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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땅, 그 경계에 서다

    [한경 머니 기고=서메리 작가] ‘므레모사’는 김초엽 작가의 소설 <므레모사>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로, 일명 ‘죽음의 땅’으로 불리는 오염 지역이다. 므레모사가 오염된 것은 2003년에 일어난 화학무기 공장의 폭발사고 때문이었다. 공장이 폭발하면서 유출된 유독물질이 비에 달라붙어 수도원을 오염시키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것이다. 결국 정부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지역을 접근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소설은 폭발 사고의 비극으로부터 한참이 흐른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 사이 오염물질이 정화됐다고 판단한 정부는 므레모사에 살던 원주민들의 귀환을 허가했고, 의료 봉사자들에 이어 소수의 일반 관광객까지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외지인이자 일반인으로서 죽음의 땅에 입성한 첫 번째 관광 팀은 전 세계에서 추첨을 통해 선정된 6명의 남녀다.인재와 자연 재해가 합쳐서 탄생된 대규모 재난. 사람들을 통제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결국은 상품으로 팔리고 마는 비극의 스토리. 현실의 여러 사건들이 겹쳐 떠오르는 므레모사의 비극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인간 유형들이다.유튜버이자 영상 편집자인 주연은 므레모사 목격담을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추첨에 응모했다. ‘썰’만 잘 풀어도 관심을 끌 수 있고, 몰래 촬영에라도 성공하면 대박이 날 거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는 그녀는 비극에 대한 대중의 관음증을 상징한다.관광학과 대학원생인 이시카와는 재난 현장이 관광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말한다. “여행지란 그 매력을 점차 다듬어 가는 것이지, 날것 그대로의 여행지가

    2023.03.28 10:56:56

    죽음의 땅, 그 경계에 서다
  •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니

    [한경 머니 기고 = 윤서윤 독서활동가] 더스트라는 유해먼지가 대기층을 잠식해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돔시티’가 형성된다. 세상은 돔시티의 경계를 중심으로 나뉘고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더스트라는 극한 상황은 식물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유해잡초인 모스바나와 사람, 로봇만이 살아남은 지구다.극악의 상황을 그린 <지구 끝의 온실>은 작가 김초엽의 첫 장편소설이다.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작가인 만큼 몰입도가 높다. 현재에서 과거, 과거에서 또 다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옛 이야기를 마치 거울과 거울을 양쪽에 놓은 것처럼 보여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세먼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존이 불안해진 현대인들에게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니?”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지금은 익숙해진 마스크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외출을 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2년이란 시간은 마스크가 없으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만들어주었다. 주변에서는 코로나19가 끝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거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다.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돌파감염이라는 이름으로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1차, 2차로 끝날 것 같았던 백신은 3차를 맞아야 한다는 소식에 3개월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예측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소설 속 ‘더스트’라는 극악의 상황은 ‘내성종’을 내세웠다. 내성이 없는 사람들은 내성종들의 피를 받아 견딘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더라도 ‘내성종’이라고 외치면 살려 두기도 한다. 내성이 있는 나오미와 아마라는 자매는 돔시티를 떠나 자유롭게 다

    2022.02.28 10:52:29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니
  • 김초엽 “사랑과 이해, 복잡한 감정의 결 짚어봤죠”

    소설가 김초엽은 신간 <방금 떠나온 세계>에 담긴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광막한 우주 속을 영원토록 홀로 떠돈다”면서도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되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살아가게 하는 교차점들. 그 짧은 접촉의 순간들을 그려내는 일이 나에게는 그토록 중요한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타자에 대한 이야기는 김 작가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숙제와도 같다.“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과정을 소설에 담으면서, 사랑과 이해라는 복잡한 감정의 결을 한 번씩 짚어봤던 것 같아요.”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 SF 문학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은 김초엽. 이제 그는 작품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대형 작가’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단편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와 짧은 소설 시리즈 <행성어 서점>를 연달아 선보였다.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과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젊은 작가 김초엽을 만나봤다. 최근 연달아 신간을 내셨는데요.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은 것 같습니다.많은 독자들이 반겨주시니 좋습니다. 최근 신간이 너무 줄줄이 나와서 조금 걱정했는데, 오히려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책을 몇 번 냈다 보니 신간을 출간한 이후의 들뜬 마음은 좀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아요. 요즘은 차분하게 다음 작품을 준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신간 <방금 떠나온 세계>에는 표제작이 따로 없던데요. 책 제목은 어떻게 정했나요.제목을 정할 때 고민이 좀 많았어요. 표제작을 고르려고 하니, 대부

    2021.11.29 10:32:11

    김초엽 “사랑과 이해, 복잡한 감정의 결 짚어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