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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수자의 가려진 목소리를 듣다

    [한경 머니 기고 = 윤서윤 독서활동가] 한정현 작가의 소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수자들이 과거를 어떻게 묻고 살아가는지, 그들을 연결해주는 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몇 년 전,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토론 수업을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서 해설 영화를 보고 그들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들은 토론을 하면서도 끝날 시간에 맞춰 택시를 부르는 게 더 시급해 보였다. 근처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용 택시를 잡으려면 최소 20분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택시를 예약할 때 가장 예민했다. 그들은 2시간 토론을 하고자 하루를 기다림과 길에서 보내야 했다.이런 경험 때문인지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관심 있게 본다. 한두 번 퇴근시간이 겹쳐 지하철에 갇혀 있었지만 남들이 말하는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출퇴근 시간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이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건 불변의 법칙인가 보다.소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도 소수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소수자들이 과거를 어떻게 묻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을 연결해주는 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한정현 작가는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와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 이은 두 번째 장편이다.이전 작품에서도 보여주었듯 작가는 세상에서 지워져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이야기로 엮어 독자에게 전한다. 주인공 설영에게 왓슨이라 부르고, 이에 따라 설영은 사라진 지연을

    2022.05.02 13:33:58

    소수자의 가려진 목소리를 듣다
  • 너와 나의 작은 이야기들이 더해지다

    [한경 머니 기고 = 윤서윤 독서활동가] “이도 저도 싫으면 커피숍을 해.” 지난해에 신점을 보러 갔다가 들은 말이다. 이 말을 들은 후 내가 만약 커피숍을 차리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자주 상상했다. 커피 종류는 두 가지로. 아메리카노와 라테. 내려마시는 커피를 좋아하니까 간간이 핸드드립도 내놓으면 좋겠다. 또 11시 즈음 문을 열어서 8시 즈음 문을 닫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다른 커피숍과 차별점을 꼽으라면, 내가 책을 좋아하니 한쪽 벽면에는 책장을 두고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을 한 달 간격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문학과 비문학을 적절히 섞어 가면서 틈틈이 읽은 책들도 소개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강연도 열면 좋겠다.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이게 서점인지 커피숍인지 헷갈린다.시장조사를 해보니 이런 커피숍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커피숍은 회전이 생명인데, 책이랑 같이하면 회전이 되지 않는다”면서 만류한다. 상상 속 커피숍은 상상에서 그쳤다. 무언가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를 고용해서 최저임금을 맞춰줄 자신도 없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커피숍은 이미 포화상태 아닌가. 내 상상에 딱 맞는 서점이 소설에 등장했다.<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휴남동 가정집들 사이에 들어선 ‘휴남동 서점’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영주는 누구보다 일이 1순위인 사람이었다. 애인과 약속보다 일이 우선이었기에 ‘일 때문에’라는 말에도 상처받지 않은 워커홀릭이었다. 자신과 똑같은 창인을 만나 결혼까지 한 그녀에게 갑자기 찾아온 번

    2022.04.05 11:20:55

    너와 나의 작은 이야기들이 더해지다
  •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니

    [한경 머니 기고 = 윤서윤 독서활동가] 더스트라는 유해먼지가 대기층을 잠식해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돔시티’가 형성된다. 세상은 돔시티의 경계를 중심으로 나뉘고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더스트라는 극한 상황은 식물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유해잡초인 모스바나와 사람, 로봇만이 살아남은 지구다.극악의 상황을 그린 <지구 끝의 온실>은 작가 김초엽의 첫 장편소설이다.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작가인 만큼 몰입도가 높다. 현재에서 과거, 과거에서 또 다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옛 이야기를 마치 거울과 거울을 양쪽에 놓은 것처럼 보여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세먼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존이 불안해진 현대인들에게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니?”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지금은 익숙해진 마스크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외출을 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2년이란 시간은 마스크가 없으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만들어주었다. 주변에서는 코로나19가 끝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거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다.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돌파감염이라는 이름으로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1차, 2차로 끝날 것 같았던 백신은 3차를 맞아야 한다는 소식에 3개월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예측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소설 속 ‘더스트’라는 극악의 상황은 ‘내성종’을 내세웠다. 내성이 없는 사람들은 내성종들의 피를 받아 견딘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더라도 ‘내성종’이라고 외치면 살려 두기도 한다. 내성이 있는 나오미와 아마라는 자매는 돔시티를 떠나 자유롭게 다

    2022.02.28 10:52:29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니
  • 시공간을 뛰어넘는 편지...진짜 가족은

    [한경 머니 기고 = 윤서윤 독서활동가] 게임에서 알게 된 동생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받았다.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며 기쁨과 동시에 무섭다고 했다. 평소라면 큰일을 했다며 축하해줬을 텐데, 알게 모르게 아이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무섭다’라는 데에 공감이 됐다.나를 만났던 아이들은 해맑게 웃어주거나 눈물이 가득하거나 잔뜩 화가 나 있기도 했다. 아이들의 표정과 말에는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정확했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엄마가 보지 않을 때 손톱을 물어뜯는다든가,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엄마나 아빠 다리를 잡고 무서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아이였다면’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럴 때마다 친구들은 이제 결혼할 때가 됐다고 한 마디씩 하지만, 나는 그냥 그 아이들의 불안과 공포가 보였을 뿐이다. 친구가 ‘부모’로 바뀌는 순간, 느껴지는 떨림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과몰입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도 없을 거다.아이이기 때문에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고, 친절하고 친구 같은 부모가 돼주고 싶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어느 부모라고 나쁜 부모가 되고 싶었을까. 이런 아이들의 성향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 힘들었죠”라고 하는 순간 눈물을 보이는 어머니들을 자주 봤다. 상대가 눈물을 보일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기도 한다. 그래서 찾아본 게 채널A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다.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등 주변에서

    2022.01.28 09:00:05

    시공간을 뛰어넘는 편지...진짜 가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