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서 읽는 것은 도보 여행과 비슷…여유와 여백, 독서의 본령”
[어느 출판사 편집자의 편지] 도서출판 책과함께 인문교양팀 이정우 팀장최근 한 출판사가 화제가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에 이 출판사가 펴낸 책이 있었고, 이 책이 입소문을 타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다. 출판사는 갑작스러운 판매량 폭증에 문 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진중한 인문서를 만든다는 것이 이 시대에 어떤 의미인지를 회의적으로 고민하던 차였는데 대통령님이 ‘실크로드 세계사’를 읽으시는 모습을 보며 더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누리꾼들은 편집자의 메시지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책 홍보를 보탰다. 다음은 그 화제의 출판사 ‘책과함께’ 편집자가 전하는 이 시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저는 20대 초에 두 달 반 동안 국내 무전 도보 여행을 다녔습니다. 이를 들은 분들의 공통 질문 중 하나가 ‘왜 하필 도보냐’라는 것입니다. ‘무슨 재미로 하느냐’고 묻기도 하죠. 우리는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잘 알려진 명소를 찾아가 그곳을 느끼고 즐기는 일로 여깁니다. 이때 그곳까지 가는 일은 가능한 한 빠른 이동 수단으로 최대한 시간을 적게 들여야 하는, ‘아까운’ 시간입니다. 제가 받은 질문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겠지요.도보 여행은 정반대예요. 걷기는 가장 느린 이동 수단입니다. 하루 종일 걸어도 50km를 넘지 못하는, 일견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느 수단이라면 스쳐 지나갈, 새로운 것들과 시시각각 만나고 느끼게 되지요. 과정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것입니다.더욱 중요한 것은, ‘낯선 나’를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2022.07.23 06:21:51