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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혼자서도 배움을 터득할 수 있는 시스템, 스타트업이 만든다 [배움의 씨앗을 심다]

    [한경잡앤조이=에누마 김은파 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봄. 사무실에서는 태블릿PC 수백 대가 전국 각지 어린이들을 만나러 갈 준비를 막 마친 참이다. 가정과 지역아동센터 등에 배포되는 이 태블릿에는 한글과 수학 학습 앱이 탑재되어 있어 태블릿 하나만 있어도 어린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정성 들여 만든 앱이 어린이들을 만나는 광경은 언제 봐도 설레고 기쁘지만, 지금 이 만남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은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이 태블릿이 향하는 곳은 좋은 학습 도구를 누구보다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에는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지 못해 기초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가 생각보다 많다. 양육자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아이의 학습을 돌보기 힘든 경우도 있고, 이주 배경의 양육자가 언어 장벽 때문에 아이에게 한글로 된 책을 읽어 주거나 읽기 학습을 돕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산간벽지에 살고 있어 집 외의 장소에서 학습 지원을 받기 힘든 아이들도 있다. 나이로는 6~8세, 글자에 관심을 보이거나 읽기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의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초등 2, 3학년이어도 아직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참여 대상이 된다. 목표는, 어른이 옆에 붙어서 도움을 주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린이가 스스로 앱을 사용하며 읽기와 수학의 기초를 다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어른의 개입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된 학습 앱은 이런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책 읽기를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좋은 책이 수없이 많지만 책을 고르고 읽어 줄 사람이 없는 환경이라면 어린이가 이런 책을 만나 읽기의 재미를 느끼

    2022.04.14 09:59:01

    아이 혼자서도 배움을 터득할 수 있는 시스템, 스타트업이 만든다 [배움의 씨앗을 심다]
  • 내가 스타트업에서 교육앱을 만드는 이유 [배움의 씨앗을 심다]

    [한경잡앤조이=에누마 김은파 님] 지금까지 살면서 들었던 여러 수업 중에 가장 좋았던 것 하나를 꼽자면 대학에서 들었던 라틴어 강의다. 고전 라틴어는 생소한 데다 문법도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암호문을 해독하듯 문자에 담긴 의미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수업에서 배운 라틴어 속담이나 경구 하나에 교양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수업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결정적인 이유는, 한 학기의 수업 동안 어려움을 느껴서 흥미가 사그러들 만한 시기마다 교수님이 마치 학생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격려하고 도움을 주셨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문법을 한 번에 제시하고 알아서 외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단계별로 배우도록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식이었다. 덕분에 학기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는 일 없이, 조금씩 실력을 키워 가며 라틴어라는 새로운 세계를 즐겁게 탐험할 수 있었다.다들 이런 경험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운동이든 수학이든, 배우는 사람으로서 맞닥뜨린 어려움을 좀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받은 경험 말이다. 울퉁불퉁하고 가팔랐을 ‘학습의 길’이 그런 도움으로 인해 완만하고 걷기 좋아져 적은 힘으로도 잘 배울 수 있고 다른 것을 더 배울 마음이 나기도 하는 선순환으로 들어선 경우 말이다. 나에게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 앱을 만드는 일이란, 그렇게 ‘좀 더 배울 마음’이 나도록 정성 들여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다.어떻게 하면 배울 마음이 생겨날까. 어른이라면 배우는 과정이 좀 지루해도 자신의 목적을 생각하며 학습을 지

    2022.03.28 09:12:52

    내가 스타트업에서 교육앱을 만드는 이유 [배움의 씨앗을 심다]
  •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서 내 삶의 방향을 찾다 [배움의 씨앗을 심다]

    [한경잡앤조이= 에누마 김은파]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들 중 하나를 골라 펼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더 생생한 경험도 많이 했지만, 어릴 적 책을 통해 했던 그 ‘여행’에는 나름의 특별함이 있었던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데다, 머릿속에 그려볼 때 실제보다 더 멋있거나 맛있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이제는 언제 읽었는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여전히 기억 속 어딘가 남아 있다가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이를테면 밤하늘의 별을 모두 훔친 도둑의 이야기라든가, 자신의 황금 깃털을 하나씩 뽑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 준 새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말이다.이렇게 일찍부터 책과 친해졌고, 생활에서든 학업에서든 읽고 쓰는 일이 어렵거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가 깨달은 건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다. 낮은 문해력으로 인해 생활에서 여러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처음으로 크게 느꼈던 것은 2012년 이집트에서였다.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이집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선거 운동 벽보를 보면 후보의 이름 옆에 별, 사다리, 저울처럼 알아보기 쉬운 그림들이 있었다. 글을 읽지 못 하는 사람들이 후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의 문해율이 70%를 좀 넘는 것을 생각할 때, 인구의 약 4분의 1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2022.03.10 11:20:51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서 내 삶의 방향을 찾다 [배움의 씨앗을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