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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의 자율 주행차를 누가 죽였나…한국 금융산업을 옥죄고 있는 그 무엇[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뜻밖의 발견’이란 표현을 좋아합니다. 과거 역사적 사건이라면 무지함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때때로 먹먹해지는 안타까움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세종대왕이 출산 휴가를 도입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여자 관노비가 애를 낳고 일하는 것을 가엽게 여겨 출산 휴가를 줬습니다. 이어 산모가 혼자 산후 조리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남편인 남자 노비도 휴가를 가라고 했답니다. 600년 전 ‘남성 출산 휴가…’라니…. ‘역시’란 생각에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돌았습니다.‘때이른 전성기’로 불리는 세종과 세조 때 또 다른 세계 최초의 발명품이 나옵니다. 겨울에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인공 온실입니다. 원래 세계 최초는 161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온실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 말 한 고서 수집가가 발견한 책 한 권이 역사를 다시 쓰게 했습니다. 폐지 더미 속에서 나온 책은 ‘산가요록(山家要錄)’이었습니다. ‘산에 사는 백성들에게 필요한 기록’이라는 뜻입니다. 책에는 벽돌과 구들 한지를 활용한 온실 건축법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이 책은 세종과 세조 때 어의였던 전순의가 1450년 저술해 구전으로만 전해지다가 발견된 것이지요. 독일보다 170년가량 앞서 있었습니다.현대로 넘어와 볼까요. 1993년의 일입니다. 운전자 없는 지프차 한 대가 고려대를 출발해 청계 고가차도~남산1호터널~한남대교를 거쳐 여의도 63빌딩까지 주행하는 데 성공합니다. 2년 후 경부고속도로를 시속 100km로 무인 주행도 해냈습니다. 세계 최초의 자율 주행이었습니다. 규제가 없던 시절

    2023.04.22 06:00:30

    세계 최초의 자율 주행차를 누가 죽였나…한국 금융산업을 옥죄고 있는 그 무엇[EDITOR's LETTER]
  •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 많이 보던 문제를 다시 한 번 풀면서 시작하겠습니다. 탁구 라켓과 탁구공의 가격을 합치면 1만1000원이고 라켓이 공보다 1만원 비싸다면 탁구공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궁금하면 500원’입니다.오래전 처음 이 문제를 보고 대번에 “1000원이네” 했습니다. 휴리스틱, 어림짐작의 오류 때문이지요. 뇌가 게을러 생기는 현상이라고도 하고 인지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위한 뇌의 구두쇠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도 합니다.휴리스틱과 함께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오류의 대표적 사례는 확증 편향입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지요. 한 실험에서 과학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선거 때 지지하는 후보의 연설을 들을 때는 뇌의 다양한 부분 가운데 정보를 감성적으로 처리하는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연설을 들을 때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의역하면 지지 후보 연설 때는 가슴 뜨겁게 심장으로 듣고 반대하는 후보의 말은 의심하며 하나하나 따져보는 차가운 뇌로 듣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짜 뉴스에 속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면 “팩트 날조다”라고 주장하게 되는 심리적 기제입니다.이 확증 편향은 필터 버블과 에코챔버 효과에 의해 강화됩니다. ‘생각 조종자들’이란 책에 등장한 용어를 10여 년후 다시 불러왔습니다. 필터 버블은 알고리즘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필터링된 정보만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은 스스로 필터 버블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의견이 다르면 ‘페친’을 끊어버리고 

    2023.04.15 09:09:24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DITOR's LETTER]
  • 버블이 낳은 쌍둥이, 금융 위기와 이노베이션[EDITOR's LETTER]

    [EDITOR's LETTER] 짧은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패딩을 걸치고 다녔지만 지금은 반소매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빠른 계절의 변화는 올봄 재미 한 가지를 앗아갔습니다. 새로 피는 꽃을 발견하는 즐거움. 봄꽃은 피는 순서가 있습니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의 순입니다. 순서대로 필 때마다 “어, 얘도 피었네” 하며 반가워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한꺼번에 피었습니다. 이상 기후의 결과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다고 하지만 하나가 지면 새로운 것이 피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사라졌습니다.꽃이 한꺼번에 피는 것도 반갑지 않은데 4월은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공휴일이 하루도 없다는 게 가장 잔인한 일이겠지요.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각종 불황의 징후들, 무역 적자 확대, 유가 상승 등 좋은 소식은 없습니다. 은행들의 부도와 부실 우려, 즉 금융 위기의 유령이 지구촌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도 찜찜함을 느끼게 합니다.하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챗GPT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의 발전입니다. 유튜브·페이스북 등에는 사용기와 사용 방법 등에 관한 얘기가 넘쳐납니다.금융 위기와 새로운 기술의 등장.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 듯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 정도의 일입니다. 당시 유럽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이 재정 위기에 시달렸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돈을 푼 것이 재정 위기로 이어졌습니다.그때 실리콘밸리와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이폰으로

    2023.04.08 07:29:33

    버블이 낳은 쌍둥이, 금융 위기와 이노베이션[EDITOR's LETTER]
  • [EDITOR's LETTER] 챗GPT 시대, 인공지능은 당신의 질문을 평가한다!

     오래전 들은 한 친구의 경험담입니다. 충청남도 어딘가에서 식당에 들렀답니다. 식당 가면 하는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겠지요. "사장님 뭐가 맛있어요?" 보통 김치찌개는 어떻고 제육볶음은 어떻고 해야 하는데 이 식당 주인은 달랐습니다. "집 나와서 먹으면 다 거기서 거기쥬. 아무거나 드세유"라고 답했답니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깎아 달라고 하면 "에유 냅둬유. 개나 주게"라고 한다는 것과 비슷한 얘기지요. 오늘의 주제는 ‘질문’입니다. 문득 떠오르는 에피소드라 가져와 봤습니다. 질문, 어렵지요. '본질을 묻는다'는 게 질문의 뜻인데 쉽겠습니까.과거 중소기업을 취재할 때 일입니다. 한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노동자로 시작해 매출 수백억원대 회사를 일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일만 했어요“라고 하고 웃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토요일에도 일하고 일요일에도 일만 생각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기사를 어떻게 쓰라구요….'사업 전환에 성공한 다른 사장님에게도 "비결이 뭡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약간 달랐습니다. "척 보면 알아요." 질문을 돌려서 해도 "한 번 보면 알 수 있어요", "우리는 대번에 알아요"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잘못된 질문이었고, 솔직한 답이었습니다. 경영학자들은 일만 생각한다는 것을 '몰입'이라고 부르고 척 보면 안다는 것은 '직관'이라고 부릅니다. 솔직하게 핵심을 표현한 답이었습니다.이후 질문을 바꿨습니다. 한 회장님과 인터뷰. 그는 응급실에 누워 있다가 왔다고

    2023.04.01 06:00:09

    [EDITOR's LETTER] 챗GPT 시대, 인공지능은 당신의 질문을 평가한다!
  • [EDITOR's LETTER] 힙합같은 삶을 살다간 미국의 설계자…전략가를 기다리며

    [EDITOR's LETTER] “매춘부와 스코틀랜드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그리고 고아. 카리브 제도의 이름 모를 섬에서 가난하게 살던 놈이 어떻게 영웅에 학자까지 된 거지?”뮤지컬 ‘알렉산더 해밀턴’은 이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은 2015년 최초로 무대에 올려졌지요. 지금은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디즈니플러스에도 올라왔지요.이 뮤지컬은 기존에 없던 형식을 택했습니다. 랩 중심의 뮤지컬. 힙합과 재무장관이라…. 좀 웃기지 않습니까. 미국 사람들도 처음엔 웃었다네요. 뮤지컬을 기획하고 작사 작곡에 출연까지 한 사람은 린마뉴엘 미란다입니다. 2009년 어느 날 백악관.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 부부는 시와 음악을 통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행사를 열었습니다. 미란다도 초대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힙합 앨범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삶이 힙합 그 자체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오바마 부부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말을 이어 갔습니다. “지금 웃으셨지요? 진짜란 말입니다.”힙합. 1970년대 폐허로 변해 가던 뉴욕 브롱스 빈민가에서 탄생한 흑인과 히스패닉들의 음악, 자신의 삶과 생각을 비트에 담아 날리며 현실을 버텨 내는 소외된 자들의 무기…. 의지할 곳 하나 없던 해밀턴의 삶이 힙합 정신과 닿아 있다고 미란다는 생각했습니다.지금 한국의 힙합그룹 호미들의 ‘사이렌’이란 곡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엄마 내가 돈 못 벌면 파 호적, 차라리 죽는

    2023.03.25 08:16:30

    [EDITOR's LETTER] 힙합같은 삶을 살다간 미국의 설계자…전략가를 기다리며
  • [EDITOR's LETTER] 한국인들의 은행에 대한 코드는?

    [EDITOR's LETTER] 오늘은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얘기로 글을 시작합니다. 얼마 전 RM은 스페인 매체와 인터뷰했습니다. 질문자는 비꼬듯이 “K팝의 젊음과 완벽에 대한 숭배 그리고 지나친 노력은 한국의 문화적 특징이냐”고 물었습니다. RM은 담담하게 답했습니다.“서양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은 침략 당하고 황폐화되고 두 동강 난 나라다.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람들이 발전하려고 미친듯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영국처럼 수세기 동안 타국을 식민 지배했던 나라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하는 말이 ‘한국에서의 삶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아요’라니 해내려면 그것들이 필요하다. 그게 K팝을 매력적이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K팝 등에 붙는 K라는 수식어가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그 효과는 확실하다.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다. 우리보다 앞서 가신 분들이 쟁취해 낸 품질을 보장하는 라벨이다”라고 했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K를 말한 김에 화제인 드라마 ‘더 글로리’도 언급해야 할 듯 하네요.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이 드라마가 업로드되기를 기다렸고 올라가자마자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마치 애플 제품 출시를 기다리듯 세계인들은 K-드라마 업로드를 기다렸습니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안 되는 중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답게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시청한 후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RM의 말대로 K가 들어가는 것은 문화와 산업에서 품질을 보장하는 라벨에 다다른 게 분

    2023.03.18 06:00:10

    [EDITOR's LETTER] 한국인들의 은행에 대한 코드는?
  • [EDITOR's LETTER] 도전자 모습 되찾은 삼성전자..평택 반도체 공장이 짊어진 숙제들

    [EDITOR's LETTER] 15세기 명나라 전성기 때 중국은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명나라 황제 영락제는 보물 선단을 건조해 세계 각국에 파견, 대규모 상거래를 했습니다. 이 선단을 이끈 사람이 중국의 탐험가 정화입니다. ‘정화의 대항해’란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영락제는 “짐은 중원을, 정화 너는 바다를 다스린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명나라는 상거래를 통해 부유해졌고 조공을 하는 조선에도 받은 것 이상 내줬습니다. 하지만 영락제와 정화가 사망한 후 중국은 항해를 중단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국력이 약해졌지만 1800년 중국은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담당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100년 후 그 비율은 10분의 1로 낮아지고 존재감 없는 국가로 전락합니다. 19세기 먹고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들은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비참한 생활을 합니다. 미드 ‘워리어’에는 당시 중국인들의 삶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같은 19세기 영국은 빅토리아 시대였습니다. 경제사가들은 1862년을 중요한 기점으로 봅니다. 그해 주식회사를 태동시킨 회사법이 제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를 근거로 설립된 유럽의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세계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물론 식민지 약탈이라는 제국주의적 방식이 동원됐지만….이후 기업은 사람·도시·시대의 형태를 이끌어 왔습니다. 강한 기업이 있는 도시는 번성하고 그 나라는 강국이 됐습니다. 기업이 보잘것없는 나라는 반대였습니다.최근 20년간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 그 힘을 보인 것도 기업의 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세계 100대 정

    2023.03.11 06:00:01

    [EDITOR's LETTER] 도전자 모습 되찾은 삼성전자..평택 반도체 공장이 짊어진 숙제들
  • [EDITOR's LETTER] 닥치고 의대…코로나19 사태가 가속화한 어떤 움직임

    [EDITOR's LETTER]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는 K팝 댄스를 하반기부터 정규 과목으로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무용사의 한 갈래로 인정한다는 얘기입니다. K팝의 영향력은 그렇게 커졌습니다. 힙합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살아남은 음악 장르라는 평가도 받습니다. 한국말 가사로 떼창을 하는 모습은 아시아·중남미·미국·유럽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K-콘텐츠의 힘은 다른 부문에서도 막강합니다.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피지컬 : 100’으로 넷플릭스 TV쇼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이탈리아의 한 매체는 올해 음식 관련 트렌드 3가지 중 하나로 한국 음식 집에서 해먹기를 꼽았을 정도입니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어떻게 문화 강국이 됐는지,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수많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나라가 됐습니다.이런 외국의 시각과 달리 정작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의미의 ‘핫’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글로리’, ‘법쩐’, ‘언더커버’, ‘범죄와의 전쟁’, ‘아수라’ 등 드라마와 영화가 그대로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입시 문제를 다룬 드라마 ‘일타 스캔들’도 빠뜨릴 수 없지요. 이 작품 첫회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누가 대한민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가. 닭 울기 전부터 고성이 오가는 나라. 아침 댓바람부터 고단하고 고달프고 그래도 고진감래를 믿으며 고삐를 늦출 새 없이 고생길을 달려 고소득·고학력·고득점·고위층을 향해 고 고 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현

    2023.03.04 06:00:05

    [EDITOR's LETTER] 닥치고 의대…코로나19 사태가 가속화한 어떤 움직임
  • [EDITOR's LETTER] 인플레이션의 공습…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EDITOR's LETTER]일주일에 한 번쯤 몸무게를 달기 위해 저울에 올라갑니다. 그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납니다. 오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구나. 올라야 할 주가는 안 오르고 몸무게만….  겨울을 지내며 잠시 정신줄을 놓은 사이 위장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위장은 계속 뭘 넣어 달라고 데모하는 듯합니다. 위장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려다 둘째 서프라이즈한 숫자를 발견했습니다. 물가입니다.물가는 몸무게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앞자리가 달라지면 큰 충격이 온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앞자리라면 더더욱…. 대표적인 게 빅맥과 소주입니다. 브레이크 없이 앞자리가 바뀐 품목들을 잠깐 살펴 볼까요. 빅맥(5200원)과 소주(5000원)에는 5자가 찍혔습니다. 곧 소주에는 6자가 찍힐 듯 합니다. 이미 강남 어디에서는 1만원이 등장했다고 하니 이게 소주가 맞나 싶습니다.비빔밥(1만원)에는 1자가 보이기 시작했고 자장면(7000원)은 7, 카페라테(5800원)는 6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에도 생소한 숫자들이 널려 있습니다. 코카콜라 캔 2000원, 삼다수 1100원, 담배 4800원, 바나나 우유 1700원 등입니다. 이건 양호합니다. 가스요금은 느낌에 딱 두 배쯤 오른 것 같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스요금 하소연이 그치지 않습니다. 하루를 버텨내고 친구들과 한잔하고 지친 몸을 택시에 맡기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기본 요금은 오르고 기준 거리는 짧아지고 야간 할증률은 높아져 체감은 두 배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부가 공공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룬다고 하지만 서너 달 후에는 또 오를 예정입니다. 메가인플레이션이란 표현이 어

    2023.02.25 06:00:24

    [EDITOR's LETTER] 인플레이션의 공습…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 [EDITOR's LETTER]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인도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

    [EDITOR's LETTER]그 나라에 가면 웬만해선 거스름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한 푼도 안 주거나 달라고 해도 덜 주기 일쑤입니다. 길거리는 노상방뇨로 더럽기 그지 없습니다. 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공기업 여러 곳이 할 사업을 한 개 기업이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정경유착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입니다. 빈부 격차는 엄청납니다. 일부 계급은 공공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이상한 나라.인도에 대해 들었던 얘기들입니다. 인도가 아니었다면 “딱 망할 각이네”란 말이 그냥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도입니다. 이런 인도가 작년부터 국제 무대에서 요상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합니다. 인도계 이민자 2세가 식민지배를 했던 영국의 총리가 된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지요. 그러자 미국 기업에 있는 인도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조명을 받습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트위터·어도비 등에 인도계 천재들이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인도는 아라비아 숫자의 체계를 만들고 0을 숫자로 처음 사용한 나라입니다. 정보기술(IT) 인재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이런 DNA가 몸에 흐르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작년에는 영국을 한 방 먹인 기록까지 더해집니다. 경제 규모(GDP)가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선 겁니다. 지금도 인도는 영국을 원망합니다. 왜 그렇게 가난하느냐는 질문에 “식민 통치를 하며 영국이 약탈해 간 자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인도 외교부 장관의 답변일 정도입니다. 그런 나라가 경제 규모에서 영국을 제친 이벤트가 벌어진 것입니다.2023년 인도에 대한 관심은 더

    2023.02.18 07:01:09

    [EDITOR's LETTER]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인도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
  • [EDITOR's LETTER] 이번엔 챗GPT! 뭔 배워야 하는 게 이리 많은지...

    [EDITOR's LETTER]참 세상 살기 쉽지 않습니다. 뭔가에 적응할 만하면 새로운 게 또 튀어나오니 말입니다.2021년 봄, 메타버스란 단어가 대유행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해봐야 했습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플랫폼 제페토에 가입하고 아바타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만들었는데 들어가 뭘 해야 할지 몰라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며칠 후에는 얘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접었습니다. 지금도 제 아바타는 가상 공간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그리고 그 직전에는 음성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클럽하우스가 유행했습니다. 그것도 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가입해 기웃거려 봤습니다.아재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투쟁은 그 이전에도 치열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과 후반에는 블로그와 트위터, 이후 2010년대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2020년대에는 구독 경제니 뭐니 해서 넷플릭스·웨이브·티빙·밀리의서재, 젊은 친구들은 다 쓴다는 리멤버와 링크트인·에버노트·노션까지…. 다행히 뉴스레터는 안 써 스티비는 배우지 않아도 됐습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50대의 노력이 처절하지 않습니까?이제 숨 좀 돌릴까 했는데 ‘아놔’. 요즘 그 뭐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GPT란 게 나왔습니다. 눈치를 보니 다들 해본 듯했습니다. 후배가 물어보면 태연한 표정으로 “당연히 알지”라고 답하고 밤에 몰래 들어가 한 번 해봤습니다. 안 되는 영어로 막 물어보고 써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느낌이 팍 왔습니다. “큰

    2023.02.11 06:00:05

    [EDITOR's LETTER] 이번엔 챗GPT! 뭔 배워야 하는 게 이리 많은지...
  • [EDITOR's LETTER] 재밌는 지옥 대한민국 그리고 저출산

    [EDITOR's LETTER] 일부 동물이 갓 태어난 새끼를 먹어 치운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나무 두더지류(Tree shrew)가 대표적입니다. 환경이 좋지 않거나 집단 내 사회적 지위가 낮아 제대로 기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새끼를 먹어 버립니다.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입니다. 남이 먹기 전에 자신이 먹는 것이 추후 번식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좀 섬뜩하지요. 하지만 생존이란 그런 것입니다. 가능성이 낮은 번식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은 생존을 택한 것이지요. 진화의 결과입니다.사람은 좀 다를까요.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나무 두더지의 선택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생존과 번식 가운데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입니다. 물론 지적인 판단이 더해졌지만….오래전 얘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몇 학년 때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 해는 넘어가고 놀다 지쳐 집에 돌아갈 때 쯤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저녁반 친구들이었습니다. 학교는 부족하고 애들은 많아 오전·오후·저녁반 등 3부제를 하던 시절입니다. 1970년대 후반입니다. 현재 50대와 40대 후반인 1964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매년 90만 명 넘게 태어난 영향이었습니다. 먹고살기는 힘들었지만 많이 낳았습니다. 아마 아이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농경 사회의 문화가 남아 있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 봅니다.이렇게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결혼 후 대략 2명 정도를 낳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애는 낳아 놓으면 알아서 큰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

    2023.02.04 06:00:03

    [EDITOR's LETTER] 재밌는 지옥 대한민국 그리고 저출산
  • [EDITOR's LETTER]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려면

    [EDITOR's LETTER]2004년 11월 이헌재 경제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논쟁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쟁점이었습니다. 이 부총리는 국민연금이 앞으로 수십년간 축적되는 만큼 기금 일부를 출산율을 높이는 사업 등 ‘한국판 뉴딜’ 정책에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복지부 수장인 김 장관은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야 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손댈 수 없는 자산”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이 논쟁은 얼마간 지속됐습니다. 결국 국민연금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 부총리의 제안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멋지지 않습니까?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 정부의 장관들끼리 철학이 담긴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김 장관은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했고 이 부총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한국 사회에 던져 승패도 일방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사마저 정치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사건의 출발은 간단했습니다. 국가의 현안에 대해 장관급인 나 부위원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를 대통령실이 연일 반박하고 나 부위원장은 결국 사표를 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해 버립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할 말이 많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한 미국 정치인이 얘기가 떠오릅니다. “정치인들의 문제는 국가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를

    2023.01.28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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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다시 시작된 반도체 패권 전쟁, 무사시를 찾는 현대 전략가들

    [EDITOR's LETTER] ‘손자병법(손무)’과 ‘전쟁론(클라우제비츠)’은 많이 들어봤을 듯합니다. 현대 전략가들이 많이 찾는 책입니다. 이 두 권과 함께 세계 3대 병법서로 꼽히는 ‘오륜서’는 약간 낯설게 들립니다. 이 책은 일본의 검객 무사시가 썼습니다. 그는 전란의 시대인 17세기 무사로 살았습니다. 60차례 결투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검성(劍聖)’으로 불립니다.현대 전략가들이 무사시를 찾는 이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략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검술을 썼습니다. 복수에 불타는 청년 검객을 상대할 때는 예정됐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 화를 돋워 평정심을 잃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 전략을 간파한 상대와 겨룰 때는 일찍 도착해 나무 위에서 기다리다가 단칼에 베어 버립니다. 때로는 장검과 단검 두 자루를 사용하기도 하고 긴 칼을 쓰는 무사에게는 섬에서 결투를 청한 후 칼 대신 노를 무기로 썼습니다. ‘전쟁의 기술’을 쓴 로버트 그린은 “무사시가 모든 결투에서 승리한 요인은 단 한가지였다. 적과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나폴레옹도 비슷합니다. 그가 승전을 이어 갈 때 전쟁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폴레옹은 “어떤 원칙도ᅠ신봉하지ᅠ않는다. 나는ᅠ항상ᅠ상황의ᅠ지배를ᅠ받아 왔다”고 답했습니다.전략이 중요한 바둑에서는 이 같은 ‘표변’ 또는 ‘변심’의 힘이 더 두드러집니다. 세계 바둑 1위인 한국의 신진서 기사를 비롯한 고수들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둡니다. 버리지 않아도 될 돌들을

    2023.01.14 06:00:01

    [EDITOR's LETTER] 다시 시작된 반도체 패권 전쟁, 무사시를 찾는 현대 전략가들
  • [EDITOR's LETTER] 위기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도전적 리더십

    [EDITOR's LETTER]얼마 전 중견기업의 박 모 팀장은 최고경영자(CEO) 업무 보고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파워포인트 만드는 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다른 팀은 막내를 시켜 멋진 파워포인트를 만든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어린 사원에게 가욋일 시키는 것도, 내 비전을 남에게 맡기는 것도 싫었습니다. 거칠지만 직접 작성했습니다.업무 보고 날. 다른 팀 파워포인트는 화려했습니다. 막대가 벌떡 일어서고, 화면이 갑자기 회전하고, 각종 색상의 차트가 날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자료에는 정작 들어가야 할 상황 진단과 극복 전략, 실행 방도가 빠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차분해진 박 팀장. 순서가 돌아오자 담담하게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방도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파워포인트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전략은 복잡한 파워포인트로 설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를 없애는 회사가 늘어난다는 얘기를 들은 지 1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화려한 수식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0년 전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로운 버전의 엑셀 출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새 프로그램을 먼저 본 개발자들은 감탄했지요.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습니다. 스티브 발머 CEO는 으쓱했습니다. 다음 새 프로그램을 실제 사용할 개사료 회사, 운송 업체, 알루미늄 제조 업체 직원들의 반응을 들을 차례. 포커스그룹 인터뷰였습니다. 질문자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라고 묻자 참가자 대부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

    2023.01.07 06:00:29

    [EDITOR's LETTER] 위기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도전적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