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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용산을 다시 보는 이유, 역사와 미래의 공존 그리고 상상력

    [EDITOR's LETTER] “달콤한 슬픔이 어른대는 행복과 또렷한 희망이 감지되는 슬픔, 이것이 한국 문화의 본질이다.”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더는 한국 문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포장마차였습니다. 흐릿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사람 냄새가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간, 소주 한잔으로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하며 느끼는 작은 행복, 술기운에 기분 좋게 헤어지지만 돌아선 동료의 축 처진 어깨에서 느껴지는 애잔함 같은 그런 것.  어쩌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경쟁력도 이런 감성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나라 콘텐츠에서 찾기 힘든 섬세한 감정선의 처리는 다니엘 튜더가 말한 한국 문화의 본질과 닿아 있는 듯합니다. 최근에는 용산이라는 곳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다시 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중층적 감정을 이끌어 내는 도시, 오래전 곡물과 자원이 모여들던 거래의 중심지였지만 그것이 훗날 비극의 조건이 되고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싹 틔우고 있던 그런 도시 말입니다. 얼마 전 서울은 물바다가 됐습니다. 하지만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이어지는 강북의 중심 지역은 피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평평한 지형 때문입니다. 조선 시대 얘기입니다. 한양(서울)이 수도가 된 후 용산나루로 전국에서 쌀 등 각종 물자가 집결했습니다. 가장 큰 수요처인 왕과 귀족들이 모여 사는 4대문 안과 그 인근으로 향하는 물자였습니다. 용산나루에서 남대문 광화문까지 물자를 쉽게 옮기는 길은 더 평평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2022.08.13 06:00:04

    [EDITOR's LETTER] 용산을 다시 보는 이유, 역사와 미래의 공존 그리고 상상력
  • [EDITOR's LETTER] 어젠다의 실종, 과거와 싸우느라 미래를 잃어버리는 정부

    [EDITOR's LETTER]“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10년 안에 달에 갈 것이고 다른 일들도 할 것입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1962년 9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라이스대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연설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출발점이었습니다.시작은 위기감이었습니다.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합니다.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불립니다. 미국은 충격에 빠집니다. 하지만 곧 반격에 나섭니다. 1961년 대통령에 취임한 케네디는 ‘문(Moon)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사업이었습니다. “달에 가겠다”는 어젠다는 세상을 미국을 움직였습니다. 젊은 과학자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겠다고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NASA 직원뿐만 아니라 보잉 등 주요 군사·항공 기업의 엔지니어들도 아폴로 프로젝트에 인생을 걸기 시작했습니다.250억 달러가 들어간 이 프로젝트는 케네디가 암살된 1963년 이후에도 10년간 지속됩니다. 결국 인간을 달에 착륙시킵니다. 미국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성과를 올립니다. 냉전 체제에서 자유주의 종주국의 위상을 회복했습니다. 우주 개척이라는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도 열었습니다. 이때 사용된 로켓·궤도 계산·통신·도킹 등 우주 기술은 지금도 쓰이고 있습니다.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돌과 흙은 달 연구의 기초가 되기도 했습니다.리더의 어젠다는 그런 것입니다. 국가 또는 기업이 미래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분명히 가리킵니다. 국민들의 열정을 자극하

    2022.08.06 07:33:53

    [EDITOR's LETTER] 어젠다의 실종, 과거와 싸우느라 미래를 잃어버리는 정부
  • [EDITOR's LETTER] 편견을 걷어내면 보이는 다른 것

    [EDITOR's LETTER] 2004년 뉴질랜드 북쪽 한 해수욕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돌고래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돌고래들은 바다에 있던 사람 4명의 주변을 둘러싸더니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4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돌고래들이 떠나갔습니다. 돌고래들이 향하는 방향을 본 관광객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 앞에는 3m짜리 백상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들은 상어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고 떠난 것입니다.‘공감의 과학’이란 책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요즘 고래 얘기 하나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인용해 봤습니다. 저자는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들도 공감이라는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례를 언급합니다. 핵심 주장은 “진화가 공감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세상엔 타인에 대한 착취만 난무할 것이다” 정도 아닐까 합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동물들도 갖고 있는 능력,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 공감이라며 그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편견은 아닐까.개인적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몇해전 한 부서의 부장으로 발령났을때 일입니다. 같이 일하게 된 부서원들의 명단을 봤습니다. 대부분 과거에 함께 일해본 적은 없던 후배들이었습니다. 어린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명단을 보면서 이런 저런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들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저렇고.  순간 두려워졌습니다. 과거에 개인적 인연이 얽혀 나에게 전해진 말들로 누군가를 규정해버리는 것, 그것이 새로운 부서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2022.07.23 06:00:07

    [EDITOR's LETTER] 편견을 걷어내면 보이는 다른 것
  • [EDITOR's LETTER] 애널리스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DITOR's LETTER]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의 일입니다. 미국의 통계학자 18명이 모였습니다. 통계를 활용해 군을 지원하는 게 이들의 미션이었습니다. 어느 날 과제가 떨어졌습니다. 전투기 개선이었습니다. 학자들은 전투에서 총 맞고 돌아온 전투기를 분석했습니다. 주로 날개와 꼬리 등에 총을 맞은 비행기였습니다. 숙제는 ‘어느 부분을 보강해야 할까’였습니다. 철갑을 둘러 보강해야 할 부분은 날개·꼬리·조종석 아니면 다른 어디일까.이들이 제시한 답은 엔진이었습니다. 엔진에 철갑을 두르라고 했습니다. 돌아온 비행기가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로 눈을 돌린 결과였습니다. 엔진에 총을 맞은 비행기는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는 점을 발견한 것입니다.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고래퀴즈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우영우의 대사입니다.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돼요.”두 가지 에피소드로 글을 시작한 것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애널리스트의 덕목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두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하고 핵심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널리스트의 어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ana(완전히)+ly(풀다)에서 왔다고 합니다. 완전히 풀고 나면 원래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는

    2022.07.16 06:00:01

    [EDITOR's LETTER] 애널리스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EDITOR's LETTER] 정치가와 정치꾼, 그리고 청년의 삶

    [EDITOR's LETTER]2017년 여름이었습니다.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선배 두 분과 점심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차를 타고 회사 주차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오른쪽을 돌아보니 한 청년이 보였습니다. 엄청나게 큰 가방을 멘 축 처진 어깨에 한손에는 아이스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는 건물 고시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순간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리고 2~3분 후 선배들이 말했습니다.“우리 커피 페스티벌 한번 하죠. 젊은 사람들이 와서 무료로 공연 보고 커피 마시고 책 읽다 갈 수 있는 그런 축제요.”마침 한국경제신문이 ‘29초 영화제’를 하고 있어 구색도 맞출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 대한 마음의 빚을 덜어 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단 이틀이지만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말에 선배들이 선뜻 나서 줬습니다. 그렇게 2017년 가을 1회 청춘 커피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취지에 공감한 많은 기업들도 기꺼이 참여해 줬습니다. 올가을에도 이 행사는 계속됩니다.갑자기 청춘들의 얘기를 한 이유는 요즘도 그들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주가·코인·부동산 가격 하락, 물가 상승 등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들이 택한 전략은 짜내기, 스퀴즈 전략이라고 합니다. 주가 상승기의 기대 이익을 기반으로 자신을 뽐내던 ‘플렉스(flex)’란 소비 코드는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은 숫자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숫자는 때로 스스

    2022.07.09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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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Fed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한국은행의 역할

    [EDITOR's LETTER]얼마 전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자체 기술로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일곱째 나라가 됐습니다. 뿌듯함과 동시에 미국인들은 벌써 50여 년 전에 이런 기분을 느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을 처음 달에 착륙시킨 미국의 아폴로 11호 얘기입니다.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날은 1969년 7월 21일이었습니다. 기록을 보니 한국도 그날을 임시 공휴일로 정해 함께 축하했다고 합니다. 인간의 달 착륙이 경이롭기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남의 나라가 우주선을 쏜 것이 그 정도로 흥분할 일이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아폴로의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해 확산된 눈병은 아폴로 눈병으로 불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아폴로란 이름의 식당도 곳곳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또 지금은 불량 식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폴로라는 이름의 간식이 출시된 것도 1969년입니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정식 제품으로 2010년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아폴로는 좀 억울하겠지만 여하튼 미국에 대한 관심과 동경,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동경은 줄었지만 미국의 대중적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주식입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장’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이 관심은 자연스럽게 인물로도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주변에 이주열은 몰라도 파월은 안다는 애들이 많아”라고 했습니다. 그럴 듯했습니다.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제롬 파월과 지난 5월까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이주열. 한국 언론에 파월 기사가 더 많이 등장했기

    2022.06.25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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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욕망을 파는 마케팅, 그 정점에 있는 도시의 공간들

    [EDITOR's LETTER] “멋진 카페가 있는 최고의 미술관이 아닙니다. 멋진 미술관이 있는 최고의 카페입니다.”1988년 영국 런던에 있는 100년 역사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이 이런 광고 문구를 내걸었습니다. 문화·예술이 소비자 경험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광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요즘 상황을 생각해 보면 하나의 암시처럼 느껴집니다. 미술관 같은 레스토랑과 카페의 등장, 전시장과 결합해 레스토랑 자체가 볼거리가 되는 현상 말입니다. 한 도시나 지역을 상징하는 공간은 대형 건물이나 구조물입니다. 파리의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런던의 런던아이 등…. 서울은 N서울타워나 경복궁쯤 될까요? 이들을 도시의 아이콘이라고 부릅니다.하지만 요즘 뭔가 좀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도시의 주인공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도시를 찍습니다. 대형 건물이 아니라 골목길·카페·레스토랑 등이 화제가 되면 그 동네의 아이콘이 됩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의 출점 전략으로 본 부의 지도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부동산이나 유통에 대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욕망에 대한 얘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자본주의는 욕망이라는 언덕 위에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그 욕망을 부채질하는 게 상품과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은 욕망에 영향을 주고 욕망을 이해하고 욕망을 앞서가며 욕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 곳곳에 들어선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는 철저히 이 정의를 따릅니다. 남들 다 다니는 그런 곳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곳 같은 느낌을

    2022.06.11 06:00:12

    [EDITOR's LETTER] 욕망을 파는 마케팅, 그 정점에 있는 도시의 공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