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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tif in Art] 레몬(lemon): 부와 취향 과시하는 고급 과일

    [한경 머니 = 박은영 서울하우스 편집장·미술사가] 레몬은 겉보기엔 아름답고 맛있을 것 같지만 속은 시어서 그냥 먹기엔 힘든 과일이다. 겉과 속이 너무 다르므로 상반된 의미를 띤 여러 가지 비유로 사용된다.산뜻한 노란색 과일 레몬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톡 쏘는 신맛을 떠올리며 입안에 침이 고이기 마련이다. 맛이 좀 달콤하면 좋으련만, 오렌지처럼 말랑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아 레몬의 속살을 덥석 먹었다가는 진저리를 치게 된다.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레몬은 기만이나 실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 레몬의 신맛은 혹독한 시련이나 역경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 그런데 고난을 이겨내면 더 큰 보람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그래서 레몬은 사랑의 굴곡을 견뎌낸 정절, 종교적 수난을 감당한 신실함, 치유와 정화 등 긍정적 의미를 띠기도 한다. 바로크 시대의 정물화에서 레몬의 다양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테이블 위 열대 과일16세기 후반부터 네덜란드에서는 부유층으로 성장한 신흥 상인, 부르주아들이 미술품의 주요 고객으로 대두됐다. 그들은 내용이 무거운 대형 그림보다는 인물이 없는 소형 그림을 더 좋아했다. 이때부터 정물화가 회화의 독립된 장르로 발달하기 시작해 17세기에는 정물화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흔한 정물화 형식은 테이블에 사물을 배치한 것인데 꽃, 과일, 음식, 도자기, 식기, 책 등 다양한 사물이 소재로 올랐다. 과일 중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것은 레몬이다. 유럽에 흔한 포도나 사과보다 더 많은데,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17세기 전반, 정물화가 야콥 판 훌스동크(Jacob van Hulsdonck, 1582~1647년)는 꽃과 과일을 정밀하고 생생하

    2021.02.26 15:38:17

    [Motif in Art] 레몬(lemon): 부와 취향 과시하는 고급 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