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 개시 시점과 수령 기간, 국민연금과의 순서에 따라 퇴직소득세 감면 폭은 물론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달라진다. 특히 2026년부터는 21년 차 이후 퇴직소득세가 50% 감면되는 만큼, 은퇴 후 현금흐름을 장기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커버스토리]
‘은퇴를 위해서 모았던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직장인이나 사업자들은 은퇴라는 목표가 아니더라도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의 절세와 환급을 위해서 연금저축 계좌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활용해 왔다. 그리고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은 의무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했다. 이렇게 연금 상품과 국민연금, 그리고 직장인의 퇴직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은퇴를 위한 재원으로 준비된다.
효율적으로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연금 재원을 만들기 위해서 납입한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세액공제, 그리고 과세이연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재원의 종류에 따라서 연금에 대한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의 대표주자인 국민연금은 납입하는 보험료 전액이 소득공제 된다.
하지만 연금으로 수령할 때에는 전체 연금에 대해서 종합소득세가 과세된다. 사적연금으로 불리는 연금 상품은 납입하는 금액의 13.2%(연봉 5500만 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이 45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16.5%)만큼 세액에서 공제된다. 다만 납입금액 전체에 세액공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저축 계좌는 1년간 납입액 중 600만 원까지, IRP는 900만 원까지 납입한 부분만 세액공제를 인정한다.
연금저축 계좌와 IRP는 통합해 1년에 최대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데, 한도를 초과한 납입금액은 세액공제가 불가능하다.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을 재원으로 추후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3.3~5.5%의 세율로 원천징수 된다. 반면 세액공제가 되지 않았던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하면 소득세는 과세되지 않는다.
공제가 없었으니 과세도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세액공제 여부와 상관없이 납입액의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은 재원과 동일하게 3.3~5.5%의 세율로 원천징수 한다. 퇴직금을 IRP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는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으로 이연된다. 그리고 그 퇴직금의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할 경우 30~50%까지 퇴직소득세가 감면된다.
언제 연금 수령을 시작할 것인지, 몇 년에 걸쳐 받을 것인지, 국민연금·퇴직연금·연금저축 가운데 무엇을 먼저 받을 것인지, 매년 얼마를 인출할 것인지에 따라 은퇴 후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2026년부터 퇴직금을 20년 넘게 연금으로 받는 사람에 대한 퇴직소득세 감면이 확대됐다. 그래서 ‘일시금으로 받을 것인가, 연금으로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순서로 얼마나 오래 받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50% 감면 구간 신설…21년 차 넘기면 세금 절반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 시점에 계산된 퇴직소득세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 반면 퇴직금을 IRP로 이전하면 실제로 퇴직금을 인출할 때까지 퇴직소득세는 이연된다. 퇴직소득세를 내지 않은 금액까지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금 3억 원에 대한 퇴직소득세가 2000만 원이라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는 세금을 제외한 2억8000만 원만 운용할 수 있다.
반면 IRP로 이전하면 3억 원 전액을 운용할 수 있다. 당장 납부하지 않은 세금 2000만 원까지 투자 원금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연된 퇴직소득세는 연금을 수령하는 단계에서 연금수령기간으로 나누어 원천징수를 하는데, 30~50% 감면해 원천징수 한다. 앞의 사례에서 퇴직금 3억 원을 IRP를 통해서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70% 수준인 1400만 원을 연금수령기간 동안 원천징수 한다.
퇴직금을 재원으로 하는 IRP는 일반 연금과 달리 가입 후 5년이 지나야 한다는 요건도 없다. 21년 차 이후의 50% 감면 구간을 활용하려면 연금수령연차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 55세에 연금 수령을 시작하면 만 75세 전후에 21년 차 구간에 들어갈 수 있지만, 만 65세에 시작하면 만 85세 전후가 돼야 한다. 따라서 장수 가능성과 향후 자금 수요를 고려하면 만 55세 이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연금 수령을 개시하고, 초기에는 필요한 범위에서 적은 금액을 인출하는 방법을 권유하고 싶다.
연금 수령, 순서와 한도가 핵심이다
연금수령기간을 길게 만들겠다고 매년 지나치게 적은 금액만 받는 것도 반드시 좋은 전략은 아니다. 은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기 때문이다. 또한 21년 차 이후의 50% 감면은 21년 차까지 남아 있는 퇴직금에 대해서만 의미가 있다. 초기 20년 동안 대부분을 인출해 버리면 21년 차 이후 감면율이 높아져도 실제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연금 수령 계획은 다음 세 구간으로 나누어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은퇴 직후부터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공백기’다. 이 기간에는 퇴직연금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둘째,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된 이후의 안정기다. 국민연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퇴직연금 인출액을 줄여 전체 소득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셋째, 연금 수령 21년 차 이후의 장수 구간이다. 이때 사용할 의료비와 생활비를 위해 일정한 퇴직연금 잔액을 남겨 두면 해당 금액에 대해 퇴직소득세 50% 감면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매년 같은 금액을 기계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개시 전에는 비교적 많이 받고 국민연금 개시 후에는 줄이되, 21년 차 이후 사용할 자금을 남기는 방식이다.
퇴직금을 IRP에서 나누어 받는다고 해서 모든 인출액이 세법상 연금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세법에서 정한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해 인출하면 초과분은 세법상 적정한 연금으로 보지 않는다. 한도를 초과해서 수령하는 연금은 ‘연금외수령’으로 분류되는데, 표현은 어렵게 했지만, 결국 연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경우 30~50%의 퇴직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없고 원래의 퇴직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일반적인 연금수령한도는 다음 산식으로 계산한다.
연금수령연차가 높아질수록 연금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커진다. 일정한 연차 이후에는 사실상 한도 제한이 사라진다. 따라서 은퇴 초기에 주택을 구입하거나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서 IRP에서 큰 금액을 한꺼번에 꺼내면 일부가 ‘연금외수령’으로 처리될 수 있다.
그래서 큰돈이 필요한 해에는 인출하기 전에 금융 회사에 연금수령한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만 의료비, 장기요양, 재난, 파산, 해외이주 등 법령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연금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관련 증빙과 신청기한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절세보다 중요한 ‘세후 현금흐름’ 설계
절세를 고려한 연금 수령을 위해서는 수령하는 연금의 재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연금의 재원은 연금 상품에 쌓여 있는 자금이겠지만, 재원별로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① 세액공제를 받은 연금 계좌(IRP 포함) 납입금, ②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연금 계좌(IRP 포함) 납입금, ③ IRP로 수령한 퇴직금, ④ 연금 계좌(IRP 포함)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이다. 재원은 가입자가 임의로 선택해 수령할 수 없다.
이러한 인출 순서를 모르고 연금 계좌를 합치면 예상과 다른 자금이 먼저 인출될 수 있다. 특히 퇴직금과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 그리고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이 여러 금융 회사에 흩어져 있다면 은퇴 전에 계좌별로 재원의 구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좌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편리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세금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금융기관의 퇴직연금 계좌(IRP)를 활용해 재원별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다만 계약 이전 과정에서 재원이 비례적으로 이동하거나 금융 회사별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계좌를 통합하거나 이전하기 전에 퇴직금의 원금, 이연퇴직소득세,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액, 운용수익을 구분한 명세서를 받아야 한다.
은퇴자의 연금 수령 순서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함께 고려하면 몇 가지 원칙은 정할 수 있다. 우선 국민연금은 평생 지급되고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는 종신연금이다. 수령을 연기하면 연기한 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증가한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다른 생활자금이 충분하다면 국민연금 수령을 미루고, 그 기간에 퇴직연금이나 일반 금융자산을 사용하는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
사적연금은 건보료에서 빠진다
다만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소득으로 건강보험료와 피부양자 자격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을 연기하면 나중에 받는 연금액이 증가하므로 장기적으로 건강보험료도 늘어날 수 있다. 반면 현행 건강보험료 체계에서는 사적연금소득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퇴직금 역시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IRP에서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도 사적연금이라는 점에서 현재 건강보험료 부과 소득에서 제외된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때 가장 낮은 세율만 찾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생활비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투자 위험이 큰 상품에 장기간 묶어 두어 고령기에 사용할 자금이 부족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퇴 설계의 목표는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세후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의 원칙으로 압축될 것이다.
셋째, 초기 20년에 퇴직금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21년 차 이후 사용할 금액을 남긴다. 넷째, 매년 연금수령한도를 확인해 연금외수령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한다.
다섯째, IRP에 포함된 퇴직금과 세액공제를 받은 사적연금소득을 이해하고 재원별로 수령 계획을 세운다. 여섯째, 국민연금과 금융소득, 임대소득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지역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계산한다.
일곱째, IRP로 수령한 퇴직금을 필요 이상으로 인출해 예금이나 금융 상품에 재투자하지 않는다. 퇴직소득세 감면을 포기하고 금융소득이 늘어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종훈 법무법인 가온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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