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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목적(無目的)’이 목적이 되는 곳 [MZ 공간 트렌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입구로 나와 필운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골목골목 작은 가게가 즐비한 동네에 닿는다. 서울의 역사가 깃든 서촌마을이다. 뭐든 빨리 뜨고 요즘 보기 드물게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 냄새 나는 동네다. 서촌은 행정구역상 서울시 누하동·통인동·옥인동·체부동을 아우른다. 그중 서촌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은 바로 누하동이다. 인왕산 자락에 조용히 몸을 웅크린 마을은 수수하고 꾸밈없다. 세월이 묻은 한옥과 빌라, 아기자기한 상점이 못내 정겹다. 이 오래된 동네 중심에 2018년 새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올해로 다섯 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양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무(無)’라는 무한 영역에 목적을 둔 공간, ‘무목적(無目的)’건물의 이름은 무목적. 목적을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른다는 뜻을 담았다. 지역성이 강한 곳에 4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을 세운다는 것은 건축주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변화가 드물고 고집스러울 만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동네에서 억지로 콘셉트를 내세우다 보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건축주이자 공간 기획을 책임진 권택준 무목적 대표는 건축물이 조용히 스며들기를, 목적 없이 배회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지트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랐다. 치열하게 앞서 나갈 필요 없고 도도하게 높이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서촌과 닮은 그런 공간으로…. 외관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노출 콘크리트다. 하지만 일반 노출 콘크리트 마감과 달리 콘크리트를 두껍게 바르고 의도적으로 스크래치를 내 거친 느낌을 더했다. 신축 건물임에도 이질감 없이 서촌과 어우러질 수 있는

    2023.09.26 12:17:23

    ‘무목적(無目的)’이 목적이 되는 곳 [MZ 공간 트렌드]
  • 오늘은 바다로 출근합니다, 웨이브웍스 양양 [MZ 공간 트렌드]

    원하는 곳에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cation)이 화제다. 업무(work)와 휴식(vacation)의 공존이라니 이 무슨 ‘따뜻한 프라푸치노’ 같은 표현인가 싶을지 모른다. 쉬는 날이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 ‘방해 금지 모드’를 켜는 K-직장인에게 워케이션은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의구심과 달리 워케이션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했다. 최근 미국의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원격 근무가 가능한 미국인의 53%, 절반 이상이 향후 12개월 내에 워케이션을 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연간 4주 동안 아무 데서나 일하기’ 정책을 시행 중이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연간 최장 4주는 본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원격 근무를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노동자가 근무지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토스·SK텔레콤 등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워케이션을 복지 제도의 일종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회사가 아니더라도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든 일할 수 있고 절차보다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인식의 변화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일터=휴가지가 되다지방 취재를 핑계로 일일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체험에 나섰다. ‘디지털 유목민’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노트북·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하는 신(新)부족이다. 목적지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강원도 양양. 죽도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워케이션센터 ‘웨이브웍스 양양’이 오늘의 일터다. 편한 티셔츠와 슬리퍼 차림에 노트북·텀블러

    2023.09.01 14:12:30

    오늘은 바다로 출근합니다, 웨이브웍스 양양 [MZ 공간 트렌드]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예술과 기록을 거닐다 [MZ 공간 트렌드]

    아카이브(archive) :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관리·보존하고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곳. 역사적 기록물의 컬렉션 혹은 그것들이 보관되는 장소를 일컬어 ‘아카이브’라고 한다.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주제·기법·오브제 등에서 범위가 크게 확장된 현대 미술을 우리는 어떻게 ‘아카이빙(archiving)’해야 할까. 그 답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제시한다. 기록과 예술이 함께하는 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이 신규 분관인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이하 아카이브)가 지난 4월 4일 종로구 평창동에 개관됐다. 현대 미술 자료를 수집·보존·연구·전시하는 국공립 최초의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이다. 미공개 작가노트·드로잉·일기·메모·사진·필름·소장 도서 등을 포함해 총 22개 컬렉션, 5만7000여 건의 아카이브를 수집했다. 대지 면적 7300㎡, 총면적 5590㎡에 달하는 미술아카이브는 기능에 따라 모음동·배움동·나눔동으로 구성됐다. 보존·연구·전시를 위한 모음동의 1층과 2층에는 전시실과 레퍼런스 라이브러리가 자리했다.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는 국내외에서 출판된 미술 도서 45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도록·아트북·어린이 도서 같이 일반 도서관에서 접하기 어려운 서적을 누구나 자유롭게 들여다보며 쉬어 갈 수 있다. 대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분류 체계 역시 미술아카이브만의 독자적인 분류법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다소 헤맬 수 있지만 색깔·알파벳 등에 따라 직관적으로 구분돼 금세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3층의 리서치랩은 미술아카이브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5만 7000여 건의 소장 자료 원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영일 기준 5일 전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을 신청하면 하루

    2023.08.23 12:14:47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예술과 기록을 거닐다 [MZ 공간 트렌드]
  • 어서 오세요 한약방, 아니 게스트하우스에 [MZ 공간 트렌드]

    구불구불한 골목 틈으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간판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춘화당 한약방. 또박또박하게 새겨진 파란 글자와 붉은 벽돌담과 조화가 못내 정겹다. 어설프게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도 이런 은색 대문이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밀고 들어서자 아담한 정원 위로 목포 100년의 역사가 펼쳐진다.춘화당에서 찾은 근대 한옥만의 매력일제강점기인 1929년(등기 연도 1935년) 건립된 춘화당은 목포역과 유달산 사이, 원도심을 지키고 있는 근대 한옥이다. 1950년대 제중병원, 이후 조내과를 거쳐 1980년대 한약방으로 쓰였고 당대의 지식인들이 활동하던 공간이었다. 현재 본채와 별채는 숙박 시설로, 바깥의 건물은 카페로 쓰이고 있다. 과거 소유자는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한 후 목포에서 부란취병원 원장을 지낸 의사 최섭 씨다. 광복 후 미군정기 목포시장을 지내고 정명여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등 목포의 세력가였다. 조경에도 유달리 조예를 뽐냈던 그의 세심한 손길을 정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령 100년을 훌쩍 넘는 오래된 나무와 귀한 라일락·철쭉·동백 등 사계절을 대표하는 꽃이 한옥과 어우러져 그 자태를 완성한다. 건물 내부에 있는 상량문(己巳)은 이 건물이 목포 약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복도형 툇마루, 처마 밑 유리 장식창 등 근대 한옥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목포시문화유산 제24호로 지정됐다.고요한 공간에 배어든 주인장의 배려‘춘화당 한약방’ 간판을 마주한 카페 ‘문화공간 봄’에서부터 머무름은 시작된다. 체크인·체크아웃이 이뤄지는 카페에는 남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하다. 웰컴 드링크인 차 한

    2023.07.28 14:24:27

    어서 오세요 한약방, 아니 게스트하우스에 [MZ 공간 트렌드]
  •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경리단길 남산대학 [MZ공간 트렌드]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경리단길 남산대학망리단길·송리단길·해리단길·황리단길 등 다양한 ‘○○단길’들이 탄생하기 전에 이태원의 경리단길이 있었다. 힙의 상징이자 밀레니얼 세대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주민들과 외국인들이 조화를 이루는 이색적인 동네였다. 길거리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즐기는 모습은 이곳의 풍경 중 하나였고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특별한 가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단길’이 너무 많아진 탓일까. 단길들의 조상 격인 경리단길을 찾는 발걸음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공간 브랜드의 대표 주자 ‘글로우서울’이 나섰다. 경리단길에 대학 캠퍼스를 만들어 버렸다는 소식이다. 기상학과 호우주의보 내부. 기둥처럼 자리한 모니터에는 세계 기상 상황이 보인다. Ⓒglowseoul도시 재생을 위한 공간 브랜딩경리단길의 이름은 ‘육군중앙경리단’의 ‘경리단’에서 따왔다. 경리단 건물 자리에서 하얏트호텔 앞과 그 주변 골목을 의미하며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2016년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경리단길을 따라 20개 이상의 단길이 생겨나면서 경리단길의 영향력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기존 소상공인들이 쫓겨나면서 거리 곳곳에는 ‘임대’라고 붙은 빈 건물들이 늘어났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느 한 지역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주민이나 가게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에 글로우서울은 남산대학 프로젝트, 즉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이처럼 글로우서울은 지역에 어울릴 만한 공간 콘텐츠를 발견하고 기획하는 등의 일을 한다. 대표

    2023.07.18 16:20:23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경리단길 남산대학 [MZ공간 트렌드]
  • 한국판 테이트모던을 아시나요, 문화비축기지 [MZ 공간 트렌드]

    낡고 오래된 건축물에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라는 작은 숨결을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생기곤 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모던이 대표적인 예다. 연평균 방문객 수만 600만 명이 넘는 이 미술관은 과거 템스강변에 무력하게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 발전소에 불과했다. 굴뚝 등 외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는 전시 공간으로 개조해 도시 재생의 성공적 사례로 불린다. “오르세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오르세 그 자체다.” 프랑스 파리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오르세박물관 역시 기차역을 개조해 만들었다. 2017년 서울 마포구 매봉산 인근에도 유사한 건물이 들어섰다. 문화비축기지는 폐산업 시설인 마포석유비축기지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시설이다. 세월이 녹아든 석유 비축 탱크 외관만이 이곳의 과거를 짐작하게 할 뿐 녹음이 우거진 평화로운 부지는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다. 무엇이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비밀의 공간, 5개의 탱크마포석유비축기지를 이루고 있던 석유 저장 탱크는 총 5개. 1973년 석유 파동이 일자 유사시에 대비해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기름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된 비축기지는 매봉산 자락에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숨겨졌다. 아파트 5층 높이, 둘레 15~38m에 달하는 거대한 탱크들이 일반인에게 존재감을 나타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서다. 약 30년간 숨바꼭질하며 버텨 온 탱크들로선 썩 유쾌한 결말은 아니었다. 기지 전체가 서울월드컵경기장 500m 이내의 위험 시설로 분류되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시 10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된 채 기지는 유휴지로

    2023.06.11 10:56:38

    한국판 테이트모던을 아시나요, 문화비축기지 [MZ 공간 트렌드]
  • 용리단길에서 웨이팅 없는 핫플? 뮤직 펍 노커어퍼 [MZ 공간 트렌드]

    핫 플레이스라고 유명한 장소에 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어 시무룩하다. 이런 일은 왕왕 일어난다. 미리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한 달 전부터 예약이 차 있거나 현장 대기만 가능해 가게 오픈 전부터 문 앞에 줄을 서기도 한다. 최근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골목길을 부르는 ‘용리단길’은 요즘 뜨는 공간이라고 소문나 어디든 발 디딜 틈이 없다. 퇴근길에 들른 용리단길, 셋째로 도착한 술집에서 만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노커어퍼를 떠올린다. 노커어퍼는 갈 수 있을 텐데, 이곳은 서서 술 마시는 뮤직 펍이다.다리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펍(pub)은 영국의 오랜 문화다. 퍼블릭하우스(public house)의 준말로 모두의 공공장소라는 의미다. 빅토리안 시대 영국인들은 수질 오염이 심해지자 물보다 깨끗한 음료로 맥주를 찾았고 펍은 노동자들의 휴식처가 됐다. 그러니 펍은 유흥 주점이 아닌 사람들과 교류를 위한 노동자들의 살롱에 가깝다. 다시 바삐 일하러 가야하는 노동자들의 문화 때문인지 고상하게 앉아 먹기에 시간이 없어서인지 런던 펍에서는 대부분 맥주를 서서 마신다.노커어퍼는 영국의 펍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게 안에는 스탠딩 테이블 몇 개와 창가 앞 의자가 전부다. 운좋게 의자에 앉더라도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테이블로 오지 않는다. 자리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출입구 정면에 있는 계산대로 가는 것이 좋다. 10시가 넘은 시간에는 손님이 많아져 그들 틈 사이를 헤집고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스파클링 칵테일·까바·하이볼·맥주 등 여러가지 주류를 병과 잔술로 제공한다. 곁들일 수 있는 안주는 간단한 타파스 형태다. 잔술과 안주 모두 1만원대의

    2023.05.31 13:02:44

    용리단길에서 웨이팅 없는 핫플? 뮤직 펍 노커어퍼 [MZ 공간 트렌드]
  • 잠깐 요 앞에 파리 좀 다녀올 게요, 한남동 아스티에 드 빌라트 [MZ공간 트렌드]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을 보면 괜히 한 번 밟아 보고 싶은 청개구리 같은 심보 때문일까. 현생을 충실히 사는 것이 바빠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때면 해외에 대한 로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들을 위로하기라도 하듯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파리 매장을 고스란히 서울로 옮겨 놓았다. 오랜 전통을 간직한 만큼 브랜드의 신념도, 매장의 분위기도 모두 ‘고유’할 따름이다.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전경(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공) 프랑스 파리가 통째로1996년 파리에서 시작된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과거에서 얻은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다. 디자이너인 이반 페리콜리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창립했고 식기류·향수·조명·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인테리어 소품에 대해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프랑스 여행 갈 때 꼭 들르는 매장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럴까.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가 생기자마자 줄을 서 들어가야 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브랜드의 가장 특별한 점은 상품을 전통적인 방식에 착안해 만든다는 점이다. 제품들의 정체성 역시 18~19세기 프랑스 문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현지에서는 파리지앵의 전통을 이어 받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라고 하니 브랜드 자체가 이미 프랑스인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2층에는 세라믹 제품을 만날 수 있다.(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공) 파리 매장을 그대로 재현하다아스티에 드 빌라트라는 브랜드를 잘 몰라도 매장을 스윽 한 번 둘러보면 그리 낯설지 않은 식기류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스누피 형상이 재현된 컵과 양배추 잎을 생각나게 하는 접시, 빈

    2023.05.23 10:39:22

    잠깐 요 앞에 파리 좀 다녀올 게요, 한남동 아스티에 드 빌라트 [MZ공간 트렌드]
  • 시간마저 멈춘 고택 스테이, 완주의 품에 [MZ 공간 트렌드]

    호젓한 아지트에서 찍은 사진 한 장,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메뉴, 도심 속 일탈을 꿈꾸게 하는 비밀스러운 스테이. 가치와 신념이 곧 소비로 이어지는 ‘미닝아웃(meaning out)’ 열풍은 여행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여행을 통해 취향을 뽐내는 시대다. 유명 관광지 대신 차별화된 여행지를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늘어나며 소도시 여행이 트렌드로 떠올랐다.전북 완주로 떠나본다. ‘언택트(비대면) 여행’이 주목받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기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나만의 여행지’로 미닝아웃되며 인기 명소로 급부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완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432만503명으로, 2021년(153만8660명)에 비해 약 280% 증가했다. 도시 곳곳에 보고 즐길거리가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핫한 소양면을 빼놓을 수 없다.오성한옥마을 완주(完走)하기방탄소년단(BTS) 앨범 재킷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완주의 핵심 명소로 자리 잡은 소양면…. BTS의 발길이 머무른 장소를 한데 엮은 ‘완주 BTS 힐링 성지’ 중 세 곳이 여기에 있다. 소양면의 중심, 정갈한 돌담길을 따라 오성한옥마을로 향한다. 종남산과 위봉산을 병풍처럼 두른 마을에 20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운치를 더한다.10년 전만 해도 가파른 산비탈과 투박한 논밭이 전부였던 곳이다. 2012년 주민들이 합심해 한옥을 짓고 이듬해 완주군이 한옥 지원 사업까지 추진하며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6채로 시작된 한옥은 어느새 20여 채를 넘겼다. 마을이 흥하자 인구 소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됐다. 젊은 사람들이 귀촌하며 동네가 북

    2023.05.08 09:35:33

    시간마저 멈춘 고택 스테이, 완주의 품에 [MZ 공간 트렌드]
  • 소설을 읽듯 공간을 읽다, 레어로우 하우스 [MZ 공간 트렌드]

    소설을 통해 타인의 세계를 상상한다. 학자들은 이를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개별적 경험이 공감의 과정으로 진화하고 깨달음의 순간으로 이끈다. 소설에는 인물·배경·사건이라는 3요소가 필요한데 이곳에도 있다. 레어로우 하우스다.레어로우 하우스는 자체 제작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의 오프라인 숍이다. 레어로우라는 이름은 레어(rare : 드문)와 로(raw : 날것, 본질)를 합쳐 만들었다. 날것의 재료로 본질만 살려 결과물을 만든다는 의미다. 철제를 기반으로 가구를 자체 생산한다. 철제 하면 떠오르는 투박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빨간색·파란색·노란색 등 원색을 입히고 겉면을 매끈하게 만들거나 패브릭을 결합했다. 최중호 스튜디오·바이빅테이블 등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감각적인 철제 가구 브랜드로 성장하는 중이다.2022년 10월 성수동의 낡은 단독 주택을 레어로우 하우스로 탈바꿈시켰다. 이제는 기업들의 브랜딩과 캠페인을 위한 로케이션이 된 성수동이다. 공업사와 낡은 저층 건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촌스러운 느낌은 이제 사라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취향에 맞춘 오프라인 공간과 팝업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곳, 부동의 MZ세대 성지인 곳이다.레어로우 하우스는 주택의 구조·프레임·벽을 그대로 둬 거주지의 모양을 유지했다. 이곳에 ‘최성우’라는 인물이 있었다. 최성우는 가상의 인물이다. 레어로우는 최성우에게 서사를 부여했다. 그는 자유로운 성격을 지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맥시멀리스트다. 홈 파티를 즐기고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은 싫어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향을 피우고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

    2023.05.02 08:55:48

    소설을 읽듯 공간을 읽다, 레어로우 하우스 [MZ 공간 트렌드]
  • 복작복작 시장통 사이…스타벅스 경동 1960점 [MZ 공간 트렌드]

    스웨덴에서는 줄을 설 때 양팔을 뻗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둔다. 그만큼이 스웨덴인의 퍼스널 스페이스다. 침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나라나 문화마다 다르다. 미국은 89cm, 일본은 약 1m다. 한국의 전통 시장에서 지켜지는 퍼스널 스페이스는 30cm쯤 될까.1호선 제기역 2번 출입구로 나와 걸으면 경동시장 정문이 보인다. 정문을 지나쳐 골목으로 들어간다. 수레를 끄는 할머니, 건어물이 담긴 바구니를 유심히 보는 아주머니, 사람들을 밀쳐대는 아저씨,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가 각자의 속도로 걷는다. 좁은 골목이니 자꾸 부딪치고 빨리 가고 싶어도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사람들에게 가로막혀 속이 터진다. 드디어 사람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온다.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건어물 파는 아주머니가 한마디 한다. “스타벅스 갈라믄 저짝으로 올라가요. 3층.” 드디어 찾았다. 경동시장 한복판에 있는 스타벅스. 1994년 폐관한 극장을 개조한 스타벅스2022년 12월 경동시장에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이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원래 경동극장이 있던 자리다. 1970~1980년대는 건물 전체가 영화관이거나 상영관이 1개뿐이었다. 영화관 외벽에는 화가가 그린 포스터를 걸고 사람이 직접 필름 영사기에 필름을 감아 영화를 틀었다. 영화표가 모두 팔리면 입석표를 사 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기도 했다. 경동극장은 1962년 개관돼 1994년 폐관됐다.경동시장 본관 3층으로 올라가면 스타벅스의 로고 세이렌이 그려진 둥근 간판 아래 영화관처럼 큰 문이 있다. 문을 열면 금빛 할로겐 조명이 환하다. 경사진 짧은 복도를 올라가 뒤를 돌면 극장에 와 있는 듯한 풍

    2023.04.03 08:44:43

    복작복작 시장통 사이…스타벅스 경동 1960점 [MZ 공간 트렌드]
  • 도심 속 산책이 필요한 당신에게 [MZ 공간 트렌드]

    문래역 7번 출입구에서 도보로 3분, ‘요즘 것’임이 확실한 대형마트와 아파트 단지 뒤로 정반대의 세상이 펼쳐진다. 예술가들의 마을 문래창작촌이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상가와 철공소. 곳곳에 혼재하는 예술가의 공방들과 뉴트로(new+retro) 콘셉트의 카페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듯한 착각이 밀려온다. 창작촌 초입에 익숙한 듯 새로운 공간이 들어섰다. 깊은 먹물색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채광창을 통해 떨어지는 은은한 빛이 가장 먼저 반겨주고 이내 한 가지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도대체 뭐 하는 곳이야.’  ‘철컹철컹’ 문래동 이야기과거 문래동을 먹여 살린 것은 섬유 산업이다. 1930년대부터 동양방적·종연방적 등 굵직한 방적 공장이 밀집해 성황을 이뤘다. 이 때문에 실을 뽑는 ‘물레’에서 문래동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과 문익점의 목화 전래지라는 뜻에서 문래동으로 명명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1960년대에는 철공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섰다. 금속 가공법인 시어링(shearing)에서 이름을 따 ‘샤링 골목’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강 산업의 호황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이후 금속 제조업이 침체하며 소규모 철공소만이 겨우 이곳의 명맥을 이어 갔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텅 빈 문래동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다. 작업 공간이 필요한 젊은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문래에 몰렸고 철공소 골목 사이사이 공방·갤러리·공연장 등 작은 예술 공간이 들어섰다. 허름한 철공소에서 쏟아지는 쇳소리와 낡은 건물 한쪽에서 꽃피는 예술의 이질적 조화. 문래창작촌의 시작점이다.경리단길·홍대앞&mid

    2023.03.10 14:49:26

    도심 속 산책이 필요한 당신에게 [MZ 공간 트렌드]
  • 해방촌(HBC) 신흥시장에는 ‘K-힙’이 흐른다[MZ 공간 트렌드]

    “서울의 숨겨진 핫플에서 새어 나오는 빛.”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서울 해방촌·을지로 일대를 조명한 1월 18일 기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좁은 골목 사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작은 문 몇 개를 기꺼이 열고 들어간다면 미처 상상하지 못한 포근하고 멋진 장소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너무 아늑해 자기만 알고 싶은 비밀 같은 곳이다.해방촌의 해방 일지녹사평역 2번 출입구에서 경리단길을 등지고 미군 부대 담장을 따라 남산 방향으로 걷는다. 50년째 해방촌을 지키고 있는 도자기 판매점을 따라 정겨운 옹기가 옹기종기 늘어서고 다소 낯선 영어 간판과 벽화가 공존하는 해방촌이다.해방촌의 역사를 되짚기 위해서는 1945년 해방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광복과 함께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 6·25전쟁 피란민 등이 ‘하꼬방’이라고 불리는 판잣집 촌락을 이뤘고 곧 해방촌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 산동네는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촌이 됐다. 소설가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에서 해방촌을 가리켜 ‘산비탈을 도려내고 무질서하게 주워 붙인 판잣집들’이라고 묘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서울시는 도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위태롭게 자리한 해방촌을 철거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1973년 자력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선정되며 현재까지 유지·보수를 거듭해 그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해방촌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러한 역사가 주효했다. 고루하게 느껴졌던 전통적인 것을 새롭고 멋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이는 ‘뉴트로(New+Retro)’ 열풍이

    2023.02.13 14:10:10

    해방촌(HBC) 신흥시장에는 ‘K-힙’이 흐른다[MZ 공간 트렌드]
  • 영감의 재료를 구하러 가요, 종이잡지클럽으로 [MZ 공간 트렌드]

         영감은 마술사의 모자 속에서 튀어나오는 토끼가 아니다. 오감을 이용해 느낄 ‘무엇’ 이 필요하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든, 푸릇한 봄내음이든.... 영어로는 투 인스파이어 (to inspire), ‘불어넣는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한다. 영감은 주는 존재와 받는 존재, 관계를전제로한다.새로운 패션 트렌드가 궁금한 패션 피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꾸려야 하는 프리랜서나 구직자, 수많은 가능성을 고민하는 대학생,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획자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할까. 뭐라 설명 할 수 없는 느낌이나 감을 안고 레퍼런스를 찾는다. 더 나은 창작물을, 존재를 찾아.... 어떤 기획자들은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핀터레스트라는 이미지 모음 웹 사이트를 찾는다. 아이디어·일러스트·사진 자료 등 전 세계의 이미지를 본다. 검색창에 크리에이티브(creative), 디자인(design), 템플릿(templete)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뒤 모호하게 가진 느낌을 기막히게 실현한 레퍼런스를 찾는다.합정동에 있는 종이잡지클럽은 레퍼런스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이다. 종이 잡지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잡지라는 매체는 비주얼과 텍스트를 아우른다. 잡지에는 새로운 정보와 정보를 새롭게 보는 관점이있다. 여전히 잡지는 영감의 원천으로 유효하다.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활용하며 사람을 모으는 공간의 매력합정역 5번 출입구 앞 골목은 스윙스가 자주 찾는다는 돈가스 가게, 영업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일본식 덮밥집, 밝다 못해 눈부신 형광등 불빛이 새어나오는 횟집 등 즐비한 식당과 카페로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종이잡지클럽은 메인

    2023.02.06 08:56:42

    영감의 재료를 구하러 가요, 종이잡지클럽으로 [MZ 공간 트렌드]
  • 생각을 향유하는 공간, 북카페 ‘수연목서’ [MZ공간트렌드]

    경기도 여주와 광주 그리고 양평 그 사이 어딘가의 좁은 도로를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붉은 벽돌의 쌍둥이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어쩐지 단조로워 보이지만 멋스러운 건물은 누구나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누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뭐하는 건물이에요?"붉은색 벽돌 건물로 지어진 수연목서는 총 두 건물로 이뤄져 있다. 한쪽은 목공 스튜디오로, 다른 한쪽은 북카페로 운영 중이다. 본래 이 두 건물은 모두 사진을 찍고 나무를 다루는 작업자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점차 이웃 주민들과 그곳을 지나던 행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여러 문의를 받게 됐다. 도대체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호기심은 결국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에 이르렀다. 작업물을 전시하기로 했던 공간을 책과 커피를 만날 수 있는 북카페로 운영하게 된 것이다.수연목서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차지하면서부터다. 수연목서의 우수상 수상 경위에는 ‘담담하면서 명쾌한 건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단조로운 형태지만 절대 심심하지 않은 건축에서 아름다움이 새어 나온 것이다. 건축이 주는 미학은 서울 근교로의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만들었다.직접 만든 마그네틱과 북마크를 판매하고 있다.   나무와 책의 공간 건축주이자 주인장인 최수연 씨가 처음 이 공간을 구상한 것은 단순히 작업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땅을 보고 여러 콘셉트를 구상해 보던 차에 그는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됐다. 여행 멤버 중 한 명인

    2023.01.30 09:41:38

    생각을 향유하는 공간, 북카페 ‘수연목서’ [MZ공간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