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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모두 2023년을 위기라 말하지만...
[EDITOR's LETTER]연말연초 모임에 가면 항상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새해 경제는 어떨 것 같습니까?”그래서 11월쯤 되면 전망서와 인터넷, 유튜브를 뒤집니다. 주말 카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나름의 전망도 세워봅니다. 작년에도 준비를 좀 했습니다. 미·중 관계,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인플레이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 부동산 가격, 남북 관계, 한국 기업의 경쟁력 등 이슈들을 점검해 봤습니다. 그런데 연말 수많은 점심·저녁 자리에서 그 흔한 질문을 하는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괜히 공부했나 싶었지요.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2023년처럼 전망하기 쉽고 수많은 기관들의 전망이 비슷한 해가 없었다는 것을…. 질문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위기·균열·금리 인상·전쟁·불확실성·수요 위축·하향 조정·감원 등 좋지 않은 뉘앙스의 말을 막 갖다 붙이면 2023년 전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전망대로 될까. 약간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2020년 3월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주가가 1400대까지 떨어졌다가 1700대를 회복하자 많은 사람들이 다시 떨어진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주가는 이후 2년간 질주해 3300에 이릅니다.이번 위기도 어쩌면 ‘두려움의 크기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설령 위기가 오더라도 그 타격은 덜할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면지를 쓰는 등 ‘쌍팔
2023.01.01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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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왜 attorney 인가
[EDITOR's LETTER]1977년 가을 어느날. 서울 변두리 한 동네에 사는 한 초등학교 3학년생은 해질 때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동네 빵공장 앞을 지나가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배고픔을 느꼈습니다. 빵 냄새는 상상 이상의 자극이었습니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사달래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집 앞에 다다르자 망설였습니다. 엄마의 화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책가방을 던져 놓고 사라졌다가 해가 진 후 들어가면 깨지기 일쑤였으니까요. 소년은 평소 놀던 동네 공터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빵보다 자유를 택한 겁니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있는데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크림빵’ 봉지가 쓸쓸히 날아가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시각과 조금 전 맡은 빵 냄새가 격렬히 결합해 간절한 소망으로 승화합니다. ‘저 빵 봉지를 빵이 들어간 것으로 바꿀 능력이 있는 마술사가 돼야겠어.’ 소년에게 처음 꿈이 생긴 순간입니다. 가난과 배고픔은 꿈을 꾸게 해주던 시절이었습니다.소년의 꿈이 깨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선생님은 ‘마술 허구’라고 알려줬습니다. 동심을 파괴한 선생님의 미운 짓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었습니다.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가라고 단칼에 무시해 버렸습니다. ‘쩝, 참자.’ 그런데 몇 분 후 부잣집 아이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니 선생은 그러라고 하는 겁니다. 참을 수 없었습니다.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왜 차별 대우하냐”고 따졌습니다. 선생님은 시끄럽다고 무시했지만 이유를 설명해 달라며 계
2022.12.26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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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CEO의 조건…관찰·통찰·성찰
[EDITOR's LETTER] ‘라 포르나리나(제빵사의 딸)’란 그림이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3대 화가 중 한 명인 라파엘로가 자신의 연인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라파엘로를 상징하는 ‘균형과 명료함’ 외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관찰력입니다.라파엘로는 38세에 죽었고 그림 속 여인은 그가 죽자 수도원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녀도 수도원에서 1년 6개월 후 숨을 거둡니다. 수백년이 흘러 이 그림을 다시 화제의 작품으로 만든 것은 의사들이었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라파엘로는 그림에 자신의 연인도 곧 죽음을 맞게 될 것을 암시했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왼쪽 가슴에 결절이 있고 피부색에 음영이 짙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여인이 유방암으로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3년이고 이 그림이 그려진 지 3년 후 이 여인은 사망했습니다. 미술 평론가들은 “천재 화가의 관찰력은 그녀의 암 흔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관찰은 당시 화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르네상스 화가의 임무는 가시적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관찰이 화가들에게만 중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자동차의 도시 하면 어디가 떠오르십니까. 세계 자동차의 수도로 불렸던 디트로이트입니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기초가 된 분업 구조를 구현한 포드의 첫째 자동차 조립 공장은 디트로이트가 아닌 시카고(디어본)에 있었습니다. 헨리 포드는 어느 날 시카고 도축장을 방문합니다. 이곳을 돌던 포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도축장 천장에 설치된 레일이었습니다. 작업자가 돌
2022.12.16 16: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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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한국 경제와 정권도 구한 수출의 마법은 풀리고 있는데…
[EDITOR's LETTER]“국산이 아직 일제한테 안 되네. 맞나?”(아버지)“그래도 국내 1위입니다. 백색 가전 1위를 놓친 적은 없습니다.”(아들)“국내? 1위? 국내 1위? 니 어디 전국체전 나가나?”(아버지)시청률 1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재벌 회장이 아들을 꾸짖으며 한 말입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둘 다 비슷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삼성이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생각해 보면 축복 받은 나라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박해를 피해 영국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미국 선조들이 도착한 땅은 한 대륙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축복의 땅이었습니다. 유럽에도 복 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스페인·그리스·이탈리아·프랑스 등은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을 수백억 달러의 경상 수지 흑자로 출발합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빼어난 자연환경, 수많은 문화유산 등으로 매년 여행 수지 흑자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나라가 경상 수지 적자를 낸다는 것은 흑자를 모조리 까먹으면서 한 해를 보냈다는 말입니다. 고등어 강국 노르웨이는 그냥저냥 살고 있었는데 1970년 북해 유전 발견으로 나라와 후손들이 팔자를 고쳤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교과서에서 나온 대로입니다. 자원은 없고, 자연환경은 내세울 정도는 아니고, 유적도 유럽에 비하면 남은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런 나라가 북쪽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고 미사일은 시시때때로 인근 영공을 날아다닙니다. 깊은 한숨이 나오는지요. 그래서
2022.12.10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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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자동차 산업은 중산층의 요람이자 고용 최후의 보루
[EDITOR's LETTER]‘자동차는 남성들의 장난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그만큼 남성들의 집착은 대단합니다. 집은 못 사도 차는 좋은 것을 타겠다는 젊은이들은 넘칩니다. 3년 후 받을 수 있는 고급차를 사기 위해 수백만원을 선뜻 예약금으로 건 40대, 50대도 주변에 꽤 있습니다. 이런 성향에 대한 심리학적 근거도 있습니다. 포르쉐를 몰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으로, 포르쉐를 타고 도심을 달릴 때 더욱 상승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차의 엔진뿐만 아니라 남성의 내분비 엔진도 가속화된다는 얘기입니다.남성뿐만 아니라 한 국가에서 자동차 산업이 갖는 정치·경제적 의미도 중요합니다. 영국이 대표적 예입니다. 영국 자동차 브랜드중 기억나는 게 있는지요. 롤스로이스·벤틀리·애스턴 마틴·랜드로버·재규어·미니 등은 영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모두 독일의 폭스바겐과 BMW, 인도의 타타 등에 팔려 버렸습니다. 제조업 하면 영국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영국은 과도한 복지와 임금 상승 그리고 생산성 저하로 경제가 침체하는 영국병에 걸려 버립니다. 영국병의 심화는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국가별 자동차 생산 순위의 변화는 산업 판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는 미국의 시대였습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1950년 세계 자동차 생산의 80%를 담당했습니다. 1960년에도 절반 가까이가 미국 몫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미국에서는 ‘황금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당시 미국
2022.12.03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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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정치와 정책의 존재이유…클린턴 66%의 교훈
[EDITOR's LETTER]66%.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2001년 기록한 지지율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 속에 임기를 마쳤습니다. 램 임마뉴엘 시카고 전 시장은 “클린턴에 대한 박수는 서민과 중산층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고도 성장을 누렸습니다.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1994년 임기 중 진행된 중간 선거에서 패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줬지요.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1996년 말 그는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정책이었습니다. 재선을 준비하며 클린턴의 컨설턴트들은 여론 흐름을 살피다 핵심 개념을 찾아냈습니다. ‘사커 맘’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축구클럽에 데려다 주는 중산층 엄마. 이들이 재선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세금 감면 등 대형 정책도 있었지만 집중한 것은 생활 밀착형 정책이었습니다. 교복 착용, 미성년자가 볼 수 없는 TV 프로그램이 나오면 소리가 나는 칩 부착, 대학 학자금 지원 등이었습니다. 사커 맘들의 삶을 파고든 클린턴의 정책에 당시 언론은 ‘스몰 딜’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습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에 미국인들은 공감했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1998년에는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클린턴은 위증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권위는 추락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는 ‘오럴 오피스&rsquo
2022.11.26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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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김민경·김신영·송은이…그들이 던지는 뜻밖의 희망 메시지
[EDITOR's LETTER]마지막으로 공중파 TV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하시는지요. 꽤 오래됐을 겁니다. 2020년 6월 ‘개그콘서트’를 끝으로 모든 프로그램이 폐지됐습니다. 2010년대 들어 예능과 버라이어티쇼 열풍이 불자 개그 프로그램은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예능 버라이어티쇼도 남성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개그우먼들은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시련의 시간은 이를 이겨 낸 스타를 만들어 내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들의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송은이·김민경·김신영 씨가 그들입니다.먼저 김신영 씨. 송해 선생님의 뒤를 이어 그는 ‘전국노래자랑’ MC 자리에 올랐습니다. 워낙 관심이 컸던 이벤트인 만큼 안티도 좀 있을 것 같았지만 아무런 잡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에일리 등 유명 가수들이 ‘전국노래자랑’에 등장, 국민 MC의 등극을 축하했습니다. 그만큼 잘살아 왔다는 얘기겠지요. 아마도 국민들은 그가 견뎌 낸 고난의 시간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신영 씨는 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살을 빼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렸습니다. 개성이 사라지면 인기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살이 찐 이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빼고 싶습니다.” 그에게 살은 가난의 증거였습니다. 엄마·아빠·오빠가 모두 흩어져 살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먹을 것이 생기면 끝까지 먹은 결과가 살이었고 이제 결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찢어진 가난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변을 밝게 해주는 그의 삶에 대한 선물이 국민 MC였습니다.다음은 요즘 가장 핫
2022.11.19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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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위기 앞에 떠올려 보는 업의 본질
[EDITOR's LETTER]업의 본질. 이 단어를 쓰기 싫었습니다. 좋아하는 표현이지만 너무 흔해졌습니다. 하지만 또 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업의 본질을 망각한 행위들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번 주인공은 흥국생명입니다. 흥국생명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배구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져 주기 시합으로 꼴찌를 해 김연경 선수를 지명하고 그를 데려와 우승도 여러 차례 했지요. 막판에는 기어이 김연경 선수를 놓아주지 않아 앞날을 막아 섰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폭 자매 논란도 있었지요. 김치도 떠오릅니다. 흥국생명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김치를 나눠준 사건은 엽기적이었습니다. 이 흥국생명이 요즘은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몇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흥국생명이 2017년 외국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계약서에는 30년 후에 갚겠다고 써 있지만 그 동네 관례는 5년 후 갚는 것이었습니다. 5년 후 갚지 않으면 이자를 더 낸다는 항목은 요식에 가까웠습니다. 빌려준 사람도 5년 후 받을 것을 계산하고 계획을 짜 놓았습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돈 갚을 날짜가 되자 “갚지 않고 이자 더 줄게”라고 통보해 버립니다. 돈을 빌려준 외국인들은 당황합니다. 그리고 소문을 냅니다. “얘들아 흥국생명이 돈 갚지 못하겠대. 한국 기업 얘네들 못 믿겠어.” 순식간에 다른 한국 기업들의 채권 금리도 급등합니다.금융업의 본질을 묻게 하는 행태였습니다.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라고 합니다. 화폐라는 실물이 오가는 게 아니고 실줄 날줄로 온갖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신뢰 빼면 애초 산업 형성이 불가능합니다. 흥국생명은 이 신
2022.11.12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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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위기관리,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EDITOR's LETTER]“임금이 지아비라고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 하겠소. 그대들이 죽고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의 대사입니다. 왜 이 대사가 갑자기 생각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동료의 장인상이 있어 상가에 갔습니다. 장례식장 호수를 찾기 위해 큰 모니터를 보다가 약간 놀랐습니다. 고인의 영정 사진 가운데 두 명의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아 그 친구들이구나’ 싶었습니다. 25세, 30세. 한 명은 취업을 위해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됐습니다. 한쪽에서는 다른 젊은이가 벽을 붙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또 수많은 젊은이들을 어이없이 하늘로 보냈습니다. 이들에게 국가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이태원 참사 등 2022년 한국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힘든 사건을 다뤘습니다. 이 사건의 원인 등을 다루는 것은 수사에 맡기고 위기와 위기 대응, 위기관리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하겠습니다.첫째,‘징후 없는 위기는 없다.’ 사건에는 항상 전조가 있습니다. 유명한 피닉스 메모의 예를 들겠습니다. 2001년 초 미국 연방수사국(FBI) 특수 요원 케네스 윌리엄스는 민간 항공 대학교 연수생 가운데 이슬람계 숫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직관적으로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이 사실을 적시하고 “민간 항공학교 목록을 작성하고 테러와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2022.11.05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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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정책의 미학은 사라지고 정치 공학만 남아…구원투수를 기다리는 경제
[EDITOR's LETTER]안팎으로 세상 참 희한하게 돌아갑니다.먼저 나라 밖.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영구 집권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 모델이 북한이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그리고 미국. 세계 자유 무역 질서를 만든 국가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조 바이든에게는 동맹도 명분도 없는 듯합니다. 자국의 산업 보호 정책을 시도 때도 없이 내던집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세기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영국은 설익은 정치인의 섣부른 정책 하나로 갑자기 세계 금융 불안의 진앙지가 돼 버렸습니다. 위기 때 가장 믿을 만했던 통화 중 하나였던 엔화는 기시다 정권과 함께 추락하고 있습니다. 나라 안도 심란합니다.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입에 달고 살지만 감동은 실종되고 밉상 기업만 줄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든 줄 알았더니 현장에서는 붕괴와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키우려고 작정한 듯 대응합니다. ‘땅콩 회항’ 이후 위기 관리란 단어가 식상해질 정도가 됐는데 도대체 이들은 뭘 보고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에 대한 언급은 그냥 생략하렵니다.그중 현재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초유의 사건은 어처구니없이 장난감의 나라 레고랜드에서 터졌습니다. 임기 중 업적을 남기고 싶었던지 전임 도지사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수요가 별로 없는 춘천에 그런 시설을 세운 것도 그렇지만 아름다운 섬 중도에 꼭 손을 대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다음도 코미디입니다. 레고랜드가 성공하지 못하면 소양강에 빠져 죽겠다던 국회의원이 도지사로 돌아와 그 사업
2022.10.29 11: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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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지친 일상과 서소문공원의 위로....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꿈꾸며
[EDITOR's LETTER]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회사 앞 서소문공원에 갑니다. 잔디도 밟고 나무도 보며 공기도 느껴 봅니다. 마지막 발걸음을 멈추는 곳은 공원 안에 있는 탑. 그 앞에 서서 순교자들의 이름을 다시 읽습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김아기·김업이·박큰아기 등.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들이 이름 지어 줄 여유도 없었던 이들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천주교 순교 성인이 됐을까. 소설가 김훈은 ‘흑산’에서 이유를 설명합니다. 대략 이랬던 것 같습니다. “이름없는 이들은 누구를 부를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주여’.” 언제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얘기를 모두 할 수 있었던 주님을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내놓았다는 얘기입니다. 잠시 그들의 삶을 상상하다 보면 ‘나의 지치고 힘든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잠깐 눈을 감았다 회사로 돌아옵니다. 비록 냉담 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삶과 마음으로 얘기를 시작한 것은 앞으로 한경비즈니스의 편집 방향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직장인들의 파트너, 지식과 문화와 마음의 위로가 한 권에 담긴 경제 주간지’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6개월간의 실험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우영우를 읽는 법’이라는 커버스토리에 밀리의서재 독자들은 몇 주 동안 전체 매거진 1위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셨습니다. ‘직장인 마음의 병,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를 썼을 때는 많은 분들이 댓글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왜 다시 동네책방인가’란 제목의 책자
2022.10.22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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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지난 2년 주식 시장을 뒤돌아보며…세 가지 후회와 반성
[EDITOR's LETTER]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해지자 약속이 급속히 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약속 자리를 파하면서 ‘예상보다 일찍 끝나네’ 하는 생각을 하며 일어나곤 했습니다. 대화 도중에도 주제 중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함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뭘까. 며칠간 궁리 끝에 깨달았습니다. 2년여간 가장 중요한 대화의 주제였던 주식 얘기가 빠졌다는 것을.그렇습니다. 2020년 3월 시작해 2년 가까이 불을 뿜던 한국의 주식 열기는 싸늘하게 식어 버렸습니다. 식사 자리뿐만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 길거리 뒷골목, 사무실 곳곳을 장악했던 주식이란 주제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끔은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전쟁, 지리멸렬한 정치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2020년부터 2년 가까이 이어진 주식 열풍은 단순한 주식 투자 그 이상의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암담해진 분위기에서 주식은 활력소 역할을 했습니다. 월급으로 수도권에서 집 살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주식은 아파트로 가는 희망의 열쇠였습니다. 물려받은 것은 없는 청춘들에게는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도약대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해외 여행 갈 돈을 벌겠다는 후배도 있었습니다. 뼈빠지게 일해도 알아주지 않는 회사에 몸과 마음을 갈아 넣는 것을 멈추고 퇴사해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30대 파이어족들은 밭에 씨를 뿌리듯 주식을 산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열기는 점차 시들었습니다.이제 이런 희망은 잠시 접고 다시 고난의 버티기에 들어갈
2022.10.15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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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늑대처럼 다가오는 경제 위기, 마법의 주문만 외우고 있는 정부
[EDITOR's LETTER]어느 시대이건 ‘마법의 주문’이란 게 있었습니다. “이게 다 XX 때문이야”라고 외치면 많은 문제가 덮여 버리는 그런 핑곗거리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이게 다 북한 때문이야”가 대표적입니다. 이 주문이 위기를 돌파하는 마법같은 힘을 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미국과 유럽에서는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하면 많은 일이 풀렸습니다.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은 요즘 마법의 주문은 “이게 다 푸틴 때문이야”로 바뀌었다고 진단합니다. 미국도 프랑스도 다 마찬가지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정부의 무기력증을 덮어버리는 수단입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위기를 가리키는 각종 지표에도 정부는 심각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다 푸틴 때문이야”라고 외치는 것으로 정책을 대신 하는 듯합니다.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세계 경제를 덮친 위기 상황을 짚어 봤습니다. 선진국은 주식·부동산 등의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 시장의 위기를 겪고 있고, 일부 개발도상국은 국가 부도의 궤도에 얹혀졌습니다. 지난 30년, 길게는 40년간 선진국들은 저금리 시대를 살았습니다. 미국 금리가 이를 말해 줍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가 1980년대 물가를 잡은 이후 미국 금리는 추세적으로 낮아졌습니다.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 2008년 금융 위기 등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돈을 푼 결과입니다. 저가의 중국산 공산품도 선진국 물가안정에 기여했습니다. 그렇게 40년이 흘렀습니다.코로나19 사태는 저금리 시대의 하이라이트이자 한 시대의 종지부를 찍는 변곡점이 됐습니다. 각국 정부는 시중
2022.10.08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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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수치가 위기를 가리키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수치는 분명 위기로 가는 도상에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비관을 잠재울 수치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위기가 과거처럼 실감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마도 개인 파산과 기업 도산이 급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추상에서 구체로 움직였습니다.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위기는 잠재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그 심각성을 깨닫고 정치적 레토릭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용준 편집장 · 김정우 기자
2022.10.01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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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그들에게는 정형화된 목표가 없다”…파괴자 쿠팡의 미래는
[EDITOR's LETTER]2017년 겨울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몇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펑펑 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좌석을 맨 뒤쪽 혼자 보는 자리로 잡았습니다. 손수건과 안경도 챙겼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영화가 끝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여운 때문에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주제가에 이어 엔딩곡인 ‘가리워진 길’이 흐르고 크레딧은 계속 올라갔습니다. 멍하니 바라보다 맨 마지막 ‘도움말 주신분들’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 것은 기다림의 대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는 것을 본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가 됐습니다.엔딩을 알리는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여운을 즐기지 않습니다. 잽싸게 일어나 나가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을때 면 다음 편 관객들이 들어와 앉아 팝콘과 콜라를 먹을 준비를 합니다.영화관은 한국인의 문화적 유전자인 ‘빨리빨리’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공간입니다. 자판기 커피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손을 집어넣고 기다립니다. 빼낸 후에도 뜨거운 물이 줄줄 나옵니다. 뭐가 그리 급한 걸까요.경제 발전 전략도 ‘빨리빨리’였습니다. 대기업들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쓴 전략은 ‘빠른 추격자 전략’이었습니다. 선진국들은 6개월 걸려 이사회를 겨우 소집합니다. 그 시간에 한국 기업들은 공장을 지어 돌렸습니다. 소비자들도 속도를 외칩니다. 유럽에서 한 달 걸리는 인터넷 설치도 당일 안 된다고 하면 통신사를 바꿔 버립니다. 이 소비자들은 산업 발전의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이런 문화적 특성에 맞게 움직인
2022.10.01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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