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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노트]바닥에서 위를 보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주변 경관이 시선을 끕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산 전체의 모습은 나무와 수풀들에 가려져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죠. 오히려 산을 내려와 길바닥에서 올려다본 산의 자태가 더 명쾌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웅장한 에펠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밑에서 위로 시선을 끌어 모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제와 투자의 모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위만 보며 상승할 때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니 제대로 보입니다. 수많은 경제지표의 마이너스 시그널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은 지난해에 이어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보다도 낮은 매매가를 기록하는 일명 ‘마이너스피’ 아파트가 등장했고,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들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내리막의 속도도 가파릅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7월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같은 해 11월까지 3.6%(FHFA지수)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11.6%(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하락해 3배 더 빨리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경제지표들도 마이너스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출이 1년 가까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줄어든 462억8000만 달러였는데 지난해 12월(9.5%) 대비 감소 폭을 키운 겁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역성장을 보여 불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체감경기도 얼어붙었습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지난 1월 실적치(69)와 전망치(68) 모두 전월보다 각각 5포인트, 2포인트 떨어진 겁니다. 

    2023.02.23 14:34:03

    [에디터 노트]바닥에서 위를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