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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과관리 밖에 모르는 ‘무식한 경영’, 회사를 망친다[박찬희의 경영전략]

    [경영전략]사람이 모여서 일하면 도움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여러 분야의 전문성이 합쳐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잘못하면 서로 다투고 엉켜서 엉망이 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목적이 같아도 생각과 일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사소한 일로 오해가 생기고 질투와 분노가 더해지면 아예 배가 산으로 간다. 전형적인 ‘관리통제(control)’의 과제인데, 아둔한 경영학 커리큘럼에서는 관리회계의 틀에서만 공부한다.그럴듯한 얘기 잔뜩 늘어놓고 제대로 되는지 살피지 않으면 회사는 엉망이 된다. 초창기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경영활동을 ‘계획-실행-통제’의 과정으로 설명했듯이 관리통제는 전략을 완결하는 수단이고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다.성과평가와 연동되는 인사와 보상, 업무행위와 과정에 대한 진단과 재설계, 부정요인에 대한 감찰 등은 물론이고, 전략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수준까지 포함하면 회사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수단이 포함된다.실제로 관리통제가 경영의 모든 것이 돼 그 권한을 쥔 자들의 사내정치의 수단이 되는 일은 무수히 많다. 나아가 회사를 망치고 최고경영자(CEO)를 바보로 만드는 사례를 몇 차례 기고에서 파헤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작은 부분으로 관리통제의 기본이 잘못되어 사람들 못살게 굴고 일을 꼬이게 만드는 이유를 생각해 보겠다.  앞뒤 안 맞는 성과평가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잘잘못을 가려 상과 벌을 주는 것은 모든 일의 기본이다. 그런데 잘못된 일을 열심히 하면 회사는 더 엉망이 되고, 목표를 잘못 설정해서 힘만 빼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앞뒤 안 맞는 평가에 보상을

    2024.02.27 09:14:15

    성과관리 밖에 모르는 ‘무식한 경영’, 회사를 망친다[박찬희의 경영전략]
  • 어설프게 했다가 오히려 회사 망치는 ‘현장경영’[박찬희의 경영전략]

    [경영전략]사업현장을 직접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경영자. 대중이 기대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래서 명절 연휴가 되면 어김없이 해외 사업장을 찾는 기업 총수의 활약상이 언론에 등장하고, 여행길에 읽는 책도 화제가 된다. 정치면에서는 ‘광폭 행보’라는 말을 붙여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는 그림을 담는다. 재래시장과 떡볶이·어묵이 ‘서민의 벗’이라는 상징으로 더해진다.화려한 궁궐에서 궁인과 귀족들에 둘러싸인 세상 물정 모르는 ‘벌거숭이 임금님’과 달리 서민과 애환을 나누며 최일선에서 전쟁을 이끄는 통치자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으로 부각된다. 현장경영에 대한 기대는 이런 서사를 반영한다.경영전략 분야에서도 이런 현장경영을 관료화된 기업체제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중요한 테마로 부각시킨 바 있다. 경영자가 자연스럽게 구성원을 만나고 현장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적절한 긴장과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현장경영도 잘못하면 오히려 독(毒)이 돼 회사를 엉망으로 만든다.  어설픈 결단의 후폭풍…‘짜맞춘 이벤트’도잔뜩 꼬인 현안을 현장에서 쾌도난마(快刀亂麻)로 풀어낸다면 이처럼 좋은 일이 없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끼어들어 마구 휘두르면 일이 더 엉망이 된다.대기업 집단의 통수권을 물려받은 지 10년 된 K 회장은 자신의 체제를 새롭게 만들고자 나섰다. 해외 사업현장에 마련한 관계사 임원회의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고 그 자리에서 전략 방향을 제시한다. 부실한 성과를 보인 관계자들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작업복에 안전모까

    2024.01.26 09:07:33

    어설프게 했다가 오히려 회사 망치는 ‘현장경영’[박찬희의 경영전략]
  • 회사권력 이용한 돈 벌이...회사 뿌리가 썩는다[박찬희의 경영 전략]

    [경영전략] 기업재무에서는 경영자가 회사권력을 이용해 사업기회를 빼돌리는 ‘사익편취(tunneling)’나 ‘과도한 보상(compensation)’, 회삿돈으로 과도하게 누리는 ‘특전(perquisite)’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G’는 이런 일들로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자는 뜻이 담겨 있다. 과거 회계장부를 조작해 만드는 비자금에나 주목하던 시절보다 많이 유식해진 셈인데, 경영의 현실은 훨씬 심란하다. 기업지배구조의 이론이나 이를 인용한 기사에는 탐욕스러운 대주주 경영자와 그 일족이 회사를 마음대로 자기 돈벌이에 이용하는 내용만 나오지만, 사실은 눈치 보며 서로 끼리끼리 손잡고 버티며 권력과 돈을 만드는 영악한 임직원들의 꼼수도 만만치 않다. ‘해먹기 경영’이 회사 사업 곳곳에 차곡차곡 달라 붙으면 하는 일마다 이상하게 변질되고 이런 일에 맞는 사람들만 남아서 회사의 뿌리가 썩는다. 전략경영의 틀에서 속 깊은 사연들과 해법을 생각해 보자. 신사업 개발에 올라탄 사내정치기계류 수출로 시작해서 무역으로 확대, 굴지의 대기업이 된 A사. 최근에는 ‘도전과 혁신’을 내걸고 신사업 진출이 한창이다. 해외 투자은행과 컨설팅에서 영입한 인재들을 내세워 정보기술(IT), 미디어, 반도체 소재 분야에 투자하고 인수합병(M&A)에도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불만이다. 분명히 무역회사에 투자했는데, 왜 미디어 사업에 투자자 허락도 없이 돈을 퍼붓느냐는 얘기다. 미디어 사업의 미래와 기존 사업군과의 시너지를 설명하고 적절한 시기에 분사해서 상장시키겠다는 전략을 설명해서 달래보지만 정말 심각한 사정은 따로 있다.

    2023.12.02 08:46:11

    회사권력 이용한 돈 벌이...회사 뿌리가 썩는다[박찬희의 경영 전략]
  • 문어발 경영 vs 마적단 경영…오해와 진실[박찬희의 경영 전략]

    [경영 전략] 여러 개의 사업부를 함께 경영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고 어떤 경영 체제가 필요할까. ‘전사적 경영(corporate strategy)’의 과제다. 보통 ‘다각화’, ‘시너지’ 정도의 주제로 다루지만 사실 대기업 집단의 경영이나 인수·합병(M&A), 구조 조정과 같은 최고경영자(CEO) 고유의 과제에서 핵심적 논점이다. 경영자의 시각과 투자자의 시각이 첨예하고 맞서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사업(multi-business) 체제가 의미가 있으려면 사업들 사이의 시너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추가적 가치 창출이 없다면 투자자가 각각의 주식에 투자하면 된다. 그런데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더라도 경영자가 무능하면 사업들 사이의 혼선만 벌어지고 엉망이 된다. 여러 사업들을 통합하는 관리 체제가 잘못돼도 마찬가지다. ‘문어발 경영’이란 말이 있다. 대기업 중심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몇몇 회사들이 여러 사업들을 다 집어삼킨다는 표현인데, 국가가 몰아 준 돈으로 그들의 세상을 만든다는 시선도 담겨 있다. 그런데 떳떳이 사업해 벌거나 투자받은 돈으로 여러 사업을 해 잘돼도 무작정 나쁜 문어발일까. 사업들을 쪼개 매각하면 ‘먹튀’라고 하고 구조 조정과 주가 띄우기가 더해지면 약탈하고 떠나는 ‘마적단(馬賊團) 경영’이라고 한다. 하지만 맡은 사업을 평생 책임지고 불법적 행위가 없어도 지탄 받아야 할까. 외국계가 아닌 ‘국적 자본’이라면 먹튀가 아닐까. 국민이 밀어 준 돈으로 대대손손 떵떵거리는 재벌이 밉다고 다각화된 경영이 무조건 죄악은 아니다. 자본 시장이 선호하는 독립적 사업부들로 나눠 기업 가치 올리는 데 초점을 둔다고 마적단의 먹튀는 아니다. 막연한 생각들이 엉켜 버린 오해를

    2023.09.15 08:21:40

    문어발 경영 vs 마적단 경영…오해와 진실[박찬희의 경영 전략]
  •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 전략 경영의 틀을 바꾸다[박찬희의 경영 전략]

    [경영 전략] 전략은 전쟁을 위한 계책이다. 공동체와 구성원의 존망이 걸린 일이니 허황된 꾸밈이나 한가한 이론이 낄 자리가 없다. 하지만 한자리 얻어 권세를 휘둘러 보려는 얼치기는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어 그럴듯한 말과 글로(혹은 신기한 연출을 더해) 멍청한 군주의 눈길을 끌고 군대와 나라를 망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황당한 명분론까지 끼어들면 전쟁을 이긴 장군이 ‘사술(詐術)로 나라의 존엄을 더럽혔다’며 책상물림들에게 탄핵당하는 일도 벌어진다.경영 전략을 접하는 사람들은 ‘신출귀몰한 병법의 지혜’를 기대했더니 뻔한 상식을 외우기 좋게 조립해 놓았다며 투덜대기도 한다. 사실 경영학의 개념과 기법이 상식을 체계적으로 다듬은 면이 있고 교과서는 원래 외워서 시험보기 좋게 짜맞춘 것이니 당연한 얘기다.다만 주먹보다 칼이 낫듯이 현실의 문제를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정의해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쓸모가 있다. 그런데 아무 쓸모도 없고 오히려 현실을 보는 눈을 흐리게 만드는 얼치기 이론들이 난무하니 진짜 문제다.경영학도 학문 세계의 틀에 맞추다 보니 이론을 위한 이론을 논문으로 만들고 이런 이론만 머리에 가득한 학자들끼리 평가받는 일이 벌어진다.이런 일이 대세가 되면 쓸모있는 전략은 뒷전이 되고 뻔한 말과 글을 외운 얼치기들이 경영의 현실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말에 주목한다. 전쟁 영웅에게 전쟁의 지혜를 구하듯이….걱정과 고민에서 기회를 찾다경영 전략 분야의 발전은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주도해 왔다. 당시 체스터 버나드 벨 사장은 1930년대 통신사 현역 사장으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출강했는데 그의

    2023.07.05 08:46:07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 전략 경영의 틀을 바꾸다[박찬희의 경영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