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주 거래로 시가총액 2위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국내 프리마켓의 1주가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서 800억원대 강제청산을 불러오자, 넥스트레이드가 9월 14일부터 제도 손질에 나선다.

[마켓 트렌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사무실에 설치된 주가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사무실에 설치된 주가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9월부터 주식 프리마켓 거래가 바뀐다. 7~8월 변동성 장세 와중 SK하이닉스, 삼성전기, 알테오젠 등 국내 증시 주요 종목의 가격이 극소량의 주문만으로 크게 요동친 일이 반복돼서다. 무슨 연유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 거래는 어떻게 바뀌는 걸까.

국내 증시 프리마켓은 한국거래소(KRX)의 정규 거래 시작 시간인 오전 9시 이전에 미리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을 뜻한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오전 8시부터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파생상품 800억 강제청산

최근 이 시장에선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코스닥 대표 종목들의 가격이 시초 상한가나 하한가로 직행한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지난 8월 5일엔 삼성전기와 알테오젠이 1주 체결만으로 상한가로 치솟았다. 각각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5위, 코스닥 시총 1위인 종목들이다. 그러나 두 종목은 이내 상승 폭을 크게 줄였다. 당일 삼성전기는 약 14.43%, 알테오젠은 3.75% 상승으로 정규장을 마감했다. 프리마켓에서 1주 거래로 형성된 시초가를 한참 밑도는 가격이다.

지난 2월 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삼성전자, 기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6개 대형주가 프리마켓 시작과 함께 하한가로 체결된 일이다. 당시엔 한 기관이 여러 종목에 대해 실수로 하한가 주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총 2위 종목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초 약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나 프리마켓 개장 직후 하한가를 봤다. 지난 7월 28일엔 1주 거래로 전날 종가보다 29.99% 낮은 가격에 거래됐고, 지난 8월 6일엔 11주 거래로 비슷한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각 거래일마다 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된 이후 낙폭을 좁혔지만 투자자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이는 파생상품 시장까지 큰 영향을 줬다. 지난 7월 28일 SK하이닉스 프리마켓 하한가 사태는 트레이드엑스와이지가 운영하는 SK하이닉스 연동 무기한선물 상품 가격을 17.9% 끌어내렸다. 당시 탈중앙화거래소(DEX) 하이퍼리퀴드에선 5740만달러(약 800억 원) 규모 포지션이 2분 만에 강제청산이 됐다.

프리마켓, ‘매칭’되면 즉시 체결

트레이드엑스와이지가 단기 가격 왜곡에 따른 청산 손실은 보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프리마켓에서의 딱 1주 거래가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의 수백억 원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 일각에선 불신론도 퍼졌다. 특정 세력이 파생상품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프리마켓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독 프리마켓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가격 결정 방식 때문이다. NXT 프리마켓은 그날의 최초 가격 결정 방식이 KRX 정규장과 다르다.

KRX는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인 동시호가 시간에 들어온 모든 주문을 모은다. 그리고 매수·매도 수량이 일치해 가장 많은 거래가 성립될 수 있는 균형가격을 구한다. 이 가격이 정규장 시초가가 된다. 모인 주문은 시초가를 기준으로 9시 정각에 체결 여부가 결정된다. 이른바 ‘단일가 매매’다.

반면 NXT 프리마켓은 ‘접속매매’ 구조다.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한다면 거래가 즉시 체결되는 방식이다.

시장의 정보가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점도 있다. 프리마켓이 열리는 오전 8시는 직전 거래일 이후 호가창이 ‘리셋’돼 비어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단 1주만 상한가나 하한가에 주문을 넣고, 상대방이 시장가 주문을 넣기만 해도 주가가 상·하한가로 튈 수 있다. 출범 이후 지난 2월까지 11개월간 시초가 상·하한가 발생 건수가 227건에 달한 이유다.

9월부터 ‘정적 VI’ 도입키로

변동성 문제가 이어지자 NXT는 정적 VI를 도입하기로 했다. 9월 14일부터다. 기준가격을 10% 이상 벗어난 가격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체결하지 않는다. 대신 2분간 거래를 멈추고, 그동안 주문을 모아 균형가격을 산출해 거래하는 단일가매매로 전환한다. 지난 8월 12일부터 정적 VI 도입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프리마켓에서 상·하한가 주문을 금지하는 임시 조치도 시행한다.

NXT는 기존에 운영하던 동적 VI 제도도 바꾼다. 기존엔 직전 체결가에 비해 일정 비율을 넘겨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 거래를 2분간 멈추는 방식을 써 왔다. 코스피200 종목은 기존 주가의 ±3%, 그 외 종목은 ±6%를 초과한 경우다.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방식이 순간적인 거래 불균형이나 주문 착오 여파를 바로잡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거래 정지가 풀리면 다시 접속매매 구조로 돌아가고, 프리마켓은 정규장 대비 주문이 많지 않은 만큼 매수·매도 호가가 적정가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NXT는 동적 VI가 발동했을 때도 2분 동안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잇따른 ‘특이거래’만 보면 NXT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NXT가 등장한 이유는 분명하다. 거래시간 확대와 증권 거래 시장 경쟁을 위해서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까지 약 70년간 KRX 독점 체제였지만, NXT가 출범하면서 시장이 경쟁 구조로 재편됐다.

주식 거래 가능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늘었다. NXT가 생기기 전엔 KRX 정규장 이후 오후 4~6시에 시간 외 단일가 시장을 통해서만 주식을 거래할 수 있었지만, 이젠 같은 시간에도 실시간 매매를 체결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근 후 ETF 거래'도 추진

NXT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 규모도 늘고 있다. NXT 출범 당시인 지난해 3월 초엔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이 코스피 5종목과 코스닥 5종목 등 10개에 그쳤다. 하지만 이젠 약 700개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NXT 거래 종목이 확대된 이후인 지난해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4조5206억 원에 그쳤던 NXT 일평균 거래대금은 1년 뒤 28조7937억 원으로 급증했다. 변동성 우려에 거래가 잦아든 지난 8월 초에도 18조6889억 원 수준을 나타냈다.

NXT는 거래 대상도 넓힐 계획이다. 연내를 목표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ETF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여전히 주요 거래는 정규장에 몰려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등 주요 투자 주체는 거래대금 규모가 커서 시장 가격을 더 수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정규장에서 거래를 선호한다”며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은 거래대금이 상대적으로 적어 소수 거래만으로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 1주에 하한가…9월부터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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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