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쓰는 비용은 한 달 새 3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매출과 수주잔고는 오히려 급증했다. 값이 내려가는 속도보다 쓰는 양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마켓 리더의 시각]
지난 2025년 3월 열린 하노버 박람회에서 구글 클라우드 부스. 사진=EPA연합
지난 2025년 3월 열린 하노버 박람회에서 구글 클라우드 부스. 사진=EPA연합
2분기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6월 인공지능(AI) 관련주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들 종목의 높은 기대감에 대한 부담도 커졌지만, 기업 실적만 놓고 보면 하반기 미국 주식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기업 팩트셋에 따르면 8월 7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가운데 86%가 시장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웃돌았다.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11개 업종 중 10개 업종의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고, 8개 업종은 두 자릿수 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EPS 서프라이즈 폭도 29.2%에 달한다. 알파벳과 아마존의 대규모 비영업이익을 제외하더라도 EPS 서프라이즈 폭은 10.9%로 견조하다.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당 부분 낮아졌다. 8월 7일 기준 S&P500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로 최근 5년 평균 19.9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지수 전체가 다시 큰 폭의 밸류에이션 확장을 기대하기보다는 앞으로는 실적이 주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조정 폭이 컸던 AI 관련주에서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적에서 확인된 ‘사용량의 힘’…AI 수익 증명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살펴볼 데이터가 AI의 ‘토큰 가격’이다. 실리콘 데이터의 ‘LLM 토큰 실효비용지수(LLM Token Expenditure IndexㆍSDLLMTK)’는 주요 AI 모델과 배포 방식의 실제 사용 비중을 반영한 100만 토큰당 실효비용을 추적한다. 이 지수는 7월 초 1.64달러에서 8월 초 약 1.16달러까지 하락했다. 모델의 효율이 개선되고 저렴한 오픈웨이트 모델의 사용이 늘면서 기업이 AI를 이용하는 실질적인 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82% 급증…AI 회의론에 답한 2분기 실적
가격 하락만 보면 AI 기업에는 악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 내려가는 속도보다 사용량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가다. 단순화하면 AI 시장의 매출은 토큰당 가격(P)과 사용량(Q)의 곱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82% 급증…AI 회의론에 답한 2분기 실적
2분기 실적은 이 질문에 상당히 긍정적인 답을 줬다. 구글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델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의 토큰 처리량은 1분기 분당 160억 개에서 2분기 220억 개로 한 분기 만에 37.5%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개발 플랫폼 파운드리에서도 연환산 1조 개 이상의 토큰을 사용하는 고객 수가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아마존 베드록 고객의 2분기 지출액도 이전 모든 분기의 누적액을 넘어섰다.

더 중요한 것은 늘어난 사용량이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은 36.8%,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매출도 31.6% 증가했다. 또한 이들 기업의 수주잔고와 장기계약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현재의 AI 수요가 향후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클라우드 82% 급증…AI 회의론에 답한 2분기 실적
미국 캘리포이나주 버넌에 건설 중인 49.5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 사진=AFP연합
미국 캘리포이나주 버넌에 건설 중인 49.5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 사진=AFP연합
가치사슬 따라 갈리는 이익률

적어도 2분기 실적에서는 AI 사용비용 하락 → 사용량 증가 → 수주와 실적 증가라는 연결고리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에서 확인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AI 전용 클라우드 사업자인 코어위브의 2분기 실적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에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코어위브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0년에 출시된 엔비디아 A100 기반 클러스터의 임대 계약을 최근 프리미엄 가격에 2029년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1~2년 주기로 출시되더라도 이전 세대 GPU가 추론 등 적합한 작업으로 이동하면서 예상보다 오랫동안 경제적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AI 수요가 증가한다면 AI 가치사슬의 모든 기업이 똑같이 돈을 벌게 될까. 현재 가치사슬별 영업이익률은 차이가 명확하다. 오픈AI 등의 모델 기업과 일부 네오클라우드는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하이퍼스케일러 클라우드, 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는 높은 영업이익률이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82% 급증…AI 회의론에 답한 2분기 실적
이러한 관점에서 하반기에는 포트폴리오의 중심은 실적과 현금흐름이 검증된 기업에 두고, 성장성이 높은 AI 인프라 분야를 위성처럼 추가하는 ‘코어-위성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코어에는 AI 사용량 증가가 클라우드 매출과 수주잔고, 영업이익으로 연결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자체 현금흐름으로 상당 수준 감당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를 둘 수 있다. AI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되더라도 광고,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등 기존 사업에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반기 투자 전략은 ‘코어-위성’

위성 포트폴리오에서는 단순히 성장률이 높은 기업보다 AI 사용량 증가로 공급 병목이 발생하는 분야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 82% 급증…AI 회의론에 답한 2분기 실적
지난 1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및 슈퍼컴퓨팅 플랫폼 베라 루빈을 소개하는 젠슨 황 CEO.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및 슈퍼컴퓨팅 플랫폼 베라 루빈을 소개하는 젠슨 황 CEO. 사진=연합뉴스
연산 효율을 높이는 반도체와 주문형 반도체(ASIC), HBM과 첨단 패키징, 급증하는 데이터 전송량의 수혜를 받는 광통신과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확장의 제약 요인인 전력과 냉각 등이 대표적이다.

AI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토큰 비용을 측정·최적화하고 기업의 데이터와 보안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

코어-위성 전략의 핵심은 검증된 현금흐름을 중심에 두면서 성장 기회를 선별적으로 추가하는 데 있다. 특히 AI 투자의 병목은 GPU에서 HBM과 첨단 패키징, 네트워크·광통신, 전력·냉각 등으로 계속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위성 포트폴리오는 특정 산업에 고정하기보다 실적과 수주, 이익 전망의 변화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는 로테이션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2분기 미국 기업 실적은 전반적으로 견조했고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당 부분 낮아졌다. 특히 시장이 우려했던 AI에서도 사용량 증가가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초기 증거가 확인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실적 성장이 확인되는 기업을 중심에 두고 AI 가치사슬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별적으로 추가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

장두영 쿼터백그룹 대표·쿼터백자산운용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