈지공원이 위치합니다. 주변이 산과 공원으로 둘러싸여 선선한 바람이 불어요. 입지도 절묘합니다. 남산 주변은 고도가 제한되지만 남산타운 아파트는 고도제한이 조금 높은 40m이거든요. 단지 서쪽을 지나가는 다산로의 맞은편은 12m의 고도제한지구입니다. 이곳에는 빌라와 다세대주택들이 많습니다.
남산타운의 또 다른 강점은 직주근접입니다. 광화문과 강남 등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가 지하철로 몇 정거장에 불과한 짧은 거리입니다. 차로는 20분 정도 걸리더군요. 단지 남쪽에 사실상 남산타운 아파트만을 위한 6호선 버티고개역이 있고, 북쪽으로는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약수역이 멀지 않습니다.
숲세권 단지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맞아요. 극강의 경사입니다. 아파트가 시작되는 구역부터 본격적인 경사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전반적인 구조가 미로처럼 구불구불합니다. 단지 전체가 계단식 구조로 설계됐고, 옹벽도 설치돼 있습니다. 단지 곳곳에 지름길 계단이 많아요. 다행히 단지 안에 마을버스가 다니더군요.
교육환경은 어떨까요. 동호초를 낀 초품아이지만, 아이가 크면서 주민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중고등학교가 장충중과 장충고 정도여서 이렇다 할 학군과 학원가가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신혼부부와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은 편입니다. 직주근접 때문에 입주했다가 이후 전세를 놓고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또 은퇴하고 나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편리한 교통과 숲세권의 매력 때문이겠죠.
위쪽 동에서는 남산과 남산타워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남쪽으로는 한강과 롯데월드타워까지 보이더군요. 가격도 인근 동네에 비하면 수억 원 저렴합니다. 남산타운과 쌈지공원을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인접한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의 시세는 전용 84㎡ 기준 25억 원 정도지만 같은 면적대의 남산타운은 17억 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거든요. 남산타운의 면적대는 59·84·114㎡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여곡절 많은 리모델링 사업
곳곳에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서울 내 최대 재건축 단지가 둔촌주공(과거 5930가구·현 올림픽파크포레온)였다면, 최대 리모델링 단지는 남산타운입니다. 임대 가구를 제외한 3116가구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우여곡절 끝에 조합 설립에 성공했어요. 임대와 분양이 혼재된 단지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가 이뤄진 것은 남산타운이 처음입니다.
극심한 진통을 겪은 끝에 남산타운은 임대와 분양아파트의 필지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시의 권리관계에 변동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 아래, 향후 임대·분양 단지의 필지를 분할하는 ‘선인가 후필지분할’ 방식으로 조건부 인가가 이뤄졌습니다. 중구와 추진위가 제안하고 서울시가 받아들이면서 수년간 멈췄던 사업이 돌파구를 찾게 됐습니다. 사실 임대동 관련 규제는 그동안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거든요.
수직증축을 통해 467가구를 늘릴 계획입니다. 숲세권의 장점을 살리려면 동간 간격을 띄우는 게 낫다는 판단인 거죠. 용적률은 231%이고,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됩니다. 법적 상한용적률이 300%이기 때문에 만약 재건축을 하더라도 일반분양 가구수 증가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고도제한까지 걸려 있어 층수를 확 늘리는 것도 어렵고요. 그렇기 때문에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은 겁니다.
일각에서는 상가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단지가 워낙 크다 보니 상가가 5개에 달하거든요. 사실 리모델링이기 때문에 꼭 상가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조합이 설립됐으니 상가도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상가를 리모델링하면 상가 위로 3~4개 층을 더 지어야 합니다. 아직 정비사업이 초기 단계이다 보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산타운을 둘러본 뒤 약수역 쪽을 살펴봅니다. 약수역에 인접한 초역세권 단지인 동아약수하이츠는 1999년 입주한 2282가구 규모 대단지입니다. 이 중 임대는 684가구인데, 임대동은 안쪽에 모여 있습니다. 약수하이츠는 신당 4구역을 재개발해 조성한 아파트입니다.
면적대는 전용 57·65·84·114㎡로 구성됐으며 가장 많은 84㎡는 18억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동 배치를 보면 전면부에는 전용 84㎡ 타입이 몰려 있고, 일부 59㎡ 동은 약수역에서 매우 가깝습니다. 지하철역까지의 거리가 시세 및 호가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앞서 임장한 남산타운의 장점을 이곳 약수하이츠도 고스란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남산 및 매봉산공원이 인접한 숲세권 단지이고, 3·6호선 약수역이 걸어서 3분 거리입니다. 또 5·6호선 청구역도 도보 이용이 가능합니다. 주변에 약수역 전통시장과 상권, 장충동, 신당동 상권 등이 인접한 데다 물가도 저렴한 편입니다.
초등학교는 단지 북쪽에 있는 청구초로 배정되는데 청구역에서 가까운 위치입니다. 하지만 10분 이상 걸어야 하며 도로를 건너거나 경사를 통과하는 등 통학로가 쾌적한 편은 아닙니다. 약수하이츠의 용적률은 255%입니다. 단지가 처한 상황이 남산타운과 많이 비슷하죠? 그래서 이곳도 남산타운처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이재형 한국경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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