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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정치와 정책의 존재이유…클린턴 66%의 교훈

    [EDITOR's LETTER]66%.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2001년 기록한 지지율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 속에 임기를 마쳤습니다. 램 임마뉴엘 시카고 전 시장은 “클린턴에 대한 박수는 서민과 중산층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고도 성장을 누렸습니다.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1994년 임기 중 진행된 중간 선거에서 패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줬지요.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1996년 말 그는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정책이었습니다. 재선을 준비하며 클린턴의 컨설턴트들은 여론 흐름을 살피다 핵심 개념을 찾아냈습니다. ‘사커 맘’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축구클럽에 데려다 주는 중산층 엄마. 이들이 재선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세금 감면 등 대형 정책도 있었지만 집중한 것은 생활 밀착형 정책이었습니다. 교복 착용, 미성년자가 볼 수 없는 TV 프로그램이 나오면 소리가 나는 칩 부착, 대학 학자금 지원 등이었습니다. 사커 맘들의 삶을 파고든 클린턴의 정책에 당시 언론은 ‘스몰 딜’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습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에 미국인들은 공감했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1998년에는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클린턴은 위증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권위는 추락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는 ‘오럴 오피스&rsquo

    2022.11.26 06:00:09

    [EDITOR's LETTER] 정치와 정책의 존재이유…클린턴 66%의 교훈
  • [EDITOR's LETTER] 김민경·김신영·송은이…그들이 던지는 뜻밖의 희망 메시지

    [EDITOR's LETTER]마지막으로 공중파 TV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하시는지요. 꽤 오래됐을 겁니다. 2020년 6월 ‘개그콘서트’를 끝으로 모든 프로그램이 폐지됐습니다. 2010년대 들어 예능과 버라이어티쇼 열풍이 불자 개그 프로그램은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예능 버라이어티쇼도 남성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개그우먼들은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시련의 시간은 이를 이겨 낸 스타를 만들어 내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들의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송은이·김민경·김신영 씨가 그들입니다.먼저 김신영 씨. 송해 선생님의 뒤를 이어 그는 ‘전국노래자랑’ MC 자리에 올랐습니다. 워낙 관심이 컸던 이벤트인 만큼 안티도 좀 있을 것 같았지만 아무런 잡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에일리 등 유명 가수들이 ‘전국노래자랑’에 등장, 국민 MC의 등극을 축하했습니다. 그만큼 잘살아 왔다는 얘기겠지요. 아마도 국민들은 그가 견뎌 낸 고난의 시간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신영 씨는 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살을 빼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렸습니다. 개성이 사라지면 인기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살이 찐 이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빼고 싶습니다.” 그에게 살은 가난의 증거였습니다. 엄마·아빠·오빠가 모두 흩어져 살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먹을 것이 생기면 끝까지 먹은 결과가 살이었고 이제 결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찢어진 가난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변을 밝게 해주는 그의 삶에 대한 선물이 국민 MC였습니다.다음은 요즘 가장 핫

    2022.11.19 06:00:16

    [EDITOR's LETTER] 김민경·김신영·송은이…그들이 던지는 뜻밖의 희망 메시지
  • [EDITOR's LETTER]위기 앞에 떠올려 보는 업의 본질

    [EDITOR's LETTER]업의 본질. 이 단어를 쓰기 싫었습니다. 좋아하는 표현이지만 너무 흔해졌습니다. 하지만 또 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업의 본질을 망각한 행위들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번 주인공은 흥국생명입니다. 흥국생명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배구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져 주기 시합으로 꼴찌를 해 김연경 선수를 지명하고 그를 데려와 우승도 여러 차례 했지요. 막판에는 기어이 김연경 선수를 놓아주지 않아 앞날을 막아 섰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폭 자매 논란도 있었지요. 김치도 떠오릅니다. 흥국생명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김치를 나눠준 사건은 엽기적이었습니다. 이 흥국생명이 요즘은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몇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흥국생명이 2017년 외국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계약서에는 30년 후에 갚겠다고 써 있지만 그 동네 관례는 5년 후 갚는 것이었습니다. 5년 후 갚지 않으면 이자를 더 낸다는 항목은 요식에 가까웠습니다. 빌려준 사람도 5년 후 받을 것을 계산하고 계획을 짜 놓았습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돈 갚을 날짜가 되자 “갚지 않고 이자 더 줄게”라고 통보해 버립니다. 돈을 빌려준 외국인들은 당황합니다. 그리고 소문을 냅니다. “얘들아 흥국생명이 돈 갚지 못하겠대. 한국 기업 얘네들 못 믿겠어.” 순식간에 다른 한국 기업들의 채권 금리도 급등합니다.금융업의 본질을 묻게 하는 행태였습니다.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라고 합니다. 화폐라는 실물이 오가는 게 아니고 실줄 날줄로 온갖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신뢰 빼면 애초 산업 형성이 불가능합니다. 흥국생명은 이 신

    2022.11.12 06:00:21

    [EDITOR's LETTER]위기 앞에 떠올려 보는 업의 본질
  • [EDITOR's LETTER] 정책의 미학은 사라지고 정치 공학만 남아…구원투수를 기다리는 경제

    [EDITOR's LETTER]안팎으로 세상 참 희한하게 돌아갑니다.먼저 나라 밖.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영구 집권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 모델이 북한이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그리고 미국. 세계 자유 무역 질서를 만든 국가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조 바이든에게는 동맹도 명분도 없는 듯합니다. 자국의 산업 보호 정책을 시도 때도 없이 내던집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세기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영국은 설익은 정치인의 섣부른 정책 하나로 갑자기 세계 금융 불안의 진앙지가 돼 버렸습니다. 위기 때 가장 믿을 만했던 통화 중 하나였던 엔화는 기시다 정권과 함께 추락하고 있습니다. 나라 안도 심란합니다.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입에 달고 살지만 감동은 실종되고 밉상 기업만 줄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든 줄 알았더니 현장에서는 붕괴와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키우려고 작정한 듯 대응합니다. ‘땅콩 회항’ 이후 위기 관리란 단어가 식상해질 정도가 됐는데 도대체 이들은 뭘 보고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에 대한 언급은 그냥 생략하렵니다.그중 현재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초유의 사건은 어처구니없이 장난감의 나라 레고랜드에서 터졌습니다. 임기 중 업적을 남기고 싶었던지 전임 도지사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수요가 별로 없는 춘천에 그런 시설을 세운 것도 그렇지만 아름다운 섬 중도에 꼭 손을 대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다음도 코미디입니다. 레고랜드가 성공하지 못하면 소양강에 빠져 죽겠다던 국회의원이 도지사로 돌아와 그 사업

    2022.10.29 11:38:51

    [EDITOR's LETTER] 정책의 미학은 사라지고 정치 공학만 남아…구원투수를 기다리는 경제
  • [EDITOR's LETTER] 지친 일상과 서소문공원의 위로....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꿈꾸며

    [EDITOR's LETTER]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회사 앞 서소문공원에 갑니다. 잔디도 밟고 나무도 보며 공기도 느껴 봅니다. 마지막 발걸음을 멈추는 곳은 공원 안에 있는 탑. 그 앞에 서서 순교자들의 이름을 다시 읽습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김아기·김업이·박큰아기 등.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들이 이름 지어 줄 여유도 없었던 이들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천주교 순교 성인이 됐을까. 소설가 김훈은 ‘흑산’에서 이유를 설명합니다. 대략 이랬던 것 같습니다. “이름없는 이들은 누구를 부를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주여’.”   언제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얘기를 모두 할 수 있었던 주님을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내놓았다는 얘기입니다. 잠시 그들의 삶을 상상하다 보면 ‘나의 지치고 힘든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잠깐 눈을 감았다 회사로 돌아옵니다. 비록 냉담 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삶과 마음으로 얘기를 시작한 것은 앞으로 한경비즈니스의 편집 방향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직장인들의 파트너, 지식과 문화와 마음의 위로가 한 권에 담긴 경제 주간지’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6개월간의 실험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우영우를 읽는 법’이라는 커버스토리에 밀리의서재 독자들은 몇 주 동안 전체 매거진 1위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셨습니다. ‘직장인 마음의 병,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를 썼을 때는 많은 분들이 댓글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왜 다시 동네책방인가’란 제목의 책자

    2022.10.22 06:00:07

    [EDITOR's LETTER] 지친 일상과 서소문공원의 위로....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꿈꾸며
  • [EDITOR's LETTER] 지난 2년 주식 시장을 뒤돌아보며…세 가지 후회와 반성

    [EDITOR's LETTER]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해지자 약속이 급속히 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약속 자리를 파하면서 ‘예상보다 일찍 끝나네’ 하는 생각을 하며 일어나곤 했습니다. 대화 도중에도 주제 중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함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뭘까. 며칠간 궁리 끝에 깨달았습니다. 2년여간 가장 중요한 대화의 주제였던 주식 얘기가 빠졌다는 것을.그렇습니다. 2020년 3월 시작해 2년 가까이 불을 뿜던 한국의 주식 열기는 싸늘하게 식어 버렸습니다. 식사 자리뿐만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 길거리 뒷골목, 사무실 곳곳을 장악했던 주식이란 주제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끔은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전쟁, 지리멸렬한 정치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2020년부터 2년 가까이 이어진 주식 열풍은 단순한 주식 투자 그 이상의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암담해진 분위기에서 주식은 활력소 역할을 했습니다. 월급으로 수도권에서 집 살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주식은 아파트로 가는 희망의 열쇠였습니다. 물려받은 것은 없는 청춘들에게는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도약대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해외 여행 갈 돈을 벌겠다는 후배도 있었습니다. 뼈빠지게 일해도 알아주지 않는 회사에 몸과 마음을 갈아 넣는 것을 멈추고 퇴사해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30대 파이어족들은 밭에 씨를 뿌리듯 주식을 산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열기는 점차 시들었습니다.이제 이런 희망은 잠시 접고 다시 고난의 버티기에 들어갈

    2022.10.15 06:00:04

    [EDITOR's LETTER] 지난 2년 주식 시장을 뒤돌아보며…세 가지 후회와 반성
  • [EDITOR's LETTER] “그들에게는 정형화된 목표가 없다”…파괴자 쿠팡의 미래는

    [EDITOR's LETTER]2017년 겨울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몇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펑펑 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좌석을 맨 뒤쪽 혼자 보는 자리로 잡았습니다. 손수건과 안경도 챙겼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영화가 끝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여운 때문에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주제가에 이어 엔딩곡인 ‘가리워진 길’이 흐르고 크레딧은 계속 올라갔습니다. 멍하니 바라보다 맨 마지막 ‘도움말 주신분들’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 것은 기다림의 대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는 것을 본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가 됐습니다.엔딩을 알리는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여운을 즐기지 않습니다. 잽싸게 일어나 나가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을때 면 다음 편 관객들이 들어와 앉아 팝콘과 콜라를 먹을 준비를 합니다.영화관은 한국인의 문화적 유전자인 ‘빨리빨리’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공간입니다. 자판기 커피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손을 집어넣고 기다립니다. 빼낸 후에도 뜨거운 물이 줄줄 나옵니다. 뭐가 그리 급한 걸까요.경제 발전 전략도 ‘빨리빨리’였습니다. 대기업들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쓴 전략은 ‘빠른 추격자 전략’이었습니다. 선진국들은 6개월 걸려 이사회를 겨우 소집합니다. 그 시간에 한국 기업들은 공장을 지어 돌렸습니다. 소비자들도 속도를 외칩니다. 유럽에서 한 달 걸리는 인터넷 설치도 당일 안 된다고 하면 통신사를 바꿔 버립니다. 이 소비자들은 산업 발전의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이런 문화적 특성에 맞게 움직인

    2022.10.01 06:00:06

    [EDITOR's LETTER] “그들에게는 정형화된 목표가 없다”…파괴자 쿠팡의 미래는
  • [EDITOR's LETTER] 제네시스 그안에 담긴 축적의 시간…독일차와 경쟁하는 첫 국산차로

    [EDITOR's LETTER]아나크로니즘(anachronism). 가장 좋아하는 예술 용어입니다. 한글로 번역하면 ‘시대착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번역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긍정적 함의가 없습니다. 개인적 해석은 ‘작품에 녹아 있는 시간들’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위대한 작품 안에 여러 시간대가 뒤섞여 있다는 말입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과거, 우리 앞에 작품이 있는 현재, 그 사이를 이어 주는 긴 시간 등입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위대한 그림으로 꼽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라스 메니나스)’을 예로 들어볼까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이 눈 앞에 있다고 상상해 보시죠. 보고 있는 이 시간은 현재입니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1656년, 과거입니다. 이후 365년간 이뤄진 수많은 지적이고 감성적 해석이 이 작품에는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그림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인물이 미셸 푸코입니다. 저서 ‘말과 사물’ 발문으로 시녀들을 끌어들입니다.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이 그림은 누구를 위해 그렸을까. 왕의 서재에 걸리기 위해 그려진 그림입니다. 궁중화였지요. 하지만 푸코는 말과 사물에서 오늘날처럼 미술관에 걸려 있어 많은 관람자가 보는 상황으로 해석했습니다. 궁정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시한 겁니다. 그 작품이 그려진 시대의 관점에서 해석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 전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석했다는 얘기입니다. 푸코는 이를 근거로 이 그림에는 회화의 세 가지 요소인 화가·모델·관객이 모두 두 겹으로 그려져 있다며 이를 ‘고전주의식 재현의 재현’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프랑스 예술사가 다니엘

    2022.09.24 06:00:03

    [EDITOR's LETTER] 제네시스 그안에 담긴 축적의 시간…독일차와 경쟁하는 첫 국산차로
  • [EDITOR's LETTER] 공성계의 나라 중국, 그들에 맞설 한국의 전략은

    [EDITOR's LETTER]오늘은 중국 얘기를 할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 ‘삼국지’를 통해서였습니다. 그중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온 조조의 장수 사마중달을 물리친 제갈공명의 공성계(空城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제갈공명은 성을 모두 비우고 홀로 하얀 옷을 입고 현악기를 켜기 시작합니다. 이 모습을 본 사마중달은 그 뒤에는 어마어마한 전략이 숨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퇴각합니다.1950년대 마오쩌둥이 공성계를 활용합니다. 미국과 소련의 핵 경쟁으로 위협이 엄존할 때 두 강국이 힘을 합치면 중국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모른 척합니다. “중국은 핵위협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위협은 없다고 가장하고 자신의 말을 세상이 믿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허세 아래 깔린 전략적 감각과 끈질긴 생명력이라는 중국식 접근법의 상징이 됐습니다.그다음은 바둑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가능성이 바둑의 매력이었습니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서방 세계와 중국의 전략을 체스와 바둑에 비유했습니다. “체스는 외골수를 낳고 바둑은 융통성을 키워 준다.” 바둑은 세력을 키우고 포위하고 때로는 많은 돌을 내주며 더 많은 돌을 잡는 전략을 씁니다. 전략적 전통의 기원은 ‘손자병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손자는 직접적 분쟁을 피하고 심리적 우위를 통해 승리하는 것을 최고의 승리로 칩니다. 말들을 죽여 가며 왕을 잡기 위해 중심으로 나아가는 체스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런 전략으로 중국은 1500년대까지

    2022.09.17 06:00:15

    [EDITOR's LETTER] 공성계의 나라 중국, 그들에 맞설 한국의 전략은
  • [EDITOR's LETTER] 꿈은 비주류의 특권…동네 서점의 꿈을 응원하며

    [EDITOR's LETTER]스타벅스에는 진동벨이 없습니다. 번호와 이름을 부릅니다. 이는 브랜드의 시작 및 철학과 관련이 있습니다.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카페에서 미국과는 다른 풍경을 봤습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 주며 손님의 이름을 부르고 커피에 대해 설명하고 얘기하고 웃는 모습…. 휴먼 터치가 살아 있는 이 모델을 슐츠는 미국으로 가져갔습니다. 스타벅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커피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문화를 파는 기업이란 발상이었습니다. 진동벨을 쓰는 순간 기계가 사람을 대치하게 된다는 게 그들의 생각입니다.물론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습니다. 스타벅스 바리스타와 대화는커녕 줄 서서 커피 한잔 마시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철학이고 뭐고 진동벨을 주는 게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그래서일까.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에 앉아 있을 때와 집 근처 커피집에 앉아 있을 때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대형 커피 전문점에서는 진짜 혼자입니다.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동네 커피집에서는 왠지 주변과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단골이 되면 커피에 과자도 한두 개 얹어 줍니다. 스타벅스 단골이라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이 알지만 동네 커피집 단골손님은 주인이 아는 차이랄까.서점도 비슷합니다. 교보문고에 뻔질나게 가도 기계만이 알 뿐입니다. 동네 책방은 자주 가면 누군가가 웃어주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래도 교보 등 대형 서점에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말만 되면 광화문 교보문고는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책도 보고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 그곳을

    2022.09.03 07:40:12

    [EDITOR's LETTER] 꿈은 비주류의 특권…동네 서점의 꿈을 응원하며
  • [EDITOR's LETTER] 직장인 마음의 병,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EDITOR's LETTER] “여기 필라테스 회원님 대부분이 이 건물에 있는 정신과에 다니더군요.”지난 주 회의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한 기자가 필라테스 강사가 한 말을 전했습니다. 필라테스와 정신과 의원 동시 회원 가입이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궁금하면 숫자를 찾아보는 게 경제 기자의 속성입니다.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 검색어 ‘우울증’을 넣었습니다. 9685건의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다음은 스트레스. 9999+였습니다. 1만 건이 넘으면 숫자가 저렇게 표시됩니다. 이 밖에 정신과는 5114건이었고 마음의 병, 상사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의 제목을 단 글도 1000건이 넘었습니다.다음은 공신력 있는 통계를 찾아볼 차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가 최근 자료였습니다. 2017년 이후 5년간 우울증과 정신 불안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급증했습니다. 그중 10~30대의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주변을 돌아보니 상담 치료를 받거나 치료 받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과거 삼성에서 있었던 일도 생각났습니다. 몇 해 전 그룹은 임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진단을 받으라고 권했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진단을 피했습니다. 한 임원은 “취지는 좋지만 결과가 또라이로 나오면 앞으로 어떻게 되겠어”라고 했습니다. 중·장년층 다수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봐야겠지요.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치료(?)하며 버티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직장인은 훨씬 많을 것이란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2022.08.20 06:00:09

    [EDITOR's LETTER] 직장인 마음의 병,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 [EDITOR's LETTER] 용산을 다시 보는 이유, 역사와 미래의 공존 그리고 상상력

    [EDITOR's LETTER] “달콤한 슬픔이 어른대는 행복과 또렷한 희망이 감지되는 슬픔, 이것이 한국 문화의 본질이다.”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더는 한국 문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포장마차였습니다. 흐릿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사람 냄새가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간, 소주 한잔으로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하며 느끼는 작은 행복, 술기운에 기분 좋게 헤어지지만 돌아선 동료의 축 처진 어깨에서 느껴지는 애잔함 같은 그런 것.  어쩌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경쟁력도 이런 감성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나라 콘텐츠에서 찾기 힘든 섬세한 감정선의 처리는 다니엘 튜더가 말한 한국 문화의 본질과 닿아 있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용산이라는 곳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다시 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중층적 감정을 이끌어 내는 도시, 오래전 곡물과 자원이 모여들던 거래의 중심지였지만 그것이 훗날 비극의 조건이 되고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싹 틔우고 있던 그런 도시 말입니다. 얼마 전 서울은 물바다가 됐습니다. 하지만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이어지는 강북의 중심 지역은 피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평평한 지형 때문입니다. 조선 시대 얘기입니다. 한양(서울)이 수도가 된 후 용산나루로 전국에서 쌀 등 각종 물자가 집결했습니다. 가장 큰 수요처인 왕과 귀족들이 모여 사는 4대문 안과 그 인근으로 향하는 물자였습니다. 용산나루에서 남대문 광화문까지 물자를 쉽게 옮기는 길은 더 평평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2022.08.13 06:00:04

    [EDITOR's LETTER] 용산을 다시 보는 이유, 역사와 미래의 공존 그리고 상상력
  • [EDITOR's LETTER] 어젠다의 실종, 과거와 싸우느라 미래를 잃어버리는 정부

    [EDITOR's LETTER]“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10년 안에 달에 갈 것이고 다른 일들도 할 것입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1962년 9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라이스대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연설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출발점이었습니다.시작은 위기감이었습니다.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합니다.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불립니다. 미국은 충격에 빠집니다. 하지만 곧 반격에 나섭니다. 1961년 대통령에 취임한 케네디는 ‘문(Moon)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사업이었습니다. “달에 가겠다”는 어젠다는 세상을 미국을 움직였습니다. 젊은 과학자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겠다고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NASA 직원뿐만 아니라 보잉 등 주요 군사·항공 기업의 엔지니어들도 아폴로 프로젝트에 인생을 걸기 시작했습니다.250억 달러가 들어간 이 프로젝트는 케네디가 암살된 1963년 이후에도 10년간 지속됩니다. 결국 인간을 달에 착륙시킵니다. 미국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성과를 올립니다. 냉전 체제에서 자유주의 종주국의 위상을 회복했습니다. 우주 개척이라는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도 열었습니다. 이때 사용된 로켓·궤도 계산·통신·도킹 등 우주 기술은 지금도 쓰이고 있습니다.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돌과 흙은 달 연구의 기초가 되기도 했습니다.리더의 어젠다는 그런 것입니다. 국가 또는 기업이 미래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분명히 가리킵니다. 국민들의 열정을 자극하

    2022.08.06 07:33:53

    [EDITOR's LETTER] 어젠다의 실종, 과거와 싸우느라 미래를 잃어버리는 정부
  • [EDITOR's LETTER] 편견을 걷어내면 보이는 다른 것

    [EDITOR's LETTER] 2004년 뉴질랜드 북쪽 한 해수욕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돌고래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돌고래들은 바다에 있던 사람 4명의 주변을 둘러싸더니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4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돌고래들이 떠나갔습니다. 돌고래들이 향하는 방향을 본 관광객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 앞에는 3m짜리 백상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들은 상어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고 떠난 것입니다.‘공감의 과학’이란 책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요즘 고래 얘기 하나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인용해 봤습니다. 저자는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들도 공감이라는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례를 언급합니다. 핵심 주장은 “진화가 공감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세상엔 타인에 대한 착취만 난무할 것이다” 정도 아닐까 합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동물들도 갖고 있는 능력,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 공감이라며 그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편견은 아닐까.개인적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몇해전 한 부서의 부장으로 발령났을때 일입니다. 같이 일하게 된 부서원들의 명단을 봤습니다. 대부분 과거에 함께 일해본 적은 없던 후배들이었습니다. 어린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명단을 보면서 이런 저런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들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저렇고.  순간 두려워졌습니다. 과거에 개인적 인연이 얽혀 나에게 전해진 말들로 누군가를 규정해버리는 것, 그것이 새로운 부서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2022.07.23 06:00:07

    [EDITOR's LETTER] 편견을 걷어내면 보이는 다른 것
  • [EDITOR's LETTER] 애널리스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DITOR's LETTER]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의 일입니다. 미국의 통계학자 18명이 모였습니다. 통계를 활용해 군을 지원하는 게 이들의 미션이었습니다. 어느 날 과제가 떨어졌습니다. 전투기 개선이었습니다. 학자들은 전투에서 총 맞고 돌아온 전투기를 분석했습니다. 주로 날개와 꼬리 등에 총을 맞은 비행기였습니다. 숙제는 ‘어느 부분을 보강해야 할까’였습니다. 철갑을 둘러 보강해야 할 부분은 날개·꼬리·조종석 아니면 다른 어디일까.이들이 제시한 답은 엔진이었습니다. 엔진에 철갑을 두르라고 했습니다. 돌아온 비행기가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로 눈을 돌린 결과였습니다. 엔진에 총을 맞은 비행기는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는 점을 발견한 것입니다.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고래퀴즈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우영우의 대사입니다.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돼요.”두 가지 에피소드로 글을 시작한 것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애널리스트의 덕목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두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하고 핵심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널리스트의 어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ana(완전히)+ly(풀다)에서 왔다고 합니다. 완전히 풀고 나면 원래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는

    2022.07.16 06:00:01

    [EDITOR's LETTER] 애널리스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