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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벌렁거림과 넌더리 그 사이 어디쯤[2024 재테크 키워드 금·반도체·채권]
올해 초 1만6500달러 선이었던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11월 말 기준 3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2021년 10월에 기록한 6만2000달러의 정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 배가 됐다. 환율까지 감안하면 상승폭은 그보다 크다.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속에서 대다수가 ‘코인은 끝났다’고 입을 모았던 지난해 말, 그 속에서도 비트코인에 투자를 감행한 용자였다면 올해 투자 결과는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내년 비트코인 상승 이끌 두 가지 요인2024년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 현재 예정된 상반기 일정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첫째,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다. 사실 2023년 비트코인 상승장의 주역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적극 추진하고 나선 블랙록, 피델리티 등 미국의 자산운용사였다. 도입되면 개인도 기관도 좀 더 손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밀려들 거란 기대감이 지금도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결과를 낙관하는 이들은 내년 1월 10일이면 첫 낭보, 곧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첫 승인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된다면, 자산운용사들이 SEC에 보내놓은 신청서에 하나씩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는 호재가 이어질 것이다. 이후에는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 소식이 줄줄이 들려오게 될 가능성도 있다. 둘째, 2024년 4~5월로 예정된 비트코인의 반감기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 번씩 채굴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서 채굴에 대한 보상을 차차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한 장치가 반감기이다. 반감기는 결국 시장에 비트코인 공급
2023.12.04 07: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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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8%? 은행 고금리 예·적금 막차 탈까 [2024 재테크 키워드 금·반도체·채권]
“예·적금 고금리 막차일 수 있잖아요. 재작년에 주식으로 너무 잃어서 작년 말부터 예·적금에 집중했어요.” 직장인 손지영(31) 씨는 올해 월급의 60%를 정기적금에 넣었다. 성과급, 투자수익 등 잉여자금은 5%대 예금 상품을 찾아 쌓아뒀다. 손 씨는 “아무 걱정 없이 4~5%대 이자를 거둘 수 있는 시기가 곧 끝날 것 같아서 올해 소비를 줄여서라도 예·적금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손 씨처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거나, 안전한 투자를 위해 은행을 찾은 투자자는 올해 하반기에 더 늘었다. 지난 10월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3조원 이상 불어났다. 당초 은행권은 지난해 10~11월 판매된 고금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해 은행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했다. 은행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쏟아내며 이를 방어했고 여윳돈을 단기 예금이나 새로운 상품에 재투자한 금융 소비자가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10월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전달보다 13조6835억원 증가했다. 9월엔 전달보다 2조6764억원이 줄었지만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하반기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9월 한 달을 제외하고 매달 10조원 이상씩 불어 총 33조7000억원 증가했다. ‘역머니무브(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보다 28조6880억원가량 더 많다. 은행권은 4% 후반대 단기 금융 상품 등을 출시하며 갈아타기 수요를 끌어모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연 3.95%를 기록했다. 평균금리가 예년
2023.12.04 07: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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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한국 장기물에 집중할 때"[2024 재테크 키워드 금·반도체·채권]
증권가에는 ‘짝수 해의 전설’이 내려온다. 짝수 해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가 올랐던 2022년을 제외하고는 짝수 해마다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1998~2020년). 2024년에도 이 전설이 통할까. “채권에 투자하라”는 조언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금리가 낮을 때는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지만, 높은 금리에서는 채권 투자 가치가 높아진다. 채권 금리가 치솟으면 채권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규 발행 채권의 금리가 높으면 이전에 발행된 낮은 금리의 채권은 매력과 수요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 투자했던 투자자라면, 올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내년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긴축이 마무리되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긴축의 마무리 국면’일수록 채권을 향한 관심은 커진다. 발 빠른 한국 개인 투자자는 바로 매수에 나섰다. 올해 개인 투자자가 쓸어 담은 채권 순매수 금액(장외시장)만 34조4422억원에 달한다(11월 29일 기준). 2021년(4조5675억원)의 8배가 넘는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 연말까지로 기간을 늘리면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이 2배가량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채권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선제 투자에 나서려는 것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사라진다=금리인하의 시기가 온다‘타이밍 싸움’인 채권과 외환 투
2023.12.04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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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1년…개발자가 필요없는 시대가 온다[실패로 끝난 인류 위한 쿠데타?⑤]
[스페셜 리포트 : 실패로 끝난 인류 위한 쿠데타?⑤] “챗GPT가 방금 수십 개의 AI 스타트업을 날려버릴 결정을 했다.” 지난 10월 미국 모바일 결제 대기업 스트라이프의 임원이 올린 링크드인에 올린 글이다. 오픈AI가 챗GPT에 PDF파일을 그대로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업데이트한 날이었다. 챗GPT는 탄생 이후 1년 동안 빠르게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챗 GPT로 ‘노코드(코딩 없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AI 스타트업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진단한다. 코딩을 모르는 문과생도 챗GPT로 나만의 챗봇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장 이후 모든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었듯 챗GPT로 모든 개인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문과생도 자영업자도 챗봇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더 개인화되고, 당신을 대신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AI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오늘 그러한 미래를 향한 첫 번째 걸음을 내디딘다” 지난 11월 6일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사람들 앞에 섰다. 오픈AI의 첫 개발자 콘퍼런스였다. 올트먼 CEO는 이용자 맞춤형 챗GPT 개발을 돕는 AI 도구 ‘GPTs’를 소개했다. 커다란 박수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애플의 초기 아이폰 출시 행사를 떠올리게 한 장면”이라고 했다. 누구나 ‘나만의 챗GPT’를 만들 수 있다. 문장을 입력하거나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AI 챗봇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된다. 문과생도 자영업자도 필요한 상황에 맞는 AI 챗봇 비서를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챗봇이 필요하거나, 카페 주문을 위한 도우미 챗봇이 필요하다면 직접
2023.11.26 1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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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AI 주가…월가는 여전히 낙관적[실패로 끝난 인류 위한 쿠데타?④]
tm[스페셜 리포트 : 실패로 끝난 인류 위한 쿠데타?④] 등장 1년 만에 세상을 바꿨고, 지난 5일간(11월 17~22일)은 전 세계 테크 업계를 흔들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위력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에 의해 해고된 지 5일 만에 오픈AI로 전격 복귀했다. 미국 증시와 산업계를 넘어 전 세계를 흔든 오픈AI 쿠데타 사태가 올트먼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기술 가속주의자’ 올트먼이 다시 오픈AI의 키를 쥐면서 속도제한 없는 ‘AI 시대’가 열렸다. 사태 초기부터 해결에 앞장서며 올트먼과 오픈AI 직원들에게 구애 작전을 펼쳤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단숨에 우위를 차지한 MS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MS 주가는 오픈AI 쿠데타 사건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주 금요일(17일) 올트먼의 해고 소식이 전해진 뒤 MS 주가는 1.68% 하락했다. MS는 현재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6조8500억원)를 투자해 왔으며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MS는 소속이 사라진 올트먼을 바로 낚아챘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올트먼 해임 사흘 만인 20일 그가 MS에 합류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자 주가는 그날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트먼이 오픈AI로의 복귀를 알린 뒤에는 주가가 더 뛰었다. 오픈AI에 올해 130억 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MS는 올트먼 복귀로 오픈AI가 GPT-5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1% 넘게 더 오르며 22일 341.49달러로 마감했다. 20일 기록한 이전 사상 최고치 377.44달러 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또 다른 호재도 있었다. MS는 최근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최초 공개
2023.11.26 10: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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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방소멸, 부동산 정책만 남았다"[지방생존 리포트⑦]
[스페셜리포트 : 지방생존 리포트⑦] “한국이 지방 소멸을 대하는 방식은 일본과 다르다. 도시정책이나 국토정책은 사라지고 부동산정책만 남았다.” 도시계획가인 임화진 도쿄도시대 교수의 평가다. 임 교수는 도시 혁신과 도시 네트워크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한국과 일본의 도시 및 지역계획을 연구했다. 일본이 걸어온 길은 한국의 미래로 불린다. 1990년대 자산가격이 정점을 찍고 폭락하며 30년 넘게 저성장의 터널을 걸어온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가격 하락, 젊은 세대의 무력함 등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먼저 겪었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자”는 말이 통한 곳은 또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쇠락이다. 저출산, 고령화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임 교수는 지자체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스테로이드’ 정책에 빠지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 역시 보조금, 아동수당, 주택수당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펼친 지역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중앙정부가 할 일은 지자체가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제도와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소멸, 치열한 브랜딩으로 접근해야 지방 소멸을 극복한 일본 지자체는 대부분 지역 특성을 100% 반영한 브랜딩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의욕과 의지를 가진 지자체에 자금이나 네트워크를 선별적으로 지원했다. 공모 형식을 통해 지자체 주도로 여러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체 격차를 완화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 도시들을 선별해 지방의 소멸을 막고 부활을 도울 수 있게 지원했다.
2023.11.20 1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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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잼도시'가 '살고싶은 지방 1위'로 거듭난 비결[지방생존 리포트④]
[스페셜리포트 : 지방생존 리포트④] “사이조시가 젊은 세대가 살고 싶은 지방 1위라고요? 일본에서 노잼도시로 유명한데 희한하네요.” 20년째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김유성 씨가 말했다. 일본은 4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혼슈와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다. 사이조시는 4개 섬 중에서도 가장 작고 낙후된 시코쿠섬 에히메현에 위치한 지역이다.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지만 대학이나 직업학교(전문대)는 없다. 무엇보다 도쿄나 오사카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공항도 없고 신칸센도 지나가지 않는다. 대도심에서 직통으로 올 수 있는 교통편이 없다. 도쿄까지 철도를 타고 가려면 8시간이 걸리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려면 차를 타고 에히메현 마쓰야마 공항까지 1시간 30분 남짓 달려야 한다. 도쿄에서 8시간 걸리는데 “젊은 세대가 살고 싶은 지방 1위”도쿄에서 철도로 8시간 떨어진 이 도시는 모든 지자체가 꿈꾸는 타이틀을 따냈다. ‘젊은 세대가 살고 싶은 지방 1위’ 자리에 3년 연속 올랐다. 일본의 대형 출판사인 다카라지마사가 매년 펴내는 ‘시골생활의 책’이 조사한 순위다. 2021년에는 ‘젊은 세대가 살고 싶은 지방 1위’, ‘육아 세대가 살고 싶은 지방 1위’, ‘은퇴 세대가 살고 싶은 지방 1위’를 모두 석권했다. 전 세대를 아울러 이주하고 싶은 도시로 거듭난 것이다. 반도체부터 조선소까지 일자리 다 모였지만 인구 감소는 심각 표면적으로 보면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사이조시는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다. 바다와 강이 30km 내에 있어 물이 맑고 수자원이 풍부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물이 필요한 기업의 공장은 죄다 사이조시로 모였다. 이마바리조선, 르네사스반도체,
2023.11.20 08: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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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 촌장의 마법...마을 통째로 호텔 만들고 드론 띄웠다[지방생존 리포트③]
[스페셜리포트: 지방생존 리포트③] “잃을 게 없으니 와서 뭐든 해봐라.” 고스게촌 부활의 또 다른 공신은 후나키 나오요시 촌장이다. 후나키 촌장은 12년째 마을을 이끌고 있다. 11월 7일 고스게촌에서 만난 후나키 촌장의 마인드는 글로벌 기업의 CEO 못지않았다. “실패는 당연하다”며 스타트업과 벤처회사들과 협업했고 어떤 아이디어든 받아들였다. 그 결과 소멸을 걱정하던 낡은 마을이 관광 명소로 떠올랐고, 일본에서 드론 배송이 시작된 첫 번째 지역이 됐다. 후나키 촌장은 컨설팅 기업인 사토유메, NOTE와 공동출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마을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일본의 물류기업 세이노의 자회사인 넥스트딜리버리와 손잡고 드론 물류를 시행하고 있다. 후나키 촌장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스게촌은 2년째 ‘곤카쓰(결혼활동)’를 위한 행사를 열고 있다. 마을에 살고 있거나 도시로 떠난 청년들을 한데 모아 단체 소개팅을 주선하는 행사다. 이 행사를 통해 20커플이 만났고, 4커플이 성사돼 여전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지방재생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2014년 2차 아베내각 당시 일본 정부는 전국 지자체에 인구 동향 및 미래의 인구 추계, 인구 목표 설정을 실행하는 ‘인구비전’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5개년 계획으로 체계화해 지방재생종합전략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그 가운데 실효성 높은 전략을 중앙정부가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예산 편성의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유효성, 현실성 높은 계획을 만든 지자체에는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해 성공 사례를 만들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버리겠다는 태
2023.11.20 07: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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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명 마을이 호텔로…일본의 유쾌한 지방소멸[지방생존 리포트②]
[스페셜리포트 : 지방생존 리포트②] 일본 도쿄에서부터 차로 2시간. 700명이 사는 산골마을 고스게촌의 지방 소멸은 유쾌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더 재미난 일을 벌일 순 없을까” 고민하며 마을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어차피 소멸할 것이라면 할 일은 해보고 소멸하자는 생각이랄까. 그 결과는 반전이었다. 빈집으로 신음하던 마을 전체가 스토리를 품은 호텔로 재탄생했다. 다양한 실험도 이뤄졌다. 65세 이상 인구가 46%인 마을에 ‘드론’이 날아다니며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배송한다. 늙어가던 마을은 관광객과 이주자들로 활기를 찾았고, 첩첩산중에 위치해 이름조차 생소했던 지역이 일본 지방 재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일본 내에서는 “지방 소멸을 막을 힌트를 얻으려면 고스게촌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방의 부활을 돕는 기업가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리더가 힘을 합친 결과다. 산골마을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풍경소멸을 걱정하던 마을의 부활을 보기 위해 지난 11월 7일 고스게촌을 찾았다. 도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빠져나온 뒤에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 가서야 마을이 나왔다. 눈이 많이 내리면 그대로 고립돼 버리는, 땅 위의 섬 같은 지역이다. 대신 도쿄 인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산세가 웅장하고 깨끗한 강이 흐르는 일본의 '알프스'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서대문구 3개를 합친 면적(52㎢)이지만, 산림이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이곳. 편의점도 없고 신호등은 마을에 딱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교통신호 교육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처음 마을에
2023.11.20 0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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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한경비즈니스와 함께할 인턴 기자를 찾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주간지 한경비즈니스가 인턴 기자를 찾습니다. 창간 27주년을 맞은 한경비즈니스는 휘발되는 정보가 아니라 깊이 있는 분석으로 글로벌 경제와 산업 동향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큐레이션 플랫폼이 꼭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경비즈니스는 뾰족한 기획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경비즈니스에서 함께 성장할 인턴 기자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모집분야 : 인턴기자 ▲업무 내용 : 취재 및 기사 작성 (*인턴 기간 중 작성한 취재 기사는 인턴 기자 바이라인으로 출고) ▲모집 기한 : 11월 30일(목)까지 ▲근무 기한 : 2023년 12월 18일(월)~2024년 06월 17일(월), 약 6개월 ▲근무시간 : 주 5일(월~금) 09:00~18:00 ▲응시자격 및 우대사항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 또는 2024년 졸업 예정자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전형 절차 : 1차(서류, 기사 제출), 2차(작문·면접) ▲1차 제출 서류 : 이력서, 자기소개서(자유 형식), 기사 제출 ▲1차 제출 기사 : ‘취미’ 또는 ‘선물’을 주제로 ‘경제 주간지’에 실을 수 있는 기사를 A4 1장 분 량으로 작성 ▲제출처(이메일) : kye0218@hankyung.com
2023.11.14 11: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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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4.5배…급팽창한 서울 역사, ‘메가시티’ 구상 마중물 돼[서울시 김포구?]
[스페셜 리포트 : 서울시 김포구?]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메가시티(Mega City)’ 논쟁이 불붙고 있다. 한 도시가 인근 지역을 흡수하며 성장한 것은 도시 발전사에서 흔한 일이다. 서울도 수십 년간 경기도 지역을 흡수하며 세계적 도시로 성장했다. 강북 도심에서 시작해 동서남북으로 그 영토를 확장했다. 특히 강남권을 비롯해 한강 이남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모두 경기도에 속했다. 이들 지역이 중앙정부 계획에 따라 서울에 편입된 뒤 현재 행정구역이 완성되기까지 채 100년이 걸리지 않았다. 서울의 과도한 집중현상이 문제로 지적될 때까지 그 확장은 지속됐다. 최근 수년간은 ‘메가시티화’가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지역 등 지방 광역시까지 확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영등포·강남 날개 단 서울, 대도시로 진화 인구 약 941만 명(2023년 8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면적 605㎢, 총 25개 자치구로 구성된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는 불과 100년이라는 기간 동안 급성장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1936년 134㎢였던 서울 면적은 확장을 거듭하며 4.5배가량 넓어졌다. 1943년 7개에 불과하던 서울 내 자치구 역시 약 50년 만인 1995년에 4.5배로 늘었다. 일부 자치구는 기존에 경기도 지역이 편입되며 생겼지만, 급격한 인구 증가 등으로 기존 행정구역이 쪼개지며 신설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서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중앙정부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후 서울은 본격적으로 한강 이남까지 넓어지게 된다. 1936년 일제는 병참기지화를 목적으로 경기도 시흥군에 속했던 영등포 지역을 ‘경성부
2023.11.12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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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어긴 약속은 몇 개일까[아! 카카오 배신의 경영]
[스페셜 리포트 : 아! 카카오 배신의 경영] 카카오가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투자자와 소비자, 정부의 신뢰를 모두 잃으면서 악재가 겹쳤다. 수익성은 떨어졌고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회사의 경영권이 흔들릴 지경에 이르렀다. 2021년 16만7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년 만에 3만원대로 고꾸라졌고 200만 소액주주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달리며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의 추락은 신뢰를 잃으면서 시작됐다. 위기는 한 번에 오지 않았다. 외풍이 불기 전에 쪼개기 상장,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내부 통제가 불가능한 경영 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파열음이 울렸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책임감 있는 경영진의 모습이나 내부 조직관리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 서비스로 시작해 국민 주식에 올랐던 카카오는 어떤 과정을 거쳐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카카오의 5가지 위기를 정리했다. 1. 대통령이 ‘횡포’ 낙인찍고 국민연금도 움직여 지난 11월 1일은 카카오가 처한 상황 보여주는 날이었다. 현 정권이 카카오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민연금이 동시에 카카오를 향해 칼을 겨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김범수 센터장을 포토라인에 세우기도 했다. 전방위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카카오택시의 횡포는 부도덕하며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기업인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와중에 카카오 계열사들은 분식회계, 기술 탈
2023.11.06 07: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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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미국 내 유대인·무슬림 간 갈등으로 번져[글로벌 현장]
[글로벌 현장] 최근 미국 현지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분쟁과 관련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현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 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750만 명가량의 미국 내 유대인 가운데 160만 명이 거주하는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선 이 같은 긴장감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유대인만큼이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뉴욕시에는 70만 명, 뉴저지엔 30만 명의 무슬림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유대인 억만장자들이 내는 기부금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는 탓에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학생들이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그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람들을 탄압한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이 같은 발언에 화가 난 고액 기부자들은 기부 철회에 나섰다. 대학에서 지역사회로 번진 긴장 미국 뉴저지주의 지역 경찰서, 국토안보부 직원, 교육청 직원 등은 10월 중순께 한 사건 조사에 나섰다. 지역 내 학교 칠판에 유대인을 위협하는 표현이 적혔다는 신고가 들어오면서다. 해당 표현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역 내 학생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낙서가 “이스라엘을 없애라(Delete Israel)”라는 내용이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약 일주일이 넘는 기간의 조사 끝에 해당 글에는 범죄나 위협의 의도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해당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는 소셜미디어 글이 확산하면서 지역 교육청과 교
2023.11.0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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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욕'까지 유행시킨 K콘텐츠, 가전·배터리 수출 넘어섰다 [넥스트K가 온다]
[커버스토리 : 반도체 그 이후 넥스트K가 온다] 한국 영화가 가장 권위 있는 미국 영화상을 받고, 빌보드 차트에 심심치 않게 한국 그룹의 노래가 오른다. 중동에서 개최하는 월드컵에 한국 가수가 등장해 오프닝을 장식하고 83개국에서 동시에 한국 드라마가 시청 1위를 기록한다. 지난 3년간 K-콘텐츠가 쌓은 업적이다. 한류의 파도가 아시아를 넘어서자, 콘텐츠 산업이 ‘수출 효자’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이 가전과 배터리를 제쳤고, 무역수지 흑자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7년간 성장률만 놓고 보면 수출 대들보인 반도체를 뛰어넘는다. 반도체 수출액이 2005년에서 2022년 4.2배 성장할 때 콘텐츠는 10배 뛰었다. 한한령(한류 금지령) 이후 중국에서의 실적은 줄었지만, 오히려 한류가 영토를 넓히며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세계로 뻗어 나간 결과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30억1000만 달러(약 17조원)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2차전지(99억9000만 달러), 가전(80억5000만 달러), 전기차(98억2000만 달러) 수출액을 뛰어넘는다. 이 실적에는 해외에서 생산된 한국 기업의 가전과 2차전지의 수출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콘텐츠 산업 수출이 늘자, 국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관련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한류의 역사에 비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2010년대만 해도 콘텐츠 IP는 줄곧 무역적자를 냈다. 한국이 콘텐츠 흑자국으로 변신한 건 2020년부터다. 성장세는 가팔랐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콘텐츠 IP가 벌어들인 이익은 3년 반 동안 2조원이 넘는다(한국은행). K팝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덕이다. 지
2023.10.30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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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다람쥐’에서 ‘자동차·반도체’까지...한강의 기적 만든 ‘수출’[넥스트K가 온다]
[커버스토리 : 반도체 그 이후 넥스트K가 온다] “소변 한 방울도 아껴서 수출하자.” 수출 주도의 경제 체제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외화벌이에 매달리던 시절이었다. 과거 한국 수출을 먹여 살린 효자 품목들을 보면 다양하다. 심지어 소변까지 해외로 팔 정도였다. 사람의 소변에서 추출하는 유로키나제는 중풍치료제의 원료였기 때문다. 당시 유로키나제 1kg은 2000달러가 넘는 고가 수출품이었다. 마땅히 수출할 게 없었던 한국에선 한 방울의 소변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다람쥐도 과거를 대표하는 수출품 중 하나다. 한국 다람쥐는 유독 귀여운 외모로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었다. 유럽, 일본 등이 한국 다람쥐를 수입하는 국가들이었다. 1970년대에는 경공업 제품들의 수출이 활발했다. 그중에서도 섬유가 최대 수출품으로 떠오른다. 1970년 섬유류 수출 규모는 약 3억4000만 달러였다. 수출총액의 41%에 달하는 수치였다. 단일 품목이 수출의 40% 이상을 점한 것은 섬유가 유일했다. 주종은 스웨터. 당시 한국 스웨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스웨덴이었다. 인구 두 명 중 한 명이 한국산 스웨터를 입었을 정도였다는 얘기도 있다. 1970년대 수출을 얘기할 때 가발도 빼놓을 수 없다. 부모 약값, 동생의 학비 등을 대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판 여인의 얘기는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일 정도로 가발 수출이 활발했다. 특히 한국 가발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외화벌이를 톡톡히 해냈다.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자’는 식이었던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큰 변화가 생긴 건 1980년대다.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면서 수
2023.10.30 0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