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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부터 인프라 노후화까지…늙어가는 일본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도쿄 3대 민영 전철 가운데 하나인 오다큐선은 올해 3월 12일부터 초등학생 요금을 전 구간 50엔(교통카드 이용 시)으로 대폭 인하했다. 최근 환율(100엔당 950원)을 적용하면 475원이다. 지금까지는 성인 요금의 반값이었다.오다큐선은 신주쿠에서 가나가와현의 유서 깊은 해안 도시인 오다와라까지 82.5km를 달리는 노선이다. 일본의 지하철 요금도 거리에 비례한다. 어린이가 신주쿠에서 오다와라까지 가려면 445엔이 들었다. 하지만 3월부터는 시점부터 종점까지 달려도 50엔이다. 요금이 90% 내려간 셈이다.서울 지하철의 초등학생 기본 요금은 450원이다. 서울 지하철로 똑같이 82km를 달리면 1050원이 든다. 오다큐선의 어린이 요금이 서울의 반값인 셈이다. 도쿄 지하철 어린이 요금, 서울보다 싸졌다오다큐는 어린이 요금 인하로 연간 2억5000만 엔의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는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받은 업종이다. 대규모 적자를 낸 민간 철도 회사들은 역 주변 쇼핑몰과 호텔 자산을 팔아 근근이 버티고 있다.한 푼이 아쉬운 때 오다큐가 연간 25억원의 손실 감수를 결정한 것은 인구 감소가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무섭기 때문이다. 오다큐선은 1일 유동 인구가 일본 1위인 신주쿠와 도쿄에 이어 인구가 둘째로 많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가나가와현을 연결하는 수도권 알짜 노선이다.노선 주변의 인구가 매년 증가해 인구 감소는 남의 일 같아 보였다. 하지만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와 공동 연구 결과 2020년 518만 명까지 늘었던 노선 주변 인구가 5년 내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35년이면 주변 인구가 502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오다큐는 코로나19 사태
2022.08.11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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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0%’대 돌입한 중국, 하반기도 반등 어렵다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중국의 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우한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중국 경제가 최근 다소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코로나19 방역 통제가 지속되는 이상 하반기에도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2분기 경제성장률 ‘0.4%’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9조2464억 위안(약 5732조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0.4% 증가했다. 1분기 대비로는 2.6% 감소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주 지표로, 전기 대비를 보조 지표로 본다.이 같은 성장률은 코로나19 초기 우한과 후베이성을 봉쇄했던 2020년 1분기(전년 동기 대비 -6.8%) 후 가장 낮다. 2020년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2~4분기 3.2%, 4.9%, 6.5% 등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2년 전과 지금 상황은 코로나19 통제라는 부분에선 비슷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이 있어 더 심각하다는 진단이다.최근 분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 등으로 내려가는 추세였다. 작년 말부터 당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올 1분기 4.8%로 일시 반등했다가 이번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 5.5%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2014년 한 번뿐이다. 당시 7.5%를 제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7.4%에 그쳤다.중국 정부 목표와 글로벌 기구, 투자은행(IB)의 예상치 간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대규모 봉쇄를 단행한 4월 이후 10곳 이상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08.04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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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게 왔다” 인력 감원 시작한 애플·테슬라·골드만삭스 [글로벌 현장]
[글로벌현장]지난 7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오후 2시쯤 요동치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예상을 웃돈 실적 덕분에 강세를 보이던 시장이 갑자기 곤두박질친 것이다.원인은 시가 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다. 기술·성장 기업의 대장 격인 애플이 긴축 경영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 결과 애플과 같은 대기업조차 수요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마저 고용 축소…“실업률 더 뛸 것”애플이 경영에 변화를 주려는 부분은 고용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채용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일부 사업 부문에서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한편 공석이 생기더라도 채우지 않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감원이 이뤄질 것이란 판단이다.내년부터 다양한 부문에서 별도의 비용 절감에 나서기로 했다. 일부 부서의 예산을 적게 책정한 뒤 알아서 비용을 감축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애플이 이런 식의 긴축 경영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전언이다.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포함해 공격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은 더 크다.애플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테슬라·코인베이스 등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감원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인력(총 18만1000명)의 1%를 대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메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연내 1만 명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6000~7000명으로 낮춰 잡았다. 아마존 역시 소매 부문의 신규 채용 목표를 줄였다.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은 비제조
2022.07.28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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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으로 ‘싼 나라’ 된 일본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10년 전 태국 현지에서 대표 요리인 똠얌꿍을 565엔(약 5406원)이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초에는 920엔으로 올랐고 엔화 가치가 20% 떨어진 지금은 1000엔을 내야 맛볼 수 있다. 태국은 즐길거리가 많은데 비해 물가가 저렴해 일본인들의 인기 관광지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인들에게 태국 물가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올 들어 엔화 가치가 약 20% 가까이 떨어진 때문이다. 태국식 덮밥 가파오의 가격이 10년 전 130엔이었는데 올 초에는 200엔, 현재는 220엔이다. 10년 새 먹거리 가격이 2배, 그 가운데 지난 반년 동안에만 20% 오른 것이다. 일본의 태국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망고트리카페에서 ‘똠얌꿍 누들’의 가격은 1210엔(평일 점심 기준)이다.세계의 물가를 비교할 때 자주 쓰는 빅맥 가격은 일본이 390엔이다. 세계 33위다. 태국은 443엔으로 25위다. 중국과 한국이 440엔대로 뒤를 잇고 있다. ‘만성 디플레이션’ 익숙해진 일본, 엔화 방어 카드 ‘만지작’다른 나라들의 물가는 꾸준히 올랐는데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 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다 보니 어느새 ‘싼 나라’가 돼 버렸다. 올해는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더 싼 나라가 됐다. 그 결과 10~20년 전만 해도 ‘국내 여행보다 해외여행이 훨씬 싸다’며 세계 곳곳을 누볐던 일본인들에게 외국은 큰맘 먹고 나서야 하는 곳이 됐다. 최근 일본 미디어들은 “해외여행은 부유층의 특권이고 일반인들은 신혼여행으로 가고시마나 도쿄 근처 온천가인 아타미를 가던 1960~1970년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해외여행이 과거와 같이 만만한 여가 수단이 아니
2022.07.21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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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속 ‘나 홀로 강세’ 이어 가는 중국 증시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주요국의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증시가 ‘나 홀로 강세’를 이어 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제로 코로나, 부동산 규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압박 등 3대 악재가 완화하면서 중국 주식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맞추려면 하반기 7% 성장 필요중국 본토 증시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는 4월 말 저점 이후 6월 말까지 두 달 동안 20% 정도 올랐다.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8%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스 MSCI 중국 상장지수펀드(ETF)에는 6월 29일 하루 동안 3억3300만 달러(약 4300억원)가 유입됐다. 2011년 이 ETF가 설립된 이후 최대 기록이다.이런 추세는 중국 주식에 ‘투자 부적격’이라는 평가가 잇따르던 지난 3월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중국 당국이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상하이 봉쇄와 같은 무자비한 통제를 되풀이하지 않고 부동산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며 자국 빅테크 규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의 강세를 예상했다.맥쿼리그룹은 중국이 올해 목표인 5.5%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7% 이상 성장해야 하고 이는 상하이 사례와 같은 주요 경제권의 전면 봉쇄를 되풀이해선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보건 당국은 국내 통제 범위를 축소하고 해외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줄이는 등 점진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고 있다.중국 공업정보화부는 6월 말 지역 간 통행 애플리케이션 ‘싱청카’에서 위험 지역을 표시하는 별표 표지를 삭제했
2022.07.14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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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냉각된 미국 주택 시장…경기 침체 앞당기나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미국 뉴저지 주 리버베일에서 200여 채에 달하는 타운하우스를 분양 중인 크리스 헨슨 씨는 “요즘 주택 시장이 극과 극”이라고 말했다. 일부 가격을 낮춘 신규 주택에는 ‘금리가 더 뛰기 전에 사자’는 수요가 몰리지만 기존 매매 시장엔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주택 경기 둔화의 신호라는 관측이다. 1년 만에 두 배 뛴 주택 금리…“2년 호황 갔다”미 주택 시장에 대한 경고음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무엇보다 금리 상승 탓이다.미 소비자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대개 전체 매매 대금의 5~20%만 선납한다. 잔금의 80~95%는 최장 30년 동안 나눠 갚는 구조다. 이자는 고정 금리 방식이다. 이 때문에 맨 처음 계약 당시의 모기지 금리가 가장 중요하다. 중도에 금리가 떨어지면 갈아타기(리파이낸싱)할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수수료가 들어간다.문제는 이 모기지 금리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금융 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모기지 금리(30년 기준)는 평균 연 5.8%다. 2008년 1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작년엔 연 2.65%로 역대 최저치였다. 1년 만에 두 배 넘게 뛴 것이다. 프레디맥은 “상당수 잠재 수요자들이 여전히 주택 구입을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지난 2년간 뜨거웠던 시장이 급속히 식고 있다”고 진단했다.심각한 물가 상승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고 있는 게 가장 큰 배경이다. Fed는 올 3월 금리 인상(25bp, 1bp=0.01%포인트)을 개시했다. 5월 50bp, 6월 75bp 등 인상 폭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7월 말에도 75bp 올릴 것이란 게 시장의 예측이다.모기지 금리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주로 연동한다.
2022.07.07 0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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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귀환의 해’…일본 주류 회사의 전략은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아사히맥주는 주력 상품인 ‘슈퍼드라이’ 홍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2개월 동안 일본 도심 상공에 광고판으로 꾸민 비행선을 띄웠다. 광고판 비행선은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규슈까지 8002km를 날아 일본 열도를 종단했다. 슈퍼드라이를 처음 출시한 1987년 비행선을 내세웠던 홍보 전략을 재현한 것이다.일본 주류업계는 2022년을 ‘맥주 귀환의 해’로 평가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서 음식점과 술집이 밤늦게까지 영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맥주의 해를 맞아 일본 맥주 회사들은 주력 맥주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상품을 그대로 내세워서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사히맥주가 35년 전의 광고를 재현한 이유다.1위 뺏긴 아사히 대공세 예고지난 2월 아사히맥주는 슈퍼드라이를 전면 업그레이드했다. 슈퍼드라이는 1987년 출시 이후 한 번도 제조법을 바꾼 적이 없었다. 아사히는 올해 슈퍼드라이의 업그레이드를 계기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광고비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아사히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이유가 있다. 슈퍼드라이는 발매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가볍고 알싸한 맛으로 1970년대 일본 맥주 시장의 60%를 차지하던 기린의 ‘라거’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1990년대 초에는 시장점유율이 70%까지 오르기도 했다. 슈퍼드라이가 일본 시장을 석권하자 아사히는 ‘브랜드병’에 걸리고 말았다. 슈퍼드라이가 워낙 잘나가 회사의 전력을 몽땅 이 브랜드에 의존하는 ‘외다리 경영’을 한 것이다.그 결과 2020년 아사히는 기린에 일본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일본 맥주 시장 1~
2022.06.30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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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예방성 저축’…중국,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주자 미래에 큰 불안함을 느끼는 중국인들이 소비를 억제하고 ‘예방성 저축’을 늘리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경제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확산되면서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에선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도 감지되고 있다. 꾸준히 줄어드는 중국 소비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 1~5월 중국의 가계 저축 증가액은 7조8561억 위안(약 149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6% 증가한 것이다.중국의 가계 저축은 춘제(설) 연휴가 있던 2월과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이 가해진 4월 줄어들었지만 다른 달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5월 가계 저축 증가액은 7393억 위안으로 작년 5월 1072억 위안보다 7배 정도 급증했다. 5월 말 기준 중국의 위안화 저축액은 246조 위안(약 4경6780조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어났다.이처럼 저축은 늘어나는 반면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은 3~4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4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마이너스 11.1%로 2020년 우한 사태 초기 이후 최악이었다.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면서 상반기 최대 연휴인 5월 노동절 연휴 기간 여행 분야 수입은 작년보다 43% 감소했다. 소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저축 성향 강화는 향후 중국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중정성 핑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와 고용 불안정성이 커짐에 따라 주민들의 예방성 저축이 늘어나고 이는 소비 의욕
2022.06.23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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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갑부돼서 떠나는 샌드버그…메타에 독 될까 약 될까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6월 초 대형 소셜 미디어 기업인 메타플랫폼의 주가가 폐장을 불과 수십여 분 앞두고 급락했다. 회사 임원이 페이스북에 띄운 장문의 글이 화근이었다.바로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올해 52세인 그는 “14년 동안 함께했던 회사를 올가을에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깜짝 공개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아닌 한 임원의 사임 소식에 시가 총액이 50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샌드버그 COO가 누구이기에 투자자들이 격하게 반응했을까. 창업자와의 갈등에 불명예 조사까지샌드버그 COO가 퇴사를 결심하며 띄운 페이스북을 보면 그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샌드버그 COO는 “2008년 저커버그 CEO와 손을 잡기로 했을 때 그의 나이는 23세, 나는 38세였다”며 “저커버그 CEO와 이렇게 긴 여정을 이어 올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샌드버그 COO가 사임하기로 발표한 올해 저커버그 CEO는 당시의 샌드버그 COO의 나이가 됐다. 저커버그 CEO는 “회사 운영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샌드버그 COO”라고 했다.구글 부사장 자리를 던지고 2008년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합류했던 샌드버그 COO는 스타트업 수준이던 회사를 세계 최대 광고 플랫폼 중 하나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샌드버그 COO는 메타에서 마케팅·광고·판매·인력관리·법률 등을 두루 책임졌다. 저커버그 CEO가 오롯이 기술과 공학 이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샌드버그 COO가 합류하기 직전이던 2007년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1억5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직원 수는 500여 명이
2022.06.16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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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절반 “술 안 마신다”…생존 위한 일본 주류 회사 승부수는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이자카야와 애주가의 나라’라는 이미지와 달리 일본인의 절반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일본 최대 맥주 회사 아사히맥주가 최근 일본의 20~60세 성인 80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이 조사에서 ‘일상적으로 술을 마신다’고 대답한 사람은 2000만 명에 불과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의 금주율이 높았다. ‘소버 큐리어스’라는 가치관이 확산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술 취하지 않은’을 뜻하는 ‘소버(sober)’와 ‘호기심이 강한’을 뜻하는 ‘큐리어스(curious)’를 합친 말이다. 이전 세대가 술 한잔에 시름을 잊었다면 요즘 세대들 사이에서는 ‘취하지 않는 것이 멋있다’는 가치관이 대세라는 것이다. 일본 2030, “취하지 않는 것이 멋있다”1999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주 3회 이상, 한 번에 1홉 이상의 술을 마시는 애주가의 비율이 남성은 52.7%, 여성은 8.1%였다. 2019년 조사에서 여성의 비율은 8.8%로 제자리인 반면 남성은 33.9%로 줄었다. 특히 20대 남성 애주가의 비율은 34%에서 13%로 급감했다.술을 마시지 않는 일본인이 늘어날수록 주류 회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주류 회사들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부진이 단기적인 위기라면 음주 인구 감소는 생존을 좌우할 위험 요소다.위기의 주류 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마련한 전략은 ‘술을 마시지 않는 일본인의 나머지 절반을 술 마시게 하는 것’이다. 기존 주류 시장의 2배가 넘는 규모의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대형 프로젝트다.이를 위해 일본 주류 회사들이 내놓은 제품은 미(微)알코올 맥주다. 미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인 맥주를 말한다. 아
2022.06.09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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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떠나는 에어비앤비[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세계 최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중국 내 사업을 접기로 했다. ‘제로 코로나’로 압축되는 과도한 방역 정책이 이유로 꼽힌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이례적으로 경제 피해를 지적하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했다. 경기 하강 우려와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감세 목표를 2020년 규모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중국에서 짐 싸기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에어비앤비는 중국 내 숙박 공유 사업을 중단하고 중국 지사는 중국 거주자의 국외 여행 부문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여름까지 15만 개에 달하는 중국 본토의 숙박 리스트를 내릴 예정이다.에어비앤비의 철수 결정은 2016년 ‘아이비잉(愛彼迎)’이라는 중국식 브랜드명으로 진출한 지 6년 만이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를 에어비앤비 차이나 회장으로 투입하는 등 중국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 왔다.하지만 비슷한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토종 숙박 공유 플랫폼인 투자와 샤오주는 100만 개 이상의 숙소를 확보하고 있다.2011년 창업한 투자와 2012년 영업을 시작한 샤오주에 비해 에어비앤비는 중국에서 후발 주자였다. 중국인은 저렴하고 익숙한 자국의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했다. 중국에선 숙박 공유 플랫폼에 등록한 숙소가 외국인 손님을 받으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도 많지 않았다. 이런 규제로 인해 중국 내에서 외국인이 여행을 하려면 현지 숙소에서 외국인을 받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에어비앤
2022.06.02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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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의 새 실험…美 SNS 판이 흔들린다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엘론 머스크는 크게 3개의 직함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와 우주 탐사 업체 스페이스X, 초고속 지하 터널 굴착 업체 보링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다. 직접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등은 뺀 숫자다.조만간 한 개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의 CEO다. 보유 자산 기준으로 세계 최고 부자로 손꼽히는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상장 폐지하고 개인 회사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트위터는 물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장이 확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많다. 다만 최종 인수까지 변수가 적지 않다. 머스크 “인수 후 일하는 문화 확 달라져야”2009년 트위터를 처음 시작한 이후 1만8000여 개에 달하는 트윗을 올려 온 머스크 CEO는 그동안 트위터에 비판적이었다. 발언(언론)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보수 인사들의 트위터 퇴출에 대해 “정말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머스크 CEO는 1억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유력 인플루언서다.트위터 내부 문화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머스크 CEO는 최근 트윗에 “트위터의 수익성이 너무 낮다”며 “기술 분야 인력이라면 전부 기술적으로 뛰어나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고 썼다. 능력이 부족한 기술자들이 트위터에 적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지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머스크 CEO는 “매니저급 직원들도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잘 다뤄야 한다”며 “소프트웨어를 잘 모르는 관리직은 말도 탈 줄도 모르는 기병대 대장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
2022.05.26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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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위안화 가치…‘환율 조정’ 차차 손 떼는 중국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위안화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4% 가까이 올랐다. 환율이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면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수 있다.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올해 월간 위안화 환율은 1월 0.08% 올랐고 2월 0.8% 내렸다. 3월 0.5% 정도 오르더니 4월 4.2%나 뛰었다. 월간 단위로 환율이 이렇게 많이 변동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중국은 환율을 달러당 8.2위안으로 고정하는 고정 환율제를 쓰다가 2005년 시장 원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혁했다. 이후 위안화 강세(환율 하락)가 상당 기간 이어졌다. 2013년부터 크게 6~7위안 이내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이렇게 보면 환율이 달러당 6.3위안에서 6.6위안으로 4% 정도 움직이는 것은 큰일이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민은행이 기준 환율 결정글로벌의 환율 기준은 달러다. ‘기축통화’의 위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예컨대 원화와 위안화 간 환율은 원화와 달러, 달러와 위안 사이의 상대적 가치 변화에 따라 결정된다. 위안화가 약세가 된다고 해도 원화까지 달러 대비 약세가 되면 위안화와 원화 간 환율은 큰 변동이 없을 수 있다.선진국들은 대부분 외환 시장에서 시장 원리, 수요와 공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 정부가 환율에 개입한다고 해도 갖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풀거나 아니면 사거나 하면서 방향을 유도하는 식이다.중국은 아주 독특한 환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위안화 시장은 크게 두 개다. 하나는 상하이 역내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홍콩 역외 시장이
2022.05.12 17: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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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부문에서 먼저 나타난 미국의 ‘하키 곡선’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출장과 여행 수요가 하키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권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하키 스틱처럼 갑자기 가팔라졌다는 얘기다. 그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발생 후 처음으로 올해 이익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커비 CEO는 “수십년간 항공업계에 종사해 왔는데 지금처럼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2년간 못했던 여행, 이번엔 반드시 떠난다”유나이티드항공이 올해 이익 전환을 자신하고 있는 것은 항공권 예약률이 급증해서만은 아니다. 가격을 계속 올리는 데도 수요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유와 인건비가 뛰고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 출장과 여행에 대한 ‘보상 소비’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다.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아이솜 CEO는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여행을 하지 못했다”며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올 2분기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 회사의 지난 3월 매출은 팬데믹 이전이던 2019년 같은 달 수준을 이미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인력 부족 문제로 3년 전 대비 운항 횟수를 6~8% 줄였는데도 매출이 8% 넘게 뛰고 있다는 게 아메리칸항공의 설명이다.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올해 4월 24일 기준 미국 내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여행자 수는 229만 명으로, 2019년 같은 날(250만 명) 대비 92%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수치는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 같은 날 5%, 작년 63%에 불과했다. 항공 여행객 수가 조만간 2019년 수준을
2022.05.05 1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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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나 홀로 금융 완화’…‘나쁜 엔저’ 현실로 [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달러당 엔화 가치가 연내 130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나쁜 엔저(低)’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나 홀로 금융 완화’가 엔화 추락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하지만 일본은행이 금융 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월 18일 시장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긴급 설문 조사에서 5명이 올해 엔화가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가 미국 9·11 테러의 여파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은 2002년 1월 환율이 달러당 135엔을 기록한 이후 2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경제조사부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일본의 경상수지 악화의 여파로 올해 엔화 환율이 달러당 122~130엔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원자재 값 급등 체감하는 일본 국민들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스즈키 준이치 일본 재무상은 4월 15일 기자 회견에서 “기업이 원재료 값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임금 인상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엔화 약세는 ‘나쁜 엔저’”라고 말했다.통화 당국 최고 책임자가 환율 수준을 이처럼 직설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은 상대국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통화 당국자들은 환율의 수준이 아니라 속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스즈키 재무상이 ‘현 상황을 제대로 짚었다’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철강연맹 회장(일본제철 사장)은 3월 말 기
2022.04.28 17:3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