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세계 경제지만 지원금 지급으로는 국가 부도 가능성 낮아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경기 수원 행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을 기다리는 모습. 출처: 한국경제신문
경기 수원 행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을 기다리는 모습. 출처: 한국경제신문
2020년대 첫해를 맞이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를 걸고 출발했던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란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맞이한 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코로나19로 인한 절망과 불안으로 점철된 어두운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예측 불가능한 세계 경제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세계 경제 측면에서는 기존 이론과 시스템을 무력화하면서 한순간에 ‘원시형 구조’로 바꿔 놓았다. 원시형 경제는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절벽형’과 선점 여부가 중요한 ‘화전민식’, 하늘만 쳐다보는 ‘천우신조형’, ‘K자형 계층적 양극화 구조’ 등이라는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시형 경제의 특징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세계 경제에 적용해 보면 사이먼 쿠츠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개발했던 1937년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처럼 세계 경기 앞날이 엇갈린 적이 없다.

I자형·L자형·W자형·U자형·나이키형·V자형에 이어 심지어 로켓 반등형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나왔다.

경기 순환에서는 돈이 더 많이 풀리고 디지털 콘택트 산업이 부상하면서 진폭이 더욱 커지는 ‘순응성’이 뚜렷해졌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33.4%로 추락한 이후 3분기 성장률이 33.4%로 급등한 바 있다. 통계 방식에 따른 기저 효과 요인이 크지만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성장률·실업률·물가 상승률 등 사전에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던 ‘정형화된 사실’까지도 흔들어 놓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역관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는 영구 실업자가 늘어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더 거친 경기 회복’ 구조로 바뀌면서 악화되는 추세다.

금융 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던 필립스 곡선의 평준화 현상도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해져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을 두고 헤매는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돈을 무제한 풀기만 한다면 굳이 미국 중앙은행(Fed)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간의 정관계도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콘택트 산업의 범세계화로 경기가 개선되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종의 착시 현상에 빠진 각국 중앙은행은 돈을 더 풀고 출구 전략을 지연시켜 각종 불균형까지 심화시킨다.

지원금 지급 따른 국가 부도 가능성 낮다

‘코로나19 대책의 후유증’이라고 일컫는 수많은 불균형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경기 부진 속 크게 오른 주가 등 자산 거품이다. 지난해 3월 중순부터 코스피 지수는 2배 이상 급등했다. 글로벌 평균 주가도 비슷한 폭으로 올랐다. 주가수익률(PER) 등 전통적인 주가 평가 지표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하나의 불균형 문제는 ‘잘되는 기업과 잘사는 계층’은 더 잘되고 ‘안되는 기업과 못사는 계층’은 더 어려워지는 K자형 양극화 구조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잘되는 기업과 잘사는 계층은 ‘횡재 효과’를 누리는 대신 안되는 기업과 못사는 계층은 ‘상흔 효과’로 불균형 정도가 더 심화되고 있다.

횡재 효과는 코로나19 사태로 능력과 노력 이상으로 이윤과 소득을 얻는 반면 상흔 효과는 능력과 노력에 관계 없이 코로나19 사태로 이윤과 소득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능력과 노력 이상으로 벌은 이윤과 소득을 세금으로 걷어 능력과 노력과 관계없이 손해와 소득이 줄어든 부분을 보전해 주자는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단, 이 정책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해 ‘국가 채무 논쟁’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재정 지출이 가뜩이나 많은 상황에서 국민 모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국가가 부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재정 적자는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기 때문에 국가 채무로 잡힌다. 적자 국채 발행은 현 세대가 후손 세대에게 빚을 지는 것이어서 현 세대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적자 국채로 조달한 재원으로 경기를 부양시켜 상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이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적자 국채가 소화되지 않아 국가 부도로 연결된다.

한국에서 국가 채무 논쟁이 불 때마다 협의 개념에 따라 ‘한국은 재정이 건전하다’는 국제 평가로 논쟁이 수면 아래로 잠복돼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계 3대 평가사의 연례 심사 때마다 한국의 신용 등급과 전망을 하향 조정하지 않고 종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국가 부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이런 논쟁으로 지급이 늦어지면 국민이 당면한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 관리 체계 망에서 벗어나 있는 신용불량자·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보호망 밖의 사람들을 위한 지원 방안이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